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영토문제, 해양분쟁과는 별개죠'

2009. 6. 21. 20:15역사/독도

 

 

'독도는 영토문제, 해양분쟁과는 별개죠'

 

 

한국 온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정부 해양문제 더 큰 관심갖고 대응해야'



"독도는 국제재판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해양영토 확보 경쟁과 대응방안` 심포지엄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51ㆍ서울대 교수)은 16일 "독도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재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영토와 주권에 관한 사안"이라며 "독도 문제가 국제해양법재판소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특별 당사국총회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에 선출됐다.

 

ITLOS 재판관은 유엔 사무차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국제사회 중요 직책으로 21명의 재판관 중 아시아 국가에는 5개 자리가 배정돼 있다. 한국과 함께 중국 일본 인도 레바논 등이 이를 맡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등 이웃 나라와 해양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백 재판관의 선출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백 재판관은 "우리나라는 어업ㆍ해운 분야 대국이고 남태평양 심해 개발에도 나서는 해양 강국"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교섭이나 협상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재판을 통해 분쟁을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고 분쟁의 성격이나 내용을 잘 봐야 한다"면서 "재판은 여러 해결 방안 중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백 재판관은 이어 "독도는 영토와 주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를 제3자가 관여하는 재판에 회부해 결론을 내게 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며 "독도 문제가 재판에 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해양 분쟁은 독도나 이어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해양 자원, 환경, 그리고 최근 불거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 앞으로 분쟁 소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해양경계 전담국 신설 등 동북아 국가들이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재판관은 "우리 정부도 몇 년 전 외교부에 과 단위 조직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현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가 사라지면서 해운항만 업무는 국토해양부로, 수산업 등은 농림수산식품부로 가는 등 오히려 국제 추세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정부가 해양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재판관은 부산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법학석사를 받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대륙붕 경계 획정`에 관한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를 맡으며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유엔총회 한국대표단, 국제심해저기구 한국대표단 법률 자문 등을 역임한 국제법 전문가로 특히 해양법에서는 국내 1인자로 꼽힌다.

 

2009년 6월16일자  매일경제신문  [최용성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