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7. 01:37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꿈결인듯... 그림같은 영남알프스에서 이틀밤 사흘낮
○ 언 제 : 2007. 11. 2 ~ 4
○ 누구와 : 혼자 나섰다 산 친구들을 만나다
○ 지나온 길 ○
배내고개-능동산-샘물산장-재약산(1박)-
수미봉-죽전마을-백련-신불재-신불산-간월재(1박)-
간월산-932봉-배내봉-배내고개(원점회귀)
만추의 영남알프스에 들려고 하니 최소한
이틀밤 사흘낮은 되어야 할 것 같아 하루 휴가를 냈다.
첫날은 배내고개에서 재약산까지 걸어 재약산 정상에서
산 첩첩, 일렁이는 산너울 위로 붉게 물들이는 일몰과 신불산 위로
솟는 찬란한 일출, 그 햇살을 머금고 춤추는 억새에 빠져 보고,
둘째날은 수미봉을 거쳐 죽전마을에서 청수좌골로 올라
신불평원 억새꽃밭 중의 억새밭 단조샘 부근에서 1박하려던 것을
마침, 사이버 상에서 만나던 다음카페 "비박과 야영", "간월재" 친구들이
토요일 밤 간월재에 든다니 간월재로 가서 1박하면서 만나봐야겠다
다음날은 교회가야 하니까 서둘러 간월산으로 올라 배내봉을 거쳐
배내고개로 원점회귀 하기로 하고 짐을 챙겨 금요일 오후
배내고개에 주차를 시키고 능동산으로 오르는데
미치도록 보고픈 영남알프스 가을 모습을 보러
산에 드는데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이 기분좋은 예감(豫感)!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을 오르는데... 반투명한 억새가 무리지어 환영한다)
(능동산 정상에서, 억새꽃 너머 저멀리 오늘 밤을 보낼 재약산이 눈에 들어온다)
(쇠점골 약수터, 영남알프스가 정겨운 건 곳곳에 생수가 나는 것도 한 몫한다)
(하늘이 그리웠는지 키보다 높게 자란 억새꽃밭을 지나)
(마치 억새꽃이 하늘을 날듯... 한 점 구름이 떠가듯...)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 한톨이 터잡고 자라 이제는 뿌리가 얽혀 억새천국이 되었다)
(올망졸망한 재약산 방향 산줄기, 왼쪽이 배내골 오른쪽은 얼음골, 쇠점골)
(샘물산장에서 바라보는 재약산)
(억새꽃밭 위에 솟은 봉우리가 재약산 정상석이 서있는 수미봉)
(창조주의 솜씨는 놀라워... 억새꽃 피지않은 영남알프스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억새꽃밭에서, 샘물산장 주인은 산장 헌 사연에 열을 올린다)
(산정무한, 산과 함께하는 자유)
나 밖을 떠도는 내가 찾아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그 세계는 어딘가
머리 속 전두엽과 후두엽 사이
틈없는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며 내 안에 들어와서
거꾸로 흐르는 시간 안에 나를 잡아두고 싶어하는
내 눈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보고있지 않는 눈동자
그 너머로 얼핏 잡힌 뻥 뚫린 거긴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먼 데가 가까운데라고
훗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고개드니
入口이자 通路이자 出口의 門인
내 눈동자 너머의 광활한 虛空
beyond here and now
나를 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고
나를 닫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다는
섬뜩한 직감 또는 예감
훗날이 오늘이다 / 유안진
( !!! )
가을 햇살 저무는 재약산 산마루에
호호백발 투명하기까지 하여
석양을 곱게 머금고 빛을 발하구나
젊은 날의 억세고 푸르던 꿈은
백발의 노인으로 곱고 겸손하게 익어
바람따라 고즈넉이 흔들리는데
온 몸이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경건히 머리 조아리는
재약산 억새풀을 닮고 싶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태양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아!
일생을 다하고 영원한 집으로 돌아갈 때
저 태양같이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면
저렇게 넓지는 않더라도 한 뼘 주변만이라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재약산 정상에서 첫 밤을 맞는다)
달밝은 날에는 영남알프스 장쾌한 능선을 따라 걷고 싶고
초롱초롱한 별이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밤 깊도록 밤하늘 별을 보고 싶었다.
별을 보려 자리를 잡았는데... 매서운 바람을 견디기 어려워 텐트 속으로
피신을 해 보지만 텐트 속은 완전히 오케스트라 연주장. 바람소리가 심하다.
딱히, 할 일도 없어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보지만 아직도 초저녁...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눈을 떠보니 자정을 갓넘긴 시간
다시 자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자고... 몇 번을 반복하며
동지섣달 긴긴밤보다 더 긴 밤을 지샜다.
(밀양방향의 산너울 그리고 골골에 피어오르는 새벽안개)
재약산 정상에서 둘째날을 맞는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또 새날이 밝아 온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내일이 없는 날이 오리라. 그런 때도 있으리니
값없이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자
골골이 피어오르는 새벽안개가 얼마나 정겨운지...
(밤새 유난하게 몰아치던 세찬바람도 해가 떠오르자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영혼의 빛
먼저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라.
자신의 육체를 영혼의 빛이 감싸고 있다고 상상하라.
그런 다음 숨을 내쉬면서 그 빛을 그대의 몸 안으로 불러들이고,
호흡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가져가라. 가장 오래된 명상법 중
하나는 빛이 자신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숨을 내쉬면서 속안에 있는 어둠과 부정적인
것들을 바깥으로 내놓는 것이다.
- 존 오도나휴의《영혼의 동반자》중에서 -
(해가 떠 오르자 꽃들도 부시시 눈 비비고 일어난다)
밤새 유난스럽게 몰아치던 세찬바람은
억새꽃을 출가시키는 어미의 마음이었으리라.
끊기지 않는 질긴 緣, 그 끈을 놓지않으려 발버둥쳤겠지.
이별해야 만나고, 썩어져야 살아 나는 것인데...
아직 떠나지 못한 꽃술은 또 그만큼 모진 생명력, 억센 발톱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흙을 움켜지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
(눈이 부셔도 바라볼 수만 있다면...)
(배낭꾸리는데만 20분이 더 걸렸다. 재산목록에 넣어야할 Denali Pro 106L)
(그림자도 나의 또다른 모습)
(어디 보라색 단풍이 없어 철이 지났는데도 넌 그러고 있느냐)
(이건 단순한 꽃의 모습이 아니다. 주먹지고 봉기하는 것이고 목소리 높혀 절규하는 것이다)
(문수봉 능선, 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표충사가 나온다)
(오른쪽 봉우리가 향로산, 향로산은 가지산과 더불어 영남알프스 2대 조망처)
(철없는 녀석들, 곧 겨울이 올텐데... 어쩌자고...)
(털보산장에서... 오늘 귀한 산친구 한 분을 만났다. )
재약산을 내려서는데 저 아래 털보산장 뒤 억새밭에서
배낭을 꾸리는 비박꾼 한 사람이 보이는 것 아닌가?
동지를 만난듯 반갑다. 멀리서 보기에도 보통 산꾼이 아닌 것 같았다.
이 깊은 산중에 홀로 비박을 올 정도면 보통 환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다가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어제 밤 늦게 올라왔다며
밀양에 사는 "산짐승"이라고 소개를 한다.
(우리는 이내 친구가 되어 같이 길을 떠난다)
참 그렇다.
사람을 "(산)짐승"이라면 노발대발할 일인데...
요즘, 산꾼들중에 일정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간혹 쓰는 닉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사모님이 직접 지어 주셨다니... 부창부수다.
금요일 밤이면 채비를 하여 홀로 영남알프스에 든다는
산의 주인이어서 산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산에 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산짐승님. 잠시 산에 들었다 나오는 나는
산에 든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데... 분명 한 수 위 고수다.
처음 만났지만 몇 마디를 나누지않아 우리는 쉽게 친해져
십년지기같이 되어 오늘 단조샘쯤에서 비박하려던 계획까지
변경하여 간월재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재약산 수미봉 정상에서... 산짐승(위)과 시나브로)
해방된지 60년도 더 지났지만 일제잔재는 여전한 것 같다.
뜻있는 분들이 일본식 산이름을 원래 이름으로 찾아주려고 애써도
아직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자체들이 있는 것 같다.
이곳 수미봉에는 재약산으로 갈 정상석이 서 있고
재약산 정상에는 2004년에 밀양시에서 세운 키 보다
큰 정상석에 떡하니 "천황산"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서 있다.
요즘, "천황산"은 "재약산"이나 "재약산 사자봉"으로,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부르고 있지만 제대로 이름을
찾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다.
이제 밀양시 공무원들 이름도 바꿔 불러야 할까 보다.
(능선 너머가 간월재, 오늘 서울서 온 친구들을 만나러 산을 넘고 물을 건너간다)
(옛고사리분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오르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가을이 지나가는 억새밭을 가로질러... )
(죽전마을로 내려서는 네 갈래 갈림길)
(지나온 재약산과 수미봉, 봉곳하게 솟은 모습이 아가씨 젖가슴같다)
(죽전마을로 내려서는 길 전망바위에서... 간월재가 눈 앞에 다가왔다)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어디 잔치집에라도 갈참인지...)
(억새꽃밭을 지나니 이렇게 황홀한 길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46)
가을산의 진경은 단풍일텐데 도대체 단풍이 무엇일까?
"늦가을에 엽록소나 화청소가 변하여 붉게 또는 누렇게 된
나뭇잎"이라고 한다면 마치 인간의 희노애락 끝에 흘리는 눈물을
수분 몇 %에 나트륨 몇 % 하는 것과 뭐 다를까?
사전적 의미는 사전에 두고,
때깔좋은 단풍잎도 좋지만 단풍이 익어가는 모습을 눈 여겨보자.
녹색 잎이 선연해졌다 녹황색, 암적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신비로움 자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잎을 보고 있자니 숙연함마저 든다.
뭐랄까 잉태된 생명에게 탯줄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독이 모세혈관을 타고 잎새 구석구석으로 퍼져가는 모습이 선연하다.
죽기전 단 한번 아름다운 소리로 울다가 죽는다는 가시나무새 같이
단풍도 떨어지기 위해 찬연하게 자신을 불 태우는가?
(벌써 꿈은 이루고 추억이 되었는가?)
(좋은 날.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만나다니)
진종일 따라다니며 길을 밝혀주던 태양
이제 아름다운 노란 단풍나무숲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작별을 고할 준비를 한다.
산에 산길이 있듯
그대와 나 사이에도
실날같은 가느다란 길이 트였다
그 길이
오솔길이 되고
고속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밤에 도착한 간월재... 일단 텐트치고 저녁부터 먹고...)
신불재에 오르자 날은 이미 저물고 바람이 거세다.
자켓을 껴 입고 랜턴을 밝히며 신불산을 오르는데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상쾌한 기분이 좋긴 하다만
바람세기로 유명한 간월재는 비박하는데 문제가 없을려나?
발아래 언양에도 하나 둘 켜진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구름 한점없는 하늘에 별들도 빛을 내기 시작한다.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내려 서는데...
저 아래 간월재에 도시가 들어선듯 수 많은 불빛이 일렁인다.
오늘, 이렇게 늦은 시간 먼 길을 걸어 이 곳 간월재까지 온 것은
온라인 카페에서 만난 "비박과 야영", "간월재"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멀리 서울서 왔으니 얼마나 반가운 친구들인가!
(불야성을 이룬 언양, 멀리 울산시내 불빛도 가물거린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가고...)
만나고 싶었던 "비박과 야영" 카페지기 산적님, 아이님, ?님과 들러앉아
찌게가 데우는 시간보다도 빨리 식어 버리는 간월재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잔을 돌고 이야기도 꽃이 핀다. 간월재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밤늦게 도착한 "간월재" 카페지기 SadICE님 일행도 만났다.
(다시 새날, 문수산 너머로 햇귀가 돌기 시작한다.)
(일출을 찍으러 산에 올랐는데 해가 수줍은듯 머뭇거리는 사이에...)
(인생들에게 힘차게 살으라는듯... 눈을 부릅뜨고 채근하는 것 같다)
(그 날 아침 간월재 풍경)
간월재는 새벽시장같이 바쁘다.
일출을 찍으러 간월산을 오르는 사람들,
새벽 4시에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막 도착한 산객들,
아직 잠에서 들깬 비박꾼들...,
(영남알프스 어디서나 억새가 가을의 주인이다)
(60)
(빛은 색이다. 빛을 받자 색이 살아나 춤을 춘다)
(멀리 재약산과 수미봉이 눈에 들어온다. 참 많이도 걸었구나)
(오르막길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본 간월산, 제법 멀리 물러나 있다. 그 너머가 신불산)
(만산홍엽, 골골이 이쁘게도 가을을 맞았구나)
얼마나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기에
저토록 속태우는 것도 모자라 겉까지 태울까?
아무렴, 사랑을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사랑하는 이여 이 가을에 단풍처럼 물들 때까지
빛고운 한 잎의 단풍같이 물들 사랑을 하자
(배내봉에서, 유일하게 산짐승님과 함께 찍은 사진)
(다시 되돌아 온 배내고개, 배내골 방향)
고통과 외로운 시간은 더디 가고
즐겁고 기쁨은 순간으로 지나 가는가?
2박3일, 길다면 긴 여정,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더디간 고통의 시간도 순간으로 지나간 행복한 시간도
그 순간 순간을 모은 시간의 합도 역시 순간이었다.
우주 속에서 한 순간을 살지만 영원을 꿈꾸며,
가끔 이렇게 충전하고 현실로 돌아와 값없이 주어진 오늘,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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