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다'와 '삼가하다'

2018. 8. 12. 22:57잡학/상식









'삼가해'라는 말은 삼가 주세요


'*삼가하다'와 '삼가다', 어떤 말이 맞는지 헷갈리지 않으셨나요? 무심코 '*삼가하다'라고 표현하거나, '*삼가해주세요'라는 문장을 보아도,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지나간 적도 있으실 텐데요, 이번 시간에는 '*삼가하다'의 바른 표현 '삼가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울산 'U 대학" 스포츠센터 주차장에 붙어 있는 안내문)


    소속 직원이 아닌 분은 사용을 *삼가해 주세요.
    공공장소에서는 음주와 흡연을 *삼가합시다.
    자정 이후에는 건물 출입을 *삼가하도록 하십시오.

    이중 주차를 *삼가해 주십시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관공서에 가면 '*삼가해 주세요, *삼가합시다, *삼가하도록' 등과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삼가하다'는 틀린 말입니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또는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은 '삼가다'입니다.


그러니까 '*삼가해 주세요, *삼가합시다, *삼가하도록' 등은 각각 '삼가 주세요, 삼갑시다, 삼가도록' 등으로 고쳐 써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바로 적은 경우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무단출입이나 음주, 흡연에 앞서 정작 '삼가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잘못된 표현들이라 하겠습니다.


「1」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아직까지는 그런 문제에까지 반감을 노출시키는 만용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며……. <김주영, 마군 우화>

「2」꺼리는 마음으로 양(量)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

     어른 앞에서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외출을 삼가고 나는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렸는데……. <이동하, 장난감 도시>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잘못 쓰게 된 것은 아마도 아래 예문에 나오는 부사 '삼가'에 '-하다'가 붙어서 된 말로 착각한 데서 빚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인은 삼가 대인을 만나 뵈옵고 싸우지 않고 화친을 의논하려 하옵니다. <박종화, 임진왜란>


하지만 '삼가'는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어이고, 여기에는 어법상 '-하다'가 붙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삼가하다'는 그저 없는 말인 것이 아니라 어법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예부터, 예스럽다'도 이와 유사하다


「관형사」 지나간 때의.

     10년 뒤 찾은 고향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낮에 받은 자극으로 그날 밤늦도록 옛 기억들을 더듬던 그는 마침내 오래 잊고 있었던 사리원을 찾아냈다. <이문열,영웅시대>

「명사」 (주로 ‘예나’, ‘예로부터’ 꼴로 쓰여) 아주 먼 과거.

     꼼꼼한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 바위에는 예부터 괴이한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다.≪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형용사」 옛것과 같은 맛이나 멋이 있다.

     할머니께서는 항상 예스럽게 한복을 차려입고 다니신다.


이와 유사한 예로 '예부터, 예스럽다'가 있습니다.


흔히 '*옛부터, *옛스럽다' 등으로 쓰곤 하지요. 그런데 조사 '부터'나 접미사 '-스럽다' 앞에는 항상 명사만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은 관형사입니다. 관형사란 뒤에 나오는 명사를 꾸며 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를 말합니다.


즉, '옛'은 '옛 모습, 옛 기억' 등에서 보듯이 뒤에 나오는 명사를 꾸며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관형사로 처리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사와만 어울리는 '부터'나 '-스럽다' 앞에 관형사인 '옛'을 두는 것은 어법상 잘못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예스럽다'가 바른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