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5. 00:05ㆍ시,좋은글/詩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시,좋은글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이 오면 / 안도현 (0) | 2016.09.02 |
---|---|
바다 / 백석 (0) | 2016.07.30 |
우남찬가 / 장민호, 56,996,090원 손배소 당한 시 (0) | 2016.05.25 |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0) | 2016.05.13 |
바다의 풍경 / 강세화 (0) | 2016.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