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에게 / 체 게바라

2013. 8. 7. 00:09시,좋은글/詩

 

 

 

 

"이 순간 많은 일들이 기억납니다.
마리아의 집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나와 함께 가자고 했지요..."
게바라가 쿠바를 떠나면서 카스트로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카스트로가 낭독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노래는

피델 카스트로의 육성으로 시작한다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에게 / 체 게바라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그 맹세가
하나 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 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 줌도 안되는 독재와 제국주의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 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이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

본명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Ernesto Guevara de la Serna,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송한 바 있던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위대한 게릴라 혁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선조 때부터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한 아르헨티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체 게바라는
프랑스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교양 있는 어머니 셀리아 데 라 세르나의 영향을 크게 받아

9살 경부터 소포클레스, 랭보, 세익스피어에 심취했고 잭 런던과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글귀를 암송하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후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의대에 들어가 졸업한 후,
그는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나환자들의 삶과 궁핍한 농민들의 생활상을 접하고는 수많은번민과 고뇌 속에서

결국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관을 펼칠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민중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이자 결심이었다.

그 후 체 게바라는 쿠바로 건너가 게릴라로서 혁명운동에 동참하게 되는 데,
목숨을 내 건 게릴라 전투 기간 동안에도 그의 배낭 속에는 괴테, 보들레르,

모택동, 랭보와 네루다, 마르크스, 레닌 등의 책이 떠나질 않았다.
일기에는 수많은 전투기록과 그 기록 곳곳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詩) 같은 글귀들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이 적혀 있었다.
그만큼 역사와 민중에 대한 체 게바라의 인식은 치열했으며,

사물에 대한 깊은 의식과 인간애에 대한 서정은 뜨거웠다.
쿠바 혁명 성공 후 체 게바라는 눈앞에 열린 권력의 열매를 따기보다는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의 편을 택하여 콩고와 볼리비아로 건너가 다시 게릴라 복을 입고

혁명운동을 주도한다. 이로써, 혁명 후 권력을 분배하여 또 다른 통치자의 권좌에 선

혁명 지도자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그는 위대한 혁명적 순수성을 지켜 간다.
아내와 자식에게 아무 것도 남겨주지 않은 채, 쿠바의 권력도 모두 다 돌려준 채,

체 게바라는 자신의 초심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볼리비아에서 싸우다

포로가 되어 39살의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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