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네 계단 / 이외수

2012. 6. 17. 22:13시,좋은글/詩

 

 

 

 

 

 

인생의 네 계단 / 이외수     

 

 

1. 관심의 계단


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는
한 점 먼지에게 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하찮은 요소까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의 계단으로 오르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해의 나무에는 사랑의 열매가 열리고,
오해의 잡초에는 증오의 가시가 돋는다

 


          2. 이해의계단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결함도
내면적 안목에 의존해서 바라보면
아름답게 해석될 수 있는 법이다.

 

걸레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외형적 안목에 의존해서 바라보면 비천하기 그지없지만,
내면적 안목에 의존해서 바라보면 숭고하기 그지없다

 

걸레는 다른 사물에 묻어 있는
더러움을 닦아내기 위해 자신의 살을 헐어야 한다.
이해란 그대 자신이 걸레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3. 존중의 계단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대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이 이어지지 않고,
그대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이 깊어지지 않으면
그대가 소망하고 있는 행복은 영속되지 않는다.

 


4. 헌신의 계단

 

신이 인간을 빈손으로 이 세상에 내려보낸 이유는,
누구나 사랑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신이 인간을 빈손으로 저 세상에 데려가는 이유는,
한평생 얻어낸 그 많은 것들 중
천국으로 가지고 갈 만한 것도 오직 사랑 밖에 없음을

 

신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실 때
제일 먼저 빛을 만드신 이유는
그대로 하여금 세상 만물이 서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게 하여
마침내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인생의 네 계단 중에서 / 이외수-

 

 

1946. 8. 15 경남 함양~. 소설가, 작가.

번득이는 재치와 타고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이다.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인제중학교와 인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5년에 춘천교육대학에 입학했으나 1972년 중퇴했다.

〈강원일보〉에 잠시 근무했고 학원강사로 일했으나

1979년부터 모든 직장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전념하였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어린이들'이 당선되었고,

1975년 '세대'지에 중편 '훈장 勳章'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꽃과 사냥꾼'(1976), '꿈꾸는 식물'(1979), '고수'·'개미귀신'(1979),

'겨울나기'·'박제'·'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붙잡혀온 남자'(1980),

'장수하늘소'·'틈'·'자객열전'·'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장외인간'(2005) 등의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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