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 박인환, 낭송 박인희, 고은하

2015. 11. 13. 00:42시,좋은글/詩

 

 

목 마 와   

 

 

 

 

 박인희     낭송 |    고은하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朴寅煥, 1926. 8.15 ~ 1956. 3.20)
한국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
1939년서울 덕수공립소학교를 졸업하고 경기공립중학교에 입학하였으나
1941년 자퇴하고, 한성학교를 거쳐 1944년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하였다.
그 해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8·15광복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1946년〈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그 뒤 상경하여 마리서사(茉莉書肆)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김광균(金光均) 이한직(李漢稷) 김수영(金洙暎) 김경린(金璟麟)
오장환(吳章煥) 김기림(金起林) 등과 교류 하였다.
1948년 서점을 그만두면서 이정숙(李丁淑)과 혼인하였다.
그 해에 자유신문사, 이듬해에 경향신문사에 입사하여 기자로 미국을 시찰하였다.

1949년에는 김병욱(金秉旭) 김경린 등과 동인지 《新詩論》을 발간하였으며,
1950년에는 김차영(金次榮) 김규동(金奎東) 이봉래(李奉來) 등과 피난지 부산에서
동인 '후반기(後半紀)'를 결성하여 모더니즘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1951년에는 육군소속 종군작가단에 참여한 바 있고, 1955년에는 직장인
대한해운공사의 업무 관계로 남해호 사무장으로 미국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1955년 첫 시집 《박인환선시집 朴寅煥選詩集》을 낸 뒤 이듬해에
페노발비탈을 과량 섭취하고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자살)하였다.
묘소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있다.

 

1946년 시<거리>를 《國際新報》에 발표하면서 시작활동을 시작아였다.
이어 1947년에는 시<남풍>, 영화평론<아메리카 영화시론>을 《新天地》에,
1948년에는 시<지하실 地下室>을 《민성 民聲》에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전개하였다.

특히, 1949년김수영 김경린 양병식(梁秉植) 임호권(林虎權) 등과 함께 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은 광복 후 본격적인 시인들의
등장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었다. 1950년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밤의 미매장(未埋藏)><목마와 숙녀> 등을
발표하였는데, 이런 작품들은 도시문명의 우울과 불안을
감상적인 시풍으로 노래하여 주목을 끌었다.

1955년에 발간된 《박인환선시집》에 그의 시작품이 망라되어 있으며
특히<목마와 숙녀>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서 우울과 고독 등
도시적 서정과 시대적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
1956년 작고 1주일 전에 쓰여진 <세월이 가면>은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리기도 하였다.
1976년 그의 20주기를 맞아 장남 세형(世馨)이
《목마와 숙녀》를 간행하였다.
강원도 인제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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