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얼음골 비경을 찾아 구름 속 암봉을 오르 내리며

2009. 4. 15. 00:45山情無限/영남알프스


 


얼음골 비경을 찾아 구름 속 암봉을 오르 내리며



○ 산행일자 : 2007. 6.30 (토) / 산행시간 : 5시간 40분
○ 산행날씨 : 짙은 안개가 개였다 걷혔다 함
○ 참석인원 : 12명(07 일본 북알프스 종주대원들과 오종구, 김영근, 시나브로)
○ 산행코스 : 주차장-임도-오른쪽 능선-샘물산장-가마볼 능선-가마볼 폭포-결빙지-주차장(원점회귀)
○ 소 재 지 : 영남알프스(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



1. 구간별 진행시간

09:20            주차장 출발

09:36            산행시작

10:10            너덜지대

10:52            00봉

11:58            합류지점

12:10~15         능선상 삼거리

12:20~13:05      샘물산장 / 점심

13:42            소나무 전망대

14:10~15         마지막 전망대

14:28~40         가마볼 폭포

14:50~54         결빙지(얼음골)

15:00            주차장



2. 산행기록


전화위복이랄까?
낙남정맥 가기로 한 날 얼음골 비경을 찾았다.
지난 밤 밀린 일을 하다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배낭을 챙기는데
지도가 없다. 지도는 아침에 PC에서 출력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고는
이른 아침, 지도를 출력해서 바로 출발하려는데 아뿔싸! 프린터가 안된다.
이 일을 어쩌나! 낭패다! 생소한 길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은데...
준비가 덜된 무모한 산행은 지양해야 한다는게 지론아닌가?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자.
그럼 어디로 갈까? 딱히 마음가는 곳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
김 대장이 여름 일본 북알프스 종주길에 나설 종주대원들과
오늘 어름골 산행을 하며 팀웍을 다진다고 했지?
그럼 그기에 따라 붙자.

8시 문수고 앞, 반가운 얼굴들이다.




(남명 119주차장에서 바라본 얼음골 암봉들)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일행을 기다렸다가
울밀선에 들어 산허리를 감고 오르자 안개가 자욱하다.
석남터널을 지나 10여분 후 검문소에서 좌측길로 들어
남명리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앞 차가 입구를 그냥 통과한다.

어~, 지난 번에는 3,000원인가 얼만가 주고 주차장에 들었는데
오늘은 주차비 받는 사람이 없다. 받던 걸 받지 않으니 이렇게 좋은 것을,
119 주차장에서 산행채비를 하며 바라본 암봉은 구름에 잠겨있다.
산행 기점에서 올려다보는 산세는 묘한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오늘 산행은 우측 능선(기점에서 볼 때)으로 올랐다가
가마불 능선(암릉)으로 내려올 계획이란다.




(제법 좋은 디카를 장만한 종구씨,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쇠점골을 타고 내리는 산내천 구름다리로 넘어)


구름다리 아래로 산내천 맑은 물이 담긴 암반이 이채롭다.
구름다리를 넘어 조금 가면 좌측에 닭벼슬 능선 들머리가 나온다
얼음골에서 (능동산-재약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는
주로, 이 닭벼슬 능선과 얼음골 너덜을 통해 오르는데
요즘들어 얼음골 좌측 능선(가마볼 능선) 길도 인기가 있다.
오늘 우리가 오르려는 얼음골 우측능선은
아직 오른 사람이 별로 없는 능선이다




(산수국)





(희미한 흔적을 따라 입산한다)


주 등산로로 가면 문화재관람료 1,000원을 내야 하지만
우리는 우측으로 난 임도를 계속 따르며 들머리를 찾는다.
길 가에 지천으로 빨갛게 익어 유혹하는 산딸기도 따 먹으며
한참을 진행하여도 뚜렷한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덜 알려진 길이어서 그런지 길찾기가 쉽지않다.
가던 길을 다시 한참 돌아나와
희미한 흔적이 있는 곳에서 입산을 했는데...




(능선으로 향하던 길은 좌우로 갈라지더니 너덜지대로 연결되었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아 숨이 턱에까지 차는데
길이 없어 거의 빨치산 산행까지 했으니 땀이 비오듯 한다
거친 숲에서 희미한 흔적을 따라 고도를 높혀 가는가 했는데
길이 좌우로 갈린다. 계속 우측으로 향하던 선두가 길이 이상한지
좌측 길은 어떤지 묻는다. 걸음 가벼운 위겸씨가 척후병같이
저 앞까지 가 보더니 그 쪽으로 오란다. 인생역전!
가끔 산행길에서 후미가 득을 보는 순간이다.




(코가 맞닿을 정도의 너덜에서 우측능선으로 올라선다)





(내려올 능선, 얼음골은 암봉도 어느 산 못지않은 절경이다)


바로 아래 골짝으로 얼음골 주 등산로가 열려 있다.
바로 앞 암릉이 오늘 내려올 능선인데 거대한 바위의 연속이어서
보기에도 아찔하다. 대개 가마볼 능선으로 오르지만 우리는 내려올 참이다.
한편, 얼음골 골짝으로 오르는 코스와 함께 일반적인 코스인
닭벼슬 능선은 가마볼 능선 너머 보이는 능선이다.

※ 가마볼 능선을 "용아릉 A"라 하고
지금 오르고 있는 능선을 "용아릉 B"라 부르기도 하지만
과장이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설악 용아릉에 누가 되는 것 같아
그냥 "가마볼 능선"과 "왼쪽능선"으로 부르기로 한다




(능선에 오르자 암릉길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고 있는 김대장)





(앞에는 잘 생긴 바위봉이 기다리고 있다)


길도 잘 보이지 않는 능선을 오르던 한 여성대원이
펼쳐지는 비경에 감동하면서도 이런 길을 왜 가냐는듯 묻는 말에
누군지 모르겠으나 "이 팀을 따라 나서지 않으면
이런 길로 산행하기 쉽지않다"고 응수한다




(발목이 푹푹 빠질정도의 낙엽길도 만나고)





(루트를 개척하듯 이런 길도 오르니)


비탈이 순해지는가 싶더니 앞에 암벽이 나타난다.
선두는 가로막힌 암벽을 좌측으로 돌아가고
후미에 있던 우리는 우측으로 돌아 바위를 비집고 올랐다.
우리가 암벽위 무명봉에 빨리 오른 것으로 봐서
우측 길이 조금 쉬운 것 같다.
길이라 해봤자 고작 몇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니
자세히 보아야 희미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름없는 봉우리, 이름없는 정상석)





(며느리밥풀?, 그렇다면 그 밥풀은 어디갔지?)





(있을 것은 다 있다. 산죽 숲을 지나서)





(처음 만난 시그널, 오른쪽 길을 따라 왔나 보다)


산죽숲과 암릉을 지나 잡목을 헤치며 까다로운 길을 오르는데
저 앞에 시그널 하나가 반가운듯 맞는다. 처음 만나는 시그널이다.
이 시그널은 오른쪽 비스듬히 오르던 길을 따라왔나 보다
시그널이 있는 곳부터 길이 선명해진다.
조금 더 진행하니 다른 시그널이 또 하나 달려있다.
아마 들머리는 각각이지만 능선을 향해 오르다 보니
길이 만나 한길이 되어 뚜렷해진 것 같다.




(전망대에 오르니 옆 능선이 안개와 숨바꼭질 하며 선경을 연출한다)


암릉길은 오르기 힘들어도 전망대가 많아 좋다.
옆 가마볼 능선과 닭벼슬 능선을 휘감고 있던 구름이
갑자기 요동치면서 선경을 연출하더니...
순식간에 다시 구름으로 덮고 말았다
구름에 잠긴 모습을 보고 아쉬워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자연을 느끼려 자연 속에 든 것 아닌가!
현재의 이 모습에 만족하고 이 모습을 그대로를 즐기자
보고싶은 모습을 바란다면 그건 자연적인 모습이 아니라 욕심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북풍한설이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동화되어 보자
구름에 잠긴 모습, 구름에 걸친 모습 모두가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가는 자연의 참 모습 아닌가?




(옆 능선만 멋진게 아니다. 저 앞에는 소나무가 된듯 바위가 된듯... )


절벽에 붙어 선 소나무

수십길 바위벽에
용케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
세월과 그렇게 겨루며
시합이라도 하는듯

하필이면 거기일까?
야산이나 평지거나 정원이었으면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그러나 그게 어디
자신의 의지로 되는가
사람이 수백길 절벽으로 몰릴 때같이
잠시 원망을 했을지는 몰라도
오뚜기같이 제 정신으로 돌아와
희망을 품고
자신에 충실하듯
씨앗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평지에서 싹 틔우는
꿈을 품지나 않았는지?

그러나 어쩌랴!
그중 어떤 씨앗은 또
더 높은 바위벽을 타고
오를 것을...




(22)





(바 2-3 지점에서 얼음골 너덜을 통해 오르는 길과 합류한다)





(얼음골로 올라 온 등로와 합류하여 주능선까지 같이 간다)





(바-4, 곧장가면 재약산 사자봉, 왼쪽으로 가면 능동산, 가지산 방향)


사진을 찍느라 지체한 사이 일행이 다 사라져 버렸다
바쁘게 뒤쫓아 오르니 주능선과 만나는 곳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먹을 샘물산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재약산-능동산 주 능선길, 조금 가면 샘물산장)





(샘물산장도 구름에 잠겨있다)


샘물산장 탁자에는 이미 2팀이 식사중이다
비집고 앉아 배낭을 펼치니 식탁은 이내 푸짐한 진수성찬!
오랫만에 들렸더니 샘물산장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이전 정겨운 집을 헐고 어떻게 옮겼는지 큰 콘테이너 2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지을동안 임시로 사용할 모양이지만
콘크리트 냄새 진동하는 건물이 우뚝 서지는 않을지 신경 쓰인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아늑한 쉼터가 되었으면...




(샘물산장 꽃밭에서 담은 민들레, 튼실하다)


구름 속이라 빛이 부족하여 야생화 찍기도 쉽지않다.
주인 아저씨는 조금 있으면 멋진 꽃이 필 것이라며
꽃밭 가장자리에 있는 꽃을 가르키는데 꽃봉우리가 맺혔다.
윗쪽 지방의 잘 생긴 야생화라는데 이름이 뭔지?




(가마볼 능선길은 바-5 지점에서 폐쇄등산로 방향으로 들어서야 한다)





(첫번째 전망대에서, 구름이 걷혔다 덮혔다를 반복한다)





(로프도 타고, 폐쇄등산로라고 되어 있지만 로프는 튼튼하다)





(가마볼 능선에서 바라 본 우측능선 모습)


아래 빙곡을 만든다는 테일러스(talus 애추/崖錐) 지대




(시나브로의 망중한, 오늘은 종구씨가 있어 더 행복한 산행)


12시간 넘게 산행을 해도 사진 한 장 없을 때가 있다
사진 찍는 재미로 카메라를 메고 다니지만 어디 꼭 그렇기만 한가?
비경, 절경을 만날 때는 그 속에 들어가 추억을 남기고도 싶다
오늘은 종구씨가 새 카메라로 시도 때도없이 찍는다
김대장은 동영상으로 까지 찍고...
사진을 확인하니 정작 종구씨 사진이 별로없다.
다음에는 제대로 신경 써서 찍어야지...




(구름이 조금전 올랐던 봉우리를 타고 내린다)





(얼음골 암봉)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일본 북알프스 종주대원들답게 모두들 잘 걷는다.
멀고도 험난한 북알프스 종주길을 떠나기 전 팀웍을 다지며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간과하기 쉽다.
2년전 우리가 종주할 적에는 너무 준비도 부족한데다
여행사의 속 보이는 상술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역시 김대장은 사전준비가 철저해서 좋다.

무사종주! 멋진 추억을 만드는 종주가 되시길!!




(산은 산 속에서도 봐야하고 한 발 물러서 밖에서도 봐야 한다)





(저 앞에는 잘 생긴 백운산이 떡하니 버티고...)


산 중턱을 타고 내려오는 길이 24번 국도 울밀선이다.
24번 국도는, 전국 24개 동서노선중 하나로 길이가 무려 453km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울산까지 오는 도로로
전남 담양군 덕성면에서 호남정맥을 넘고,
전남 남원시 장교리 여원재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이곳 울주군 석남터널에서 낙동정맥 밑을 통과한다.
이제 우리나라 국도중 최장터널인 능동터널(4.58km)이 뚫리면
영남알프스를 찾는 산객들이나 저 운치있는 길을 찾지 않을지?
높은 산을 감고 돌며 종종 구름 속을 달리는 정취있는 길도
시간 단축을 핑계삼아 지름길로 다닐테지...




(얼음골 비경, 단풍이 들면 다시 찾고 싶은 풍경)







(오늘은 시나브로의 산행모습이 표적이 된듯)





(TV에 나오는 모습같이...)





(올 여름 북알프스 종주대의 늠름한 모습)





(41)





(저 아래는 능동터널 공사하느라 산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우리도 훼손이 덜한 터널을 만들 수 없을까.
일본은 꼭 산에 구멍만 뚫은 것 같이 터널 주변이 깨끗하던데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인지..., 터널주변을 온통 다 파헤쳐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폭포를 숨기고 있는 협곡 1)





(폭포를 숨기고 있는 협곡 2)





(좌측의 가마볼 암폭포)





(골 속의 폭포는 음습하기까지 하다)





(우측의 가마볼 숫폭포)





(가운데 암봉 양쪽으로 암,수 한 쌍의 폭포가 숨어있다)





(가마볼 암,수 폭포 아래에 있는 2단 소폭)





(얼음골 / 빙곡의 결빙지)


밀양 남명의 얼음골은 여름철에도 얼음이 어는 희귀한 자연현상으로
기상, 지질 등 학술적 연구가치가 크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계곡이다

얼음골은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700m에 이르는
약9,000평 넓이의 계곡으로 삼복 더위에 얼음이 얼고
처서가 끝날 무렵 얼음이 녹는 신비로운 이상 기온지대로
협곡과 기암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여름 피서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예년에는 이맘 때쯤에도 계곡 바위틈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얼음이 올해는 벌써 녹아 버리고 없다.
보통 3∼4월에 생기기 시작한 얼음이 7∼8월까지 갔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6월 초에 녹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얼음은 없지만 현재 결빙지점의 기온은
섭씨 1∼2도를 유지하고 있어 피서는 충분할 것 같다.
계곡은 여전히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다.

"얼음골 얼음은 겨울이 따뜻하고,
봄에 비가 많이 내리면 빨리 녹는다"고 한다
아마 지난 겨울이 따뜻했고, 올해 봄비가 잦았기 때문에
얼음이 빨리 녹은 것 같다고 한다.




(조금 올라가면 가마볼 폭포 가는 길과 결빙지 가는 길이 갈린다)





(얼음골 입구 매표소, 입장료 1,000원)





(원점회귀한 주차장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길도 없는 거친 능선을 오르느라 힘이 들긴 했어도
짧은 시간에 얼음골 비경 속 암릉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산행이 끝났지만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위경씨가 울밀선 노상카페중 제일 음식을 잘하는
집이라고 안내한 음식점에서 국수를 한 그릇씩하고야
아쉬운듯 작별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오늘 얼음골 비경을 찾아 오르내린 암릉산행도 좋았고
"07 일본 북알프스 종주대"와 함께한 산행이어서 더 좋았다.
좋은 팀웍으로 무사히 북알프스를 종주하고 오시길...
북알프스 종주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