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고 싶은 충북알프스 종주기

2009. 3. 31. 19:20山情無限/산행기(일반)

 

 

다시 찾고 싶은 충북알프스 종주기

 

 

 

일      시 : 2005. 9. 9~10

참      석 : 15(가천,솔로맨,성천,아하,두꺼비,내끄야,조폭,마틸다,청솔,산구름,착한마음,산신령,한라산,남일,시나브로)

소요시간 : 14시간

 

 

충북알프스는 이번 종주를 신청하면서 알게 되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코 평범하거나 쉽지 않은 코스라는걸 감 잡고는 흥미를 가지고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산행이었다.

 

비올 확률 오늘밤 70%, 내일 오전 60%. 비 온다고 밥 굶지 않듯 비 온다고 산에 못 갈 이유 못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수도 없는 암벽을 기어오르고 내려야 하는데 물먹은 바위가 안전산행에는 절대적인 위험요소가 되기에 맘이 편하지 않다. 이번 산행은 비와 식수와 긴 시간이 관건일 것 같다.

 

문장대까지는 식수를 보충할 곳이 없다하여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고 우중산행에 대비하여 갈아입을 옷을 패킹하여 배낭을 꾸리니 제법 묵직하다. 종주시에는 배낭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비상시를 대비해 배낭을 꾸리다 보면 배낭무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22:15분 조금 늦게 신복로타리에 도착하여 기다리던 차에 타니 산구름님과 착한마음님을 제외한 가천님 성천님 솔로님을 비롯한 모든 님들이 초면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카페에서 사진으로나마 얼굴을 익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산을 닮은 님들이라 순수함에 정감이 가서이리라

 

천상에서 도화지님을 태운 버스는 언양에서 풍모가 예사롭지 않은 산꾼 2명을 합승시키고는 빗길을 내달린다. 모두들 눈을 좀 붙여야 할 시간이건만 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시합이라도 하는 듯 태화루 순배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02:30 예상보다 30분 이상 빨리 산행깃점 활목재에 도착하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고 단체사진 한 컷, 02:45 통제구역 입간판이 버티고 있는 초입을 통과 미끄럽고 비를 흠뻑 먹은 수풀을 헤치며 선두는 칠흙같은 밤을 밝히며 길을 인도한다.


 

5분여 비탈길을 오르니 능선길이 나타났다. 능선길인가 하고 가면 이내 바위가 가로막고 나타난다. 한참을 진행하니 좌측아래쪽에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아마 화평동쯤 되나보다. 이름 모르는 산 7부능선쯤에서 한치 앞을 조망할 수 없는데 진행방향으로는 길이 없어 좌측으로 이어진 내리막길로 진행하는데 아뿔싸 한참을 내려가도 오름길이 나타나지 않아 하산 길인가 하여 가던 길을 되돌아 와 컴퍼스로 지도정치로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지금까지 올라왔던 고도 전부를 내려간 쯤에서 올라가는 길을 만나 미남봉을 향한다.

 

“충북 알프스 종주기”를 보면 특이한 점이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두 새벽에 도착했더라도 일단 잠을 자고 아침을 먹은 다음 7~8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였다는 것과, 도상거리가 10km 남짓밖에 안되는 활목고개에서 관음봉까지 약 7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또 하나는 거의가 문장대까지 가서 대간길 밤티재나 법주사쪽으로 하산하였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름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오르다 보면 능선이 나타나고 능선이 나타났는가 하면 이내 또 내림길이다. 바람 한 점  없고 습도가 높아 땀이 비오듯 한다. 도대체 산세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윽고 먼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조그만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는데 채 2~3분도 오르지 않아 이내 조그만 봉우리 정상에 도착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전망좋은 정상에서 휴식을 취했을텐데... 가야 할 방향은 산세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아직 먼 곳은 아침안개가 봉우리를 휘감고 있다. 우측 산골짜기에는 운무가 한 폭의 동양화마냥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조폭님은 운무를 보니 모델이 되고 싶으신 모양이다.

 

충북알프스는 보은군에서 특허등록까지 하고 등산로를 정비했다고 하는데 이정표가 없어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수많은 로프들을 쳐 놓았지만 몇 군데는 정말 로프를 믿고 몸을 내 맡기기엔 불안한 곳이 많았다. 통제구간이니까 정비를 하지 않는지 모르지만…

 

바로 눈 앞에 상학봉인데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더더욱 어제까지 내린 비로 물기를 흠뻑 머금은 바위를 타는 것은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진행하는 도중 만난 개구멍은 기어서 통과해야 할 것도 있고 어떤 개구멍은 서서 통과할 수 있는 터널 같은 개구멍 같지않은 개구멍도 있었다.


 

또 밧줄은 얼마나 매달아 놓았던지… 와중에도 유격조교 출신인듯한 조폭님은 바위에 신발이 짝짝 달라붙는다면서 신나하면서 밧줄구간이 나오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한편 도화지님은 온 몸으로 로프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이런 상황은 관음봉을 지날 때까지 계속된다

 

 

상학봉에서 아침으로 충전한 다음 묘봉으로 출발. 정말 묘봉까지는 이번 구간중의 백미인 멋진 암릉구간인데 얼마가지 않아 10미터나 됨직한 절벽이 가로막는다. 직벽에 쳐져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기는 바위도 미끄럽고 나무뿌리에 매여있는 상태로 보아 위험스럽다. 그렇다고 옆의 바위틈 사이로 오르는 길도 만만하지 않은 스릴넘치는 루트다. 덩치 큰 사람은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협소한 공간이어서 가방을 벗어 자일로 위로 올려 보내고는 한 사람씩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상학봉을 출발한지 약 30분후 묘봉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이르니 묘봉 0.3km, 상학봉 1.0km, 주차장 2.3km라는 표지석이 있다.

 


삼거리에서 묘봉까지는 일반등산로여서 그런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견고한 밧줄들이 매달려 있고 나름대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15분 정도 미끄러운 바위를 타고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하니 이윽고 묘봉정상이다. 20평은 됨직한 반석이다. 전망도 좋다. 반석 아래는 수십 길 절벽이다. 절경에서 약간의 여유를 부리고 싶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출발신호가 떨어진다.

 

묘봉에서 출발한지 얼마지 않아 암릉구간이 끝난 듯 보드라운 흙 길을 10여분 진행하니 산림이 울창한 안부지대 북가치다. 북가치는 용화리 쪽이나 법주사 쪽에서 올라와 묘봉이나 관음봉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난달이다. 선두 3명을 먼저 보내고 후미를 기다렸다가 북가치를 뒤로하고 산구름, 착한마음과 함께 부드러운 오름 길을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었다. 20분 정도 진행하니갈래 갈림길… 선두는 여기서 길을 찾느라 제법 고생한 것 같다. 후미연결을 위해 10여분 기다렸다 다시 선두에 합류하기 위해 좌측 길로 가는데 산파바위(?)가 나타났다.

 

여기는 지금까지의 개구멍과는 달리 위에서 밑으로 빠져 나가는 모양새여서 산파바위라 하는 것 같다. 구멍이 아래로 까마득하여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착한마음과 산구름이 배낭을 굴속으로 던지고는 개구멍 속을 차례로 통과하였다. 굴 속에서는 덩치 큰 사람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굴을 통과하여 곧바로 비탈진 바위에 매여있는 밧줄을 잡아야만 절벽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위험한 구간이다. 잘못하여 굴을 빠져나오는데만 신경을 쓰면 굴을 빠져 나온 다음 미끄러져 추락하기 쉽상이다. 산파바위를 어렵게 통과했는데 뒤따라온 후미는 우측으로 난 우회길을 찾은 모양이다.

 

부드러운 허릿길을 가다 전망 좋은 곳에서 후미와 합류하겠다는 착한마음을 두고 20여분 진행하여 속사치에 도착하였으나 여기서부터 고군분투했지만 못내 천황봉까지 가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속사치에서 신발끈을 조여매고 다시 채비를 했다. 스틱도 준비를 하고 배낭도 다시 여미고는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관음봉 오름길을 바쁘게 올랐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같이 왔던 산구름은 구름타고 준령을 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해 뜨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비몽사몽이었는데 날이 밝으니 충전이 되었나 보다.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관음봉 아래에 도착하니 직진길과 관음봉 정상쪽으로 길이 있는데 지도에는 외길이어서 아마 직진길인가 보다하고는 관음봉에 올라 선두를 찾아보려 했으나 마음이 바빠서 인지 중간까지 올라갔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그냥 가기로 하고 내려오는데 왼쪽방향 바위틈새로 흙자국이 희미하게 보이지 않는가? 아뿔사 직진할 것이냐 바위틈새로 나있는 좌측길로 갈 것이냐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지도가 4장이나 되었지만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조금만 준비성이 있었더라도 5천분의1 지도는 준비했을텐데… 지난 화요일에서야 울산지도센타에 들려 확인하니 최소한 1주일은 걸려야 구할 수 있다기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었다. A4 5만분의 1을 표기한 지도로는 독도를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후미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진행하는 길을 찾아 선두와 합류할 것인가? 아마 선두와는 20여분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고 후미는 30분 이상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렇지않아도 대장님은 진행속도가 늦다고 했는데 후미와 합류하면 시간관계상 천황봉까지는 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찾아 혼자 진행하기로 했다.

 

주위를 살펴보고 지도를 정치시켜 컴퍼스를 놓아보니 왼쪽길이 맞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선두와 합류하기 어렵겠다 생각되어 왼쪽 바위틈새 길로 진행했다. 그런데 왠걸 급경사 길로 바위를 타고 내리는데 길이 자꾸 좌측으로 가는 게 아닌가. 우측으로 가야 능선이 나올텐데… 하산길 같았다. 조금만 더 가보고 안되면 되돌아 와야지 하면서 거의 안부 가까이까지 진행하니 등산로가 키보다 큰 산죽에 묻히면서 조금씩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제대로 길을 찾았구나.

 

드디어 산죽안부 3거리. 관음봉에서 약 10분 거리인 이곳까지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20분 넘게 걸려오는 바람에 이미 선두와는 30분 이상 차이가 난 것 같다. 직진하면 산내리쪽이고 좌측 오름길로 오르면 문장대 방향이다. 그런데 지도상으로는 마루금을 타는 것 같은데 이제 경북 상주와 충북 보은을 넘나들어 큰 봉우리를 시계반대방향으로 한참을 우회한 다음 다시 위로 치고 올라가 선두가 휴식하고 있는 전망바위에 합류했다. 도중에 긴장도 하고 마음이 앞서 오버 페이스도 하여 합류하자 마자 두러 누웠다. 휴식도 잠깐, 이미 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가 완료된 선두와 함께 출발하기 위해 생수에 밥을 말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식사를 마치고는 함께 출발을 하였다.

 

전망바위를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암릉은 건너뛰거나 개구멍을 기어야 하는 스릴 넘치는 구간을지나 산죽길을 지나니 문장대 오르는 사면길이 나타났다. 사면길을 오르는데 문장대쪽에서 버린 것인지 유리병 파편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산이 좋아 산을 찾으면 아니온듯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하건만 너무  자연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비탈을 중간쯤 오르는데 옆구리가 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점점 심해져 발걸음 옮기기도 힘이 든다. 밥을 급하게 먹고 곧바로 출발하는 바람에 탈이 난 것 같다. 이 럴줄 알았으면 밥을 먹지 말고 행동식으로 해결할 걸... 간신히 문장대에 도착하여 사방을 조망하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천왕봉이다. 이 상태로 저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이곳과 표고차이도 얼마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길에 비하면 별 것 아닐 것 같은데… 완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지만 민폐가 될 것 같아 상태가 나아지면 뒤따라 천왕봉까지 가든지 아니면 비로봉까지라도 가 보겠다고 대장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먼저 출발해 달라고 했다.


 

저만큼 멀어져 가는 선두를 보며 10분 넘게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일단 휴게소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이제 긴장이 풀려서인지 전망대 철계단을 내려가는데도 다리가 묵직하다. 휴게소 의자에 앉아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천님이 나타났다. 가천님도 마라톤 연습하다 다친 부위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혼자 출발해 볼까하던 생각을 접었다. 가천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지 천왕봉까지 못 갈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공감하는 바다.

 

못먹는 술이지만 가천님과 막걸리잔을 앞에 두고 산에 대한 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고 있는데 후미가 도착했다. 후미와 시간을 조금 보낸 후 천황봉으로 출발한 6명의 완주자들보다는 먼저 도착하는게 나을 것 같아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하는 길이 오히려 더 힘들고 지루하였다. 평지길은 더 지루하였고 주차장은 왜 그렇게도 먼 곳에 있는지... 이윽고 주차장으로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하였더니 16:30분경 15명 모두가 도착했다드디어 그 빡시고 험한 전문가도 타기 어렵다는 충북알프스를 한 사람도 낙오없이 사고없이 무사히 종주를 한 것이다.

 

이번 산행을 기획한 가천님과 대장으로 수고하신 솔로님, 후미에서 수고하신 성천님, 그리고 함께한 모든 회원님들께 즐거운 산행을 함께 하게된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물론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성원해준 모든 회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완주한 님들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뜻을 전한다.

 

이번 산행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함께 완주하지 못함이 아쉽고, 또 그 절경들을 카메라 배터리가 초반에 동이나는 바람에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다. 첫 대면은 아무래도 시간내어 다시 찾을 계획을 세워야 할 아야만할 충북알프스와의 만남이 되고 만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