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에서 만복대 거쳐 고기리까지 심설산행
2010. 1. 7. 00:23ㆍ山情無限/지리산
○ 산행날씨 : 짙은 안개, 많이 춥지 않으나 악천후
○ 참석인원 : 정상특파원 14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약 19km
○ 산행코스 : (성삼재 6km전)-성삼재-묘봉치-작은고리봉-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 고촌
○ 소 재 지 : 전남 구례군 광의면, 신동면 / 전북 남원시 주천면, 산내면, 운봉읍
구간 진행시간
① 접근
06:45 신복로타리
10:30 성삼재 6km전 지점부터 도로로 이동
② 구간별 산행 시간
12:00~12:40 성삼재 / 점심
12:40 성삼재 출발
13:17~27 고리봉
14:50 만복대
15:34~44 정령치
16:02~09 고리봉
17:09 고기리 고촌
③ 복귀
17:30~21:30 이동 (고기리~울산) / 식사
그 멋진 겨울 덕유산도, 지리산도 못가서 안타까운데.. 마침 신정연휴에
정맥을 쉬게된 바람에 구렁이 알같은 토요일 하루가 생겼다. 어느 산으로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결론은 지리산으로 귀결, 마침 정상특파원에서 중산리-
천왕봉 거쳐 유평리로 간다는 산행안내가 떳길래 얼른 신청을 했다.
평소보다는 한참 여유있는 새벽 6시 반. 신복로타리로 나가
조금 늦게 도착한 25인승 버스를 타니 두어 분 빼고는 모두 낯선 사람들..
모두가 관록이 있어 보인다. 어둠을 뚫고 버스가 달리는데 생각은 버스보다
빨라 벌써 지리산 자락을 거닐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지리산에는 눈이 얼마나 왔을까?
천왕봉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반대를 위해 천왕봉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 연하천 산장지기 김병관님은 칼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까?
동참은 못하지만 따뜻한 위로의 말이라도 해 주고 싶다.
하루밤을 보내고 싶은 치밭목 대피소, 산장지기 민병태님은 올 겨울에도
써래봉능선 구상나무들도 눈을 뒤집어 썼다니 얼마나 멋있을까?
빙벽을 만들었을 추억속 무재치기 폭포도 보고싶다...
즐거운 상상을 하다 깜빡한 것 같은데 제법 잠을 잔 모양이다.
눈을 떠 보니 아뿔싸! 차가 중산리로 가는게 아니고 이미 쌍계사도 한참 지나
상황이 그렇게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 때의 실망감이란..
(경찰의 제지를 받고.. 그래도 더 올라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덤바꾸님의 사진)
구례에서 성삼재로 가는 길은 정말 내키지 않는 길이다.
수문장같이 861번 도로를 가로 막고 백주대낮에 날강도들인양
입장료를 강탈하고 있는 천은사의 만행과 맞딱드리고 싶지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칼만 안들었지 날강도들 같은 징수원들이 나타나
길거리에 나 앉은 이들에게 적선하는 것이 훨씬낫다.
절에는 들리지도 않는데 왜 입장료 내야하는가?
법원에서도 사찰 입장료 받는 것이 부당하다 판결내렸는데..
이 나라가 무법천진가? 아직도 세금보다 더 악착같이 거두고 있다.
명목은 문화재 관람료라며 문화재보호에 쓴다고 하지만
한번도 징수한 금액이 얼마고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공개한
문화적 가치가 있어 보호를 위해 꼭 써야할 돈이라면
해당 지자체나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길 옆 수로에 쳐박힌 RV도 보면서 빙판길로 버스는 가다서다를 계속하며
(이 때가 10:30분경, 도로를 따라 성삼재로 오른다. /덤바꾸님의 사진)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 올라왔는데도 700고지)
(시암휴게소, 구름이 조망을 가리고 바람도 차다)
(성삼재 휴게소)
지리산은 산 이상의 산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산으로 멀리 그 옛날 삼한시대의 흔적까지 지니고 있다.
그 흔적들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명들 속에도 남아 있는데,
마한의 왕이 지리산에 들어와 성을 쌓고 여러 장군들을 보내어
군사적 요충지를 만들면서 8명의 장수를 보내 지키게 한 곳은
팔랑치, 황장군을 보내 지킨 곳은 황영재, 이곳 성삼재는
성이 다른 세 명의 장수를 보내 지킨 곳이라 한다.
겹겹이 쌓이고 쌓인 이천 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
삼한의 역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유서깊은 산마루는
운동장이 되고 861번 신작로로 절단나고 말았다.
희미한 역사의 흔적들은 얼마나 버틸지..
(성삼재에는 일단의 비박꾼들이 산에 들 준비를 하느라..)
(머쓱해진 조망대의 조망경)
(성삼재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 산행 시작한 적은 그렇게 기억이 없다.
노고단으로 올라 화엄사로 내려가려는 것 같더니만
만복대 거쳐 고기리로 코스를 잡는다. 악천후에
시간도 부족하니 오늘길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오늘따라 늘 갖고 다니던 랜턴이 보이지 않는다.
(만복대를 향하여...)
꿩대신 닭, 가려던 천왕봉 써리봉 눈길은 아니더라도
거저 산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
(성삼재 들머리, 고갯마루에서 하늘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 방향으로..)
100m쯤 가다 왼쪽 철망에 달린 문을 통하여 들어선다.
4년 전 백두대간 2번째 구간으로 이 곳으로 들어서서
20km 밖 여원재까지 갔었다. 감회가 새롭다.
(묘봉치 가는 길.. 코스 변경에 조망까지 제로지만 그나마 눈길이..)
(작은고리봉 / 1248m)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온 소금 배를 묶어 놓는
고리가 있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작은고리봉
(고리봉에서... /덤바꾸님의 사진)
(기다렸다 단체사진도 한 장 찍어주고..)
만복대가 좋기야 하지만 만복대에서 모두 모이기
힘들 것 같아 작은고리봉에서 단체사진 한 장 남긴다.
(가시거리가 30m도 채 안되는 짙은 안개)
(작은고리봉을 내려서자 산죽밭과 관목숲은 눈을 뒤집어 쓰고..)
(눈이 참 많이 내렸다. 그나마 눈이 다져진 길이어서 걷기가 낫다)
(바람과 눈이 합작하여 만든 작품도 감상하며..)
(만복대 오르는 길)
반야봉이 50대 여인의 둔부같다면,
만복대는 꼭 중년 여인의 젓무덤 같이 완만하고 부드러운데
오늘은 눈으로 보는 모습도, 눈길을 걷는 발길도 그게 아니다.
눈길 걷기가 힘든데 세찬 북서풍은 걸음을 더디게 한다.
선두는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도 서 있기 힘든 만복대 / 1433.4m)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전북 남원시 경계에 웅장한 모습으로
솟아있는 봉우리 만복대는 지리산 최고의 억새능선이 장관이고
북풍한설에 피어난 설화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한데
오늘은 조망없는 심설산행으로 만복대를 지난다.
만복대는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 하나로 인정된 명당.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하여 이름 붙혀졌다고 한다.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정령치 2.0km를 가르키고 있는 만복대 이정표)
(설국에 온듯.. 눈꽃 터널을 지나..)
(눈꽃, 소담스럽게 마른 가지에 핀 꽃)
(우리는 쉽게 가지만.. 러셀하느라 꽤나 힘들었겠다.)
(가지가 휘도록 눈을 이고 지고 있는 힘겨운 모습..)
(정령치 휴게소 / 1172m)
성삼재, 달궁에서 정령치를 가로질러 남원 운봉으로 가는
861번 지방도, 주차장 뒤 구름속으로 시커먼 정령치휴게소 건물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늘 휴게소 문을 열었으려나..
(이정표, 바래봉 7.2km, 만복대 2.0km)
(정령치휴게소, 737번 지방도가 지나는 해발1,172m의 정령치는.. )
정령치 일대는 서산대사의 황령암기에 의하면
기원전 84년 삼한 시대에 달궁(達宮)과 심원계곡으로 들어 온
마한(馬韓)의 한 부족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鄭) 장군으로 하여금 지키게 한데서 유래한다.
이후 지리산은 김해 가야국의 영토가 되었다고 한다.
신라의 화랑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기도 하고...,
일대에는 옛날의 역사를 실증이라도 하듯 곳곳에 유적이 남아있고
산 밑을 내려다보면 발 아래 보일듯 말듯 굽어보이는 경치가
그만이지만 오늘은 아쉬움을 달랜다.
(바위지대를 지나 오르면 고리봉 정상)
(고리봉 / 1305m)
정령치 뒷산 고리봉은 눈 쌓인 숲속길로 가다 바위지대를
통과하니 바로 정상인데, 넓지 않은 정상부에는 바래봉과
고기삼거리 정령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갈 수록 구름은 짙어지고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고리봉에서 바래봉 방향..)
세걸산과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힘찬 서북능선이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는 백두대간길을 따라 왼쪽의 낮은 산으로 이어간다.
바람자는 고리봉에서 SK ~님과 잠시 휴식을 하고 있으니
중간조가 도착했다. 방을 빼주고 먼저 대간길 고기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아직 오후 5시도 안되었는데 어둠이 짙다)
고리봉 내려서는 구간은 대간길중에서 급경사 사나운 길로
고기리까지 고도를 700m나 낮춰야 할 정도 소문나 있는데
오늘은 눈까지 쌓여 더 조심스럽다.
한 번 미끄럼을 타고 급경사 지대를 벗어나자
길은 완만해지면서 낙엽송 숲속으로 드는데 벌써 어둠이 짙다.
후미가 걱정된다. 부드럽고 수더분한 길이 이어진다.
(고기리 고촌마을)
백두대간이 지나는 고기리 마을,
오른쪽은 남원 운봉이고 왼쪽은 주천면의 경계.
지난번 대간길에서 보았듯이 평지같지만 물길이 양쪽의 논으로
분명하게 갈라져 흘렀다. 산골의 평탄한 마을 길을 경계로
섬진강과 남강으로 물길이 나뉜다는 사실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백두대간의 중심개념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는 말을 실감한 지역이다.
얼핏 낮은 평지처럼 보이는 이 곳도 해발 500m가 넘는다.
(날머리, 고기리 삼거리)
60번도로가 지나는 고기리 고촌마을에 내려선다.
운봉, 정령치, 고리봉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있고
정령치로 오르는 삼거리에는 커다란
국립공원 지리산관광안내도가 있다.
(고기리 삼거리 도로이정표)
저 앞 다리위에는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눈을 껌뻑거리고 있는게 보인다.
이 시간 4명밖에 하산하지 못하여 후미가 걱정되었는데
잠시 후 정령치에서 861번 도로를 따라 내려왔다.
(인월 IC입구 두꺼비집에서 어탕국수로 저녁을 먹고 울산으로 향한다.)
오늘 악천후 속에서도 무사히 산행을 마쳐서 다행이지만
하루 심설산행을 잘 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감출 수 없다.
산행을 하다보면 계획대로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버스기사가
합리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산행공지가 되었던 코스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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