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위에서 / 곽재구

2013. 7. 2. 23:35시,좋은글/詩

 

 

 

 

 

 

 

 

그 길 위에서 / 곽재구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리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리

 

언덕위에선 노란 씀바귀꽃 하모니카를 불고
실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깊게 사랑하지

 

그러다가
하늘의 큰 나루터에 이르면
작은 나룻배의 주인이 된
내 어린 날의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