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가을은 억새 꽃이 먼저 맞는다

2009. 4. 15. 00:54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의 가을은 억새 꽃이 먼저 맞는다



언제 : 2007. 9.26 (목)
날씨 : 흐림. 구름이 능선을 오락가락함
누구와 : 구름과 바람을 벗삼아 홀로





추석날 고향에서 서둘러 나서면서
울산에 일찍 도착하면 보름달 비추는 영남알프스에 들어
야영을 하려 했는데... 오는 길이 밀려 오후 늦게 도착한데다
간간이 비까지 뿌려 비박가려던 생각은 접었지만
영남알프스 억새평원의 가을이 보고 싶어 다음날 느즈막하게
간월공룡으로 올라 간월재, 신불산, 신불재를 거쳐
억새가 장관인 취서산 아래 억새평원으로 향했다.

영남알프스 억새평원에는 억새꽃이 다 피었다.
은색물결 출렁이며 활활 타오르는 정염 주체하지 못하고
산발한 머리 꽃술을 훌훌 털어 버리는 모습은 아직 아니지만
어찌 영남알프스의 억새가 절규하듯 몸부림칠 때 그 때에
나타나서 영남알프스의 가을에 빠져든다는 것이
웬지 염치가 없는 짓 같기에...




(신불산 자락에 위치한 등억온천지구, 신불산 정상은 구름에 잠겨있다)





(간월산장, 우측으로 건물 담을 따라가면 간월공룡능선길이 열린다)

오늘은 간월산장 담장 뒷길로 간월공룡능선으로 올라
간월재, 신불산, 신불재, 취서산 아래 억새평원에서 석양이 물들 때까지
노닐다가 다시 신불재, 신불산을 거쳐 간월재로 내려와
간월산장으로 원점 회귀할 예정이다.




(건물 바로뒤에 나오는 계곡을 건너)





(맛을 보면 새콤한 맛이나는 가막살나무 열매)





(여전히 신불산 정상은 구름에 잠겨 있다)





(호젓한 참나무 숲 길, 잎은 벌써 가을 색깔이 묻어난다)





(간월공룡능선도 몇 번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새처럼,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행글라이더)

간월공룡을 오르는데 하늘에 웬 물체인가 했는데 행글라이더들이다.
나는 이렇게 힘들여 산을 오르는데 바람을 타고 하늘을 유유히 날고있는
행글라이더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아는 사람들중에도 등산을 하다
행글라이드를 타는 사람도 몇 있으니...등산도 3D에 속하는가?




(간월공룡능선에서 보는 간월재 풍경)





(들국화, 가을꽃 구절초)

구절초는 여느 들국화보다 큼직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와 만주 어디에서나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꽃을 피우므로
통일의 염원을 일깨우는 듯하다,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마디가 되는데
이 때 잘라서 말려 약재로 쓴다고 해서 구절초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약으로는 부인병을 다스리는데 쓰고, 술 담글 때 꽃을 넣어
향료로도 쓴다고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도 무쳐먹고,
백설기를 찔 때 위에 얹어 향과 색을 더할 때도 쓴다.




(간월재 모습, 왠 차들이... 사람보다 많아 보인다.)





(영남알프스에 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 / 이문조


고초 당초 보다 맵다는
시집살이

고생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야 할 텐데
보기만 해도 미웠던지
사사건건 생트집

아무리아무리 밉다 해도
그것으로 밑을 닦게 하였을까
가시투성이 그것으로

상상만 해도 끔찍해
얼마나 아프고 쓰렸을까

그 때 그 며느리들
떠나고 없어도
풀섶에 말없이 피어있는
아픈 전설의 꽃
며느리밑씻개.




(왜 울주7봉인가? 울주군은 영남알프스를 독점하려하지 말라)

영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경계로
울주, 경주, 청도, 밀양, 양산 5개군에 있어 넓이만도 255k㎡에 이른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고 나무가 울창하여 말 그대로 심산유곡이다.
기묘한 바위들이 서로 어우러져 어디를 가나 절경을 이루고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원근 각지에서 많은 산객들이 찾는다.

백두산에서 줄기차게 뻗어내린 백두대간
매봉산(천의봉) 아래 1060봉에서 낙동정맥으로 분기하여
영남의 동부지역을 남북으로 뻗어내리다 대구 영천분지에서
산세를 낮춰 숨을 고르다 경남북의 경계에서 마지막 힘을 솟구쳐
1000m급의 산 8개를 중심으로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고헌산(1032m), 가지산(1159m), 간월산(1083m), 신불산(1159m), 취서산(1059m),
재약산 사자봉(1189m), 수미봉(1108m), 운문산(1188m)으로 주봉을 이루고,
중간에 문복산(1013m), 밀양 백운산(885m), 억산(944m) 등이 있다.

요즘, 울주군에서 "울주7봉"이라고 이름을 바꾸려 하지만
많은 산들이 인근 시,군에 걸쳐 있거나 울주군을 벗어난 곳까지
산군을 이루고 있어 영남알프스 전체를 아우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근 시,군의 반발을 사는 등 문제가 많다. "울주7봉"으로는
영남알프스를 대체할 수 없어 울주군의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간월재의 억새밭)





(산부추)





(이번엔 신불산을 오르다 내려다 본 간월재 풍경)





(절벽에 붙어서 핀 가을꽃 구절초와 자리바꿈하기 시작하는 산오이풀)





(8~9월에 피는 탓에 벌써 시들어 온전한 녀석을 만나기 어려웠는데...)





(신불재 모습, 좌측 하얀지붕의 건물이 신불대피소다)





(돼지나물이라고도 하는 미역취)





(신불재도 온통 나무로 덮어 놓았다. 신불대피소 가는 길)





(신불재에서 구름에 덮혀있는 신불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객들)





(쑥부쟁이. 개미취와 개쑥부쟁이와 엇비슷하여...)

'쑥부쟁이'는 "쑥을 뜯으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쑥부쟁이'는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쑥부쟁이'가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부양하면서 사랑을 약속한 연인과 이루지 못한 사랑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후 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려고 나물로
돋아 났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을이 깊어갈 수로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억새평원)





(밀양방향의 산너울들...)





(부산서 신불평원 억새를 담으러 오셨다는 '사니조아'님)

산에 미치고, 사진에 미친 사람
부산서 동서 네 분과 영남알프스에 올랐는데...
다른 분들은 집에 가자고 독촉인데 아랑곳없이 혼자서 바쁘다.
분명히 갔는데... 옆에서 연신 셔트를 누르고 있다.
'왜 다시 왔냐?'고 물어보니 '구름속에서 해가 나와서..'라고 한다.
이번엔 진짜 갔는가 했는데 또 다시 돌아와 셔트를 누른다.
'사니조아'님 좋은 작품 많이 담으셨지요?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구름)





(영남알프스의 억새는 이렇게 구름과 노니나 보다)














(구름과 해와 산과 억새가 노니는 모습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브로켄 현상을 만나는 행운도 따르고...)











(37)





(노을은 마지막 정염을 태우려는듯...)





(신불재쪽으로 넘어 오르려는 구름, 신불재에도 비박꾼이 몇 보인다)





(종일 낮을 만들었던 태양은 달과 임무교대를 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조금 기울긴 했어도 보름달 같은 둥근 달이 동쪽하늘에 떠오른다)





(능선을 넘나들던 운해, 이제는 본격적으로 능선을 넘어설 모양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제자리를 지키는 이정표)

직진하면 신불산 서릉. 공비지휘소를 거쳐 파래소 폭포로 내려설 수 있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간월재.




(영남알프스도 적막공산, 벌써 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간월재, 간월산도 운해를 덮고 잠들 준비를 하는가?)

이미 황혼이 서리고 말 없는 모든 것에 쉼표를 찍고
너도 가고, 나도 떠나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야 할 시간
영남알프스 고산준령도 운해를 덮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노출탓에 낮같지만... 산정은 이미 캄캄한 밤, 하산길이 바쁘다)

영남알프스 억새평원에는 가을이 어떻게 올까?
태양이 뿌린 색깔이 바람에 실려 오고, 구름을 타고 온다.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을 타고 넘은 바람결은 억새를 애무하듯 어루만지고,
구름과 숨박꼭질하며 그렇게 가을의 한복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가을 한복판에서
은빛 광채를 발하며 간절한 몸부림으로 마지막 정염을 태울 때,
옛적 손가락에 침발라 신방문 창호지 뚫고 살피듯 그렇게
억새가 어떻게 밤을 새우고 새날을 맞는지 지켜보리라.

새로운 사랑의 탄생을 기약하고 평안과 안식의 깊은 잠
끝내는 총총걸음으로 모든 것을 비우고 떠나 보낼 억새,
너는 쓸쓸하도록 아름다운 생명의 불씨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