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7. 23:59ㆍPhotograph/photograph
이팝나무 꽃이 핀 위양지
(2015/05/03)
밥 /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시집『어둠에 바친다』(청하, 1987)
위양지 宛在亭에도
마치 밥알이 툭툭 터지듯
새하얀 쌀밥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위양지 이팝나무 꽃, 시골 오고 가다 들리는 길이라
늘 한 발 빠르거나 한 발 늦어 절정의 때를 맞춘 적은 없지만
다소곳한 자세로 수줍은듯한 지금의 모습도 어여쁘다.
이팝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면
풍년이 든다고 했건만, 이제는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한숨 쉬는 우리네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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