겨울들녘에 서서 / 오세영

2012. 1. 13. 23:22시,좋은글/詩

 

 

 

 

 

Michael Kenna / Black Posts

 

 

 

 

겨울들녘에 서서 /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  (0) 2012.02.04
새해의 기적 / 반칠환  (0) 2012.01.24
산 / 정희성  (0) 2012.01.05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0) 2012.01.01
12월의 엽서 / 이해인  (0) 201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