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억산 세월 송년 산행

2009. 4. 7. 01:04山情無限/영남알프스

 

 

 

운문산-억산 세월 송년 산행

 

 



    ○ 일시 : 2005. 12. 24(토)  09:15 ~ 15:15
    ○ 코스 : 석골- 운문산- 딱발재- 범봉- 900봉- 팔풍재- 억산- 석골사
    ○ 참석 : 세월 카페 회원 27명

    ○ 구간별 소요시간
              09:15        석골사 출발
              10:25        청송 史씨 무덤
              11:30~50     운문산 (1195m)
              12:35        딱발재
              13:00        범봉 (962m)
              13:15~35     900봉. 식사
              13:43        팔풍재
              13:47        깨진바위
              14:05~15     억산 (954m)
              14:20        헬기장
              15:15        석골사






영남알프스를 샅샅이 훑는 코스가 마음에 들고,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카페가 좋아 정식 멤버가 된 후 4번째 산행이다. 9월부터 참여하였으니 한 달에 한번 꼴로,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 산행참여가 적어 아쉽다. 세월에서는 매주 산행을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을 번갈아 가기 때문에 한 달 동안 토요 산행이 2번인데 그나마 한 번은 백두대간 참여로 빠져 한 달에 한 번 참석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가능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출석을 하려고 작정하고 있다. 오늘을 송년산행이어서 더 그렇다.

 

지난달 생금비리~지룡산 산행 때도 석남사 부근에 차를 두고 합류를 했는데, 오늘은 차를 아예 산행 들머리까지 가지고 가서 산행이 끝나면 곧바로 시골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세월산행 출발지인 삼호다리 아래 아지터에 가니 벌써 중형 버스에는 정다운 모습이 가득하다.

라기님의 안내로, 도중에 월지님, 심산님을 태운 후 석골사 청림산장가든 마당에 차를 주차시키고 조금 늦게 도착하니 낭만대장님이 오늘은 사전 공지한 대로 각자 코스를 알아서 정하고 3시반까지 원점회귀하라고 하면서 풀 코스로 산행할 1조를 챙기고 있었다. 청산님, 청산님 친구분, 번개님, 홀로바우님, 태풍님 이렇게 5명으로 소위 “빨치산조”가 짜여지고…, 난 어느 조에 붙을까하고 망설이는데 세월대장님 "시나브로님도 함께 출발하지요" 하기에 응겁결에 따라 나섰다.


 

(이화님이 "빨치산" 또는 "짐승조"라고 부르는 세월 준족 1진과 함께 출발)

 

09:15 석골사 출발 

오늘 산행코스는 석골사에서 서북릉으로 운문산을 올라 딱발재, 범봉, 팔풍재, 억산, 수리봉을 거쳐 석골사로 회귀하는 코스다.

 

석골사 입구 석골폭포 위 철조망을 넘어 계곡을 건너니 까마득한 바위능선 길 서북릉이 다가선다. 스틱 길이를 맞추면서 바위 길을 오르는데 잠깐 주춤하는 사이 벌써 선두와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발동이 늦게 걸리는데다 일주일 내내 송년회 쫓아 다닌 때문인지 다리도 묵직하다.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일행을 따라 부치려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렇다. 별 생각없이 멋진 코스에 욕심을 부렸고 소위 “빨치산조”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따라 나선 것이 계산착오다.

 

이미 일행과는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간격이 벌어지고, 어차피 따라 붙기도 힘들거니와 같이 간다고 해도 저 정도라면 사진 한 장 못 찍고 앞 사람 뒷 꽁무니만 보고 달려도 힘들 것 같아 아예 내 페이스대로 가기로 했다. 일단 뒤쳐져 따라가겠다는 의사를 전해야겠는데 방법이 없다.





(한참 빡시게 오르다 양산에서 왔다는 산객 5명을 만났다)


가파른 능선을 조금 오르니 양산에서 왔다는 산객 5명이 전망 좋은 바위에서 쉬고 있었다. 배낭에 달린 시그널을 보더니 일행은 한참 갔을 것이라 일러주면서,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자신들도 길을 비켜 주었다고 했다. 양산팀과 함께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을 걷고 있는데 앞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서 다가온다. 산죽이 우거진 바위 사이길로 오르자 딱발재, 깨진바위, 억산 등 골 안쪽이 조망된다.

10:25 청송 史씨 무덤

 

조금 더 오르니 평지가 나오고 청송 史씨 무덤을 지나 오르니 응달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고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매섭다. 귀와 손끝이 시리고 발까지 시리다. 자켓을 꺼내 입었는데도 손발 시린 것은 도를 더한다.

 




(멀리 도로에서 보면 마루금이 마치 이빨 빠진듯 보인다)


맞은편 찻길에서 보면 마루금이 이빨 빠진 것 같이 움푹 파여 보이는 곳인가 보다. 우뚝 선 바위에 올라서니 수십길 낭떠러지로 아래가 까마득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바위에 눈이 덮여 있고 신발에도 눈이 얼어붙어 있어 불안하다. 사진도 못 찍고 내려왔다.

 

바위를 통과한 등로는 다시 응달쪽 암벽으로 이어지는데 발자국이 나 있는 윗길로 가려니 눈이 다져져 미끄러울 것 같아 밑으로 내려가니 여기는 2m나 됨직한 비탈진 바위를 올라야 하는게 아닌가. 잡을 것도 없는데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자신이 없어 다시 위로 올라가 몸을 굽혀 작은 나무 밑둥을 잡은 다음 발을 겨우 옮겨 건넜다. 어휴, 오늘따라 눈 길이 왜 이렇게 겁나는지….






(정상 가까운 응달에는 눈이 그대로 있다)

 

운문산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눈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많이 쌓여 있어 제법 뽀드득 거린다. 눈이 온지 제법 되었지만 응달에는 그대로 있고 야생동물 발자국도 간간이 보인다. 앞서 간 사람들이 간 길을 따라가다 비켜나 발자국이 없는 곳으로 들어서 본다. 무릎아래까지 빠진다.





(영남알프스 요소 요소에서 반갑게 만나는 국제신문 근교산행 취재팀 시그널)





(자국도 크고 보폭도 제법 길다. 어떤 짐승 발자국인지...)

 

 



(솔 잎에서 녹다만 눈송이, 꼭 목화송이 같다)


 

11:30~50 운문산 (1195m)

이윽고 운문산 정상. 사방이 잘 조망된다. 온통 희끗희끗한 산군에 둘러싸여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가지산은 물론 남쪽으로 길게 뻗은 능동산에서 재약산 간의 산맥과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죽바우등, 오룡산의 산군이 그침없이 다가오고 서쪽으로는 깨진바위, 억산 등 막 달려보고 싶은 산들이 지천이다. 사방을 돌아가며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 본다. 일행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딱발재쪽에서 올라온 산객이 있어 물어보니 이미 20여분 전에 만났다고 한다. 그 정도 될 것이다. 올라오면서 10분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고, 정상에서 10분 이상 지체했으니…,  





(운문산 정상에서)





(해학스런 이정표 뒤에 가지산이 우뚝 서 있다)

 

양산팀은 아랫재를 거쳐 가지산 방향으로 간다고 한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딱발재를 향하여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간다. 혼자서 하는 호젓한 산행이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도중 오른쪽에 펼쳐지는 가지산 골짜기들은 옷을 벗어 속살을 다 드러내고 있다. 골이 깊고 예사롭지 않다. 가지산에서 흘러내린 심심이골, 운문산에서 흘러내린 천문지계곡, 북부능선 너머 학심이골 등등…, 내년 여름에 찾아야 할 심산유곡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림길에 미끄럼 탄 흔적들..., 그 사이로 눈에 익은 홀로바우님의 머렐 등산화 발자국(특이 하니까)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반갑고 정겹다. 눈이 온 산길을 뒤따라 가면 길 찾기가 쉽다. 특히, 오늘같이 눈에 익은 발자국이 있을 경우 좋은 안내가 된다. 눈길을 한참 내려가니 간간히 리지가 형성되더니 아래가 까마득한 직벽에 로프가 걸려 있다.





(사진으로는 별 것 아닌것 같은데, 중간쯤에서 진땀을 빼며 매달려 있었다)


산행시 제일 중요한 게 안전인데 오늘같이 만나는 사람도 없고 그나마 일행에서 이탈된 상태에서의 불상사는 끔찍하다. 로프를 잡고 1m쯤 내려가는데 스틱이 많이 걸린다. 스틱을 풀어 아래로 던졌다. 그래도 다음 발 디딜 곳이 마땅하지 않다. 왼발을 내디뎠다가 불안하여 다시 오른 발로 바꿔 디뎌보지만 발에 힘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동안 로프를 잡고 엉거주춤 바위에 매달려 있으니 팔에 몸무게가 느껴지며 힘이 들어간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문제가 될 것 같아 조심조심 발을 내리 디뎌본다. 바위에 얼어붙은 얼음이 미끈하며 겁을 준다. 아직 한 길은 더 남은 것 같은데 발 디딜곳이 마땅치 않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줄을 잡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뛰어 내렸다.

12:35 딱발재 

온 산에 간벌하는 전동톱 소리가 매미소리 같다가 때로는 헬리콥터 같은 소리로 온 산을 진동한다. 딱발재에는 현대자동차산악회에서 세운 큼지막한 이정표가 반긴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석골사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운문사, 곧장 2.1km를 가면 억산정상이다.


13:00 범봉(962m)
 

허기도 느껴지고 하여 범봉 정상 조금 아래 양지바른 바위 밑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먼저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끊이고 있다. 잡목으로 둘러싸인 범봉 정상은 20평 정도 됨직한 평평한 곳인데 주위에 잡목이 우거져 조망권은 별로 없다. 우측으로 난 길로 내려서 900봉으로 향한다.





(밀양문화원에서 나왔다는 분들이 줄자로 등산로를 실측중이다)


900봉 오르는 길에서 호각소리가 나서 보니 50m쯤 되는 나일론 끈 줄자로 실측을 하고 있는 밀양문화원에서 나온 분들을 만났다. 억산에서 운문산까지 실측을 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


딱발재에서부터 점심 먹을 곳을 찾아도 마땅한 곳이 없다. 900봉 넘어서자마자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와이프가 또 맛있는 국을 보온병 가득 채워 주었는데 혼자서 점심을 먹어야 하다니..., 양지바른 곳이어서 추운줄 몰랐는데 스틱 위에 걸어 놓은 모자가 그 사이 얼었다.

 

13:15~35 900봉. 식사

 

팔풍재를 향해 비탈진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낙엽 위에 쌓인 눈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길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잡목 사이로 점점 다가서는 깨진 바위 위용이 과연 대단하다.

 

13:43 팔풍재

 

여기서도 사거리로 나뉜다. 직진하면 깨진바위를 둘러 억산정상 0.5 km, 오른쪽은 대비사 2.6km, 왼쪽은 상운암계곡(치마바위) 1.7 km을 지나 석골사로 내려갈 수 있다. 정면에는 거대한 깨진바위 암봉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보인다.





(반갑게 만난, 홀로바우님의 눈위에 선명한 머렐 등산화 발자국)


13:47 깨진바위
 

딱발재 내려오기 전 릿지에서부터 보이지 않던 홀로바우님 머렐 등산화 발자국이 눈길에 선명히 찍혀 있다. 홀로바우님을 만난 것 같이 반갑다. 그러나 추운데 기다린다고 수고를 많이 한 것 같아 미안하다. 나는 아예 마음 편하게 내 페이스로 산행중인데..., 억산 정상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가파른 암릉길이 마지막 힘을 쏟게 한다.





(깨진 바위의 위용, 꼭 히말라야 고봉 같다)

14:05~15 억산 (954m)

오던 길을 돌아 보니 저 멀리 몇 개의 봉우리가 구비구비 넘실댄다. 사방이 훤히 트여 전망이 좋은 억산 정상은 한적하다. 

 

저 멀리 운문호가 그림처럼 펼쳐있고, 운문산과 가지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깨진 바위와 함께 수직 상승감을 느낄 수 있어 그 동안의 산행 피로를 말끔히 날려 보내며 산행의 즐거움을 충분한 보상해 준다. 북쪽 아래에 있는 운문호 오른편의 절벽을 이룬 산이 예사롭지 않은데, 바로 저 산이 지난번 세월팀과 함께한 지룡산이고 옹강산은 그 너머에 있다.

증명사진을 찍으려 해도 찍어줄 사람이 없어 억산 정상 표지석만 찍었다. 조금 있으니 수리봉 쪽에서 7~8명이 왔고 또 금새 팔풍재쪽에서 올라운 창원 산꾼들, 운문산에서 왔다는 세이클럽 산방 운영자 등 갑자기 억산정상이 산객들로 가득차고 왁자지껄하다.





 (억산, 어떤 사람들은 억! 억! 하면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억산이라고도....)





(조망의 즐거움, 산너울이 넘실댄다)





(억산 정상 이정표, 여기서 구만산방향과 수리봉 방향으로 나뉜다)


14:20 헬기장

사실 오늘 계획은 풀 코스를 다 타보려 했는데, 초반 페이스 조절에서 실패하고“빨치산조"에서 이탈하여 일찌감치 편한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대장님이 15:30까지 식당에 도착하라고 하였으니 일단 하산시간 1시간을 뺀 14:30분까지 편한 맘으로 가는데까지 가 보기로 했는데 벌써 시간이 14:15분이다. 아무래도 수리봉으로 가면 늦을 것 같아 억산에서 제일 빠른 길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마침 세이클럽 산방 운영자와 동행하게 되었다.

 

조금 진행하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5분여 진행하니 갈림길이 나온다. 표지기가 땅에 다 떨어져 있다. 일부러 다 떼어 놓은 것 같다.





(양지바른 곳에는 아직 푸른 빛이 겨울을 버티고 있다)


 

15:15 석골사 회귀

잠시 완만한 경사를 내려 오자 평평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왼쪽은 운문산이, 오른쪽에는 절벽산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하산길이 그렇게 급하지 않고 부드러운 흙길이라 크게 부담이 없다. 다행이다 싶다. 중간 중간에 미끄러운 급경사가 드문드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석골사 아래 청림산장가든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3시 15분. 약속시간 이전에 도착하였으니 뿌듯하다. 날씨가 예상보다 추워 양볼이 얼고 장갑을 꼈지만 손이 시리고 발이 시려 고전하고, 바위에 매달려 고생도 했지만 산행후의 기분은 언제나 행복하다고 느끼며 식당으로 들어 서는데…,

왠걸, 대부분 코스를 짧게 잡았고, “빨치산조”도 워낙 빠르게 진행을 하다보니 거의 3시 전에 도착을 하고 남은 사람이 혼자였는데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으니 무슨 사고라도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잃은 양 한 마리에 낭만대장님이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보자 얼마나 반가워들 하는지…, 여태 산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친 적이 없었는데…, 내 딴에는 시간 맞춰온다고 15분이나 일찍 왔는데도 말이다. 역시 세월은 이래서 맘이 더 포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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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월 송년산행으로 산행후 송년회를 겸하여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하산주를 하면서 여태까지 낭만 대장, 물망초 총무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산행대장 5명과 총무 2명을 세워 체제를 보완하고 운영진의 부담을 줄이기로 하였는데, 좋은 분위기에서 자원하는 맘으로 수락하여 세월의 업무가 많이 분담되게 되어 정말 잘 되었다.

 

그동안 수고하신 낭만 대장님, 물망초 총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2006년 새로 산행대장을 맡으신 청산님, 번개님, 홀로바우님, 태풍님, 하늘의 백장미님 그리고 총무를 맡으신 이화님, 계수나무님 수고 많이 해 주시길… 
 

곧이어 2차 송년파티는 갈 길이 바빠 살짝 빠져나와 차를 몰고 시골로 향했다.


그동안 수고가 많으신 운영진,
내년에 수고할 새 운영진...
그리고, 세월 가족 여러분!
2005년 여러분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고 정말 즐거움이었습니다.
내년에도 더 멋진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