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 권순진

2011. 7. 26. 23:59시,좋은글/詩

 

 

 

 

 

 

 

 

떡하지? / 권순진

 

태양의 중심이 수평선 아래 15도로 기울 때

우리는 일몰이라 하고 해는 잠시 죽는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으로 부터 저 이글거리는 태양도

열이 식으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협박을 처음 듣고서

벽시계의 초침과 시침을 번갈아 관찰하며 불안해했고

동무의 삶은 건포도처럼 우울하게 보였다

지구가 죽다니, 지상의 모든 생물이 사라지다니

아마존 원시림은 산소를 끊임없이 펌프질 해대고

지금도 사하라의 달 아래선 스라소니가 짝을 짓는데

조금 더 자란 뒤 해를 다시 쳐다보았다.

정말로 사하라의 체표면적은 조금씩 불어난다 하고

펌프질하는 브라질 여인의 근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단다.

언젠가 태양이 까맣게 타들어갈 때 펌프는 고장이 나고

세상은 모래바다가 되겠지

푸름은 생물의 연대와 함께 묻힐 배경에 불과하며

더 이상 아이가 없으니 사랑도, 사랑도 없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건너야할 사막은 있다지만

지금 우리는 해마다 조금씩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뿐

사하라는 아직 멀리 있다 생각하지

동무의 얼굴은 오늘도 건포도처럼 우울하고

어제 이탈리아에선 붉은 눈이 내렸다.

 

- 환경문학 (솔바람 맑은소리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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