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2009. 8. 12. 03:09ㆍGood News/나눔과섬김
배우 김혜자가 지구 곳곳에서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한 10여 년간의 기록으로
2004년 3월 초판이 발간된 후 계속 많이 팔리고 있는 책.
김혜자는 이 책에서 고통의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불행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격정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판매로 얻어지는 저자의 인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전액 기탁된다.
그녀가 쓴 가난과 전쟁,
그 피해자인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기록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세상의 불평등과 모순에 분노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한 끼의 밥이라도 더 먹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그녀의 주장은
그 어떤 명분보다 빛나는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와 눈빛이,
오히려 연기할 때를 제외하곤 늘 알 수 없는
허망함에 시달렸던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켰다는
저자의 고백이 진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혜자는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행복' 뿐이라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인용하며, 그는 아마
아프리카 소녀 에꾸아무를 모르니까
그런 시를 썼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10년이 넘게 지구 곳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여온 김혜자가 체험한
전쟁과 가난, 기아의 현장이 담겨있다.
한국판 <토토의 눈물>.
움막에서 동생을 돌보며 생활하는 에꾸아무,
에이즈 고아 몰리,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일하는 모하메드,
강간과 성폭행으로 열아홉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레베카...
책장 갈피갈피마다 고단한 아프리카에서 직접 보고 느낀 참상과
우리들에게 보내는 인간적 호소가 담겨있다.
그는 "만약 화살이 날아왔다면,
그 사람의 고통을 위해 화살을 얼른 빼줘야죠.
이 화살이 어디서 왔는지 화살촉은 금속인지만을 따지고 있는 격"이라며
"세상은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급한데도,
비본질적인 것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비판했다.
책을 읽다보면,
난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숫자와 통계가
더이상 상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김혜자는 아프리카의 풍경과 더불어
그곳의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그에 대한 진단을 잊지 않는다.
이는 현장에서의 직접 체험에 바탕한 것이어서
더욱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뜨거운 태양과 함께 눈꼽을 파먹는 파리들,
온통 더러운 길바닥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지참금 때문에 딸을 낳으면
독초를 먹여 세상에 태어난 지 3일밖에 안 된 아이를
숨지게 해야 하는 비정한 엄마들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진 50달러의 빚 때문에 노예가 되어
하루 종일 코코넛 껍질로 밧줄을 꼬고 잎담배를 말아야 하는,
눈이 커다란 소녀들도 보았습니다.
먹을 게 없어 돌산에서 자라는 시금치 비슷한 풀을 뜯어먹고
입술과 얼굴까지 초록색으로 변한 아이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손에는 여전히 그 풀을 움켜쥐고 있는 아이들을…….
네 살짜리 아이가 마대 같은 것을 들고 제 오빠와 함께
먹을 풀을 캐러 다니는 것도 보았습니다.
발이 시려워 엄지발가락을 잔뜩 꼬부리고서. (본문 中)
나는 삶에 대해 잘 모릅니다.
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 김혜자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데,
왜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아이들이 8백 원짜리 항생제 하나가 없어서
장님이 되어야 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 있는 아빠의 배 위에서
갓난아이가 굶어 죽어가야 하는 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내 머리로는 이 엄청난 불평등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은 왜 그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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