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경표

2010. 2. 17. 21:14山情無限/山

백두대간 산경표






◆ 백두대간

♣ 백두대간 / 여러 의미의 백두대간


1)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 땅을 산과 강이 정연한 원칙에 따라 어우러져 있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로 바라보았다.
전통적 지리 인식체계에서는 산의 흐름을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하여, 기둥줄기와 큰 줄기, 그리고 작은 줄기와 곁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보았고, 줄기와 줄기 사이, 가지와 가지 사이에 강이 생성되어 흐르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국토’를 달리 표현할 때에는 산천(山川), 산수(山水), 산하(山河), 강산(江山) 등과 같이 ‘산’과 ‘물’을 함께 일컬어 ‘나라 땅’을 나타내었다.
이렇게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원리를 ‘산수경(山水經)의 원리’, ‘산수분합(山水分合)의 원리’ 또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원리로 전통적 자연관, 산천관, 지리관, 국토관을 설명한다.
백두대간은 이러한 전통적 국토지리 인식체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의 백두대간은 나무 한 그루, 곧 국토 전체를 의미한다.

2)'산경표'가 분류하고 있는 1대간(大幹)ㆍ1정간(正幹)ㆍ13정맥(正脈) 중 1정간ㆍ13정맥과 그 정간ㆍ정맥에 딸린 부속 산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백두대간으로 보는 개념이다. 이 경우의 백두대간은 기둥줄기와, 이에 부속된 기맥(脈) 또는 지맥(支脈)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백두대간에서 정간ㆍ정맥이 갈라져 나가듯이 정간과 정맥에서도 수많은 갈래가 나뉘어 뻗으며, 백두대간에서도 정간ㆍ정맥 이외의 수많은 갈래가 뻗어나간다. 마치 큰 나무의 기둥줄기에서 굵은 가지가 뻗어나가고, 가지마다 곁가지가 있고, 기둥줄기에서도 곁가지가 뻗어나가는 것과 같다.
넓은 의미의 백두대간은, 나무에서 굵은 줄기만을 잘라내고 기둥줄기에 붙은 곁줄기와 곁가지를 모두 남겨둔 모양으로 비유할 수 있다. '산경표'는 이 넓은 의미의 백두대간에 산과 고개 이름 464개를 수록하고 있으며, 정맥에 준하는 규모를 가진 산줄기와 함께 수많은 갈래가 포함되어 있어, 단일한 산줄기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3)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원산 - 낭림산 - 두류산 - 분수령 - 금강산 - 오대산 - 태백산 - 속리산 - 장안산 - 지리산에 이르면서 한 번도 물줄기에 의해 잘리지 않고 이어져 내리는 큰 산줄기를 일컫는다.
이때의 백두대간은 단일한 산줄기로서 ‘백두대간’이라는 고유명사를 가지게 되는 ‘연속된 산지체계’이다. 정간과 정맥은 물론 작은 갈래까지 모두 제외한, ‘산지 분류체계의 중심(척량, 등뼈) 산줄기’로서 대표성을 가지게 된다.
'산경표'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이 백두대간의 산과 고개를 123개 항목(이름은 124개)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무에서 모든 줄기와 곁가지를 잘라내고 남은 기둥줄기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좁은 의미의 백두대간에서 백두대간의 지리적ㆍ공간적 실체와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4)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지도상의 거리로 약 1,625km에 달하며, 남한의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약 690km에 이르는 장대한 산줄기라고 알려진 개념이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 개념의 백두대간은 가장 좁은 의미를 갖는다.
이 경우의 백두대간은 ‘연속된 산지체계’(mountain system)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산지의 ‘정상부 능선’(稜線, ridge line)을 따라 걷는 ‘종주 산행 노선(trail)’ 과 그 길이를 일컫는 것이다. 흔히 산악인들이 ‘백두대간을 종주한다’고 하는 것은 ‘분수령’(分水嶺)이 아닌 분수령의 ‘정상부 능선’(ridge line), 곧 분수계(分水界, divide line) 또는 분수 능선(分水稜線)을 산행 노선으로 삼는 ‘산행 유형’의 하나이다. 백두대간의 존재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에 한국대학산악연맹 소속 대학생들이 그 실체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종주 답사한 이후, 그 보고서를 연맹 회보에 실은 것을 계기로 산악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고, 산행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때의 백두대간은 종적(縱的)인 개념만 가질 뿐 횡적(橫的)인 개념을 내포하지 않으며, 넓이(area)나 규모(입체, mass)를 생각할 수 없어 산지(山地, mountain zone, mountain land, upland)의 지리적 범위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 산경표
산경’(山經)이란 산의 경과(經過), 즉 산의 흐름을 천(직물)의 날줄(??에 비유한 말이다.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이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로 흐르다가 어디서 끝나는지를 족보 형식으로 도표화(圖表化)한 책이다.

백두산(白頭山)으로부터 지리산에 이르는 기둥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고, 이 기둥줄기로부터 뻗어나간 2차적 산줄기를 정간ㆍ정맥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ㆍ1정간ㆍ13정맥으로 체계화하였으며, 이 줄기에서 갈라져 나간 크고 작은 갈래의 산ㆍ고개ㆍ일반 지명을 산줄기별로 분류하여 도표로 만들었다. 편집체제를 마치 족보와 같이 하였는데, 백두산을 1세 할아버지로 친다면 지리산은 123세 손이며 가장 길게 뻗어나간 줄기의 마지막 자손은 전남 광양의 백운산으로서 171세 손이 된다.'산경표'는 한 마디로 우리나라 산의 족보이다.


'산경표(山經表)'는 '해동도리보(海東道里譜)', '기봉방역지(箕封方域誌), '산리고'(山里攷, 이상 서울대학교 규장각),'여지편람'(輿地便覽)(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해동산경'(海東山經, 국립중앙도서관)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된 책의 일부로서 '정리표'(程里表, 道里表)와 함께 전해온다. 모두가 한문으로 된 필사본(손으로 쓴 책)이며, 필자와 연대를 밝히지 않았고 서문이나 발문도 싣지 않고 있다.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가 단행본으로 펴낸 '산경표'(山經表)는 한문본이기는 하지만 활자화되어 있어 비교적 읽기가 쉬운 편이다. 조선광문회는 육당 최남선이 주축이 되어 우리 고전(古典)의 보존과 보급을 통해 민족문화를 선양할 목적으로 1910년 12월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 조선광문회가 최성우(崔誠愚) 소장본을 바탕으로 1913년 2월 간행한 활자본 '산경표'를 조선광문회본 '산경표'라고 부른다. 잡지만한 크기(28.7×18.3㎝)이며, 102쪽(원문에는 頁[혈]이라 표기)으로 되어 있다. 산ㆍ고개ㆍ일반 지명 1,580개 항목을 싣고 있는데, 누락 사항 등을 정리하면 산 1,139개, 고개 411개, 일반 지명 61개 등 모두 1,611개 항목이 된다. 후에 이 책을 영인(사진을 찍어 인쇄하는 일)하여 발간한 것도 있고, 최근에는 한글로 옮긴 책도 나왔다.

▶ 백두대간의 실체
백두대간과 ‘백두대간 종주 노선’은 그 개념을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산과 등산로를 동일시할 수 없듯이, 설악산과 설악산의 특정 등산로를 동일시할 수 없듯이, 백두대간이라는 산줄기와 백두대간의 종주 노선은 서로 동일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백두대간을 ‘점(點)과 점을 연결하는 선(線, line)’으로 이해하려 하면 그 지리적ㆍ공간적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지도에 산을 나타낼 때 산의 정상부(peak)에 ▲기호와 함께 산 이름을 표기한다고 하여 그 삼각점(peak point)만을 산으로 볼 수는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갯마루에 고개(pass) 이름을 표기한다고 하여 그 고갯마루를 고개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산과 고개는 산등성이의 정상부에 있는 특정 지점(point)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평지로부터 출발하여 그 사면(斜面)을 오르고 정상이나 고갯마루를 지나 반대편 사면을 통하여 다시 평지에 내려서는 전구간을 뜻한다. 곧 종(縱)으로 늘어선 산지에서는 그것을 횡(橫)으로 가로지르는 길[路]이 고개이다. 그리고 ‘능선’(稜線)이라는 말도 사면(斜面)을 포함하는 ‘산릉’(山稜, 산등성이, ridge)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고 그 ‘정상부 능선’(산날, 마루금, ridge line)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백두대간의 개념과 지리적 범위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러한 사실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백두대간은 ‘산-고개-산-고개-산-고개……’로 이루어진 ‘연속된 산지체계’이다. 백두대간은 남북으로 길이를 가지면서 높아지고 낮아지기를 반복하며, 동서로 폭(width)을 가지면서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연속된 산지체계(mountain system)이다. 지도에서는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하는 면(面)과 면의 연결 구조로서 장대한 띠[帶, belt] 모양[帶狀]을 이루며, 지상에서는 넓고 높은 공간적 규모(입체, mass, body)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백두대간의 본질적 속성이다. 백두대간의 실체는 ‘지대’(地帶, zone)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백두대간이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線)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설악산의 경우 ‘미시령 - 황철봉 - 저항령 - 마등령 - 공룡능선 - 대청봉 - 끝청봉 - 한계령……의 정점을 잇는 능선’ 으로 기록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산경표'는 이 구간을 ‘미시파령(미시령) - 설악산 - 오색령(한계령)……’으로 기록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전체 …… 미시령 전구간, 설악산 전체, 한계령 전구간 …… 오대산 전체 …… 지리산 전체’로 이루어진 ‘연속된 산지체계’이지, 결코 특정 산의 특정 산릉(山稜, ridge)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특정 능선(ridge line)으로 이루어진 산행 노선(trail)도 아니며, 선(line) 자체는 더욱 아니다.

어느 산의 주봉(主峰)이나 정점(頂點)이 백두대간이나 정맥의 주능선(마루금, ridge line) 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발견한 사람들이 이를 ' 산경표'의 오류 또는 부정확한 사례로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산경(山經)의 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산경표'의 산줄기 구조는 어느 산의 주봉(主峰)이나 정점(頂點)이나 주능선(主稜線)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산 전체를 포함하는 구조이다. 어느 산 하단의 아주 짧은 한 구간만이라도 그 줄기에 포함되어 물을 가르는 분수령(分水嶺) 역할을 하고 있으면 그 산 전체를 거쳐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개별(특정) 산의 주향(走向)은 정간ㆍ정맥의 주향과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대간ㆍ정간ㆍ정맥은 개별 산의 특성을 뛰어 넘어 ‘산지의 연속된 체계’로서 큰 물줄기의 분수령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분수령(分水嶺) 역할을 담당하는 산지의 연속된 체계’이다. ‘산’이란 ‘주변의 평지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지형’을 말하며, 그러한 지형이 연속되어 있어 물의 흐름을 양쪽으로 갈라놓는 역할을 할 때 그 연속된 산지를 ‘분수령’ (분수 산줄기)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여 ‘분수계’(分水界, divide, divide line)란 분수령(분수릉) 정상부의 무수한 지점(point)과 지점을 연결하는 선(line)으로서, 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흐르는 경계선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간ㆍ정간ㆍ정맥(great mountain chain, mountain range, mountains) 체계와 분수계(divide line)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분수계’는 대간ㆍ정간ㆍ정맥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의 하나일 뿐이다. 백두대간은 합당하고도 온당한 지리적(geographical) 범위(domain, zone)를 점유하고 있는 존재이다. 거대한 자연환경의 장(場, field)이며, 생태의 장이며, 스스로 살아있는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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