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0. 19:28ㆍ山情無限/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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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주일 전에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홈페이지에 실린 “북한산과 삼각산 명칭고”(지리이야기106)를 보고(아마 대한지리학회 홈피에 옮긴 것을 본 듯함)를 보고 전화를 준다며 서울 강북구가 북한산을 계속하여 삼각산으로 바꾸자고 하는데, 북한산을 경계로 하면서 공유하고 있는 마당에 경기도 고양시와 상의도 없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의 말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주장은 북한산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되면서 우리의 고유 명칭인 삼각산이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제(2008년 11월 10일) 오후 늦게 조선일보 김연주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시각에 한국프레스 센터에서 ‘삼각산 제 이름 찾기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는데 여기서 취재하면서 아마도 고양시에서 정보를 준 듯 다시 북한산과 삼각산에 대한 지명 의견을 물어왔다. 본인의 의견은 삼각산은 현재의 북한산 전체를 일러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인수봉 등 인접하여 위치한 관계로 3개의 뾰족산 뿔처럼 보여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며, 삼각산 명칭 사용은 문제가 없으나 삼각산이 현재의 북한산처럼 북한산체 전체(거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여러 산들의 연결된 덩어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래로 삼각산이 사용되어 왔지만, 북한산도 일찍이 사용되어 왔고,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를 가진 백운봉 등 3개봉은 삼각산으로 불러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알렸다. 북한산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삼각산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세미나 내용은 조선일보 11월 11일자에 실려 있다.
무릇 역사적으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문헌을 따져 보아야한다. 삼각산은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사용되어 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며 그 뒤 조선시대의 많은 문헌에서 보인다. 그러나 북한산은 지정학적 위치, 한강의 북쪽이라는 방위와 위치, 백제 시대의 한산(漢山, 한강 북쪽의 산 혹은 지명, 오늘날에도 구체적인 산지명이 없이도 산이 붙은 지명이 많다. 부산, 마산, 원산, 군산 등)이라는 지명 등에서 북한산 사용의 흔적이 보인다. 지정학적으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산성을 쌓았을 때인 백제와 조선에서는 북한산성이라고 했고, 고구려에서는 북한산군(北漢山郡)이라고 했는데, 이때도 지명, 한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두 현재의 북한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산지 배경이 없는 곳에서는 산이라는 지명이 당연히 없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조선 초기의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산지 명칭으로 낙타산(현재 낙산), 도봉산, 백악산, 목멱산과 삼각산(三角山) 이름이 나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인왕산과 함께 삼각산이 나온다. 경기도읍지에도 삼각산과 목멱산(현재의 남산)이 나온다.
김정호 선생이 저술한 지리지인 ‘대동지지(大東地志)’를 보면 한성부(漢城府) 형승(形勝) 편에는 현재의 북한산 전체를 일러 화산(華山)이 나오는데 호랑이가 웅크린 형세라고 했으니 현재의 북한산체가 틀림이 없다. 그리고 북한산성(北漢山城)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삼각산(三角山) 서쪽 끝지점에 걸쳐 있다는 표현으로 보아서 3 봉우리만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산수(山水) 편을 보면 “삼각산을 백제 때는 부아산(負兒山)(글자 뜻으로만 보면 아기를 업고 있는 모습임*)이라 불렀고, 횡악(橫岳), 화산(華山)이라 하였다....3개의 봉우리가 있어서...백운봉, 만경봉, 인수봉이라고 한다.”
위 글의 뒤이어서 나오는 구절로 지형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고려 예종 2년(1107년)에 국망봉이 붕괴하였는데, 곧 백운동이다. 우왕 원년(1375년)에 국망봉이 붕괴하였고..”. 이들은 화강암 암괴나 암편이 절리를 따라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 후기의 고지도인 ‘해동지도’(18세기 경)의 ‘경도부’를 보면 현재의 북한산체의 산지로는 만경봉, 문수봉, 인수봉, 백운봉, 도봉산, 인왕산 등이 나온다. 1901년에 완성된 ‘한성부지도’에는 도봉, 비봉, 문수봉, 인수봉, 백운봉 등이 나온다. 삼각산이나 북한산과 같은 명칭은 없다. 비봉은 진흥왕순수비가 정상에 있어 유래된 이름이고, 만경봉은 조선 도읍지를 정할 때 무학대사가 올랐다고 하여 국망봉(國望峰)으로도 불렀다.
역사적으로 북한산은 최고봉을 중심으로 삼각산, 부아산, 화산, 횡악, 북한산 등으로 불리었다. 그 속에는 봉우리의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이 많고, 특정 봉우리를 중심으로 지은 이름들이다. 삼각산, 부아산 등이 대표적이다. 횡악은 아마도 동서로 가로 지르고 있으므로 지은 이름처럼 보인다. 북한산은 한강의 북쪽, 혹은 백제 지명으로서의 한산의 북쪽에 위치한 산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즉 위치, 방위, 지역, 지역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원래 세계적으로도 방위를 삼아 이름을 짓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특정 이름을 강요하지도 않은 듯하다. 목멱산도 오래전부터 남산과 함께 사용되었고, 숭례문도 남대문과 함께 사용되었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 오면서 지형도(地形圖, 1대 5만의 일반도로서 지형, 취락, 도로, 행정 등의 지명이 포함) 상에 지명이 북한산(837m)으로 들어가고 서울시가 고시한 산지 지명에도 북한산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산계의 최고봉 이름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산이 되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삼각산으로 합의가 된다면 고칠 수는 있는 일이지만(지리산의 천왕봉, 설악산의 대청봉, 금강산 비로봉, 백두산의 장군봉 등과 같이), 삼각산의 명칭이 봉이 아니고 산으로 끝나고 있는 점이 다른 큰 산체와 다르다.
여러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가지이름으로 불리 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여 사용하려니 어찌할 바가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관계 지역 분들의 관심과 집중이 참으로 많다. 최고봉우리만 하더라도 북한산, 삼각산, 부아산, 화산, 횡악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왜 산성을 지을 때 삼각산성이라고 하지 않고 북한산성이라 했는가? 부르는 이름이 공식적인 지위 혹은 법적인 지위를 가지면서 보다 복잡해진 것 같다.
(참고문헌)
국토지리정보원, 2007, 수도권 일본식 지명의 조사 및 정비 방안 연구.
김정호(임승표 역주), 2004, 역주 대동지지(경도, 한성부, 경기도), 이회.
이민부, 지리이야기 106, 북한산과 삼각산 명칭고.
조선일보, 2008.11.11일자. “북한산 이름 높고 정면대립, 강북구,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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