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 문래동 창조컨설팅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더(the) 친절한 기자들]

2년8개월 걸렸습니다. ‘노조 파괴 컨설팅’으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부당노동행위 방조 혐의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심지어 검찰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회사들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금속노조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직접 판단을 구하는 재정 신청을 했고, 법원이 기소를 결정하면서 검찰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창조컨설팅과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회사들을 기소했습니다.

도대체 창조컨설팅이 어떤 회사이기에 검찰이 이렇게 뭉그적거린 걸까요. 창조컨설팅은 ‘노조 파괴’를 위해 무슨 일들을 벌였을까요. 창조컨설팅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한겨레 기사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뜯어보며 설명해 보겠습니다.


■ 창조컨설팅은 어떤 회사인가

창조컨설팅은 2003년 1월 설립됐습니다. 대표는 심종두 전 노무사입니다. 심 전 노무사는 설립 당시에는 노무사였지만, 2014년 노무사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심 전 노무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13년 동안 노사대책팀장, 법제팀장 등의 직책으로 근무했습니다. 노무사 활동을 하면서는 금속노조의 교섭 상대인 금속사용자협의회와 병원사용자협의회 교섭 대표를 맡는 등 주로 사용자 쪽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2인자’로 불리는 김주목 전무 등 회사 내 핵심 소수만 참여시켜 ‘노조 파괴’ 컨설팅을 추진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창조컨설팅은 어떤 회사? ).



■ 창조컨설팅은 어떻게 노조를 파괴했나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금속노조 등 민주노조가 사실상 무력화한 사업장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경주 발레오전장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인 대구 영남대의료원, 유성기업,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민영화한 케이티(KT) 등이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창조컨설팅 회원사만 한때 168곳에 이르렀습니다.

노조 파괴 수법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현대차 납품업체인 발레오전장의 사례를 보면, 창조컨설팅이 우선 사쪽의 자문을 맡습니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일부 업무를 외주화합니다. 노조는 부분 태업으로 맞섰습니다. 회사는 전격적으로 직장 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배치해 노조원들이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를 징계하거나 해고하고, 고소·고발을 하기도 합니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요. 노조가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국의 노동관계법이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적인 대응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런 와중에 노조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하나 둘 노조를 떠납니다( ▶ 관련 기사 : ‘노조 무력화’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 ).


2010년 1월1일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2011년 7월1일부터 한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에 사쪽은 경비용역업체를 투입해 노조에 폭력을 행사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를 설립합니다. 폭력과 회유 등으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노조원들의 탈퇴와 친기업 노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노조를 무력화했습니다.


노조파괴 전문업체 창조컨설팅이 할퀴고 간 자리에 손해배상 가압류가 남았다.

당시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홍종인 지회장, 양희열 부지회장이 회사 쪽에 노조 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출근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윤형중 기자



정리하자면, 창조컨설팅의 컨설팅에 따라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원 일부를 해고하거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다→노조가 항의하며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한다→직장을 폐쇄한다→경비용역업체를 불러 노조원의 출입을 막는다→노조원들을 징계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강성’인 노조 집행부와 일반 조합원을 분리시킨다→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원들의 탈퇴를 유도한다 등의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창조컨설팅이 한창 논란의 대상이던 2012년 9월 기준으로 창조컨설팅이 관여해 “7년 동안 14개의 민주노조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도 공개됐습니다( ▶ 관련 기사 :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 7년간 14개 노조 깼다 ).

하지만 심 전 노무사는 항상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그는 “고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문 회사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몇 가지 조언을 했을 뿐 공식적인 자문 계약을 맺은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창조컨설팅, 2년8개월 동안 82억원 수입

하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창조컨설팅이 ‘노조 파괴’에 개입한 증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창조컨설팅은 2011년 5월6일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유성기업과 이면계약을 맺었습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계약서를 보면, “금속노조 산하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50%로 감소된 시점에 일금 8000만원(부가세 별도), 금속노조 산하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20%로 감소된 시점에 일금 8000만원(부가세 별도)을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외비’ 문서였습니다. 상신브레이크와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와도 ‘성공보수 1억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 관련 기사 : 창조컨설팅 “민노총 탈퇴시키면 1억 달라” ).

창조컨설팅이 2011년 4월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를 보면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 등이 전략과 목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응은 물론, 홍보 및 정부 등 유관기관 대응도 지원해줍니다. 사용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민주노조 파괴 패키지’ 상품인 겁니다.

창조컨설팅은 이를 대가로 기업들에서 2년8개월 동안 82억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4월 금속노조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업들에게 받은 창조컨설팅의 입금내역을 공개했습니다.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2년8개월 동안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보쉬전장 등 노조탄압 의혹을 받는 기업들에게서 모두 82억4555만원을 받았습니다( ▶ 관련 기사 : ‘노조 파괴’ 노무법인, 2년8개월간 80억원 ‘꿀꺽’ ).



■ 검찰, 면죄부를 주다

검찰은 처벌에 미온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검찰은 창조컨설팅에서 ‘노조 파괴 컨설팅’을 받아 기존 노조를 탄압한 혐의로 고소당한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보쉬전장 등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무더기로 면죄부를 줬습니다. 노조가 고소한 지 1년2개월만에 나온 늑장 처분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불합리한 처분이라는 지적에 대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건 맞다. 그러나 (컨설팅에 따라) 그대로 이행해 어용노조를 만들고 부당노동행위를 했는지 입증하긴 쉽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창조컨설팅’ 자문받아 노조파괴 유성기업 등 4곳에 결국 ‘면죄부’ )).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


‘노조 파괴 컨설팅’에 앞장섰다가 고용노동부 징계위원회와 재판 등을 거쳐 노무사 자격을 박탈당한 심 전 노무사는 제도의 빈틈을 노려 경영컨설팅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심 전 노무사는 지난해 10월 ‘글로벌’이라는 이름의 경영컨설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심 전 노무사는 노무사 자격은 박탈당했지만 경영지도사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지도사는 노무관리 진단과 지도 등 사실상 노무사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에 따라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등 공인노무사 업무까지 대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회도 노조에 등을 돌린 겁니다. ( ▶ 관련 기사 : [단독]‘노조 파괴’ 창조컨설팅 심종두, 노무사 아닌 경영지도사로 복귀 )



■ 검찰, 고소 3년 만에 창조컨설팅 ‘반쪽 기소’

이런 와중에 26일 검찰이 창조컨설팅과 심 전 노무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조에 맞서 친기업 성향의 노조를 세우려는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한 혐의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일부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특히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 직장폐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조는 유성기업이 직장폐쇄를 하기 직전에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스케쥴표’와 ‘쟁의행위 대응요령’, ‘불법파업 단기대응 방안’ 문건 등이 있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 관련 기사 : [단독] ‘노조 파괴’ 창조컨설팅 3년만에 ‘반쪽 기소’ ).

노동조합은 그 어떤 국가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까지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입니다. 국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전문적인 컨설팅 기업까지 감싸며 노조 파괴를 자행하거나 방조하는 건 이런 버팀목을 깨야 마음껏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컨설팅과 심종두 전 노무사는 그런 흐름의 핵심에 서 있는 기업과 인물입니다. 노조의 항고를 통해 창조컨설팅의 혐의를 추가로 기소할 수 있을지,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제2의 창조컨설팅’이 생기지는 않을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976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