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 야리-호다까 연봉 종주기(4/4)

2009. 3. 27. 19:06山情無限/북알프스

 

 

 

 

 

일본 북알프스 야리-호다까 연봉 종주기(4/4)

 

3일차

2005년 8월 3일 (수)
날씨 / 오전 쾌청하다 흐림, 오후 짙은 안개



     05:50 호다까다께 산장(穗高岳山莊) 출발
     06:30 오쿠호다까다께(奧穗高岳 3190m)    (25분간 체류)
           쓰루오네(吊尾根)
     08:25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분기점
           기미꼬다이라(紀美子平)
     08:35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3090m)    (10분간 체류)
           쥬따로신도(重太郞新道)
     11:00 다께사와 휫데(岳澤ヒュッテ 2230m) (30분간 휴식)
           灌木帶/樹林帶
     12:10 후끼쯔(風穴)
     12:50 갓빠바시(河童橋)
     13:00 가미고지(上高地) 버스터미널 도착
                    
     21:30 고마끼(小牧) Green Inn 도착 CHECK IN

 

 

 

03:00  이층 침상 내려오며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3시다. 잠을 더 자보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복도를 지나가는 소리,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화장실문 안쪽에 화장지는 분리소각하니까 변기에 버리지 말라는 문구가 있다. 화장지가 변기에 많이 버려져 있다. 한국 등반객이 많이 오는데 한글로 몇 글자 적어 놓고 안내하는 것도 좋으련만…

젓가락 굵기만큼이나 가늘게 나오는 세면대 물줄기다.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을 닦고 윈드자켓을 걸치고 산장밖으로 나가니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새벽운무가 짙다. 로비 탁자에는 벌써 식사중인 등반객도 몇 명 보인다.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운무는 순식간에 오른쪽으로는 오꾸호다까다께의 위용을 드러내 보였다가는 또 가레자와 다께를 드러내 보였다가 이내 큰 무리가 와서 다시 삼켜 버린다.

새벽운무가 많이 옅어져 오꾸호다까다께를 오르는 랜턴 희미한 불빛 몇 개가 머리위에 나타난다. 왼편 가레자와다께를 오르는 불빛 몇 개도 가물거린다.

피곤해서 그런지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보려고 장터목산장 예약에 목매고
그것이 안되면 세석산장에서 3시에도 출발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렇다. 지난번 세석산장에서 천왕봉 일출보러 출발하는 등산객은 있어도
촛대봉에 오르는 사람은 없어 일출장면 찍으려 혼자서 30분 이상 떨며 기다린 적이 있다. 천왕봉 일출하고 견줄 바가 아니긴 하지만… 그런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3100m, 3190m 정상을 오르려는 사람이 우리 중에는 없다.

가레자와다께 위의 골안개가 용트림을 한다. 이미 동쪽하늘은 햇귀가 감돌기 시작한다. 오늘 일출은 4시50분 경이란다. 한 사람 두 사람 난간 쪽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모여든다. 산장 위쪽 헬기장에서는 한참 전부터 찬바람을 맞으며 일출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카메라를 맞추고 있는 사람이 있다. 폼이 예사롭지 않은데 사진작가인가 보다.

이윽고 뜸 들이던 붉은 불덩어리가 태평양쪽에서 솟아 오른다. 만물에게 힘을 주고 생명의 원천이 되는 태양. 매일 맞이하는 태양이지만 날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고산지대 종주시에는 기상변화가 심해 일출을 한번도 보기 힘든데 그것도 3000고지에서 이틀 연달아 볼 수 있어 정말 행운이라며 기분 좋아한다.


 



(사진 336) 호다까다께 산장에서의 일출


05:50  호다까다께 산장(穗高岳 山莊) 출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 채비를 하여 산장 앞에 모였다.서울서 온 팀은 26명이나 되었는데 조직이 잘 되어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구령에 맞춰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옆에서 우리도 따라 했다. 산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어제와 같은 방법으로 1조부터 서울팀 뒤를 이어 출발하기로 했다. 선두에 서야 할 택명씨 파트너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긴장이 되어 화장실 갔나 보다. 택명씨를 남겨두고 한 명 두 명 산장 오른쪽 가파른 암벽에 붙기 시작한다. 급한 경사에 비해 오르는 길은 그런대로 조심만 하면 괜찮다. 

 

 



(사진 356.2) 호다까산장에서 출발전 단체사진


하룻밤 잊지 못할 추억을 제공해준 빨간 지붕의 산장과 풍차같은 풍력발전기 타워가 멋있어 더 좋은 구도를 잡으러 올라 가는데 순식간에 덮쳐온 운무에 산장이 뭍혀 버리고 말았다. 이후 가파른 길 사다리와 체인을 잡고 오르느라 카메라에는 신경 쓸 게재가 되지 못한다.

이제 보이는 곳은 오직 앞 서 가는 두 세 사람뿐 시계가 나빠져 조망은 어림도 없고 정상도 가늠이 안된다. 가파른 길을 지나 두 세 번 S자 코스로 오르니 약간 가파른 능선길이다. 고도계상으로는 거의 정상에 온 것 같다. 이어 무전기에서 선두가 정상에 도착했다는 음성이 들려온다. 

 

 


(사진 357) 오꾸호다까다께 오르는 길, 직벽에 사다리를 타고 체인을 잡고 올라간다

(사진 359) 오꾸호다까다께 정상부근 절벽에 서 있는 안내 표지판

 


06:30  산장에서 출발하여 40여분만에 일본에서 3번째 높은 봉우리이자
이번 종주코스에서 최고봉인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 3190m)를 오른 것이다. 그러나 야리가다께를 오를 때와 같은 감동이나 흥분은 없다.

사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 정상에 개 집같이 세워 놓은 신사가 마음에 걸렸다. 야리가다께(槍ケ岳) 정상에도 신산지 뭔지가 있었는데 그기는 정상이 넓은데다 한쪽 구석에 세워 놓아 자세히 안보면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다. 한 두 평 될까말까한 공간에 우뚝 서있는 모습이 개 집만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 이름있는 산 꼭대기마다 쇠말뚝을 박아 놓더니만
여기서는 꼭대기마다 개 집 같은 것을 지어놓고 신산지 뭔지 하면서 별짓이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한국 강점기간 동안 우리 국민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하며, 또 광복절이 다가오는데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로 시끄러운데 신사를 보니 신경이 곤두선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요즘 야스쿠니 신사(請國神社)는 전체가 전쟁을 주제로 한 거대한 학습장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운무가 걷혀 조망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이곳에서 보이는 건 개 집 같이 생긴 신사밖에 없으니 도대체 정상등정의 감격이 없다. 이 곳에서 360도의 어느 방향을 보아도 멋진 산악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좁은 정상에 차례로 한 사람씩 올라가 증명사진 찍느라고 시간가고… 짙은 운무가 걷히길 기다리다 보니 25분이나 시간이 흘렀다..

 

(사진 366.2) 일본 제3고봉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 3190m) 정상에 서서


06:55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이곳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 3190m) 정상에서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3090m) 분기점까지는 1.8km를 가는 동안 300m쯤 내려갔다가 다시 마에호다까다께 정상을 오르기 위해150m가량 올라가야 하나, 다께사와 휫데(岳澤ヒュッテ, 2230m)까지는 마에호다까다께 정상 오르내림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4.25km에 960m를 하강하여야 하는 급경사 길이다.
마에호다까다께 정상에서 2.6km 거리에 고도를 860m나 하강시켜야 하는 급경사길이다.

정상등정의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코스중 최고봉을 등정하고
쓰루오네(吊尾根)를 따라 마에호다까다께으로 향한다. 이제 크게 힘 드는 오름구간은 다 지난 것 같아 후미에 여유로운 산행을 한다. 짙은 운무가 걷히면서 진행방향 봉우리들이 어렴풋이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남릉두(南稜頭)에서 한 컷하고 또 전진이다

쓰루오네(吊尾根) 봉우리를 넘나들며 펼치는 운무의 향연에 도취되어 엄회장과 한껏 여유를 부리며, 그림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비경에 배터리 생각도 않고 계속 셔트를 눌러댔는데도 아직까지 배터리 이상이 없다. 배터리가 동이 날 때 동이 나더라도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 371) 부산알파인 엄회장과 마에호다까다께 방향을 배경으로…  


얼마가지 않아 체인을 타고 내리는 암벽구간에서 다시 택명씨와 파트너(?)를 만났다. 첫날부터 혼자 도맡아 애를 쓰고 있는데 미안하다. 도와줄 수 없어 택명씨를 남기고 후미 아닌 후미가 되어 쓰루오네(吊尾根) 능선길을 탄다.
쓰루오네 산허리를 따라 난 등산로는 대체로 기복없는 평탄한 길이었으나
방심하지 말라는 듯 가끔씩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구간도 나왔다. 운무 속에서 베일을 벗듯 얼굴을 내미는 고봉들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하다.

07:40 분경 어제 산장에서 만났던 부산 "ㅅ산악회" 팀이 따라왔다. 필름이 동이나 이 절경을 찍을 수 없다기에 배경 좋은 방향으로 두어 컷 찍어 홈페이지에 올려 놓겠다고 하며 엄회장과 함께 포즈를 잡았다. 오늘 하산하여 후지산(富士山) 가까운 곳까지 이동하여야 한다면서 바쁘게 출발했다.


(사진 373) 그림 같은 풍경. 높은 봉우리가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08:15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분기점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 1.8km 진행한 지점으로 정상까지는 0.4km라고 표지판에 쓰여있다. 먼저 도착한 선두가 배낭을 벗어놓고 마에호다까다께 정상으로 오르고 있다. 뒤따라 정상을 향해 암벽을 타고 올랐다. 다른 사람도 올라가지 말라며 오를 것 같지 않던 변회장도 뒤따라 오른다.
이 곳까지 와서 야리가다께(槍ケ岳)를 안 오르고, 가는 길에 있는 3090m 마에호다까다께를 오르지 않으면 이 곳까지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진 386) 마에호다까다께 분기점. 배낭은 벗어놓고 정상에 오른다


08:35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3090m) 기따오네(北尾根)쪽으로 연결되는 정상은 넓었으나 짙은 운무로 주위를 조망할 수는 없어 아쉬웠다.

그렇다. 저쯤이다. 운무 때문에 확인되지는 않지만 지도상으로는 저기가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의 유명한 산악소설 “빙점”의 무대가 되는 마에호 동벽(東壁)이다.

『신년휴가를 내어 마에호 동벽 동계초등에 도전한 고사카와 오우즈. 등반 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일이 끊어져 절벽에서 추락사한 친구의 시신수습에 실패한 채로 생환한 오우즈… 산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그를 버려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 친구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수색에 나서나 실패하고, 포기하고 돌아설 때의 산사나이 오우즈의 고뇌… 죽은 친구 여동생 가오루의 청혼을 받고는 친구의 허락과 축복을 받기 위해 청혼녀를 산장에서 기다리게 해놓고 단독산행에 나서는 오우즈… 미답의 폭포 밑에서 낙석을 만나 마음의 고향인 산 속에서 그렇게 홀로 죽어가는 오우즈….』

산악인의 심금을 울린 산사나이들의 우정과 사랑이 눈에 아른하다.


(사진 384) 마에호다까다께 정상에서 멋쟁이 병대씨와, 바로 뒤쪽이 東壁이다 


마에호다가다케 분기점에서 쥬따로신도(重太郞新道) 분기점까지는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여기서부터 다께사와 산장(岳澤ヒュッテ, 2230m)까지는
2.4km를 가는동안 860m를 내려가야 하는 급경사 구간이다. 분기점 내려서는 지점부터 밑이 까마득한 절벽이다. 체인을 잡고 내리다 보니 등산로는 크고 작은 돌들과 그 틈에 흙도 조금씩 나타난다. 키 작은 누운잣나무 숲과 골짜기에 너덜 위 초원에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만발하고 있다. 잘 가꾸어 놓은 화원 같다.   


(사진 389) 나비가 앉은 듯 너덜에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09:45  우리와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다 쉬고 있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7~8명을 만났다.
“곤니찌와,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하니까 대부분은 “곤니찌와”하는데 제법 유창하게 “안녕하세요”하는 학생이 한 명 눈에 띄었다.
한국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느냐하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2년간 공부를 했다고 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말 잘하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고 그 중에서도 제일 이뻐보여(?) 같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냐고 하니 좋다며 자신의 카메라로도 한 컷 찍었다.

조금 내려오다 엄회장이 한국어도 잘하고 참하다며 곧 있을 로타리클럽 일본 행사 때 통역 아르바이트를 맡겼으면 좋겠다며 사는 곳을 물어보니 도쿄 근처라 하여 행사장과 거리관계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사진 390) 한국에 2년간 유학했다는 일본 여대생과


운무가 걷히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고도를 낮추어 하산을 하니까 운무 속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오른쪽의 덴꾸다께(天狗岳, 2900m), 니시호다까다께(西穗高岳, 2908m)와 왼쪽의 묘진주봉(明神主峰) 쪽은 7부 능선까지 걸쳐있는 구름으로 조망이 되지 않지만 초록 바탕에 골짜기마다 하얀 만년설… 동양화인듯, 파스텔화인듯, 수채화인듯... 구름과 신록, 만년설이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풍경에 도취되어 내려 오는데…


10:00 라이조광장(雷鳥廣場) 

부산 알파인 문총무가 나무 아래에 새가 있다고 해서 보니 일본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한다는 라이조(雷鳥)가 아닌가.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가는데 그 녀석이 등산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는 것 아닌가.
카메라를 들고 가파른 오르막을 뛰어 올라가니 계속 도망치는 바람에 20~30m를 따라가 카메라를 갖다 대니 왠걸 계속 움직여서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오기가 발동하여 한참 동안 씨름하다 어렵게 라이조(雷鳥)를 찍을 수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산에서 라이조(雷鳥)를 만나면 행운이 있다고 한다.

라이조(雷鳥)의 여름깃털은 등에서 가슴, 겨드랑이에 걸쳐 짙은 갈색이 되며, 겨울깃털은 순백색인데, 꽁지 끝만 검고 다리는 흰 깃털로 덮인다고 한다. 고산지대에 사는 희귀조로 날지는 못하고 눈 위를 펄쩍펄쩍 뛰면서 다닌다고 한다. 비둘기와 까투리 모습을 닮은 것 같다.


(사진 394) 한참 공들여 찍은 라이조(雷鳥)


기미꼬다이라(紀美子平)을 지나 쥬따로신도(重太郞新道)를 따라 내려 오는 길 양 옆으로 펼져지는 풍경들은 어디에서 포즈를 잡아도 배경이 멋져 작품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푸석돌과 크고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진 길이 때로는 체인을 잡고 내려야 하고 또 때로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야 할 정도로 급경사 하강 길이어서 미끄럼을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저 아래 너덜계곡 건너편에 푸른 숲 사이에 산장의 빨간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400) 오꾸다까다께 남릉 계곡


10:30  길은 이제 길은 푸석돌과 석비레로 변해가고 수목도 점점 키를 키워간다, 눈잣나무 군락에서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이 보인다. 도중에 자작나무로 만든 사다리도 있었다. 2400m쯤부터 간간히 흙 길이 이어진다. 얼마 만에 밟아보는 흙인가…

깊은 계곡을 채우고 있는 만년설과 짙어진 녹음, 산봉우리를 휘감고 있는 운무가 만들어 내는 절묘한 조화는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다. 
 
만년설이 계곡 가득하지만 물 한 방울 없는 너덜, 마른 계곡이다. 너덜은 바위와 돌들로 되어있어 바닥을 채우고 물 흐르는 것이 보이려면 강이 흘러야 할 것 같다. 물은 전부 지하로 보이지 않게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부산알파인 엄회장, 문총무와 함께 비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좋은 포인트가 나오면 세 사람이 교대로 한 컷씩 한다. 풍경을 찍다가 멋있다 싶으면 그 포즈가 그 포즈지만 모양새를 내고는 속속 카메라 속으로 빨려든다. 여유로운 산행, 요산요수(樂山樂水)는 못되어도 요산(樂山)이다. 저 아래 너덜 건너 푸른 숲 속에 빨간 지붕을 이고 있는 다께사와 산장(岳澤ヒュッテ)이 제법 가깝게 보인다.


(사진 401) 2300m 지점의 만년설, 계곡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11:00 다께사와 산장(岳澤 ヒュッテ 2230m)  

한가로운 산장에는 우리 일행 말고는 없는 것 같다. 후미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적당히 따사로운 열기를 느끼며 산장 탁자에 앉아 푼힐전망대에서 보는 히말라야 설경만큼은 아닐지라도, 위로 보이는 운무와 만년설과 녹음이 적절히 조화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망중한을 가진다.

5시에 먹은 아침이 점심을 기다리지만 가이더는 가미고지까지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가미고지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여기서 가미고지까지는 4km가 더 되고 표고차가 730m나 되는 산길인데 우리 일행이 50분만에 간다고(?)…, 30여분 휴식한 산장을 출발한다.


(사진 407) 다께사와 산장에서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확인하며…



11:30 산장 이정표에서 택명씨와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제일 후미로 출발한다. 그동안 못 나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는데 길을 가로지르는 너덜이 나타났다. 큰 카메라를 2개씩이나 둘러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카메라맨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카메라맨은 여기 너덜이 뒤 배경과 잘 어울린다는 부연설명까지 하는데 다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하여간 배경이 좋다는 것 같다.

그렇다. 택명씨와 찍은 사진은 야리정상에서 찍은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산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지만 택명씨를 만난 것은 1년 정도밖에 안된다. 택명씨는 정말 배울 것도 많고, 닮고 싶은 것이 많은 멋있는 산꾼이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주며, 어렵고 힘든 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솔선수범한다.


(사진 410.2) 다께사와 산장 조금 지난 너덜에서 택명씨와


얼마 가지 않아 일행을 만나 동행하다 휴식하는 사이 선두를 따르기 위해 내달렸다. 조금 가다 배낭 2개를 힘들게 지다가 안았다가 하며 가는 병대씨와 유형을 만났다. 이제 고도도 낮아지고 제법 땀이 나는데 병대씨가 힘들어 보인다. 좀 도와줄까 해도 괜찮단다. 지루한 길을 한참 동안 걸어 내려왔다. 부산 알파인 엄회장과 총무는 이미 멀어진 것 같다.

 

12:15 후우게쯔(風穴) 

다께사와 산장을 출발한지 약 45분. 후우게쯔(風穴) 안내판을 보고 있으니 부부인듯한 중년 남.여가 이 쪽으로 와 보라 하기에다가 갔더니 얼기설기 쌓여있는 너덜 구멍에서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온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자세히 보니 안에 하얀 얼음이 맺혀 있다. 밀양 얼음골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지만 등산로 주변에서 등반객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고 있었다. 규모가 적어 아무것도 넣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들은 "천연쿠라(天然くら:천연창고)" 라고 한다.


(사진 413) 천연쿠라(天然くら) 후우게쯔(風穴) 


12:25 올라오는 등반객 10여명을 만났다. 예외없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걸음을 멈추고 길섶으로 물러선다. 앞서가던 병대씨가 “곤니찌와,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답례하는 중에 좀은 어색하지만 “안녕하세요?” 하며 답해 주는 사람도 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본 한결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려가는 길이든 올라가는 길이든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나면 길섶으로 비켜서서 양보를 한다. 우리가 하산길이니까 먼저 가라고 하면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그들은 길을 양보하는 것과 만나면 인사하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이제 관목대를 지나 완전히 수림대에 들어섰다.


 

(사진 415) 길섶으로 비키며 길을 양보하는 일본 등반객들


12:40 이제 평지 길이다.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침엽수림도 그렇지만 융단같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싱그러운 산죽 숲이 탐스럽다.
가미고지 주변은 온통 산죽 숲이다

습지대 위로 난 나무다리는 가는 길과 오는 길이 각 각인 왕복 2차선이다. 자연보호에 대해서는 세심하고 철저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보호한다.

올해도 설악산은 단풍이 고운 때깔로 물들 것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테고, 새벽부터 대청봉 오르는 길이 막히고 또 희운각 내려가는 길이 막혀 지체될 테고… 그러면 산을 좋아한다 입에 침 틔기는 사람들 중에도 보란듯이 자신들만 바쁜냥 빨리 가려고 온 산에 길을 만들 것 아닌가? 올해는 이런 예상이 제발 빗나갔으면…,
일본 사람들 그들은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지 않는다. 길가의 풀 한 포기까지 보호한다. 정말 자존심 상하지만 우리도 그들이 자연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사진 420) 습지대에 놓은 2차선 왕복 나무다리


12:50 갓빠바시(河童橋)에 돌아왔다.
이 곳을 출발한지 꼭 53시간만에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바로 머리 위에 있을 다께사와(岳澤) 산장이 이곳과 표고가 730m나 차이 나고 저 구름속에 있을 오꾸호다까다께(奧穗高岳)는 여기서 1700m나 높은 곳이다.

먼저 내려와 기다리고 있는 부산알파인 엄회장과 문총무를 만났다.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미고지 버스터미널 구석진 벤치에서 식사를 하려는데 빗방울까지 떨어지니 청승맞다. 알파인 엄회장이 2층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여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후미가 다 내려왔다며 버스에 탑승하란다.


(사진 426) 다시 돌아온 갓빠바시에서 아즈사가와와 오꾸호다까다께를 배경으로

 


그동안 수고한 일행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같이 낯설지 않고 편안했던 부산알파인 엄회장님, 그리고 문총무님,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무사히 완주한 변회장님, 배낭을 2개씩이나 지고 수고한 멋쟁이 병대님, 카메라맨 일민님, 상렬님, 유형, 상영님, 야리가다께 정상까지 오른 유일한 여성대원 순임씨, 종주기간 내내 누구보다 육신의 고생과 마음고생이 심했을 “ㅈ”님, 수고를 많이 하였으나 상업적인 여행사 가이더로는 2%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가이더 “ㅈ”님, 누가 뭐라해도 이번 종주가 차질 없도록 몇 봉우리를 포기하면서까지 희생적으로 수고한 택명님…

모두가 합작하고 날씨까지 도와주어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일행 16명이 아무 사고없이 3000m가 넘는 야리(槍)-호다까(穗高) 연봉을 종주한 것이다. 많은 산악인들의 동경의 대상인 그 북알프스 야리-호다까 연봉을 우리 일행이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종주했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뜻 깊은 북알프스 야리-호다까 종주다. 2년전 가을“해병대 아카데미”에 입소하여 구보도중 무릎통증으로 다리를 끌다시피 하면서 걸어 들어오면서 가졌던 낙망감이란…

그동안 무릎 치료를 위해 절치부심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수영과 헬스와 등산으로 회복될 것 같지않던 무릎도 점차 회복되어 문수산을 오르고, 간월산과 신불산을 오르고, 영남알프스를 종주하고, 백두산을 종주하고, 설악공룡, 용아를 타고, 지리산 당일 종주까지 하면서 무릎상태를 체크하며 강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이제 마음속에 동경하던 북알프를 종주하였다. 정말 감사하다.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아! 꿈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다.


13:40분경 가미고지를 출발하여 히라유 대중온천과 다까야마 일본 전통거리를 거쳐 고마끼(小牧)시내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인 GREEN INN에 도착하니 21:30이었다.

다음날 일찍 중부국제공항(中部國際空港)으로 이동하여 11:40 KE-754편으로 13:10 김해공항 도착,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14:40 분경 공업탑 로타리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4:50. 이렇게 대장정은 끝났다.

다음은 어느 산으로 가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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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종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 산장을 포함한 종주로 전체가 깨끗하였다는 것이다.
   버리지 않고 집으로 되 가져가기 때문에 쓰레기를 거의 찾아 불 수 없었다.

○ 등반길에서 마주치면 대열이 몇 명이든 한결같이 멈춰 길섶으로 비켜서서 길을 양보하며, 인사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 산장의 휴지는 절취선없이 필요한 만큼 잘라서 쓰고,
   세면대 물도 젓가락 굵기만하게 가늘게 나와 조금도 낭비하지 않으며,
   음식물은 필요한 만큼 덜어서 먹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 모습들...

○ 등산로도 사람이 다녀 길이 된 것일뿐 인위적인 것은 철 사다리와 체인을 설치한 것이 고작이다.

   등산로는 한 줄로 다니기 때문에 좁고 자연 파괴가 거의 없다. 그리고, 문화적 차이일수도 있겠으나,

   계곡에서 목욕은 커녕 손도 씻지 않는다.
 
○ 남을 배려하고 각 자 책임을 다하는 모습…,
   한 가족이 등산을 하더라도 어린 아이까지 자신의 짐을 지고 간다.

 

 


북알프스 종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참고될 몇 가지

○ 인원은 팀10명 이내로(여행사는 당연히 15명을 채우려 하겠지만..)

○ 고산지대의 기상 급변에 대한 대비 필요.
   특히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구간들이 산재해 있다.

○ 안전한 등반을 위해 암릉산행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음.
   실제 위험한 구간도 조심하면 안전함.
   용아장성보다 위험은 덜하다 할 수 있으나 기상악화나 낙석 위험 등 다른 변수가 많음.

○ 고산병증세는 심하지 않으나 보통 첫날은 머리가 조금 지끈할 정도로 미미함,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오기렛또 통과시 어려움 당할 수 있음.

○ 여행사 안내등반일 경우
   필히, 가이더는 북알프스 종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이국 땅에 가는 것이니까 일본 지리나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안내할 수 있는 가이더를 요청할 것.

○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갈 경우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되 종주 경험담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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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참 고 자 료

 

  1. 지도 (북알프스)
    북알프스 위치(位置)   
    북알프스 개념도(槪念圖)
    다테야마(立山)-야리(槍) 등산지도
   야리(槍)-호다까(穗高) 등산지도
    종주코스①
    종주코스②
    야리-호다까 표고
    일본 1/25000 지형도

 

  2. 접근 방법
   히라유(平湯) 가는 방법
    가미고지(上高地)①
    가미고지(上高地)②
   히라유(平湯)↔가미고지(上高地)
    Time Table①
    Time Table②
   Time Table③
   Time Table④

 

  3. 참고 자료
   산장안내(山莊交友會)
   날씨  산악기상정보
    Mountain Web
    Outdoor 전문출판사  산과계곡사
    산행기  북알프스 전산종주(全山縱走)
    북알프스의 산들
    북알프스 등산정보  코스별 소요시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