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눈꽃 산행(지산에서 취서산,신불산,간월산 거쳐 배내고개까지)

2009. 4. 7. 01:06山情無限/영남알프스

 

 

 

송년 눈꽃 산행

(지산에서 취서산,신불산,간월산 거쳐 배내고개까지)

 

 

 

 


    ○ 일시 : 2005. 12. 31(토)  09:30 ~ 15:30 
    ○ 코스 : 지산 - 취서산 - 신불산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
    ○ 참석 : 혼자

    ○ 구간별 소요시간
              09:30        지산 버스종점
              10:30~50     취서산장(산불감시소)
              11:20        취서산 (1059m)
              12:05        신불대피소
              12:25        신불산 (1209m)
              13:00~30     간월재 포장마차. 식사
              13:55        간월산 (1083m)
              14:25        912봉
              15:00        배내봉 (966m)
              15:30        배내고개



지난주에 세월 송년산행을 다녀 온 터라 오늘은 혼자 영남알프스를 걷는 송년산행을 하기로 했다. 코스는 지산에서 배내봉까지 부담없는 산행을 하기로 하고 8시경 집을 나섰다. 언양 강변 주차장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대중교통으로 신평까지 가서 지산리 본지산 마을에 9시 반경 도착했다.



(지산 버스 종점, 취서산 꼭대기는 구름에 잠겨있다)

(취서산 산행 들머리)


취서산 봉우리를 덮고 있던 구름이 들머리를 지나 평탄한 송림 길을 오르는데 싸락눈이 내린다. 나라 온 산이 재선충 때문에 수난인 이 때, 제법 둥치가 굵게 잘 자라는 소나무가 고맙다.


(울창한 솔 숲을 지나)


(취서산장에서, 산장지기가 끓여준 헛개차 뒷맛이 감미롭다)
 

1시간 가까이 오르다 보니 벌써 취서산장(산불감시초소)이다. 평소에는 산장 마당에서 사방을 한번 조망해 보고는 곧바로 정상을 향했는데 오늘은 산장에서 제일 맛있다는 헛개차까지 마시며 여유를 부려본다. 추위에 얼은 몸이 녹고, 헛개차 뒷맛이 감미롭다. 산장지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샘터는 가뭄으로 물이 말랐는데 주변에 과일껍질과 쓰레기들이 즐비하다. 올해에 하려고 했던 일중의 하나가 영남알프스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고 싶었는데, 별 어렵지 않은 일도 준비가 부족하여 해를 넘기게 되었다.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 중에도 야생동물의 먹이가 된다며 과일껍질을 함부로 버리는데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들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나 밤 또는 약이 된다고 마구 따는 과일과 열매를 그들 몫으로 돌려주는 것이 옳을 것이며 가져간 것은 모두 되가져와 아니간듯 흔적도 남기지 말고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흩날리던 싸락눈을 고이 받아 품고 있는 산죽들)


이어지는 청초한 산죽 숲에는 조금 전에 내린 싸락눈을 만나인양 고이 품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거대한 암봉에 눈꽃이 피었다)


숲 속에서는 숲이 보이지 않듯 취서산 웅장한 암봉은 정상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암봉의 위용을  잘 느낄 수 있는 맞은편 바위로 가는데 능선너머 골짜기에 눈꽃이 만발해 있다. 멋진 장면을 몇 컷하고 위를 보니 암봉 뒤쪽으로는 더 장관 아닌가.

 

눈꽃이 만개한 암봉은 역시 카메라에 담기 힘든 장관이다.



(암봉 뒷쪽에는 눈꽃이 만발했다. 바람이 세차다)


11:25 취서산 정상. 눈꽃은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피나 보다. 방한모로 귀를 감쌌다. 방한용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리다. 이렇게 추운 날은 손 시린 것보다 카메라가 더 문제다. 보온 커버까지 했는데 벌써 배터리가 나갔다. 다른 배터리로 바꿨는데도 역시 마찬가지다. 신불산에서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취서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제일인듯 한데 카메라 배터리가 다 나갔으니

취서산 정상에서 바위를 타고 내려 억새평원 장쾌한 능선길에 들어섰다. 왼쪽 능동산에서 재약산, 수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재약산 가는 길에 샘물산장과 함께 간다. 오른쪽으로는 에베로리지가 마치 닭벼슬 같이 솟아있고 삼봉능선, 너머 공룡능선도 한 눈에 들어온다.

 

11시 방향 저 멀리 가지산이 뾰족한 모습으로 보인다. 영남알프스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좋은데 그 중 아쉬운 것이 올해 둘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영남 알프스를 샅샅이 훑는 세월산방에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구석 구석을 가보지 못한 것과 좋은 분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다. 세월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은터라 가입은 일찌감치 해놓고는,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고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두번째가 엄회장님의 부산알파인클럽의 영남알프스 산행에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동행산행은 고사하고 마중도 못 나간 것이다. 학심이골 산행, 억산산행 때도 그렇고, 11월초 능동산에서 재약산에 이르는 산행이 그렇다. 울산에 오셨는데 말이다. 정기산행이 일요일에 이루어지니까 아쉬운 마음만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신불 억새평원을 걷는 것은 트래킹도 아니고 산보다. 그기다가 사진 찍을 일도 없으니 할 일이 없다. 산행중에 사진을 찍으려면 소재를 찾으랴 구도 잡으랴 바쁜데 말이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어야 하고 맘에 들면 또 찍어야 하고 그래서 발도 바쁘고 머리도 바쁘고 다 바쁜데

 

설화가 하얗게 핀 대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면서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인데, 그러다 남은 배터리에 미련이 남아 혹시나 하고 끼워보니 이게 왠일인가 화면이 뜨는 것 아닌가!

 

칼바람이 거세다. 간간이 마주치는 산객들도 눈만 빼꼼이 내어놓고 완전무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파른 길을 오르면 몸에 열이라도 나겠지만 이 신불평원을 걷는데는 그렇게 힘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눈꽃을 피우기 위해 바람은 살을 에는가?)


신불재에서 신불산으로 오르는데 신불산 정상은 환갑지난 노인의 머리같이 희끗희끗하다. 오르는 길 돌무덤에는 마치 자석에 쇳가루 붙은듯 눈 꽃이 피어 있다.


 

(꼭 자석에 쇠가루 붙은 것 같다)


12:25~35 신불산 정상, 지금까지 오른 산중에서 신불산을 제일 많이 올랐을 것이다. 한 달에 4번도 올랐으니 말이다. 수없이 올랐지만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특히, 지난 겨울 나무와 눈이 함께 엉겨 얼어붙어 100m 넘게 터널 속을 낮은 포복으로 올랐던 기억이 새롭기도 하고...



 

(공룡능선 쪽에 만발한 눈꽃)


그 때 만큼은 못하지만 오늘 눈꽃도 멋있다. 특히 구름이 자주 넘나드는 공룡능선쪽에는 눈꽃이 하얗게 만발했다.



 

(신불산 정상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취서산은 멀리서 보아도 멋있다)


신불산 정상의 높이는 2002 10월 국토지리정보원의 정밀측정 결과 높이가 1,209m가 아니라 1,159m였다고 한다, 지리정보원이 근래 정밀 측정하여 제작한 1:5,000 지세도 언양(083) 도엽에도 신불산은 1,159m로 명기돼 있다. 또 취서산은 현재 표지석 2개에 표기된 1,059m 1,075m도 아닌 1,081m이고, 간월산은 1,083m가 아닌 1,068.8m. 그리고 재약산도 높이가 1,108m가 아니고 1,119m

 

그렇다고 신불산이 영남알프스 고봉들중 가지산 다음인거야 변함없지만 영남알프스 지역 지자체들이 표지석 높이를 일시에 빨리 바로 잡았으면 한다.



 

(가야할 길을 조망하며, 간월산,배내봉. 저멀리 가지산도 보인다)


 

(멋있는 곳에서는 찍어 줄 사람없고, 산객 만나자 마자 한 컷 부탁)


눈꽃이 화원같이 펼쳐저 있는 간월재 쪽 응달도 공룡능선쪽 눈꽃 못지않다. 눈꽃 만발한 화원에서 증명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오늘따라 산객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다들 어디 갔는지 조금 내려가다 간월재 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객이 보여 기다렸다가 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겨우 남겼다.



 

(간월재 내려가는 길에서, 눈꽃은 나무에만 피는게 아니다)


12:55 간월재, 신불산에서 간월재 내려가는 길과 간월재, 그리고 간월재에서 간월산 올라가는 등로를 잘 정비해 놓았다. 특히 간월재에는 억새 탐방로를 만들어 놓아 자연미는 좀 사라지지만 그나마 억새밭이 보호될 것 같아 좋다.



 

(오랫만에 간월재 식당에 들러 라면 한 그릇, 라면과 김치맛이 일품이다)


오랜만에 간월재 포장마차에 들렀다.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신불산 오를 때는 점심을 이곳에 와서 라면 한 그릇으로 때우면 간단하다. 이 포장마차의 김치가 별미다. 보통 때는 라면 한 그릇 먹고는 바로 출발하기 바빴는데 오늘은 여유를 부려본다. 디저트로 커피까지 타 주신다. 아주머니와 영남알프스 겨울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어 13 30분께 아주머니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하며 간월산으로 향했다.

 

 

(간월산 정상에서, 좌측에 재약산과 수미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간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신불산의 모습은 웅장하다. 서쪽방향 멀지 않은 곳에 수미봉, 재약산이 아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11시방향으로 능동산이, 그 너머에 가지산이 조망되고,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운문산, 억산까지 조망된다.

간월산에서 사방을 조망하고 있는데 명촌 농장쪽에서 배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온 50대 중반의 산객 3명이 올라왔다. 그 중 한 명이 나를 보자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소연하듯 산행대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 들어보니 힘든 코스만 끌고 다니면서 욕보인다고, 그래서, 오늘 정말 좋은 코스를 타셨네요. 그 코스를 잡은 산행대장님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며, 그리고, 산에서는 산행대장을 도와주고 산행대장을 하느님같이 섬겨야 한다고 해 주었는데 글쎄,



 

(912봉 오름길의 억새밭)

간월산에서 한 참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억새밭을 지나 쳐 올라 912봉에서 닿았다. 잠깐 쉬면서 지나온 길 조망해 본다. 간월산이 앞에 버티고 그 뒤로 신불산 능선이 육중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태 앞만 보고 다녔는데 오늘은 온 길을 노루같이 뒤돌아 봤다.

여기서부터 배내봉까지는 고도 차이가 별로 없으면서도 철쭉을 비롯한 잡목이 우거진 변화가 많은 오솔길이다. 오른쪽으로 단애가 형성되어 적당히 긴장감을 주기도 하는데, 봄에는 철쭉이 정말 멋있게 피고, 가을에는 갈잎이 노래하는 정말 호젓한 길이다.

 


 

(배내봉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멀리 신불산, 간월산이 하얗게 보인다)


오후 세시쯤 배내봉에 도착했다. 능동산을 넘어 석남사까지 가려니 시간도 부족하여 무리하고 싶지않아 배내고개에서 끝내기로 했다.

 

배내봉에서 여자 2명과 여자들 성화로 온 듯한 남자 1명을 만났다. 나를 보자 마자 어디서 오는 길이냐?기에 취서산에서 신불산 간월산 거쳐오는 길이라고 하니 신불산에 눈이 얼마나 있더냐?며 여자들이 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응달에는 눈이 좀 있지만 양지바른 곳에는 눈이 다 녹았더라 하니까 남자가 그 봐라 한다. 다시 눈은 별로 없어도 눈꽃은 멋있게 피어있다고 하니까 또 여자들이 그 봐라한다. 여자들은 신불산까지 가자고 하고 남자는 그만 내려가자고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바쁘게 가도 신불산까지 2시간 이상 걸리는데 지금 그곳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하고 오늘 날씨가 추워 내일도 눈꽃이 그대로 있을 것 같으니까 내일 일찍 한번 올라가 보시는게 좋을 것 같다며 겨울에는 오후 3시까지 산행을 마치는 게 좋다고 했더니. 남자가 또 그 봐라 한다.

15:30 배내고개, 일단 석남사 주차장까지 이동하기 위해 지나가는 차를 잡기로 했다. 승용차 3대가 그냥 지나간다. 갤로퍼가 한 대오길래 손을 들었더니 내 앞에서 섰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산내쪽으로 포항까지 간다고 했다. 영남알프스가 있는 울산이 좋다며 영남알프를 자주 찾는데 원점회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낙남정맥 종주구간 산행방법과 석남사에 차를 두고 가지산에서 운문산 억산까지 갔다가 시외버스로 돌아오는 방법을 귀뜸해줬다.


 

(석남사 주차장 난장 풍경)

(산행 시작할 때는 잔뜩 흐렸는데 석양이 아름답다)


석남사 주차장에서 언양가는 버스를 타고 승용차를 회수하여 울산으로 향하다가 영남알프스를 뒤돌아보고 마루금이 선명히 나타난 영남알프스를 파노라마로 찍어본다. 이렇게 2005년 송년산행은 나름대로 의미있고 행복한 산행으로 마무리가 되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