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가을을 만나러 피아골에서 불무장등으로

2010. 10. 24. 23:37山情無限/지리산

 
 
 

 

 

지리의 가을을 만나러 피아골에서 불무장등으로




○ 언 제 : 2010. 10. 16 ~ 17
○ 날씨는 : 맑았으나 박무, 밤/초겨울, 낮/온난
○ 누구와 : 자유인,제우,무심,한량,멀더,듀뽕쓰,렬이,하심,유진,시나브로
○ 어디로 : 직전마을-피아골(산장)-용수암골-삼도봉-불무장등-무착대-직전마을
○ 위치는 : 전남(구례 산동면), 전북(남원 산내면), 경남(하동 화개면)






 
만 5년동안 오로지 한길로 매진했던 1대간9정맥..
스스로 낸 숙제가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고 나니
자신과의 치열했던 싸움에 최선을 다했기에 보람도 느낀다. 드디어 숙제를
마쳤으니 처음 출발했던 지리산에 인사하러 가려는데 잠시 들렸다 오기에는
그동안 너무 오랜 기간 찾지 못한 것 같아 하룻밤 묵고 오려 했는데
마침 지리산 가는 "ㄱ"산방에 막차로 합류했다. 잘 되었다

새벽 4시 문수고, 4명을 태운 애마는 김해 대동 IC에서 한량님을 태우고
남해안고속도로를 거쳐 19번 도로를 따라 지리산 직전마을 피아골로 향한다.
집결지에 속속들이 모이고 보니 울산을 비롯하여 부산, 마산, 광주, 대구, 성남,
모두 10명인데 10인10색은 아니어도 전국구다. 모두들 산꾼의 내공이 느껴진다.
멀더와 자유인님 말고는 모두가 초면이이지만 지리산을 좋아하는 비박꾼이라는
동류의식 하나만으로 이내 스스럼 없이 한 팀이 되어 동지애를 느낀다.

주인이 잠도 깨지않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아침도 해결하고,
마지막으로 온게 5년도 더 된 피아골로 든다.





(산에 들기 전 한번 뒤돌아 보고..)









(아직은.. 성질급한 녀석들은 벌써 옷을 갈아 입었지만..)

지리산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피아골
핏빛 단풍은 다음주 중반부터 주말까지가 절정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피아골은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상흔이 깊게 서려 있는 곳.
결코 가볍고 밝은 화사함만으로 대할 곳은 아니다.





(계곡 물 빛도 가을 빛으로 변하고..)





(이웃에서는 꼭 옷갈아 입느라 와글 와글~ 하는듯)





(어느 시인이 "이 골 붉은 색 끝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듯.. 그 끝이 어딜까?)







(피아골의 가을은 이렇게 변신해 가고 있었다)





(세월은 선연(鮮姸)하던 연두색도 바래가는 가을!)





(피아골대피소 들어서는 길 / 자유인님 작품)





(내부수리중인 피아골대피소에서 잠시 휴식)

함선생님 쫓아내고 공단에서 운영할 줄 알았는데..
이 대피소를 몇 천만원 받고 임대를 줬다나 뭐래나..





(이내 뚜렷한 길을 버리고 용수암골로 드니..)







(점점 깊어가는 가을 모습을 보인다)







(제대로 태우기도 전에 져버린 꿈은 물위에서 맴돌고.. )

가을이 오든 말든.. 아랑곳없이 청청(淸淸)한 계류같이 푸른 모습도 좋다







(주능선에 붙기 위해 거칠고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는데..)

나무마다 타오르는 불길
무성하던 푸른 꿈은 세월에 떠밀리지만
가야할 때를 알기에 장렬하게
온몸을 사르는 황홀한 절정

힘들여 오르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듯..
하늘을 덮은 단풍 터널을 지나며 힘을 얻고..





(물짐까지 지고 올라야 했던 삼도봉, 전면이 반야봉)





(삼도봉을 떠나기 전, 고생의 끝이 보인다)





(불무장등(不無長嶝) / 뜻이 뭔지?)

지형도에는 1441봉을 불무장등이라고도 하지만, 불무장등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이 곳 삼도봉에서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어린 자식을 집에 두고온 빨치산 여인의 통곡이 깃든 봉우리라는 통꼭봉에
이르는 고도차가 크지 않은 편평한 능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불무장등은, 통곡이 높은 능선을 이루어 가지런해지다가는
결국은 서로가 좋은 빛으로 만나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27)





(숲으로 스며든 단풍을 마치 등불인냥 밝히고..)





(하루 일을 마친 태양도 집으로 돌아 가려고..)







(까만 밤 별빛 쏟아지는 숲속에서..)

불무장등 안부에 하룻밤 묵을 자리를 잡고
만찬으로 포식을 하고는 도란도란 모여앉아 깊어가는 가을밤과 함께
분위기도 익어가는데.. 왜 그리 숲사이로 찬란한 별빛은 쏟아지는지..
멋쟁이 멀더님의 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불을 끄니 하늘의 별들은 더 초롱초롱하고..
소리를 낮추니 귀는 더 밝아지고 음악은 가슴을 파고든다.
"You believe that I've changed your life forever~"
Carry&Ron이 애절한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에 감사하는
I Owe You.. 이어지는 나나무스쿠리의 Donde voy는 더 마음을
아리게 하면서.. 그렇게 지리산정의 밤은 깊어만 갔다.




밤이 가고, 또 선물로 주어진 새날
동트기전 카메라를 챙겨 전망바위에 올랐다.
일출 30분 전부터 30분 후까지가 제일 아름다운 모습인데
골골마다 피어오른 골안개가 신비한 모습을 연출하지만
카메라로 제대로 잡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날이 밝아지자 골안개 속에 잠겼던 천왕봉을 시작으로
촛대봉, 영신봉, 덕평봉, 연하봉.. 하나 둘 고개를 내밀더니
서로 어깨동무하고 하나가 되어 능선이 된다.







(산 위에서 하늘은 스스로 깊고, 하늘 아래 산은 스스로 높다)





(천왕봉, 이 모습도 좋고..)

오늘 천왕일출을 보러 천왕에 오른 산객들은
정말 멋있고 장관인 구름바다위에서 노닐고 있겠다 싶다.









(산에 올라야 산 너머 산이 보이듯.. 인생도 그런 것 )





(일출, 이렇게 또 하루가 밝았다)





(눈이 부셔도 태양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 아닌가?)









(단풍잎으로 불 밝히며 새 날이 밝아오듯..)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면
이렇게 빛을 받아서라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맑고 깨끗해져야겠지..







(출발하기 앞서..)





(단풍이 지고나면 겨울산을 지킬 산죽 숲을 지나..)







(찬란한 가을 속으로..)





(산길이 어찌 평탄할 수만 있겠는가? 마치 우리 인생사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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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고운 단풍)

단풍은 꽃이로세
꽃보다 더 곱구나

홍엽은 불덩일세
불보다 더 붉게 타

마음속
옮겨 붙은 불
꺼질줄을 모르네

가을단풍 / 오정방





(귀한 노루궁뎅이 버섯도 따고..)

노루궁뎅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은 노루궁뎅이 버섯은
당뇨예방과 한방에서 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노루궁뎅이버섯은 항암 면역 3총사라고 할 수 있는 배식세포,
또 자연살해세포, T임파구의 활성화를 추진함으로써 전이 재발을
억제하는 쪽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열중..)







(꽃 보다 고운..)

외로운 세월
고독은 이슬로 세수하고
밤이면 별들과 속삭이더니
꽃 보다 더 곱게 피어났구나.

모든 죄를 자백하고 불타는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나니 저토록 곱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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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병, 소화불량 등 한약재로 쓰는 칼잎용담)

웅담보다도 훨씬 더 쓰다고 하여 용용(龍)자를 머리에 붙여
용담(龍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용담의 종류를 구별하는 방법은
잎이 피침형으로 칼잎 용담에 비해 짧고 잎 길이 4-8cm, 폭 1-3cm면 용담,
비로용담은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고 잎 길이 7~15mm, 폭 3~6mm, 높이 5-12cm
잎이 길고 잎의 길이 5~15cm, 폭 1~2.5cm면 칼잎용담,
산용담은 연한 황백색 바탕에 청록색 점이 있는 꽃이 핀다.





(찬란한 가을의 한가운데로..)







(무착대 가는 길에서 만난 지리의 가을)





(무착대에서.. 암봉 너머 왕시루봉 능선)





(무착대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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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5)







(꽃이 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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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흘러가고 있다
인생도 따라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봄이었겠느냐
언제까지나 여름이었겠느냐
언제까지나 가을이겠느냐
언제까지나 겨울일 것이냐

흘러가는 계절의 가을은
갔다가 다시 또 돌아오지만
따라가던 인생은 한 번 가면 그만
다시는 되돌아 살 수 없는 것

가을에 단풍들고 낙엽진 저 나무들은
기나긴 터널을 지나
새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틔우지만
인생의 가을에 다가 선 인간은
오로지 앞에 겨울이 있을 뿐
그 겨울 지나가면 영면이 있을 뿐
인생의 봄은 또 다시 돌아오지 않나니

다가선 가을도 찾아올 겨울도
드없이 아름다운 것
값지게 소중하게 보낼 일이다
참되게 보람되게 보낼 일이다
감사하며 사랑하며 보낼 일이다

가을과 인생 / 오정방





(81)





(82)







(83)





(103)





(각자 바라보는 곳은 달라도..)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경계표석'이라 하군요)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노란 탱자가 주렁주렁한 밭길을 따라)





(드디어 원점 회귀.. 산아래첫째집)

10월의 어느 멋진 날, 멋진 님들과 깊어가는 가을속
지리를 거닐 수 있음을 감사하며..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