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6. 23:16ㆍ시,좋은글/詩
( 영화 '시' 마지막 장면에 양미자(윤정희분)가 낭송한 詩 )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얼마나 적막할까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좋아하는 음악 들려올까요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한 번도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해야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 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당신을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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