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에서 남부능선으로 올라 유평리까지
2009. 6. 26. 01:20ㆍ山情無限/지리산
(2009. 6. 4 ~ 6. 5)
아! 지리산! 지리산이 가고싶어 휴가를 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고, 찾으면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어머니 품같이 늘 새로운 힘을 받아 오는 곳. 지리산이 좋아 한달에도
서너번을 들린적도 있지만 요즘은 정맥길 가느라 자주 찾지 못하였다.
올해는 지난 1월 낙남길로 남부능선을 타고 영신봉에 올랐다가
거림으로 내려선 이후로는 들리지 못해 미안한 맘까지 드는데
그 미안한 맘도 조금은 달랠겸...
이번 산행은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학동마을 일명 청학동을
들머리로 하여, 삼신봉을 거쳐 세석고원에 이르는 남부능선을 타고,
세석고원에서 주능선으로 연하봉, 천왕봉에 올랐다가 중봉을 거쳐
써리봉, 치밭목, 무재치기 폭포를 거치는 지리산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깊은 곳 대원사 계곡 호젓한 길로 코스를 잡아 보았다.
(행복한 여정의 들머리, 삼신봉으로 오르는 청학동)
울산서 지리산은 멀다.
물리적인 거리야 서울보다 훨씬 가깝지만 교통이 불편해서다
대중교통으로 좀 더 편리하게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나마 승용차로 3시간이면 접근이 되니 다행아닌가?
6시 울산을 출발하여, 덕산 시천면사무소 주위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어제 약속한 택시기사님을 만나 청학동으로 왔다.
(청학동 출발 1.7km지점의 샘터, 몇 번 지나갔는데도 샘터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삼신봉 삼거리, 직진하면 쌍계사 방향, 낙남길은 우측으로 꺾어 오른다)
남부능선 코스는 일반적으로 청학동이라 불리는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학동마을을
들머리 또는 날머리로 삼는데, 더 확장하여 상불재와 불일폭포, 쌍계사를 잇는 능선을
일컫기도 한다. 그럴경우 쌍계사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삼신봉을 거쳐 세석고원에
이르는 능선 전체 길이는 20㎞ 정도로 산행시간은 8시간 정도 걸린다.
지리산 등산로 가운데 긴 코스의 산길이지만, 주능선과 달리 호젓한 오솔길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4계절 어느 때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자랑거리로
지리산의 가장 서정적인 길이기도 하다. 특히, 지리산 주능선의 조망이
계속 시원하게 열려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삼신봉, 좌측은 내삼신봉, 우측은 외삼신봉, 모두 백리주능선이 조망된다)
(지리주능선을 배경으로... 삼신봉에서 사진 잘 찍는 산꾼을 만난건 행운)
(내삼신봉 방향은 푸른 하늘이 드러나는데...)
(천왕봉은 아직도 구름에 덮혀 있다)
(가야할 방향도 조망해 보고..., 멀리 영신봉과 촛대봉이 눈에 들어온다)
(함박꽃이 활짝 피었는데 아직 터뜨리지 않는 깨끗한 꽃망울이...)
(남부능선의 명물 석문)
거대한 바위 사이에 낀 돌이 천장을 이루고 있는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5m는 될 것 같다. 수곡재에서 1시간 10분 정도
진행하여 만난 석문, 여기서 30분 정도 진행하면 음양수 샘이 나오고
다시 1시간 정도 더 오르면 세석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다.
(의신방향 갈림길)
(영신봉과 촛대봉, 그 사이 세석대피소가 숨은듯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음양수, 수량이 많지는 않다.)
석문에서 30여 분 오르자 만난 지리산에서 최고로 물맛이 좋다는 음양수
큰 바위 틈에서 나는 음수와 양수가 합해져 흐르는 모양만으로도 신기하다.
예로부터 자식없는 사람들이 있어 이 물을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로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전에도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이 물을 마시고
기도를 드렸던 곳. 이 음양수에는 행복했지만 자식이 없었던 한 부부의
슬픈 전설이 전해 오는데 해마다 세석고원에 유난히 붉게 피는 철쭉과
우뚝한 촛대봉도 이 부부의 슬픈사연이 서려 있다고 한다.
(무슨꽃? , , 연달래, 병꽃, )
(세석대피소 풍경, 오늘은 장터목 부근까지는 가야한다)
(사통팔달 세석갈림길, 백무동-거림, 노고단-천왕봉 방향 갈림길)
(구상나무 새순과 최근에 좋아하게된 수달래를...)
(주능선상에는 아직도 철지난 철쭉이 수놓고 있다)
(능선 끝간 곳에 우뚝한 천왕봉이... 많이 가까워졌다)
(촛대봉)
(사진 감사합니다)
(100리 주능선이 다 아름답지만 촛대봉에서 천왕봉 이르는 구간이 정말좋다)
(이제 지리산도 등로가 돌계단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연하봉 너머 성큼 다가서 머리를 내민 천왕봉의 위용)
(박무로 조망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산인데...)
(두꺼비 바위?, 거북바위?)
(오늘 제석봉에서 반야일몰을 볼 수 있으려나...)
(내리막을 지나면 어김없이 오르막이 나타난다. 마치 우리 인생사같이..)
(늘 그 자리를 의연하게 지키는듯 하지만 바람결 애무에도 사위어 간다)
오면 가기 마련, 가는 세월 잡을 수 없으니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듯...
(철쭉을 제대로 담기가 어렵다. 이쁘게 담아 몇 줄 시라도 붙이고 싶은데...)
(오늘도 여전히... 장터같은 장터목대피소)
장터목은 지난날 남쪽의 시천(矢川)주민과 북쪽의 마천(馬川)주민들이
물물교환을 하던 장터였다고 한다. 사통팔달로 등산로가 열려있는 이 장터목은
몰려드는 등산객들로 인해 그 옛날의 장터일 때보다 더 붐비는 것 같다.
작년에도 지리산 종주를 하는 대안학교 학생들을 만났는데 오늘도
대안학교 2곳에서 120여 명이 종주중이었다. 초, 중학교 전교생이
3박4일동안 지리산 종주를 하다니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하늘아래 첫 우체통, 근데 달갑잖은 곰은 왜 여기서까지 분위기 깨냐)
(그 시간, 장터목의 아름다운 풍경)
(오늘은 짙은 구름으로 일몰이 별로여서 그냥 여기서...)
(항상 하늘을 불태우듯한 반야일몰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일테지)
(일출(05:17) 전에 천왕봉에 오르려고 큰 배낭메고 바쁘게 올랐다)
(여명과 함께 산들이 하나 둘 눈 비비고 일어난다)
(정상에서 천왕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눈 비비고 일어난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니 산줄기가 되고...)
움트는 아침 / 권경업
새벽을 준비하는 별빛
여명을 부르는 바람
신갈숲 어렴풋할 때
별들이 스러지고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간다
결국 아침은
깨어난 오솔길로
스러진 별빛으로
떠나간 바람으로 온다
슬픔이 기쁘게 오고
기쁨이 슬프게 가더라도
잠시 그대로 두자
지금 못 생명 움이 튼다
(구름이 애무하듯 넘나드는 써리봉 능선, 우리도 저 길로 갈거야)
(천왕일출을 담으려는 동지들... )
(새날이 밝아 오늘 하루 또 선물로 주어졌다. 소중한 날 최선을 다하리라)
(때로는 모델이 되기도 하고...)
(지리산 천왕봉 / 天王峰, 1915m)
(배낭 메고 다시... 천왕봉에서 이렇게 사진 많이 찍히기도 첨이다)
(멋진 포인트에서... 사진 감사합니다)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푸른 꿈을 이뤄가는 너희들의 말없는 가르침도 받아안고...)
(1시간 가까이 노닐던 천왕봉에서 이웃한 중봉으로 향한다)
(110)
(중봉과 뒤돌아 본 천왕봉, 또다른 모습이다)
(114)
(중봉(中峰) / 1875m)
중봉은 해발 1875m로 지리산에서 천왕봉 다음 두번째 높은 준봉.
하봉이나 칠선계곡에서 올려다보는 중봉의 위용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중봉은 천왕봉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지리산 3대봉을 일컬을 때도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중봉, 제석봉 등
고봉들을 건너뛴다. 중봉이 반야봉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더라면...
중봉은 천왕봉에 가려 있지만 그 자체의 조망이 뛰어나다.
또 하봉 루트로 산행을 할 때는 이 중봉이 주요 통과지점이자 갈림길.
중봉에서 천왕봉은 직선거리가 수백 m에 불과하지만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당신'. 그것은 중봉에서 천왕봉까지 바로 밋밋한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잘룩한 안부로 한참 내려간 뒤에 다시 치고 올라야 하기 때문. 여기까지
오느라 체력소모를 많이 한 산꾼들에게는 중봉∼천왕봉 구간이 악코스가
되기도 하고 심설산행이라도 할 때는 잘록한 허리부분은 눈이 허리위까지
차기도 하여 겨울에 통과하기는 또다른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중산리 방향, 그리고 구곡능선 사면의 모습)
(멀리 50대 여인의 둔부같은 반야봉도 당겨보고...)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함께 잡아 보기도 하고...)
(중봉표지석, 뭔 글씨가 새겨져 있긴 있는데...)
(금줄을 넘으면 하봉을 거쳐 왕등재...밤머리재까지, 태극길 그러나 출입통제 구간)
지리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중산리코스가 아닌
대원사, 치밭목, 써리봉 능선을 타고 천왕봉으로 오르거나 내려선다.
한편, 치밭목산장 뒤로 빠져 조개골 상단의 넓은 계곡을 가로질러
중봉과 하봉 안부로 해서 중봉∼천왕봉을 오르기도 한다.
(의연한 모습의 고사목, 너들도 지리산이다)
(중봉에서 내려서서 보는 천왕봉)
(써리봉 / 1602m)
써리봉은 농기구인 써리처럼 톱날같은 암봉이 연결돼 있어
써리봉 능선이라 하는데 아마도 써레는 이 지역 방언인 써리였을테고...
기암괴석이 고사목들과 어울려 절묘한 선경을 빚고 있는데 지리 8경
연하봉 선경보다 오히려 써리봉 비경이 앞선다는 생각마저 든다.
써리봉 암릉 10리 길은 얼마전 철사다리를 놓기 전까지는 통나무나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스릴 만점의 코스였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많은 산악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흉물스런 철사다리를 설치했다,
안전시설물이라 하더라도 자연미를 살리는 노력이 아쉽다.
써리봉은 중봉과 천왕봉이 거의 같은 거리로 눈앞에 조망되고,
순두류의 푸른 분지와 황금능선(동남부 능선)과 웅석봉의 웅자가
한 눈에 들어 오는 등 주변의 산세를 돌러보는 데도 일품. 구름띠가
천왕봉 허리를 감싸기라도 한다면 천상의 황홀까지 느낄 수 있고
겨울 설산은 마치 에베레스트 고봉같은 느낌도 들게 한다.
(써리봉 정상에서 보는 천왕봉, 그만 가기가 싫어져서 한 숨 자 버렸다)
(치밭목 산장이 나타났다)
부근에 취나물이 많아서 치밭목이라 부르는데 한 때는 찾는 이가 없어
폐허가 되었던 산장을 지리산에 반해서 지리산에 살고자했던 산악인 민병태씨가
산장지기를 자청하여 20연 넘게 가꾸어 와 현재의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먹는게 바빠 치밭목 산장 사진도 한 장 제대로 못 찍고
산장지기와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사진도 한 장 못 찍었네
(치밭목 산장의 이정표와 식수장, 식수장 물은 풍부한 편)
(치밭목 산장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오늘 갈길을 마저 가야지)
(무재치기 폭포)
대형 암장으로 이루어진 이 폭포는 바위에 물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물보라로 적당한 위치에 해가 걸리면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무지개치기(->무재치기)폭포라 한다. 오늘은 수량도 적고 무지개가
뜨지않았지만 폭포의 위용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폭포아래 계곡에서 열심히 메모하고 있는 학생(?))
(백당나무 꽃과 햇살을 받아 꽃같이 아름다운 연두색 잎)
(새재 갈림길)
(유평리까지 2.6km, 이제 내려설 일만 남았다)
(드디어 산문을 나왔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다시는 첫집상회에 가지 않으리라)
못 먹는 술이지만 산행을 마치고 나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그동안의 갈증과 모든 피로까지 가시게 하여 좋다.
하여, 이 코스로 올 때는 조금 질러가는 길이 있지만 일부러
첫집상회에 들렸는데... 이제는 다시 가지 않으리라.
막걸리 한 주전자에 딸랑 김치와 절인 나물 한가지
내어 놓고는 8000원이라니 날강도다 칼만 안들었지
(탐방지원센터까지 3.6km, 알딸딸한 상태로 걸었다.)
(막걸리 두 잔에 주차장 가는 길이 흔들리지만 이쁜 싸리꽃도 담고...)
(대원사 계곡은 계곡미도 참 좋다)
(드디어 탐방지원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16:30, 애마를 회수하러 버스로 덕산으로 가는 길)
어제 오전 9시 반에 청학동에서 남부능선으로 올라
오늘 오후 네시 반경 대원사 탐방지원센터를 나섰으니
머문시간은 하루 반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리산에서의
아름답고 황홀했던 순간들은 또 생의 활력소가 되리라.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리산에 들었는데.. 남해에 갈일이 생기는
바람에 아쉬운 맘으로 빨리 지리산에서 나왔지만 어느 산에서
산길에서 만났던 반갑고 고운 인연들, 특히 좋은 사진을 찍어
보내준 지리산꾼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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