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렌즈구동 방식이 제각기라고?
최근 렌즈교환형 DSLR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자연스레 렌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전 필름 SLR카메라 시절부터 교환식 렌즈에 익숙해진 사용자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DSLR 모델을 처음 사용해 보는 사용자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초심자에게는 렌즈의 성능이나 특징을 나타내는 약자들이 정말 곤혹스럽기 마련입니다.
DSLR 카메라를 구입할 예정이었던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고 렌즈에 표기되어있는 다양한 약자들을 익혔습니다. DSLR 카메라에서는 렌즈가 가장 중요하다는 친구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점거리와 조리개에 대한 지식은 이미 갖춘 상태이며 나름대로의 렌즈 라인업까지 머리 속에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장에 가서 평소 눈여겨 보고 있었던 카메라를 구입하고, 렌즈는 최저가를 기록한 바로 옆 가게에서 구입했습니다. 들뜬 마음에 매장을 나오자마자 렌즈를 조심스레 마운트하고 배터리를 넣은 후 셔터를 누르는 순간! 철컥 하고 사진은 찍히는데 어찌된 모양인지 렌즈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렌즈가 움직이질 않으니 초점이 맞을리 없고 계속 찍어보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이거 혹시 MF렌즈 아냐?라는 생각에 포장을 들여다보지만 포장지 앞 사진은 분명 A씨가 마운트하고 있는 렌즈입니다. 마운트 규격이 다르면 아예 마운트 자체가 되지 않을 터이니 마운트를 혼동했을 확률은 없고......이게 무슨 일일까요?
DSLR카메라는 렌즈가 있어야 촬영할 수 있습니다. 반셔터를 누르면 렌즈가 움직여 초점을 잡는데, 이 때 모든 DSLR카메라가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초점을 잡기 위해 렌즈를 움직일 때 본체에서 렌즈를 구동하는 방식의 카메라와 렌즈 자체가 움직이는 카메라가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본체에 모터가 있다면 렌즈에 모터가 있건 없건 관계 없지만, 본체에 모터가 없는 모델은 렌즈에 모터가 없는 경우 A씨처럼 AF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니지만 알아두면 좋습니다.
|
|
본체에서 렌즈를 움직이는 방식인 소니 α100과 펜탁스 K10D
|
본체에서 렌즈를 구동하는 방식의 DSLR 카메라들은 렌즈를 빼보면 마운트 부분에 모터를 움직이기 위한 기어가 있습니다. 예제 사진의 소니 α100과 펜탁스 K10D 마운트부분 우측 하단을 보면 5시 방향에 기어가 있는데, 이 기어가 움직여 렌즈의 배열을 조절, 초점을 맞춥니다.
기어와는 관계 없이 렌즈 마운트시 렌즈를 고정시켜주는 돌기가 있습니다. α100의 마운트부 3시 방향, K10D 마운트부 8시 방향에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미놀타, 소니, 니콘, 펜탁스는 대부분의 기종이 본체 내에 렌즈 구동 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
|
본체 모터 없이 렌즈가 AF를 담당하는 캐논 EOS-300D와 올림푸스 E-400
|
반면 위 사진의 캐논 EOS-300D와 올림푸스 E-400은 마운트부에 렌즈 고정용 돌기만 있을 뿐, 기어가 없습니다. 이들 카메라들은 본체에 모터가 없고 렌즈에 포함되어있는 모터가 AF를 담당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렌즈구동식 AF를 가진 카메라가 본체구동식 AF를 가진 카메라보다 접점 수가 대체로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렌즈 구동식 AF를 위해 본체에서 전원을 보내주는 접점이 추가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캐논과 올림푸스, 니콘 D40만이 본체 내 모터가 없습니다.
본체 구동식과 렌즈 구동식. 물론 이 둘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본체 구동식 AF 카메라는 단렌즈를 포함해 다양한 렌즈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SLR 카메라 시장 초기에는 본체에서 AF를 구동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만큼 렌즈의 종류와 수량이 많기 때문에 폭넓은 렌즈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도 매력적입니다. 물론 본체 구동식 AF카메라라고 해서 모터 내장형 렌즈를 사용할 수 없는것은 아닙니다. 니콘 AF-S렌즈나 소니 SSM 렌즈들은 모터를 내장하고 있지만 본체 구동 기어가 있는 카메라에서도 정상 동작합니다. 반면 렌즈 구동식 AF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나왔으며 렌즈군 개수 자체는 구형 렌즈들에 비해 적습니다. 몇몇 렌즈를 제외하면 고가의 제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초음파모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AF 속도가 빠르고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경우 렌즈 내에도 카메라 본체처럼 펌웨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능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장점을 추가로 지닙니다.
보통 같은 메이커의 카메라라면 한 가지 방식의 렌즈 구동 메커니즘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전 기종에 비해 다른 방식을 채택한 카메라들도 있습니다. 바로 니콘 D40과 펜탁스 K10D입니다.
니콘 DSLR 카메라들은 모두 본체 내에 AF 모터를 내장하고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말 출시된 니콘 D40의 경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AF를 담당하는 기어가 빠져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렌즈 구동 모터를 삭제해 단가를 낮춘 것입니다. 따라서 니콘 D40은 니콘 AF-S 혹은 시그마 HSM 등 AF 구동 모터가 달려 있는 렌즈만 사용 가능합니다.
|
|
니콘 D40에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AF-S렌즈(좌)와 일반 AF렌즈. 일반 AF렌즈의 경우 자동초점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펜탁스에서 출시된 모든 렌즈는 구동 모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펜탁스 역시 전통적으로 본체에서 렌즈 AF를 구동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렌즈에 전력을 전달해 주는 접점이 없어 모터 내장형 렌즈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2006년 출시한 K10D의 경우 본체 모터를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렌즈에 정보를 전달해 주기 위한 점점을 내장해 이후 출시될 모터 내장형 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의 기종에 따라 렌즈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같은 초점거리를 가졌지만 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렌즈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자신이 사용하는, 또는 앞으로 사용하려는 카메라의 AF 구동 방식을 미리 파악해 두면 조금 더 성능 좋고 용도에 알맞는 렌즈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