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함께 저무는 영남알프스의 가을

2009. 4. 15. 00:59山情無限/영남알프스





억새와 함께 저무는 영남알프스의 가을


○ 언 제 : 2007. 10. 27 오후
○ 누구와 : 바람따라 발길따라 홀로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지난번 대간길에서 다친 발이 많이 낫긴 했지만
오랫만에 산행을 않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러나...,
점심 먹을 때까지는 잘 버텼는데 가을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는 이 때
집에서 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 산정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가을을 만나러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그냥,
산 기슭에 곱게 물든 단풍이라든가
억새가 아닌 갈대꽃이라도 만나러 말이다.

그러나, 발길이 닿은 곳은 영남알프스,
간월재를 지나고, 신불산을 넘어
가을과 함께 억새와 함께 저무는
취서산 아래 신불평원까지 이어가고 말았다.









(주암계곡을 품고 있는 심종태 바위, 그 뒤에 있는 재약산 수미봉은 하늘 속에 숨어있다)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간월산 서봉능선, 곱다)





(마치 별천지에 들어서는듯...)





(간월재에서 간월산을 오르는 산객들)











(간월재 억새꽃밭, 향기도 없는데 억새꽃에 취한 사람들...)

억새밭이 손짓한다. 가을 속으로 어서 오라고
단풍 든 골짝을 타고 오른 바람이 헤집고 들면
억새는 사각사각 노래하며 춤을 춘다.
솜처럼 깃털처럼 고운 억새꽃은 날리는데
다정도 병인양 그리움만 쌓인다





(신불산을 오르면서... 골짝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가을풍경은 은빛 억새꽃도 한몫 거든다)





(벌써 꽃술을 딸 출가시키듯 날려 보내기 시작하는 억새)





(장쾌한 신불능선, 바로 아래가 신불재, 저 앞에 솟은 봉우리가 취서산)











(신불재 부근의 억새꽃은 햇살을 받자 은빛바다가 되어 물결치듯 일렁인다)

일렁이는 물결은 추억을 잠 깨우고
꽃술은 갈래갈래 햇살로 튀어올라
하얀 그리움, 바다가 된다








(18)








(가을은 하늘을 높히고 산을 불 태운다. 신불평원은 하얀 불꽃이 이는 것 같다)





(에베로, 아리랑, 쓰리랑릿지를 품고 있는 골짝, 저 아래가 군 포사격장)





(부드러우면서도 우람한 영남알프스 산줄기)





(가을을 알리며 영남알프스를 수놓았던 구절초도 가을과 함께 떠날 채비를 하고...)








(뚜벅 뚜벅 신불평원을 가로질러 가을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단조샘 부근에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28)





(단조산성 터)





(수리취도 벌써 겨울 날 채비에 들어가고...)





(비바람이 불어도 그대를 향한 그리움처럼 흔들릴지언정 꺾이지는 않는다)





(용담)





(하늘이 맑기만 한댓서야 어떻게 억새와 어울리겠는가?)





(34)





(신불평원 억새밭을 지나는 산객들)





(파노라마 카메라로 무장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억새를 잡으려 애쓰는 사진작가)














(은빛 머리결 산발하는 억새 화려한 능선에서 갈빛 추억을 더듬어 본다)





(억새도, 바람과 구름도, 서산을 넘는 태양마저 숨죽이며 포즈를 취한다)





(42)





(석양의 억새꽃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계시의 노래를 방언(方言)으로 날린다)





(억새든 풀이든 나무든 철따라 옷을 갈아 입는다)





(클라이머들의 좋은 훈련장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





(석양이 물드며 영남알프스도 밤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인생, 회고(回顧)


빛의 중심에 한 번도 서본 적 없이
항상 역광을 받고 서 있는 삶이라 해도
그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은총인가

그 시간은 가장 귀한
감사로 빛의 수를 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

50을 넘어선 곳에 다다랐을 때
시간은 벌레 먹은 꽃잎처럼
서러운 얼굴과 같아서
빛을 등지고 평원을 달리던
가속이 붙은 레일 위를
쏜살같이 줄달음치는 내리막 길이라는
쓰디쓴 현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진리이며
그것이 순리임을 알기까지 영혼은
늘 밝은 천국과 사랑의 여울에서
자신을 주장하는 큰 과오만
고집하는 자아로 가득 차 있었다

인생의 봄, 여름을 지나 가을의 문턱에서
이제 막바지 이른 겨울을 준비하는
이 고독한 시간에
깊은 겨울 자락을 지나 황혼에는
아름다운 영가(靈駕)를 노래하는
평화의 고요한 감사가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