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 가지산 북서능을 오른다는 것이...
2009. 4. 15. 00:41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2007. 3. 3(토) / 짙은 안개, 안개비 (오종구, 배종균, 조강제, 김위겸, 시나브로 ) 석남사-중양마을-아랫재-심심이골-참새미골능선-1028봉-전망바위-가지산-중봉-석남사 구정 전부터 몸이 찌부등 하였는데 구정에 무리하여 아직 후유증이 있다. 그래서 지난 주도 가까운 곳을 다녀왔고 이번 주는 어떻게 할까하고 있는데 김영진 대장이 가지산 서북능을 가겠냐는 메일을 보내왔다. 가지산 북서능 코스가 좋기는 하지만 빡신 코스라 주저하고 있는데 위겸씨 한테서 또 전화가 왔다. 그래 가자. 까짓거! 맑은 공기 마시고 땀 흘리며 산행하면 왠만한 몸살도 날아가 버릴터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배웅을 받고 집을 나섰다. 문수고 앞, 신복로타리와 함께 울산 산객들의 주요 접선지(?)다. 정작 먼저 제의를 한 김대장은 어제 무리를 하는 바람에 참석을 못한단다. 위겸씨를 태우고 석남사까지 대중교통으로 올 종구씨와 종균씨 일행과 접선하기로 한 2차 접선지 석남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아직 일행이 도착하지 않은데다 버스 출발시간도 여유가 있어 한창 봄빛으로 물들고 있는 모습을 잡아 보려 계곡까지 건넜는데 짙은 안개가 봄 색깔도 탈색시켜 버린 것 같다. 높은 나무 위에서는 까치가 귀한 손님 맞는다고 아침부터 부산하고... < 산행들머리, 남명리 중양마을 > 8시20분 석남사를 출발한 버스는 얼음골에 들렸다가 8시55분 남명리 중양마을에 우리를 내려 주고 떠났다. 오늘은 날씨 탓인지 우리 외에 혼자 온 산객 1명이 전부다. 여기서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오르는 길목 아랫재까지는 약 3.9km 중양마을을 지나 상양마을을 거쳐 아랫재로 오르는데 맛있기로 소문난 얼음골 사과밭이 길 양 옆으로 펼쳐져 있다. 매실나무도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사과밭 귀퉁이엔 청미래덩쿨 빨간 열매같은 돌사과가 겨울을 잘 견디고 이 봄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다. 돌사과나무는 사과나무 접붙히는데 사용된다. 겨우내 모진 북풍한설에 여린 가지가 떨고 있을 때 보송보송한 솜털은 봉우리를 품고 희망을 키웠겠지. 목련은 봄과 함께 또 한 우주를 열려하고 있다. 두견새가 울기라도 했나?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웠구나.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하고 접동새를 두견새라고도 한다. 두견새는 봄에 오는 철새로서 이로운 새로 숲속에서 홀로 살며 둥지를 짓지않고 알은 휘파람새 등의 둥지에 한 개씩 낳아 다른 새가 대신 새끼를 기르게 한다는데 무슨 사정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두견새의 울음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거기에는 애달픈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중국 촉나라의 임금 망제는 이름이 두우였다고 한다. 위나라에 망한 후 피신하여 복위를 꿈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이고 낮이고 "귀촉, 귀촉(고향 '촉'으로 돌아가고 싶다)"하며 슬피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새를 귀촉도라고도 하는데 서정주의 떠나간 님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노래한 귀촉도에서는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고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죽은 촉나라 망제의 혼인 두견새는 그 맺힌 한으로 하여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삼켜 목을 적셨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한이 맺힌 피가 땅에 떨어져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어 꽃이 붉어지고 또 꽃잎에 떨어져 붉게 꽃잎에 물이 들었다고 한다. 봄이 되면 밤낮으로 슬피우짖는 두견새는 유독 핏빛같이 붉은 진달래만 보면 더욱 우짖는데 한 번 우짖는 소리에 진달래꽃이 한 송이씩 떨어진다고도 한다. 당나라 백거이의 <산석류, 원구에게 붙인다>라는 시에 "두견이 한번 울 때마다 두견화는 한 가지씩 핀다"는 구절이 전해지고 있다. 갯버들도 세수하고 봄 맞을 준비에 바쁘다 사실, 아랫재 오르는 것을 쉽게 생각했다. 처음부터 마음을 다잡지 않은 탓에 얼마나 힘이 들었고 습도까지 높아 땀은 또 얼마나 흘렸는지... 우뚝 솟은 가지산과 운문산 고봉 사이에서 키 자랑도 못하고 바짝 엎드려 있지만 왠만한 산 정상의 높이가 되니 사람같이 어떤 자리에 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아랫재. 좌측은 운문산, 우측은 가지산, 직진하면 심심이골로 통한다 심심이골은 아랫재의 정겨운 억새밭을 지나면서 시작하는데 이어지는 길이 그렇게 호젓할 수가 없다. 아랫재에서 심심이골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수량이 제법되고 물맛좋은 샘을 만날 수 있다 조릿대 숲이 한층 멋을 더하는 심심이골 누가 왜 이런 짓을... 아름드리 참나무가 무참하게 잘려 쓰러져 있다. 정황은 겨우살이 채취한다고 그런 것 같은데... 산행하는 동안 크고 작은 나무들을 마구 벤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이런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망치게 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아닐까?. < 참새미골 > 이 계곡을 지날 때만 해도 제대로 들어선 줄 알았다. 지난번 북서능으로 내려 온 경험이 있지만 무심코 맞겠지 하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짙은 안개로 조망이 되지 않을 때는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데 말이다. 된비알을 얼마나 힘들여 올랐을까? 길을 잘못 든것 같다는 예감이 맞아 들었다. 직벽에 걸린 로프가 나타나야 할 지점인데... 알바라 생각하고 뒤돌아 가기는 너무 많이 올라왔고 한편으론 잘 다니지 않는 길 이럴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생각과 조금만 오르면 주능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그대로 진행하는데 잘 다니지 않는 길 낙엽이 흔적까지 지워버려 길 찾기가 쉽지않다. 산길에서 만나면 반갑던 산죽이 희미한 길마저 지워버려 산죽을 헤쳐 길을 내며 가려니 힘이 든다. 쉬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영남알프스 오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울산五바우" 시그널만이 "울산五바우"가 다녀간 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을뿐 허물을 벗은듯... 생기를 찾은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치고는 너무 날씬한 것 같기도 하여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1028봉(오를 때는 몰랐지만)에서 좌측으로 가야 하는데 또 우측으로 꺾는다. 이어 만난 큰 길을 따라 얼마나 갔을까? 큰 전망바위가 나타났는데 가시거리 채 20m도 안되는 짙은 안개로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7인분이나 준비한 오리고기는 포식을 하고도 남기는 바람에 짐이되어 버린 고기를 종균씨는 되지고 오는 수고를 해야했다. 점심을 먹는 사이 언뜻 열린 구름 사이로 가지산 북릉 암봉이 나타났다. 그렇다, 우리는 가지산에서 아랫재 가는 길로 한참이나 진행한 것이다. 다시 되돌아 가려니 오리고기를 포식한 탓도 있기는 하겠지만 별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도 힘이 든다. 짙은 안개가 좀 걷히는 것 같다. 가지산 정상에서 멋진 구름바다를 볼 수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오늘은 셔트찬스도 별로 없었는데 아쉬운대로 배경이 들어간 사진 한장을 담을 수 있었다. 가지산 정상 바로 아래, 고지가 저긴데... 30여 명은 됨직한 산객들이 왁자지껄 식사중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대구서 온 "명X 애플산악회"라 소개한다. 산에서 산꾼들을 만나면 반갑지만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이 산에 올라와서까지 본색을 드러내면 역겹다. 자고로 산에서는 세상적인 것을 다 내려놓고 가는 곳이어야 하거늘 선거는 아득한데... 제발 이런 짓거리들 좀 안하면 안되나 어떻게 정치라는게 눈만 뜨면 표 모을 궁리만 하는가? 정치를 제대로 하면 표가 저절로 모여들텐데... 제사보다 젯밥에 눈먼 사람들 정신 좀 차렸으면... 영남알프스 주봉 가지산 정상에서 역시, 산꾼은 산에 있을 때 더 멋있다 < 정상에서 쌀바위 방향 > 열릴듯 하던 하늘이 갑자기 무겁게 내려 앉는다. 일행을 먼저 내려 보내고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날이 개이기는 커녕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안개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여 운해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다음에 기회가 닿기를 바라며 정상을 내려선다. 중봉 가는 길, 시계가 10m는 될려나 일망무애(一望無涯)! 아득하게 멀어서가 아니라 넓고 끝이 없어 한눈에 다 보이지 않는다. 안개비가 내린다. 나무에 맺혔다가 빗방울같이 뚝뚝 떨어진다. 날머리가 가까워 질 수록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소나무 푸른색깔도 분간이 될 정도로 안개가 옅어졌다. 산행 날머리. 7시간 10분만에 드뎌 현실세계로 들어서는 지점이다. 밑둥잘린 아름드리 참나무가 날씨만큼이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산행을 끝내고 석남사앞 새로 들어선 상가에 오니 가게마다 겨우살이를 몇 자루씩 진열해 놓고 있는게 아닌가? 가게 주인에게 이 겨우살이 어디서 채취한 것이냐 물으니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는데... 쉽게 동의할 수가 없는 대답이다. 무참히 베어진 아름드리 나무의 모습과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지금 가지산에는 겨우살이 채취한다고 크고 작은 나무가 무참히 쓰러지고 있다. < 녹색선이 원래 가려던 길, 노란선이 우리가 오른 길 > 집에 와서 확인을 하니 역시 그랬다. 심심이골을 내려서면서 계곡 2개를 지난 후 우측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우리는 참새미골을 만나면서 바로 능선에 붙었던 것이다. 그나마 주변 지리를 아는 산이어서 다행이지 잘 모르는 산이었다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 산행은 습도가 높아 땀도 많이 흘렸고 컨디션이 좋지않아 힘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대상산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산행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좋은 교훈을 얻은 산행이었다 힘든 길 수고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自然과 同化하는 꿈 시나브로 블로그 "共感" |
'山情無限 > 영남알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심이골을 품은 가지산, 북릉에서 학소대를 향하여 (0) | 2009.04.15 |
---|---|
남명 얼음골 비경을 찾아 구름 속 암봉을 오르 내리며 (0) | 2009.04.15 |
화신을 쫓아 주계바위 능선으로 올라 주암계곡으로 (0) | 2009.04.15 |
호젓한 숲길, 암릉과 억새밭이 어우러진 능걸산 산행 (0) | 2009.04.15 |
송년산행 / 운문산 북릉으로 올라 천문지골로 (0) | 2009.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