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길 / 박노해

2011. 7. 19. 12:57시,좋은글/詩

 

 

 

 

 

 

 

 

굽이 돌아가는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요, 돌아서지 마십시요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길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같이 / 김재진  (0) 2011.08.18
어떡하지? / 권순진   (0) 2011.07.26
7 월 / 목필균   (0) 2011.07.09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0) 2011.06.26
꽃 / 김춘수  (0) 201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