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 22:54ㆍ山情無限/山
佔畢齋文集卷之二
遊頭流錄
某生長嶺南。頭流。乃吾鄕之山也。而遊䆠南北。塵埃汨沒。年齒已四十。尙不得一遊焉。辛卯春。持左符于咸陽。頭流在其封內。嵬然蒼翠。擧眼斯得。而㐫年民事。簿書倥偬。殆二期。又不敢一遊焉。每與兪克己,林貞叔語此。未甞不介介于懷。今年夏。曺太虛自關東來。從余讀禮。及秋。將返于庭闈。而求遊玆山。余亦念羸瘵日增。脚力益衰。今年不遊。則明年難卜。况時方仲秋。霒霾已霽。三五之夜。翫月於天王峯。鷄鳴。觀日出。明朝。又周覽四方。可一擧而兼得。遂決策遊焉。乃邀克己。共太虛。按壽親書所云遊山具。稍增損其所賫。十四日戊寅。德峯寺僧解空來。使爲鄕導。韓百源請從。遂歷嚴川。憩于花巖。僧法宗尾至。問其所歷。阻折頗詳。亦令導行至地藏寺。路岐。舍馬著芒鞋。策杖而登。林壑幽窅。已覺勝絶。一里許有巖。曰歡喜臺。太虛,百源。上其巓。其下千仞。俯見金臺,紅蓮,白蓮諸刹。訪先涅菴。菴負峭壁而構。二泉在壁底極冽。墻外。水自半巖缺
泐。津溜而落。盤石承之。稍坳處。瀅然渟滀。其罅生赤楊龍須草。皆數寸。傍有磴路。繫藤蔓一條于樹。攀之上下。以往來于妙貞及地藏。宗云。有一比丘。結夏盂蘭。罷後雲遊。不知所向。種小瓜及蘿葍於石上。有小砧杵糠籺數升許而已。訪新涅。無僧。亦負峭壁。菴東北有巖。曰獨女。五條離立。高皆千餘尺。宗云。聞有一婦人。累石巖間。獨棲其中。鍊道沖空。故爲號云。所累石猶存。栢生巖腰。欲上者。梯木挽其栢。廻繞巖闕。背腹俱盪磨。然後達其頂。然不能辦命者。不能上。從吏玉崑聳山。能上而超足麾
手。予甞往來山陰。望見是巖。與諸峯角出。若柱天然。今而身跨玆地。毛骨
然。恍疑非我也。稍西迤抵古涅菴。日已曛矣。議論臺。在其西岡。克己等後。余獨倚杖于三盤石。香爐峯,彌陁峯。皆在脚底。空云。崖下有石窟。老宿優陁居之。甞與三涅僧。居此石。論大小乘。頓悟。仍以爲號。少選。寮主僧荷衲來。合掌云。聞使君來遊。何在。空目僧休說。僧面稍赤。余用蒙莊語。慰藉云。我欲煬者爭䆴。舍者爭席。今寮主見一野翁耳。豈知某爲使君。空等皆笑。是日。余初試險。步幾二十里。極勞憊。熟睡夜半而覺。月
色呑吐諸峯。雲氣騰湧。余默慮焉。己卯。黎明益陰翳。寮主云。貧道久住此山。以雲卜之。今日必不雨。余喜。减擔夫遣還。出寺。卽行蒼藤深菁난001中。大木之自斃者。顚仆于磎徑。因爲略彴。其半朽者。枝條猶拒地。若行馬然。挽出其下。度一岡。空云。此九隴之第一也。連度三四。得一洞府。寬閑奧邃。樹木蔽日。蘿薜蒙絡。溪流觸石。曲折有聲。其東。山之脊也。而不甚峭峻。其西。地勢漸下。行二十里。達于義呑村也。若携鷄犬牛犢以入。刊木墾田。以種黍稌麻菽。則武陵桃源。亦不多讓也。余以杖叩澗石。顧謂克
己曰。嗟乎。安得與君結契隱遁。盤旋於此耶。使之刮苔蘚。題名于巖腹。度九隴訖。便由山脊而行。行雲低拂篢子。草樹不雨而濕。始覺去天不遠也。不數里。循脊南。乃晉州之地也。烟霧瀰漫。不能眺望。抵淸伊堂。以板爲屋。四人各占堂前溪石上。小憩。自此至永郞岾。道極懸危。正如封禪儀記所謂後人見前人履底。前人見後人頂。攀挽樹根。始能下上。日已過午。始登岾。自咸陽望。此峯最爲峻絶。到此。則更仰視天王峯也。永郞者。新羅花郞之魁。領三千徒。遨遊山水。甞登此峯。故以名焉。少年臺。在
峯側。蒼壁萬尋。所謂少年。豈永郞之徒歟。余抱石角下窺。若將墜也。戒從者勿近傍側。時雲霧消散。日脚下垂。山之東西谿谷開豁。望之無雜樹。皆杉檜松枏。槁死骨立者。居三之一。往往間以丹楓。正如圖畫。其在岡脊者。困於風霧。枝榦皆左靡拳曲。雲髮飄颺。云。海松尤多。土人。每秋採之。以充貢額。今歲。無一樹帶殼。苟取盈。則吾民奈何。守令適見之。是則幸也。有草類書帶。柔韌而滑。可藉以坐臥。在在皆然。淸伊以下。多五味子林密。而到此無之。只見獨活,當歸而已。歷蠏踰嶺。傍有船巖。宗云。上
古海水懷襄時。船繫于玆巖。而螃蠏過之故名。余笑曰。信汝之言。其時生類。盡攀天而活耶。又並脊南登中峯。山中凡隆起爲峯者。皆石。獨此峯。戴土而端重。可以布武焉。稍下步。憩馬巖。有泉淸冽。可飮。値歲旱。使人登此巖。蹈躪便旋。則必致雷雨。余前年及今夏。遣試之。頗驗。晡時。乃登天王峯。雲霧蓊勃。山川皆闇。中峯亦不見矣。空宗先詣聖母廟。捧小佛。呼晴以弄之。余初以爲戲。問之。云。俗云如是則天晴。余冠帶盥洗。捫石磴入廟。以酒果告于聖母曰。某甞慕宣尼登岱之觀。韓子遊衡之志。職
事羈纏。願莫之就。今者仲秋。省稼南境。仰止絶峯。精誠靡阻。遂與進士韓仁孝,兪好仁,曺偉等。共躡雲梯。來詣祠下。屛翳爲祟。雲物餴餾。遑遑悶悶。恐負良辰。伏丐聖母。歆此泂酌。報以神功。致令今日之夕。天宇廓然。月色如晝。明日之朝。萬里洞然。山海自分。則某等獲遂壯觀。敢忘大賜。酹已。共坐神位前。酒數行而罷。祠屋但三間。嚴川里人所改創。亦板屋。下釘甚固。不如是。則爲風所揭也。有二僧繪畫其壁。所謂聖母乃石像。而眉目䯻鬟。皆塗以粉黛。項有缺畫。問之。云太祖捷引月之歲。倭
冦登此峯。斫之而去。後人。和黏復屬之。東偏陷石壘。空等所弄佛。在焉。是號國師。俗傳聖母之淫夫。又問聖母。世謂之何神也。曰。釋迦之母摩耶夫人也。噫。有是哉。西竺與東震。猶隔千百世界。迦維國婦人。焉得爲玆土之神。余甞讀李承休帝王韻記。聖母命詵師。註云。今智異天王。乃指高麗太祖之妣威肅王后也。高麗人習聞仙桃聖母之說。欲神其君之系。創爲是談。承休信之。筆之韻記。此亦不可▓徵。矧緇流妄誕幻惑之言乎。且旣謂之摩耶。而汚衊以國師。其褻慢不敬。孰甚焉。此不可不辨。日且昏。陰風甚顚。東
西橫吹。勢若撥屋振嶽。嵐霧坌入。衣冠皆潤。四人皆枕藉祠內。寒氣徹骨。更襲重綿。從者皆股戰失度。令燒大木三四本以熨之。夜深。月色黯黮。喜而起視。旋爲頑雲所掩。倚壘四瞰。六合澒洞。若大瀛海之中。乘一小舟。軒昂傾側。將淪干波濤也。笑謂三子曰。雖無退之之精誠。知微之道術。幸與君輩。共御氣母。浮游混沌之元。豈非韙歟。庚辰。風雨猶怒。先遣從者於香積寺。具食。令披徑路來迎。過午。雨少止。石矼滑甚。使人扶携推轉而下。數里許有鐵鎖路。甚危。便穿石穴而出。極力步投香積。無僧
已二載。澗水猶依剖木。潺湲而落于槽。窓牖關鎖及香槃佛油。宛然俱在。命淨掃焚香。入處之。薄暮。雲靄自天王峯倒吹。其疾不容一瞥。遙空或有返照。余擧手喜甚。出門前盤石。望望川蜿蜒。而諸山及海島。或全露。或半露。或頂露。如人在帳中而見其䯻也。仰視絶頂。重巒疊嶂。不知昨日路何自也。祠旁白旆。南指而颺。蓋繪畫僧報我知其處也。縱觀南北兩巖。又待月出。于時。東方未盡澄澈。復寒凜不可支。令燒榾柮。以熏屋戶。然後就寢。夜半。星月皎然。辛巳。曉日升暘谷。霞彩暎發。左右皆以余
困劇。必不能再陟。余念數日重陰。忽尒開霽。天公之餉我。多矣。今在咫尺。而不能勉強。則平生芥滯之胸。終不能盪滌矣。遂促晨餔。褰裳。徑往石門以上。所履草木。皆帶氷凌。入聖母廟。復酹而謝曰。今日。天地淸霽。山川洞豁。實賴神休。良深欣感。乃與克己,解空。登北壘。太虛已上板屋矣。雖鴻鵠之飛。無出吾上。時因新霽。四無纖雲。但蒼然茫然。不知所極。余曰。夫遐觀而不得其要領。則何異於樵夫之見。盍先望北而次東。次南次西。且也自近而遠。可乎。空頗能指示之。是山。自北而馳至南原。首起
爲般若峯。東迤幾二百里。至此峯。更峻拔。北蟠而窮焉。其四面支峯裔壑。競秀爭流。雖巧曆。不能究其數。見其雉堞。若曳而繚者。咸陽之城歟。靑黃膠戾。而白虹橫貫者。晉州之水歟。靑螺點點。庚而橫。矗而立者。南海巨濟之群島歟。若山陰,丹豀,雲峯,求禮,河東等縣。皆隱於襞積之中。不得而視也。山之在北而近曰黃石 安陰。曰鷲巖 咸陽。遠曰德裕 咸陰。曰雞龍 公州。曰走牛 錦山。曰修道 知禮。曰伽耶 星州。東北而近曰皇山 山陰。曰紺嶽 三嘉。遠曰八公 大丘。曰淸涼 安東。在東而近曰闍崛 宜寧。曰集賢 晉州。遠曰毗瑟 玄風。曰雲門 淸道。
曰圓寂 梁山。東南而近曰卧龍 泗川。在南而近曰甁要 河東。曰白雲 光陽。西南而遠曰八顚 興陽。在西而近曰荒山 雲峯。遠曰無等 光州。 曰邊山 扶安。曰錦城 羅州。曰威鳳 高山。曰母岳 全州。曰月出 靈岩。西北而遠曰聖壽 長水。或若培塿。或若龍虎。或若飣餖。或若劒鋩。而唯東之八公。西之無等。在諸山稍爲穹隆也。雞立嶺以北。縹氣漫空。對馬島以南。蜃氣接天。眼界已窮。不復了了也。使克己。志其可識者如右。遂相顧自慶曰。自古。登此峯者有矣。豈若吾曹今日之快也。下壘距磴而坐。酌數盃。日已亭午。望靈神。坐高臺。尙遠。亟穿
石門而下。登中山。亦土峯也。郡人由嚴川而上者。以北第二峯爲中。自馬川而上者。甑峯爲第一。此爲第二。故亦稱中焉。自是。皆由山脊而行。其間奇峯。以十數。皆可登眺。與上峯相埒。而無名稱。克己曰。自先生名之。可矣。余曰。其於無徵不信。何。林多馬價木。可爲杖。使從者。揀滑而直者取之。須臾盈一束。歷甑峯。抵沮洳。原有楓樹當徑。屈曲狀棖闑。由之出者。皆不俛僂。原在山之脊也。而夷曠可五六里。林藪蕃茂。水泉縈廻。可以耕而食也。見溪上草廠數間。周以柴柵。有土炕。乃內廂捕鷹幕也。余
自永郞岾至此。見岡巒處處設捕鷹之具。不可勝記。秋氣未高。時無採捕者。鷹準。雲漢間物也。安知峻絶之地。有執械豊蔀而伺者。見餌而貪。猝爲羅網所絓。絛鏇所制。亦可以儆人矣。且夫進献。不過一二連。而謀充戱玩。使鶉衣啜飧者。日夜耐風雪。跧伏於千仞峯頭。有仁心者。所不忍也。暮登唱佛臺。巉巉斗絶。其下無底。其上無草木。但有躑躅數叢。羚羊遺矢焉。俯望荳原串,麗水串,蟾津之委。山海相重。益爲奇也。空指衆壑之會曰。新興寺洞也。李節度克均。與湖南賊張永己戰于此。永己。狗鼠
也。以負險故。李公之智勇。而不能禁遏其奔逬。卒爲長興守之功。可嘆已。又指岳陽縣之北曰。靑鶴寺洞也。噫。此古所謂神仙之區歟。其與人境。不甚相遠。李眉叟何以尋之而不得歟。無乃好事者慕其名。構寺而識之歟。又指其東曰。雙溪寺洞也。崔孤雲甞遊于此。刻石在焉。孤雲。不羈人也。負氣槩。遭世亂。非惟不偶於中國。而又不容於東土。遂嘉遯物外。溪山幽閴之地。皆其所遊歷。世稱神仙。無愧矣。宿靈神寺。但有一僧。寺之北崖。有石迦葉一
。世祖大王時。每遣中使行香。其項有缺。亦
云爲倭所斫。噫。倭眞殘寇哉。屠剝生人無餘。聖母與迦葉之頭。又被斷斬。豈非雖頑然之石。以象人形而遭患歟。其右肱有瘢。似燃燒。亦云劫火所焚。稍加焚。則爲彌勒世。夫石痕本如是。而乃以荒怪之語誑愚民。使邀來世利益者。爭施錢布。誠可憎也。迦葉殿之北峯。有二巖突立。所謂坐高臺也。其一。下蟠上尖。頭戴方石。闊纔一尺。浮屠者言。有能禮佛於其上。得證果。從者玉崑,廉丁。能陟而拜。予在寺望見。亟遣人叱土之。此輩頑愚。幾不辨菽麥。而能自判命如此。浮屠之能誑民。擧此可知。法堂
有蒙山畫幀。其上有贊。云。頭陁第一。是爲抖擻。外已遠塵。內已離垢。得道居先。入滅於後。雪衣雞山。千秋不朽。傍印淸之小篆。乃匪懈堂之三絶也。東砌下有靈溪。西砌下有玉泉。味極甘。以之煑茗。則中泠惠山。想不能過。泉之西。壞寺巋然。此古靈神也。其西北斷峯有小塔。石理細膩。亦爲倭所倒。後更累之。以鐵貫其心。失數層矣。壬午。早起開戶。見蟾津潮漲。久視之。乃嵐氣平鋪也。食罷。並寺之西北。憩于嶺上。望般若峯。約六十餘里。而兩足盡蠒。筋力已竭。雖欲往觀。不能強也。徑由直旨而下。道
益懸危。攀樹根。履石角。數十餘里。皆此類也。面東而仰視。天王峯若咫尺矣。竹梢或有實。皆爲人所採。松之大者。可百圍。櫛立嵌巖。皆平日所未見。旣下峻趾。二壑之水所合。其聲噴放。振搖林麓。澄潭百尺。遊魚濈濈。余四人掬水漱齒。沿崖曳杖而行。甚可樂也。谷口有野廟。僕人以馬先候焉。遂更衣乘馬。抵實宅里。父老數輩。迎拜道左云。使君遊歷無恙。敢賀。余始喜百性不以優遊廢事罪我也。解空。往君子寺。法宗。往妙貞寺。太虛,克己,百源。往遊龍遊潭。余則踰登龜岾。徑還郡齋。出遊纔五日。而頓
覺胷次神觀。寥廓蕭森。雖妻孥吏胥視我。亦不似舊日矣。嗚呼。以頭流崇高雄勝。在中原之地。必先嵩岱。天子登封金泥玉牒之檢。升中于上帝。不然。則當比之武夷衡岳。博雅如韓昌黎,朱晦菴,蔡西山。修煉如孫興公,呂洞賓,白玉蟾。聯裾接踵。彷徉棲息於其中矣。今獨爲庸夫逃隸竄籍學佛者之淵藪。吾輩今日。蹤得登覽一遭。僅償平素之願。而繩墨忩忩。不敢訪靑鶴歷五臺。遍探幽奇焉。夫豈玆山之不遇耶。長詠子美方丈三韓之句。自不覺神魂之飛越也。歲壬辰仲秋越五日。書。
유두류록(遊頭流錄)-김종직(金宗直)
두류산을 유람한 기행록-김종직(金宗直)
某生長嶺南(모생장령남) : 나는 영남(嶺南)에서 생장하였으니,
頭流(두류) : 두류산은
乃吾鄕之山也(내오향지산야) : 바로 내 고향의 산이다.
而遊宦南北(이유환남북) : 그러나 남북으로 떠돌며 벼슬하면서
塵埃汨沒(진애골몰) : 세속 일에 골몰하여
年齒已四十(년치이사십) : 나이 이미 40이 되도록
尙不得一遊焉(상부득일유언) : 아직껏 한번도 유람을 하지 못했다.
辛卯春(신묘춘) : 러다가 신묘년(1471, 성종2) 봄에
持左符于咸陽(지좌부우함양) : 그함양 군수(咸陽郡守)가 되어 내려와 보니,
頭流在其封內(두류재기봉내) : 두류산이 바로 그 봉내(封內)에 있어
嵬然蒼翠(외연창취) : 푸르게 우뚝 솟은 것을
擧眼斯得(거안사득) : 눈만 쳐들면 바라볼 수가 있었으나,
而凶年民事(이흉년민사) : 흉년의 민사(民事)와
簿書倥傯(부서공총) : 부서(簿書) 처리에 바빠서
殆二期(태이기) : 거의 2년이 되도록
又不敢一遊焉(우부감일유언) : 또 한번도 유람하지 못했다.
每與兪克己(매여유극기) : 그리고 매양 유극기(兪克己),
林貞叔語此(림정숙어차) : 임정숙(林貞叔)과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未嘗不介介于懷(미상부개개우회) : 마음속에 항상 걸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今年夏(금년하) : 그런데 금년 여름에
曺太虛自關東(조태허자관동) : 조태허(曺太虛)가 관동(關東)으로부터
來從余讀禮(내종여독례) : 나 있는 데로 와서《예기(禮記)》를 읽고,
及秋(급추) : 가을에는
將返于庭闈(장반우정위) : 장차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而求遊玆山(이구유자산) : 이 산에 유람하기를 요구하였다.
余亦念羸瘵日增(여역념리채일증) : 그러자 나 또한 생각건대, 파리해짐이 날로 더함에 따라
脚力益衰(각력익쇠) : 다리의 힘도 더욱 쇠해가는 터이니,
今年不遊(금년부유) : 금년에 유람하지 못하면
則明年難卜(칙명년난복) : 명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況時方仲秋(황시방중추) : 더구나 때는 중추(仲秋)라서
霒霾已霽(음매이제) : 토우(土雨)가 이미 말끔하게 개었으니,
三五之夜(삼오지야) : 보름날 밤에
翫月於天王峯(완월어천왕봉) : 천왕봉(天王峯)에서 달을 완상하고,
鷄鳴(계명) : 닭이 울면
觀日出(관일출) : 해 돋는 모습을 구경하며,
明朝(명조) : 다음날 아침에는
又周覽四方(우주람사방) : 사방을 두루 관람한다면
可一擧而兼得(가일거이겸득) : 일거에 여러 가지를 겸하여 얻을 수가 있으므로,
遂決策遊焉(수결책유언) : 마침내 유람하기로 결정하였다.
乃邀克己(내요극기) : 그리고는 극기를 초청하여
共太虛(공태허) : 태허와 함께
按壽親書所云遊山具(안수친서소운유산구) : 《수친서(壽親書)》에 이른바 유산구(遊山具)를 상고하여,
稍增損其所齎(초증손기소재) : 그 휴대할 것을 거기에서 약간 증감(增減)하였다.
十四日戊寅(십사일무인) : 그리고 14일 무인에
德峯寺僧解空來(덕봉사승해공래) : 덕봉사(德峯寺)의 중 해공(解空)이 와서
使爲鄕導(사위향도) : 그에게 향도(鄕導)를 하게 하였고,
韓百源請從(한백원청종) : 또 한백원(韓百源)이 따라가기를 요청하였다.
遂歷嚴川(수력엄천) : 마침내 그들과 함께 엄천(嚴川)을 지나
憩于花巖(게우화암) : 화암(花巖)에서 쉬는데,
僧法宗尾至(승법종미지) : 중 법종(法宗)이 뒤따라오므로,
問其所歷(문기소력) : 그 열력한 곳을 물어보니
阻折頗詳(조절파상) : 험준함과 꼬불꼬불한 형세를 자못 자상하게 알고 있었다.
亦令導行至地藏寺(역령도행지지장사) : 그래서 그 또한 길을 인도하게 하여 지장사(地藏寺)에 이르니
路岐(노기) : 갈림길이 나왔다.
舍馬著芒鞋(사마저망혜) : 여기서부터는 말[馬]에서 내려 짚신을 신고
策杖而登(책장이등) : 지팡이를 짚고 오르는데,
林壑幽窅(림학유요) : 숲과 구렁이 깊고 그윽하여
已覺勝絶(이각승절) : 벌써 경치가 뛰어남을 깨닫게 되었다.
一里許有巖曰歡喜臺(일리허유암왈환희대) : 이로부터 1리쯤 가서 환희대(歡喜臺)란 바위가 있는데,
太虛百源上其巓(태허백원상기전) : 태허와 백원이 그 꼭대기에 올라갔다.
其下千仞(기하천인) : 그 아래는 천 길이나 되는데,
俯見金臺紅蓮白蓮諸刹(부견김대홍련백련제찰) : 금대사(金臺寺), 홍련사(紅蓮寺), 백련사(白蓮寺) 등 여러 사찰을 내려다보았다.
訪先涅菴(방선열암) : 선열암(先涅菴)을 찾아가 보니,
菴負峭壁而構(암부초벽이구) : 암자가 높은 절벽을 등진 채 지어져 있는데,
二泉在壁底極冽(이천재벽저극렬) : 두 샘이 절벽 밑에 있어 물이 매우 차가웠다.
墻外(장외) : 담장 밖에는
水自半巖缺泐(수자반암결륵) : 물이 반암(半巖)의 부서진 돌 틈에서
津溜而落(진류이락) : 방울져 떨어지는데,
盤石承之(반석승지) : 반석(盤石)이 이를 받아서
稍坳處(초요처) : 약간 움푹 패인 곳에
瀅然渟滀(형연정축) : 맑게 고여 있었다.
其罅生赤楊龍須草(기하생적양룡수초) : 그 틈에는 적양(赤楊)과 용수초(龍須草)가 났는데,
皆數寸(개수촌) : 모두 두어 치[寸]쯤이나 되었다.
傍有磴路(방유등로) : 그 곁에 돌이 많은 비탈길이 있어,
繫藤蔓一條于樹(계등만일조우수) : 등넝쿨[藤蔓] 한 가닥을 나무에 매어 놓고
攀之上下(반지상하) : 그것을 부여잡고 오르내려서
以往來于妙貞及地藏(이왕래우묘정급지장) : 묘정암(妙貞菴)과 지장사(地藏寺)를 왕래하였다.
宗云(종운) : 중 법종이 말하기를,
有一比丘(유일비구) : “한 비구승(比丘僧)이 있어
結夏盂蘭罷後(결하우란파후) : 파하고 나서는 결하와 우란을
雲遊不知所向(운유부지소향) : 구름처럼 자유로이 돌아다녀서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하였다.
種小瓜及蘿葍於石上(종소과급라복어석상) : 그런데 돌 위에는 소과(小瓜) 및 무우[蘿葍]를 심어놓았고,
有小砧杵糠籺數升許而已(유소침저강흘수승허이이) : 조그마한 다듬잇방망이와 등겨가루[糠籺] 두어 되쯤이 있을 뿐이었다.
訪新涅(방신열) : 신열암(新涅菴)을 찾아가 보니
無僧(무승) : 중은 없었고,
亦負峭壁(역부초벽) : 그 암자 역시 높은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菴東北有巖(암동북유암) : 암자의 동북쪽에는
曰獨女(왈독녀) : 독녀(獨女)라는 바위가 있어
五條離立(오조리립) : 다섯 가닥이 나란히 서 있는데,
高皆千餘尺(고개천여척) : 높이가 모두 천여 척(尺)이나 되었다.
宗云(종운) : 법종이 말하기를,
聞有一婦人(문유일부인) : “들으니, 한 부인(婦人)이
累石巖間(루석암간) : 바위 사이에 돌을 쌓아 놓고
獨棲其中(독서기중) : 홀로 그 안에 거처하면서
鍊道沖空(련도충공) : 도(道)를 연마하여 하늘로 날아올라갔으므로
故爲號云(고위호운) : 독녀라 호칭한다고 합니다.”하였는데,
所累石猶存(소루석유존) : 그 쌓아놓은 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柏生巖腰(백생암요) : 잣나무가 바위 중턱에 나 있는데,
欲上者(욕상자) : 그 바위를 오르려는 자는
梯木挽其柏(제목만기백) : 나무를 건너질러 타고 가서 그 잣나무를 끌어 잡고
廻繞巖闕(회요암궐) : 바위틈을 돌면서
背腹俱盪磨(배복구탕마) : 등과 배가 위아래로 마찰한 다음에야
然後達其頂(연후달기정) : 그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然不能辦命者(연부능판명자) : 그러나 생명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은
不能上(부능상) : 올라갈 수가 없었다.
從吏玉崑聳山(종리옥곤용산) : 그런데 종리(從吏) 옥곤(玉崑)과 용산(聳山)은
能上而超足麾手(능상이초족휘수) : 능란히 올라가 발로 뛰면서 손을 휘저었다.
予嘗往來山陰(여상왕래산음) : 내가 일찍이 산음(山陰)을 왕래하면서
望見是巖(망견시암) : 이 바위를 바라보니,
與諸峯角出(여제봉각출) : 여러 봉우리들과 다투어 나와서
若柱天然(약주천연) : 마치 하늘을 괴고 있는 듯했는데,
今而身跨玆地(금이신과자지) : 지금에 내 몸이 직접 이 땅을 밟아보니,
毛骨?然(모골?연) : 모골(毛骨)이 송연하여
恍疑非我也(황의비아야) : 정신이 멍해져서 내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稍西迤抵古涅菴(초서이저고열암) : 여기서 조금 서쪽으로 가서 고열암(古涅菴)에 다다르니,
日已曛矣(일이훈의) : 날이 이미 땅거미가 졌다.
議論臺(의론대) : 의론대(議論臺)는
在其西岡(재기서강) : 그 서쪽 등성이에 있었다.
克己等後(극기등후) : 극기(克己) 등은 뒤떨어졌고,
余獨倚杖于三盤石(여독의장우삼반석) : 나 혼자 삼반석(三盤石)에 올라 지팡이에 기대 섰노라니,
香爐峯(향로봉) : 향로봉(香爐峯),
彌陁峯(미타봉) : 미타봉(彌陀峯)이
皆在脚底(개재각저) : 모두 다리 밑에 있었다.
空云(공운) : 해공(解空)이 말하기를,
崖下有石窟(애하유석굴) : “절벽 아래에 석굴(石窟)이 있는데,
老宿優陁居之(로숙우타거지) : 노숙(老宿) 우타(優陀)가 그 곳에 거처하면서
嘗與三涅僧(상여삼열승) : 일찍이 선열암, 신열암, 고열암 세 암자의 중들과 함께
居此石(거차석) : 이 돌에 앉아
論大小乘(론대소승) : 대승(大乘), 소승(小乘)을 논하다가
頓悟(돈오) : 갑자기 깨달았으므로,
仍以爲號(잉이위호) : 인하여 이렇게 호칭한 것입니다.”하였다.
少選(소선) : 잠시 뒤에
寮主僧荷衲來(료주승하납래) : 요주승(寮主僧)이 납의(衲衣)를 입고 와서
合掌云(합장운) : 합장(合掌)하고 말하기를,
聞使君來遊(문사군래유) : “들으니 사군(使君)이 와서 노닌다고 하는데,
何在(하재) : 어디 있는가?”하니,
空目僧休說(공목승휴설) : 해공이 그 요주승에게 말하지 말라고 눈짓을 하자,
僧面稍赤(승면초적) : 요주승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余用蒙莊語(여용몽장어) : 그래서 내가 장자(莊子)의 말을 사용하여
慰藉云(위자운) : 위로해서 말하기를,
我欲煬者爭䆴(아욕양자쟁䆴) : “나는 불을 쬐는 사람이 부뚜막을 서로 다투고,
舍者爭席(사자쟁석) : 동숙자들이 좌석을 서로 다투게 하고 싶다.
今寮主見一野翁耳(금료주견일야옹이) : 지금 요주승은 한 야옹(野翁)을 보았을 뿐이니,
豈知某爲使君(기지모위사군) : 어찌 내가 사군인 줄을 알았겠는가.”하니,
空等皆笑(공등개소) : 해공 등이 모두 웃었다.
是日(시일) : 이 날에
余初試險(여초시험) : 나는 처음으로 산행(山行)을 시험하여
步幾二十里(보기이십리) : 20리 가까이 걸은 결과,
極勞憊(극로비) : 극도로 피로하여
熟睡夜半而覺(숙수야반이각) : 잠을 푹 자고 한밤중에 깨어서 보니,
月色呑吐(월색탄토) : 달빛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諸峯雲氣騰湧(제봉운기등용) : 여러 산봉우리에서는 운기(雲氣)가 솟아오르고 있으므로,
余默慮焉(여묵려언) :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였다.
己卯(기묘) : 기묘일
黎明益陰翳(려명익음예) : 새벽에는 날이 더욱 흐려졌는데,
寮主云(료주운) : 요주가 말하기를,
貧道久住此山(빈도구주차산) : “빈도(貧道)가 오랫동안 이 산에 거주하면서
以雲卜之(이운복지) : 구름의 형태로써 점을 쳐본 결과,
今日必不雨(금일필부우) : 오늘은 반드시 비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하였다.
余喜(여희) : 그래서 나는 기뻐하며
減擔夫遣還(감담부견환) : 담부(擔夫)를 감하여 돌려보내고
出寺(출사) : 절에서 나와
卽行蒼藤深菁中(즉행창등심청중) : 곧바로 푸른 등라(藤蘿)가 깊이 우거진 숲 속을 가노라니,
大木之自斃者(대목지자폐자) : 저절로 말라 죽은 큰 나무가
顚仆于谿徑(전부우계경) : 좁은 길에 넘어져서
因爲略彴(인위략박) : 그대로 외나무다리가 되었는데,
其半朽者(기반후자) : 그 반쯤 썩은 것은
枝條猶拒地(지조유거지) : 가지가 아직도 땅을 버티고 있어
若行馬然(약행마연) : 마치 행마(行馬)처럼 생겼으므로,
挽出其下(만출기하) : 머리를 숙이고 그 밑으로 지나갔다.
度一岡(도일강) : 그리하여 한 언덕을 지나니,
空云(공운) : 해공이 말하기를,
此九隴之第一也(차구롱지제일야) : “이것이 구롱(九隴) 가운데 첫째입니다.”하였다.
連度三四(련도삼사) : 연하여 셋째, 넷째 언덕을 지나서
得一洞府(득일동부) : 한 동부(洞府)를 만났는데,
寬閑奧邃(관한오수) : 지경이 넓고 조용하고 깊고 그윽하며,
樹木蔽日(수목폐일) : 수목(樹木)들이 태양을 가리고
蘿薜蒙絡(라벽몽락) : 덩굴풀[薜蘿]들이 덮이고 얽힌 가운데
溪流觸石(계류촉석) : 계곡 물이 돌에 부딪혀
曲折有聲(곡절유성) : 굽이굽이에 소리가 들리었다.
其東(기동) : 그 동쪽은
山之脊也(산지척야) : 산등성이인데
而不甚峭峻(이불심초준) : 그리 험준하지 않았고,
其西(기서) : 그 서쪽으로는
地勢漸下(지세점하) : 지세(地勢)가 점점 내려가는데
行二十里(행이십리) : 여기서 20리를 더 가면
達于義呑村也(달우의탄촌야) : 의탄촌(義呑村)에 도달한다.
若携鷄犬牛犢以入(약휴계견우독이입) : 만일 계견(鷄犬)과 우독(牛犢)을 데리고 들어가서
刊木墾田(간목간전) : 나무를 깎아내고 밭을 개간하여
以種黍稌麻菽(이종서도마숙) : 기장, 벼, 삼, 콩 등을 심어 가꾸고 산다면
則武陵桃源(칙무릉도원) : 무릉 도원(武陵桃源)에도
亦不多讓也(역부다양야) : 그리 손색 될 것이 없었다.
余以杖叩澗石(여이장고간석) : 그래서 내가 지팡이로 계곡의 돌을 두드리면서
顧謂克己曰(고위극기왈) : 극기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嗟乎(차호) : “아,
安得與君結契隱遁(안득여군결계은둔) : 어떻게 하면 그대와 함께 은둔(隱遁)하기를 약속하고
盤旋於此耶(반선어차야) : 이 곳에 와서 노닐 수 있단 말인가.”하고,
使之刮苔蘚(사지괄태선) : 그로 하여금 이끼를 긁어내고
題名于巖腹(제명우암복) : 바위의 한가운데에 이름을 쓰게 하였다.
度九隴訖(도구롱흘) : 구롱을 다 지나서는
便由山脊而行(편유산척이행) : 문득 산등성이를 타고 가는데,
行雲低拂篢子(행운저불공자) : 가는 구름이 나직하게 삿갓을 스치고,
草樹不雨而濕(초수부우이습) : 초목들은 비를 맞지 않았는데도 축축이 젖어 있으므로,
始覺去天不遠也(시각거천부원야) : 그제야 비로소 하늘과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깨달았다.
不數里(부수리) : 이로부터 수리(數里)를 다 못 가서
循脊南(순척남) : 등성이를 돌아 남쪽으로 가면
乃晉州之地也(내진주지지야) : 바로 진주(晉州)의 땅이다.
煙霧瀰漫(연무미만) : 그런데 안개가 잔뜩 끼어서
不能眺望(부능조망) : 먼 데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抵淸伊堂(저청이당) : 청이당(淸伊堂)에 이르러 보니
以板爲屋(이판위옥) : 지붕이 판자로 만들어졌다.
四人各占堂前溪石上(사인각점당전계석상) : 우리 네 사람은 각각 청이당 앞의 계석(溪石)을 차지하고 앉아서
小憩(소게) : 잠깐 쉬었다.
自此至永郞岾(자차지영랑점) : 이로부터 영랑재(永郞岾)에 이르기까지는
道極懸危(도극현위) : 길이 극도로 가팔라서,
正如封禪儀記所謂後人見前人履底(정여봉선의기소위후인견전인리저) : 정히 봉선의기(封禪儀記)에 이른바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밑을 보고,
前人見後人頂(전인견후인정) : 앞사람은 뒷사람의 정수리를 보게 된다.”는 것과 같았으므로,
攀挽樹根(반만수근) : 나무 뿌리를 부여잡아야만
始能下上(시능하상) : 비로소 오르내릴 수가 있었다.
日已過午(일이과오) : 그래서 해가 이미 한낮이 지나서야
始登岾(시등점) : 비로소 영랑재를 올라갔다.
自咸陽望(자함양망) : 함양(咸陽)에서 바라보면
此峯最爲峻絶(차봉최위준절) : 이 봉우리가 가장 높아 보이는데,
到此(도차) : 여기에 와서 보니,
則更仰視天王峯也(칙경앙시천왕봉야) : 다시 천왕봉(天王峯)을 쳐다보게 되었다.
永郞者(영랑자) : 영랑은
新羅花郞之魁(신라화랑지괴) : 신라(新羅) 때 화랑(花郞)의 우두머리였는데,
領三千徒(령삼천도) : 3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遨遊山水(오유산수) : 산수(山水) 속에 노닐다가
嘗登此峯(상등차봉) : 일찍이 이 봉우리에 올랐었기 때문에
故以名焉(고이명언) :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少年臺(소년대) : 소년대(少年臺)는
在峯側(재봉측) : 봉우리 곁에 있어
蒼壁萬尋(창벽만심) : 푸른 절벽이 만 길이나 되었는데,
所謂少年(소위소년) : 이른바 소년이란
豈永郞之徒歟(기영랑지도여) : 혹 영랑의 무리가 아니었는가 싶다.
余抱石角下窺(여포석각하규) : 내가 돌의 모서리를 안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若將墜也(약장추야) : 곧 떨어질 것만 같았다.
戒從者勿近傍側(계종자물근방측) : 그래서 종자(從者)들에게 절벽 난간에 가까이 가지 말도록 주의를 시켰다.
時雲霧消散(시운무소산) : 이 때 구름과 안개가 다 사라지고
日脚下垂(일각하수) : 햇살이 내리비추자,
山之東西谿谷開豁(산지동서계곡개활) : 동서의 계곡들이 모두 환히 트이었으므로,
望之無雜樹(망지무잡수) : 여기저기를 바라보니, 잡수(雜樹)는 없고
皆杉檜松枏(개삼회송남) : 모두가 삼나무[杉], 노송나무[檜], 소나무[松], 녹나무[枏]였는데,
槁死骨立者(고사골립자) : 말라 죽어서 뼈만 앙상하게 서 있는 것이
居三之一(거삼지일) : 3분의 1이나 되었고,
往往間以丹楓(왕왕간이단풍) : 간간이 단풍나무가 섞이어
正如圖畫(정여도화) : 마치 그림과 같았다.
其在岡脊者(기재강척자) : 그리고 등성이에 있는 나무들은
困於風霧(곤어풍무) : 바람과 안개에 시달리어
枝榦皆左靡拳曲(지간개좌미권곡) : 가지와 줄기가 모두 왼쪽으로 쏠려 주먹처럼 굽고
雲髮飄颺(운발표양) : 잎이 거세게 나부끼었다.
云海松尤多(운해송우다) : 중이 말하기를, “여기에는 잣나무[海松]가 더욱 많으므로,
土人(토인) : 이 고장 사람들이
每秋採之(매추채지) : 가을철마다 잣을 채취하여
以充貢額(이충공액) : 공액(貢額)에 충당하는데,
今歲(금세) : 금년에는
無一樹帶殼(무일수대각) : 잣이 달린 나무가 하나도 없으니,
苟取盈(구취영) : 만일 정한 액수대로 다 징수하려 한다면
則吾民奈何(칙오민내하) : 우리 백성들은 어찌 하겠습니까.
守令適見之(수령적견지) : 수령(守令)께서 마침 보았으니,
是則幸也(시칙행야) : 이것은 다행한 일입니다.”하였다.
有草類書帶(유초류서대) : 그리고 여기에는 서대초(書帶草)와 같은 풀이 있어
柔韌而滑(유인이활) : 부드럽고 질기면서 매끄러워,
可藉以坐臥(가자이좌와) : 이것을 깔고 앉고 눕고 할 만하였는데,
在在皆然(재재개연) : 곳곳이 다 그러하였다.
淸伊以下(청이이하) : 청이당 이하로는
多五味子林密(다오미자림밀) : 오미자(五味子)나무 숲이 많았는데,
而到此無之(이도차무지) : 여기에 와서는 오미자나무가 없고,
只見獨活(지견독활) : 다만 독활(獨活),
當歸而已(당귀이이) : 당귀(當歸)만이 있을 뿐이었다.
歷蟹踰嶺(력해유령) : 해유령(蟹踰嶺)을 지나면서 보니
傍有船巖(방유선암) : 곁에 선암(船巖)이 있었는데,
宗云(종운) : 법종(法宗)이 말하기를,
上古海水懷襄時(상고해수회양시) : “상고 시대에 바닷물이 산릉(山陵)을 넘쳐흐를 때
船繫于玆巖(선계우자암) : 이 바위에 배[船]를 매어두었는데,
而螃蟹過之故名(이방해과지고명) : 방해(螃蟹)가 여기를 지나갔으므로 이렇게 이름한 것입니다.”하였다.
余笑曰(여소왈) : 그래서 내가 웃으며 말하기를,
信汝之言(신여지언) :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其時生類(기시생류) : 그때의 생물(生物)들은
盡攀天而活耶(진반천이활야) : 모두 하늘을 부여잡고 살았단 말인가.”하였다.
又竝脊南登中峯(우병척남등중봉) : 또 등성이의 곁을 따라 남쪽으로 중봉(中峯)을 올라가 보니,
山中凡隆起爲峯者(산중범륭기위봉자) : 산중에 모든 융기하여 봉우리가 된 것들은
皆石(개석) : 전부가 돌로 되었는데,
獨此峯(독차봉) : 유독 이 봉우리만이
戴土而端重(대토이단중) : 위에 흙을 이고서 단중(端重)하게 자리하고 있으므로,
可以布武焉(가이포무언) : 발걸음을 자유로이 뗄 수가 있었다.
稍下步(초하보) : 여기에서 약간 내려와
憩馬巖(게마암) : 마암(馬巖)에서 쉬는데,
有泉淸冽(유천청렬) : 샘물이 맑고 차서
可飮(가음) : 마실 만하였다.
値歲旱(치세한) : 가문 때를 만났을 경우,
使人登此巖(사인등차암) : 사람을 시켜 이 바위에 올라가서
蹈躪便旋(도린편선) : 마구 뛰며 배회하게 하면
則必致雷雨(칙필치뢰우) : 반드시 뇌우(雷雨)를 얻게 되는데,
余前年及今夏(여전년급금하) : 내가 지난해와 금년 여름에
遣試之(견시지) : 사람을 보내서 시험해 본 결과,
頗驗(파험) : 자못 효험이 있었다.
晡時(포시) : 신시(申時)에야
乃登天王峯(내등천왕봉) : 천왕봉을 올라가 보니,
雲霧蓊勃(운무옹발) : 구름과 안개가 성하게 일어나
山川皆闇(산천개암) : 산천이 모두 어두워져서
中峯亦不見矣(중봉역부견의) : 중봉(中峯) 또한 보이지 않았다.
空宗先詣聖母廟(공종선예성모묘) : 해공과 법종이 먼저 성모묘(聖母廟)에 들어가서
捧小佛(봉소불) : 소불(小佛)을 손에 들고
呼晴以弄之(호청이롱지) : 개게[晴] 해달라고 외치며 희롱하였다.
余初以爲戲(여초이위희) : 나는 처음에 이를 장난으로 여겼는데,
問之云(문지운) : 물어보니 말하기를,
俗云如是則天晴(속운여시칙천청) : “세속에서 이렇게 하면 날이 갠다고 합니다.”하였다.
余冠帶盥洗(여관대관세) : 그래서 나는 손발을 씻고 관대(冠帶)를 정제한 다음
捫石磴入廟(문석등입묘) : 석등(石磴)을 잡고 올라가 사당에 들어가서
以酒果告于聖母曰(이주과고우성모왈) : 주과(酒果)를 올리고 성모(聖母)에게 다음과 같이 고하였다
某嘗慕宣尼登岱之觀(모상모선니등대지관) : “저는 일찍이 선니(宣尼)가 태산에 올라 구경했던 일과
韓子遊衡之志(한자유형지지) : 한자가 형산에 유람했던 뜻을 사모해 왔으나,
職事羈纏(직사기전) : 직사(職事)에 얽매여
願莫之就(원막지취) :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今者仲秋(금자중추) : 그런데 이번 중추(仲秋)에
省稼南境(생가남경) : 남쪽 지경에 농사를 살피다가,
仰止絶峯(앙지절봉) : 높은 봉우리를 쳐다보니
精誠靡阻(정성미조) : 그 정성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遂與進士韓仁孝(수여진사한인효) : 그리하여 마침내 진사(進士) 한인효(韓仁孝),
兪好仁(유호인) : 유호인(兪好仁),
曺偉等(조위등) : 조위(曺偉) 등과
共躡雲梯(공섭운제) : 함께 운제(雲梯)를 타고 올라가
來詣祠下(래예사하) : 사당의 밑에 당도했는데,
屛翳爲祟(병예위수) :.비, 구름의 귀신이 빌미가 되어
雲物饙餾(운물분류) : 운물(雲物)이 뭉게뭉게 일어나므로,
遑遑悶悶(황황민민) : 황급하고 답답한 나머지
恐負良辰(공부량신) : 좋은 때를 헛되이 저버리게 될까 염려하여,
伏丐聖母(복개성모) : 삼가 성모께 비나니,
歆此泂酌(흠차형작) : 이 술잔을 흠향하시고
報以神功(보이신공) : 신통한 공효로써 보답하여 주소서.
致令今日之夕(치령금일지석) :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天宇廓然(천우곽연) : 하늘이 말끔해져서
月色如晝(월색여주) : 달빛이 낮과 같이 밝고,
明日之朝(명일지조) : 명일 아침에는
萬里洞然(만리동연) : 만 리 경내가 환히 트이어
山海自分(산해자분) : 산해(山海)가 절로 구분되게 해 주신다면
則某等獲遂壯觀(칙모등획수장관) : 저희들은 장관(壯觀)을 이루게 되리니,
敢忘大賜(감망대사) : 감히 그 큰 은혜를 잊겠습니까.”
酹已(뢰이) : 제사를 마치고는
共坐神位前(공좌신위전) : 함께 신위(神位) 앞에 앉아서
酒數行而罷(주수행이파) : 술을 두어 잔씩 나누고 파하였다.
祠屋但三間(사옥단삼간) : 그 사옥(祠屋)은 다만 3칸으로 되었는데,
嚴川里人所改創(엄천리인소개창) : 엄천리(嚴川里) 사람이 고쳐 지은 것으로,
亦板屋(역판옥) : 이 또한 판자 지붕에다
下釘甚固(하정심고) : 못을 박아놓아서 매우 튼튼하였다.
不如是(부여시) : 이렇게 하지 않으면
則爲風所揭也(칙위풍소게야) : 바람에 날릴 수밖에 없었다.
有二僧繪畫其壁(유이승회화기벽) : 두 중이 그 벽(壁)에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所謂聖母乃石像(소위성모내석상) : 이것이 이른바 성모(聖母)의 옛 석상(石像)이란 것이었다.
而眉目䯻鬟(이미목고환) : 그런데 미목(眉目)과 쪽머리[髻鬟]에는
皆塗以粉黛(개도이분대) : 모두 분대(粉黛)를 발라놓았고
項有缺畫(항유결화) : 목에는 결획(缺畫)이 있으므로
問之云(문지운) : 그 사실을 물어보니 말하기를,
太祖捷引月之歲(태조첩인월지세) : “태조(太祖)가 인월역(引月驛)에서 왜구(倭寇)와 싸워 승첩을 거두었던 해에
倭冠登此峯(왜관등차봉) : 왜구가 이 봉우리에 올라와
斫之而去(작지이거) : 그 곳을 찍고 갔으므로,
後人(후인) : 후인이
和黏復屬之(화점부속지) : 풀을 발라서 다시 붙여놓은 것입니다.”하였다.
東偏陷石壘(동편함석루) : 그 동편으로 움푹 들어간 석루(石壘)에는
空等所弄佛(공등소롱불) : 해공 등이 희롱하던 소불(小佛)이
在焉(재언) : 있는데,
是號國師(시호국사) : 이를 국사(國師)라 호칭하며,
俗傳聖母之淫夫(속전성모지음부) : 세속에서는 성모의 음부(淫夫)라고 전해오고 있었다.
又問聖母(우문성모) : 래서 또 묻기를,
世謂之何神也(세위지하신야) : “성모는 세속에서 무슨 신(神)이라 하는가?”하니,
曰釋迦之母摩耶夫人也(왈석가지모마야부인야) : 대답하기를,“석가(釋迦)의 어머니인 마야부인(摩耶夫人)입니다.”하였다.
噫有是哉(희유시재) : 아, 이런 일이 있다니.
西竺與東震(서축여동진) : 서축(西竺)과 우리 동방은
猶隔千百世界(유격천백세계) : 천백(千百)의 세계(世界)로 막혀 있는데,
迦維國婦人(가유국부인) : 가유국(迦維國)의 부인이
焉得爲玆土之神(언득위자토지신) : 어떻게 이 땅의 귀신이 될 수 있겠는가.
余嘗讀李承休帝王韻記(여상독리승휴제왕운기) : 내가 일찍이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記)》를 읽어보니,
聖母命詵師(성모명선사) : ‘성모가 선사를 명했다[聖母命詵師]’는
註云(주운) : 주석에 이르기를,
今智異天王(금지이천왕) : “지금 지리산의 천왕(天王)이니,
乃指高麗太祖之妣威肅王后也(내지고려태조지비위숙왕후야) : 바로 고려 태조(高麗太祖)의 비(妣)인 위숙왕후(威肅王后)를 가리킨다.”하였다.
高麗人習聞仙桃聖母之說(고려인습문선도성모지설) : 이는 곧 고려 사람들이 선도성모(仙桃聖母)에 관한 말을 익히 듣고서
欲神其君之系(욕신기군지계) : 자기 임금의 계통을 신격화시키기 위하여
創爲是談(창위시담) : 이런 말을 만들어낸 것인데,
承休信之(승휴신지) : 이승휴는 그 말을 믿고
筆之韻記(필지운기) : 《제왕운기》에 기록해 놓았으니,
此亦不可?徵(차역부가?징) : 이 또한 고증하지 않을 수 없다.
矧緇流妄誕幻惑之言乎(신치류망탄환혹지언호) : 그런데 더구나 승려들의 세상을 현혹시키는 황당무계한 말임에랴.
且旣謂之摩耶(차기위지마야) : 또 이미 마야부인이라 하고서
而汚衊以國師(이오멸이국사) : 국사(國師)로써 더럽혔으니,
其褻慢不敬(기설만부경) : 그 설만(褻慢)하고 불경(不敬)스럽기가
孰甚焉(숙심언) : 무엇이 이보다 더 심하겠는가.
此不可不辨(차부가부변) : 이것을 변론하지 않을 수 없다.
日且昏(일차혼) : 날이 또 어두워지자
陰風甚顚(음풍심전) : 음랭한 바람이 매우 거세게
東西橫吹(동서횡취) : 동서쪽에서 마구 불어와,
勢若撥屋振嶽(세약발옥진악) : 그 기세가 마치 집을 뽑고 산악을 진동시킬 듯하였고,
嵐霧坌入(남무분입) : 안개가 모여들어서
衣冠皆潤(의관개윤) : 의관(衣冠)이 모두 축축해졌다.
四人皆枕藉祠內(사인개침자사내) : 네 사람이 사내(祠內)에서 서로 베개 삼아 누웠노라니,
寒氣徹骨(한기철골) : 한기(寒氣)가 뼈에 사무치므로
更襲重綿(경습중면) : 다시 중면(重綿)을 껴입었다.
從者皆股戰失度(종자개고전실도) : 종자(從者)들은 모두 덜덜 떨며 어쩔 줄을 몰랐으므로,
令燒大木三四本以熨之(령소대목삼사본이위지) : 큰 나무 서너 개를 태워서 불을 쬐게 하였다.
夜深(야심) : 밤이 깊어지자
月色黯黮(월색암담) :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보이므로,
喜而起視(희이기시) : 기뻐서 일어나 보니
旋爲頑雲所掩(선위완운소엄) : 이내 검은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倚壘四瞰(의루사감) :누(壘)에 기대서 사방을 내려다보니,
六合澒洞(륙합홍동) : 천지(天地)와 사방(四方)이 서로 한데 연하여,
若大瀛海之中(약대영해지중) : 마치 큰 바다 가운데서
乘一小舟(승일소주) : 하나의 작은 배를 타고
軒昂傾側(헌앙경측) : 올라갔다 기울었다 하면서
將淪干波濤也(장륜간파도야) : 곧 파도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笑謂三子曰(소위삼자왈) : 그래서 세 사람에게 웃으며 이르기를,
雖無退之之精誠(수무퇴지지정성) : “비록 한퇴지(韓退之)의 정성과
知微之道術(지미지도술) : 기미(幾微)를 미리 살펴 아는 도술(道術)은 없을지라도
幸與君輩(행여군배) : 다행히 군(君)들과 함께
共御氣母(공어기모) : 기모(氣母 우주의 원기를 이름)를 타고
浮游混沌之元(부유혼돈지원) : 혼돈(混沌)의 근원에 떠서 노닐게 되었으니,
豈非韙歟(기비위여) :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하였다.
庚辰(경신) : 경진일에도
風雨猶怒(풍우유노) : 비바람이 아직 거세므로,
先遣從者於香積寺(선견종자어향적사) : 먼저 향적사(香積寺)에 종자들을 보내어
具食(구식) : 밥을 준비해 놓고
令披徑路來迎(령피경로래영) : 지름길을 헤치고 와서 맞이하도록 하였다.
過午(과오) : 정오(正午)가 지나서는
雨少止(우소지) : 비가 약간 그쳤는데
石矼滑甚(석강활심) : 돌다리가 몹시 미끄러우므로,
使人扶携推轉而下(사인부휴추전이하) : 사람을 시켜 붙들게 하여 내려왔다.
數里許有鐵鎖路(수리허유철쇄로) : 수리(數里)쯤 가서는 철쇄로(鐵鎖路)가 있었는데
甚危(심위) : 매우 위험하므로,
便穿石穴而出(편천석혈이출) : 문득 석혈(石穴)을 꿰어 나와서
極力步投香積(극력보투향적) : 힘껏 걸어 향적사(香積寺)에 들어갔다.
無僧已二載(무승이이재) : 향적사에는 중이 없은 지가 벌써 2년이나 되었는데,
澗水猶依剖木(간수유의부목) : 계곡 물은 아직도 쪼개진 나무에 의지하여
潺湲而落于槽(잔원이락우조) : 졸졸 흘러서 물통으로 떨어졌다.
窓牖關鎖及香槃佛油(창유관쇄급향반불유) : 창유(窓牖)의 관쇄(關鎖) 및 향반(香槃)의 불유(佛油)가
宛然俱在(완연구재) : 완연히 모두 있었으므로,
命淨掃焚香(명정소분향) : 명하여 깨끗이 소제하고 분향(焚香)하게 한 다음
入處之(입처지) : 들어가 거처하였다.
薄暮(박모) : 저물녘에는
雲靄自天王峯倒吹(운애자천왕봉도취) : 운애(雲靄)가 천왕봉으로부터 거꾸로 불려 내려오는데,
其疾不容一瞥(기질부용일별) : 그 빠르기가 일순간도 채 안 되었다.
遙空或有返照(요공혹유반조) : 그리하여 먼 하늘에는 간혹 석양이 반사된 데도 있으므로,
余擧手喜甚(여거수희심) : 나는 손을 들어 매우 기뻐하면서,
出門前盤石(출문전반석) : 문 앞의 반석(盤石)으로 나가서
望望川蜿蜒(망망천완연) : 바라보니, 육천(䔖川)이 길게 연해져 있고,
而諸山及海島(이제산급해도) : 여러 산(山)과 해도(海島)는
或全露(혹전로) : 혹은 완전히 드러나고
或半露(혹반로) : 혹은 반쯤만 드러나기도 하며
或頂露(혹정로) : 혹은 꼭대기만 드러나기도 하여,
如人在帳中而見其䯻也(여인재장중이견기고야) : 마치 장막(帳幕) 안에 있는 사람의 상투를 보는 것 같았다.
仰視絶頂(앙시절정) : 그리고 절정(絶頂)을 쳐다보니,
重巒疊嶂(중만첩장) : 겹겹의 봉우리가 둘러싸여서
不知昨日路何自也(부지작일로하자야) : 어제 어느 길로 내려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祠旁白旆(사방백패) : 사당 곁에 서 있는 흰 깃발은
南指而颺(남지이양) : 남쪽을 가리키며 펄럭이고 있었는데,
蓋繪畫僧報我知其處也(개회화승보아지기처야) : 대체로 회화승(繪畫僧)이 나에게 그 곳을 알 수 있도록 알려준 것이다.
縱觀南北兩巖(종관남북량암) : 여기에서 남북의 두 바위를 마음껏 구경하고,
又待月出(우대월출) : 또 달이 뜨기를 기다렸는데,
于時(우시) : 이 때는
東方未盡澄澈(동방미진징철) : 동방(東方)이 완전히 맑지 못하였다.
復寒凜不可支(부한름부가지) : 다시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
令燒榾柮(령소골돌) : 등걸불을 태워서
以熏屋戶(이훈옥호) : 집을 훈훈하게 한 다음에야
然後就寢(연후취침) : 잠자리에 들어갔다.
夜半(야반) : 한밤중에는
星月皎然(성월교연) : 별빛과 달빛이 모두 환하였다.
辛巳(신사) : 신사일
曉日升暘谷(효일승양곡) : 새벽에는 태양이 양곡(暘谷)에서 올라오는데,
霞彩映發(하채영발) : 노을빛 같은 채색이 반짝반짝 빛났다.
左右皆以余困劇(좌우개이여곤극) : 좌우에서는 모두 내가 몹시 피곤하여
必不能再陟(필부능재척) : 반드시 재차 천왕봉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余念數日重陰(여념수일중음) : 그러나 나는 생각건대, 수일 동안 짙게 흐리던 날이
忽爾開霽(홀이개제) : 갑자기 개었으니,
天公之餉我(천공지향아) : 이는 하늘이 나를 대단히 도와준 것이
多矣(다의) : 많았는데
今在咫尺(금재지척) : 지금 지척에 있으면서
而不能勉強(이부능면강) : 힘써 다시 올라보지 못하고
則平生芥滯之胸(칙평생개체지흉) : 만다면 평생 동안 가슴 속에 쌓아온 것을
終不能盪滌矣(종부능탕척의) : 끝내 씻어내지 못하고 말 것이라고 여겨졌다.
遂促晨餔(수촉신포) : 그래서 마침내 새벽밥을 재촉하여 먹고는
褰裳(건상) : 아랫도리를 걷어 올리고
徑往石門以上(경왕석문이상) : 지레 석문(石門)을 통하여 올라가는데,
所履草木(소리초목) : 신에 밟힌 초목들은
皆帶氷凌(개대빙릉) : 모두 고드름이 붙어 있었다.
入聖母廟(입성모묘) : 성모묘에 들어가서
復酹而謝曰(부뢰이사왈) : 다시 술잔을 올리고 사례하기를,
今日(금일) : “오늘은
天地淸霽(천지청제) : 천지가 맑게 개고
山川洞豁(산천동활) : 산천이 환하게 트였으니,
實賴神休(실뢰신휴) : 이는 실로 신의 도움을 힘입은 것이라,
良深欣感(량심흔감) : 참으로 깊이 기뻐하며 감사드립니다.”하고,
乃與克己解空(내여극기해공) : 이에 극기, 해공과 함께
登北壘(등북루) : 북루(北壘)를 올라가니,
太虛已上板屋矣(태허이상판옥의) : 태허는 벌써 판옥(板屋)에 올라가 있었다.
雖鴻鵠之飛(수홍곡지비) : 아무리 높이 날으는 홍곡(鴻鵠)일지라도
無出吾上(무출오상) : 우리보다 더 높이는 날 수 없었다.
時因新霽(시인신제) : 이 때 날이 막 개서
四無纖雲(사무섬운) : 사방에는 구름 한 점도 없고,
但蒼然茫然(단창연망연) : 다만 대단히 아득하여
不知所極(부지소극) : 끝을 볼 수가 없을 뿐이었다.
余曰(여왈) :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夫遐觀而不得其要領(부하관이부득기요령) : “대체로 먼 데를 구경하면서 그 요령을 얻지 못하면
則何異於樵夫之見(칙하이어초부지견) : 나무꾼의 소견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盍先望北而次東次南次西(합선망북이차차남차서동) : 그러니 어찌 먼저 북쪽을 바라본 다음, 동쪽, 남쪽, 서쪽을 차례로 바라보고
且也自近而遠(차야자근이원) : 또 가까운 데로부터 시작하여 먼 데에 이르는 것이
可乎(가호) : 좋지 않겠는가.”하니,
空頗能指示之(공파능지시지) : 해공이 그 방도를 썩 잘 지시해 주었다.
是山(시산) :
自北而馳至南原(자북이치지남원) : 이 산은 북으로부터 달려서 남원(南原)에 이르러
首起爲般若峯(수기위반약봉) : 으뜸으로 일어난 것이 반야봉(般若峯)이 되었는데,
東迤幾二百里(동이기이백리) : 동쪽에서는 거의 이백 리를 뻗어와서
至此峯(지차봉) : 이 봉우리에 이르러
更峻拔(경준발) : 다시 우뚝하게 솟아서
北蟠而窮焉(북반이궁언) : 북쪽으로 서리어 다하였다.
其四面支峯裔壑(기사면지봉예학) : 그 사면(四面)의 빼어남을 다투고
競秀爭流(경수쟁류) : 흐름을 겨루는 자잘한 봉우리와 계곡들에 대해서는
雖巧曆(수교력) : 아무리 계산(計算)에 능한 사람일지라도
不能究其數(부능구기수) : 그 숫자를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見其雉堞(견기치첩) : 보건대, 그 성첩(城堞)을
若曳而繚者(약예이료자) : 마치 죽 끌어서 둘러놓은 것처럼 생긴 것은
咸陽之城歟(함양지성여) : 함양(咸陽)의 성(城)일 것이고,
靑黃膠戾(청황교려) : 청황색이 혼란하게 섞인 가운데
而白虹橫貫者(이백홍횡관자) : 마치 흰 무지개가 가로로 관통한 것처럼 생긴 것은
晉州之水歟(진주지수여) : 진주(晉州)의 강물일 것이고,
靑螺點點(청라점점) : 푸른 산봉우리들이 한 점 한 점 얽히어
庚而橫(경이횡) : 사방으로 가로질러서
矗而立者(촉이립자) : 곧게 선 것들은
南海巨濟之群島歟(남해거제지군도여) : 남해(南海)와 거제(巨濟)의 군도(群島)일 것이다.
若山陰(약산음) : 그리고 산음(山陰),
丹谿(단계) : 단계(丹谿),
雲峯(운봉) : 운봉(雲峯),
求禮(구례) : 구례(求禮),
河東等縣(하동등현) : 하동(河東) 등의 현(縣)들은
皆隱於襞積之中(개은어벽적지중) : 모두 겹겹의 산골짜기에 숨어 있어서
不得而視也(부득이시야) : 볼 수가 없었다.
山之在北而近曰黃石安陰(산지재북이근왈황석안음) : 그리고 북쪽에 있는 산으로 가까이 있는 것들은 바로 황석(黃石)안음(安陰)에 있고
曰鷲巖咸陽(왈취암함양) : 취암(鷲巖)함양(咸陽)에 있다.
遠曰德裕咸陰(원왈덕유함음) : 멀리 있는 것들은 덕유(德裕)함음(咸陰)에 있다.,
曰雞龍公州(왈계룡공주) : 계룡(鷄龍)공주(公州)에 있다.,
曰走牛錦山(왈주우금산) : 주우(走牛)금산(錦山)에 있다.,
曰修道知禮(왈수도지례) : 수도(修道)지례(知禮)에 있다.,
曰伽耶星州(왈가야성주) : 가야(伽耶)성주(星州)에 있다.
東北而近曰皇山山陰(동북이근왈황산산음) : 또 동북쪽에 있는 산으로 가까이 있는 것들은 황산(皇山)산음(山陰)에 있다.
曰紺嶽三嘉(왈감악삼가) : 감악(紺嶽)삼가(三嘉)에 있다.,
遠曰八公大丘(원왈팔공대구) : 멀리 있는 것들은 팔공(八公)대구(大丘)에 있다.,
曰淸涼安東(왈청량안동) : 청량(淸涼)안동(安東)에 있다.
在東而近曰闍崛宜寧(재동이근왈자굴의녕) : 동쪽에 있는 산으로 가까이 있는 것들은 자굴(闍崛)의령(宜寧)에 있다.
曰集賢晉州(왈집현진주) : 집현(集賢)진주(晉州)에 있다
遠曰毗瑟玄風(원왈비슬현풍) : 멀리 있는 것들은 비슬(毗瑟)현풍(玄風)에 있다.,
曰雲門淸道(왈운문청도) : 운문(雲門)청도(淸道)에 있다.,
曰圓寂梁山(왈원적량산) : 원적(圓寂)양산(梁山)에 있다.
東南而近曰臥龍泗川(동남이근왈와룡사천) : 동남쪽에 있는 산으로 가까이 있는 것은 와룡(臥龍)사천(泗川)에 있다.
在南而近曰甁要河東(재남이근왈병요하동) : 남쪽에 있는 산으로 가까이 있는 것들은 병요(甁要)하동(河東)에 있다.
曰白雲光陽(왈백운광양) : 백운(白雲)광양(光陽)에 있다.
西南而遠曰八顚興陽(서남이원왈팔전흥양) : 서남쪽에 있는 산으로 멀리 있는 것은 팔전(八顚)흥양(興陽)에 있다.
在西而近曰荒山雲峯(재서이근왈황산운봉) : 서쪽에 있는 산으로 멀리 있는 것은 황산(荒山)운봉(雲峯)에 있다.
遠曰無等光州(원왈무등광주) : 멀리 있는 것들은 무등(無等)광주(光州)에 있다.,
曰邊山扶安(왈변산부안) : 변산(邊山)부안(扶安)에 있다.,
曰錦城羅州(왈금성라주) : 금성(錦城)나주(羅州)에 있다.,
曰威鳳高山(왈위봉고산) : 위봉(威鳳)고산(高山)에 있다.,
曰母岳全州(왈모악전주) : 모악(母岳)전주(全州)에 있다.,
曰月出靈岩(왈월출령암) : 월출(月出)영암(靈巖)에 있다
西北而遠曰聖壽長水(서북이원왈성수장수) : 서북쪽에 멀리 있는 산은 성수(聖壽)장수(長水)에 있다.
或若培塿(혹약배루) : 이상의 산들이 혹은 조그마한 언덕 같기도 하고,
或若龍虎(혹약룡호) : 혹은 용호(龍虎) 같기도 하며,
或若飣餖(혹약정두) : 혹은 음식 접시들을 늘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或若劍鋩(혹약검망) : 혹은 칼끝 같기도 한데,
而唯東之八公(이유동지팔공) : 그 중에 유독 동쪽의 팔공산과
西之無等(서지무등) : 서쪽의 무등산만이
在諸山稍爲穹隆也(재제산초위궁륭야) : 여러 산들보다 약간 높게 보인다.
雞立嶺以北(계립령이북) : 그리고 계립령(鷄立嶺) 이북으로는
縹氣漫空(표기만공) : 푸른 산 기운이 창공에 널리 퍼져 있고,
對馬島以南(대마도이남) : 대마도(對馬島) 이남으로는
蜃氣接天(신기접천) : 신기루(蜃氣樓)가 하늘에 닿아 있어,
眼界已窮(안계이궁) : 안계(眼界)가 이미 다하여
不復了了也(부부료료야) : 더 이상은 분명하게 볼 수가 없었다.
使克己(사극기) : 극기로 하여금
志其可識有如右(지기가식유여우) : 알 만한 것을 기록하게 한 것이 이상과 같다
遂相顧自慶曰(수상고자경왈) : 마침내 서로 돌아보고 자축하여 말하기를,
自古(자고) : “예로부터
登此峯者有矣(등차봉자유의) : 이 봉우리를 오른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豈若吾曹今日之快也(기약오조금일지쾌야) : 어찌 오늘날 우리들만큼 유쾌한 구경이야 했겠는가.”하고는,
下壘距磴而坐(하루거등이좌) : 누(壘)를 내려와 돌에 걸터앉아서
酌數杯(작수배) : 술 두어 잔을 마시고 나니,
日已亭午(일이정오) : 해가 이미 정오(亭午)였다.
望靈神(망령신) : 여기에서 영신사(靈神寺),
坐高臺(좌고대) : 좌고대(坐高臺)를 바라보니,
尙遠(상원) : 아직도 멀리 보였다.
亟穿石門而下(극천석문이하) : 속히 석문(石門)을 꿰어 내려와
登中山(등중산) : 중산(中山)을 올라가 보니
亦土峯也(역토봉야) : 이 또한 토봉(土峯)이었다.
郡人由嚴川而上者(군인유엄천이상자) : 군인(郡人)들이 엄천(嚴川)을 경유하여 오르는 자들은
以北第二峯爲中(이북제이봉위중) : 북쪽에 있는 제이봉(第二峯)을 중산이라 하는데,
自馬川而上者(자마천이상자) : 마천(馬川)을 경유하여 오르는 자들은
甑峯爲第一(증봉위제일) : 증봉(甑峯)을 제일봉으로 삼고
此爲第二(차위제이) : 이 봉우리를 제이봉으로 삼기 때문에
故亦稱中焉(고역칭중언) : 들 또한 이것을 중산이라 일컫는다.
自是(자시) : 그여기서부터는
皆由山脊而行(개유산척이행) : 모두 산등성이를 따라서 가는데,
其間奇峯(기간기봉) : 그 중간에 기이한 봉우리가
以十數(이십수) : 0여 개나 있어
皆可登眺(개가등조) : 모두 올라서 사방 경치를 바라볼 만하기는
與上峯相埒(여상봉상랄) : 상봉(上峯)과 서로 비슷했으나
而無名稱(이무명칭) : 아무런 명칭이 없었다.
克己曰(극기왈) : 그러자 극기가 말하기를,
自先生名之(자선생명지) : “선생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면
可矣(가의) : 좋겠습니다.”하므로,
余曰(여왈) : 내가 말하기를,
其於無徵不信何(기어무징부신하) : “고증할 수 없는 일은 믿어주지 않음에야 어찌하겠는가.”하였다.
林多馬價木(림다마가목) : 이 곳 숲에는 마가목(馬價木)이 많은데,
可爲杖(가위장) : 지팡이를 만들 만하므로,
使從者(사종자) : 종자(從者)를 시켜
揀滑而直者取之(간활이직자취지) : 매끄럽고 곧은 것을 골라서 취하게 하였더니,
須臾盈一束(수유영일속) : 잠깐 사이에 한 다발을 취하였다.
歷甑峯(력증봉) : 증봉(甑峯)을 거쳐
抵沮洳(저저여) : 진펄의 평원에 다다르니,
原有楓樹當徑(원유풍수당경) : 좁은 길에 서 있는 단풍나무가
屈曲狀棖闑(굴곡장정얼) : 마치 문설주와 문지방의 형상으로 굽어 있었으므로,
由之出者(유지출자) : 그 곳으로 나가는 사람은
皆不俛僂(개부면루) : 모두 등을 구부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原在山之脊也(원재산지척야) : 이 평원은 산의 등성이에 있는데,
而夷曠可五六里(이이광가오륙리) :. 5, 6리쯤 넓게 탁 트인 데에
林藪蕃茂(림수번무) : 숲이 무성하고
水泉縈廻(수천영회) : 샘물이 돌아 흐르므로,
可以耕而食也(가이경이식야) : 사람이 농사지어 먹고 살 만하였다.
見溪上草廠數間(견계상초창수간) : 시냇가에는 두어 칸 되는 초막[草廠]이 있는데,
周以柴柵(주이시책) : 빙 둘러 섶으로 울짱을 쳤고
有土炕(유토항) : 온돌[土炕]도 놓아져 있으니,
乃內廂捕鷹幕也(내내상포응막야) : 이것이 바로 내상군(內廂軍)이 매[鷹]를 포획하는 막사였다.
余自永郞岾至此(여자영랑점지차) : 내가 영랑재(永郞岾)로부터 이 곳에 이르는 동안,
見岡巒處處設捕鷹之具(견강만처처설포응지구) : 강만(岡巒)의 곳곳에 매 포획하는 도구 설치해 놓은 것을 본 것이
不可勝記(부가승기) :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다.
秋氣未高(추기미고) : 아직은 가을 기운이 그리 높지 않아서
時無採捕者(시무채포자) : 현재 매를 포획하는 사람은 없었다.
鷹準(응준) : 매의 무리는
雲漢間物也(운한간물야) : 운한(雲漢) 사이를 날아가는 동물이니,
安知峻絶之地(안지준절지지) : 그것이 어떻게 이 준절(峻絶)한 곳에
有執械豐蔀而伺者(유집계풍부이사자) : 큼직한 덫을 설치해 놓고 엿보는 자가 있는 줄을 알겠는가.
見餌而貪(견이이탐) : 그래서 미끼를 보고 그것을 탐하다가
猝爲羅網所絓(졸위라망소괘) : 갑자기 그물에 걸려 잡혀서
絛鏇所制(조선소제) : 노끈에 매이게 되는 것이니,
亦可以儆人矣(역가이경인의) : 이것으로 또한 사람을 경계할 수도 있겠다.
且夫進獻(차부진헌) : 그리고 나라에 진헌(進獻)하는 것은
不過一二連(부과일이련) : 고작 1, 2련(連)에 불과한데,
而謀充戲玩(이모충희완) : 희완(戲玩)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使鶉衣啜飧者(사순의철손자) :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日夜耐風雪(일야내풍설) : 밤낮으로 눈보라를 견뎌가면서
跧伏於千仞峯頭(전복어천인봉두) : 천 길 산봉우리의 꼭대기에 엎드려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有仁心者(유인심자) : 인심(仁心)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所不忍也(소부인야) : 차마 못할 일이다.
暮登唱佛臺(모등창불대) : 저물녘에 창불대(唱佛臺)를 올라가 보니,
巉巉斗絶(참참두절) : 깎아지른 절벽이 하도 높아서
其下無底(기하무저) : 그 아래로는 밑이 보이지 않았고,
其上無草木(기상무초목) : 그 위에는 초목은 없고
但有躑躅數叢(단유척촉수총) : 다만 철쭉[躑躅] 두어 떨기와
羚羊遺矢焉(령양유시언) : 영양(羚羊)의 똥만이 있을 뿐이었다.
俯望荳原串(부망두원곶) : 여기에서 두원곶(荳原串),
麗水串蟾津之委(려수곶섬진지위) : 여수곶(麗水串)·섬진강(蟾津江)의 굽이굽이를 내려다보니,
山海相重(산해상중) : 산과 바다가 서로 맞닿아
益爲奇也(익위기야) : 더 기관(奇觀)이었다.
空指衆壑之會曰(공지중학지회왈) : 해공이 여러 구렁[壑]이 모인 곳을 가리키면서
新興寺洞也(신흥사동야) : 신흥사동(新興寺洞)이라고 하였다.
李節度克均(리절도극균) : 일찍이 절도사 이극균이
與湖南賊張永己戰于此(여호남적장영기전우차) : 호남의 도적 장영기와 여기에서 싸웠는데,
永己(영기) : 영기는
狗鼠也(구서야) : 구서 같은 자라서
以負險故(이부험고) : 험준한 곳을 이용했기 때문에
李公之智勇(리공지지용) : 이공 같은 지용으로도
而不能禁遏其奔逬(이부능금알기분逬) : 그가 달아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卒爲長興守之功(졸위장흥수지공) : 끝내 장흥 부사에게로 공이 돌아갔으니,
可嘆已(가탄이) : 탄식할 일이다.
又指岳陽縣之北曰(우지악양현지북왈) : 해공이 또 악양현(岳陽縣)의 북쪽을 가리키면서
靑鶴寺洞也(청학사동야) : 청학사동(靑鶴寺洞)이라고 하였다.
噫此古所謂神仙之區歟(희차고소위신선지구여) : 아, 이것이 옛날에 이른바 신선(神仙)이 산다는 곳인가 보다.
其與人境(기여인경) : 인간의 세계와
不甚相遠(부심상원) : 그리 서로 멀지도 않은데,
李眉叟何以尋之而不得歟(리미수하이심지이부득여) : 이미수는 어찌하여 이 곳을 찾다가 못 찾았던가?
無乃好事者慕其名(무내호사자모기명) : 그렇다면 호사자(好事者)가 그 이름을 사모하여
構寺而識之歟(구사이식지여) : 절을 짓고서 그 이름을 기록한 것인가.
又指其東曰(우지기동왈) : 해공이 또 그 동쪽을 가리키면서
雙溪寺洞也(쌍계사동야) : 계사동(雙溪寺洞)이라고 하였다.
崔孤雲嘗遊于此(최고운상유우차) : 쌍최고운(崔孤雲)이 일찍이 이 곳에서 노닐었으므로
刻石在焉(각석재언) : 각석(刻石)이 남아 있다.
孤雲(고운) : 고운은
不羈人也(부기인야) : 세속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負氣槩(부기개) : 기개(氣槪)를 지닌데다
遭世亂(조세란) : 난세(亂世)를 만났으므로,
非惟不偶於中國(비유부우어중국) : 중국(中國)에서 불우했을 뿐만 아니라,
而又不容於東土(이우부용어동토) : 또한 동토(東土)에서도 용납되지 않아서,
遂嘉遯物外(수가둔물외) : 마침내 정의롭게 속세 밖에 은둔함으로써
溪山幽闃之地(계산유격지지) : 깊고 그윽한 계산(溪山)의 지경은
皆其所遊歷(개기소유력) : 모두 그가 유력(遊歷)한 곳이었으니,
世稱神仙(세칭신선) : 세상에서 그를 신선이라 칭하는 데에
無愧矣(무괴의) : 부끄러움이 없겠다.
宿靈神寺(숙령신사) : 영신사(靈神寺)에서 자는데
但有一僧(단유일승) : 여기는 중이 한 사람뿐이었고,
寺之北崖(사지북애) : 절의 북쪽 비탈에는
有石迦葉一軀(유석가엽일구) : 석가섭(石迦葉) 일구(一軀)가 있었다.
世祖大王時(세조대왕시) : 세조 대왕(世祖大王) 때에
每遣中使行香(매견중사행향) : 매양 중사(中使)를 보내서 향(香)을 내렸다.
其項有缺(기항유결) : 그 석가섭의 목[項]에도 이지러진 곳이 있는데,
亦云爲倭所斫(역운위왜소작) : 이 또한 왜구(倭寇)가 찍은 자국이라고 했다.
噫倭眞殘寇哉(희왜진잔구재) : 아, 왜인은 참으로 구적(寇賊)이로다.
屠剝生人無餘(도박생인무여) : 산 사람들을 남김없이 도륙했는데,
聖母與迦葉之頭(성모여가엽지두) : 성모와 가섭의 머리까지
又被斷斬(우피단참) : 또 단참(斷斬)의 화를 입었으니,
豈非雖頑然之石(기비수완연지석) : 어찌 비록 아무런 감각이 없는 돌일지라도
以象人形而遭患歟(이상인형이조환여) : 인형(人形)을 닮은 때문에 환난을 당한 것이 아니겠는가.
其右肱有瘢(기우굉유반) : 그 오른쪽 팔뚝에는
似燃燒(사연소) : 마치 불에 탄 듯한 흉터가 있는데,
亦云劫火所焚(역운겁화소분) :이 또한 “겁화(劫火)에 불탄 것인데
稍加焚(초가분) : 조금만 더 타면
則爲彌勒世(칙위미륵세) : 미륵(彌勒)의 세대가 된다.”고 한다.
夫石痕本如是(부석흔본여시) : 대체로 돌의 흔적이 본디 이렇게 생긴 것인데,
而乃以荒怪之語誑愚民(이내이황괴지어광우민) : 이것을 가지고 황괴(荒怪)한 말로 어리석은 백성을 속여서,
使邀來世利益者(사요래세리익자) : 내세(來世)의 이익(利益)을 추구하는 자들로 하여금
爭施錢布(쟁시전포) : 서로 다투어 전포(錢布)를 보시(布施)하게 하고 있으니,
誠可憎也(성가증야) :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다.
迦葉殿之北峯(가엽전지북봉) : 가섭전(迦葉殿)의 북쪽 봉우리에는
有二巖突立(유이암돌립) : 두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所謂坐高臺也(소위좌고대야) : 이른바 좌고대(坐高臺)라는 것이다.
其一(기일) : 그 중 하나는
下蟠上尖(하반상첨) : 밑은 둥글게 서리었고 위는 뾰족한 데다
頭戴方石(두대방석) : 꼭대기에 방석(方石)이 얹혀져서
闊纔一尺(활재일척) : 그 넓이가 겨우 한 자[尺] 정도였는데,
浮屠者言(부도자언) : 중의 말에 의하면,
有能禮佛於其上(유능례불어기상) : 그 위에 올라가서 예불(禮佛)을 하는 자가 있으면
得證果(득증과) : 증과를 얻는다고 한다.
從者玉崑(종자옥곤) : 이 때 종자(從者)인 옥곤(玉崑)과
廉丁(렴정) : 염정(廉丁)은
能陟而拜(능척이배) : 능란히 올라가 예배를 하므로,
予在寺望見(여재사망견) : 내가 절에서 그들을 바라보고는
亟遣人叱土之(극견인질토지) : 급히 사람을 보내서 꾸짖어 중지하게 하였다.
此輩頑愚(차배완우) : 이 무리들은 매우 어리석어서
幾不辨菽麥(기부변숙맥) : 거의 숙맥(菽麥)도 구분하지 못하는데도
而能自判命如此(이능자판명여차) : 능히 스스로 이와 같이 목숨을 내거니,
浮屠之能誑民(부도지능광민) : 부도(浮屠)가 백성을 잘 속일 수 있음을
擧此可知(거차가지) : 여기에서 알 수 있겠다.
法堂有蒙山畫幀(법당유몽산화정) : 법당(法堂)에는 몽산화상(蒙山和尙)의 그림 족자가 있는데,
其上有贊云(기상유찬운) : 그 위에 쓴 찬(贊)에,
頭陁第一(두타제일) : 두타 제일이
是爲抖擻(시위두수) : 이것이 바로 두수인데
外已遠塵(외이원진) : 밖으론 이미 속세를 멀리하였고
內已離垢(내이리구) : 안으론 이미 마음의 때를 벗었네
得道居先(득도거선) : 앞서 도를 깨치었고
入滅於後(입멸어후) : 뒤에는 적멸에 들었으니
雪衣雞山(설의계산) : 설의와 계산이
千秋不朽(천추부후) : 천추에 썩지 않고 전하리라 하였고,
傍印淸之小篆(방인청지소전) : 그 곁의 인장(印章)은 청지(淸之)라는 소전(小篆)이었으니,
乃匪懈堂之三絶也(내비해당지삼절야) : 이것이 바로 비해당의 삼절이었다.
東砌下有靈溪(동체하유령계) : 그 동쪽 섬돌 아래에는 영계(靈溪)가 있고,
西砌下有玉泉(서체하유옥천) : 서쪽 섬돌 아래에는 옥천(玉泉)이 있는데,
味極甘(미극감) : 물맛이 매우 좋아서
以之煮茗(이지자명) : 이것으로 차를 달인다면
則中泠惠山(칙중령혜산) : 중령, 혜산도 .
想不能過(상부능과) : 아마 이보다 낫지는 못할 듯하였다
泉之西(천지서) : 샘의 서쪽에는
壞寺巋然(괴사규연) : 무너진 절이 우뚝하게 서 있었는데,
此古靈神也(차고령신야) : 이것이 바로 옛 영신사이다.
其西北斷峯有小塔(기서북단봉유소탑) : 그 서북쪽으로 높은 봉우리에는 조그마한 탑(塔)이 있는데,
石理細膩(석리세니) : 그 돌의 결이 아주 섬세하고 매끄러웠다.
亦爲倭所倒(역위왜소도) : 이 또한 왜구에 의해 넘어졌던 것을
後更累之(후경루지) : 뒤에 다시 쌓고
以鐵貫其心(이철관기심) : 그 중심에 철(鐵)을 꿰어놓았는데,
失數層矣(실수층의) : 두어 층[數層]은 유실되었다.
壬午(임오) : 임오일에는
早起開戶(조기개호) : 일찍 일어나서 문을 열고 보니,
見蟾津潮漲(견섬진조창) : 섬진강(蟾津江)에 조수(潮水)가 창일하였다.
久視之(구시지) : 그런데 자세히 보니,
乃嵐氣平鋪也(내람기평포야) : 바로 남기(嵐氣)가 편평하게 펼쳐 있는 것이었다.
食罷(식파) : 밥을 먹고 나서는
竝寺之西北(병사지서북) : 절의 서북쪽을 따라 내려와
憩于嶺上(게우령상) : 고개 위에서 쉬면서
望般若峯(망반약봉) : 반야봉을 바라보니,
約六十餘里(약륙십여리) : 대략 60여 리쯤 되었다.
而兩足畫繭(이량족화견) : 이제는 두 발이 다 부르트고
筋力已竭(근력이갈) : 근력이 이미 다하여,
雖欲往觀(수욕왕관) : 아무리 가서 구경하고 싶어도
不能強也(부능강야) : 강행(强行)할 수가 없었다.
徑由直旨而下(경유직지이하) : 그래서 지름길로 직지봉(直旨峯)을 경유하여 내려오는데,
道益懸危(도익현위) : 길이 갈수록 가팔라지므로,
攀樹根(반수근) : 나무 뿌리를 부여잡고
履石角(리석각) : 돌 모서리를 디디며 가는데
數十餘里(수십여리) : 수십 리의 길이
皆此類也(개차류야) : 모두 이와 같았다.
面東而仰視(면동이앙시) : 여기서 동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우러러보니,
天王峯若咫尺矣(천왕봉약지척의) : 천왕봉이 바로 지척에 있는 것 같았다.
竹梢或有實(죽초혹유실) : 여기에는 대나무 끝에 간혹 열매가 있었는데
皆爲人所採(개위인소채) : 모두 사람들이 채취하여 갔다.
松之大者(송지대자) : 소나무가 큰 것은
可百圍(가백위) : 백 아름[百圍]도 될 만한데,
櫛立嵌巖(즐립감암) : 깊은 골짜기에 즐비하게 서 있었으니,
皆平日所未見(개평일소미견) : 이것은 모두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이다.
旣下峻趾(기하준지) : 이미 높은 기슭을 내려와서 보니,
二壑之水所合(이학지수소합) : 두 구렁의 물이 합한 곳에
其聲噴放(기성분방) : 그 물소리가 대단히 뿜어 나와서
振搖林麓(진요림록) : 임록(林麓)을 진동시키고,
澄潭百尺(징담백척) : 백 척(百尺)이나 깊은 맑은 못에는
遊魚濈濈(유어즙즙) : 고기들이 자유로이 헤엄쳐 놀았다.
余四人掬水漱齒(여사인국수수치) : 우리 네 사람은 여기서 손에 물을 움켜 양치질을 하고 나서
沿崖曳杖而行(연애예장이행) : 비탈길을 따라 지팡이를 끌고 가니,
甚可樂也(심가악야) : 매우 즐거웠다.
谷口有野廟(곡구유야묘) : 골짜기 어귀에는 야묘(野廟)가 있었는데,
僕人以馬先候焉(복인이마선후언) : 복부(僕夫)가 말[馬]을 데리고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遂更衣乘馬(수경의승마) : 마침내 옷을 갈아입고 말에 올라
抵實宅里(저실택리) : 실택리(實宅里)에 당도하니,
父老數輩(부로수배) : 부로(父老) 두어 사람이
迎拜道左云(영배도좌운) : 길 아래서 맞이하여 절하면서 말하기를,
使君遊歷無恙(사군유력무양) : “사군(使君)께서 산을 유람하시는 동안 아무 탈도 없었으니,
敢賀(감하) : 감히 하례 드립니다.”하므로,
余始喜百性不以優遊廢事罪我也(여시희백성부이우유폐사죄아야) : 나는 비로소 백성들이 내가 유람하느라 일을 폐했다 하여 나를 허물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기뻤다.
解空(해공) : 해공은
往君子寺(왕군자사) : 군자사(君子寺)로 가고,
法宗(법종) : 법종은
往妙貞寺(왕묘정사) : 묘정사(妙貞寺)로 가고,
太虛(태허) : 태허,
克己(극기) : 극기,
百源(백원) : 백원은
往遊龍遊潭(왕유룡유담) : 용유담(龍游潭)으로 놀러 가고,
余則踰登龜岾(여칙유등구점) : 나는 등귀재(登龜岾)를 넘어서
徑還郡齋(경환군재) : 곧장 군재(郡齋)로 돌아왔는데,
出遊纔五日(출유재오일) : 나가 노닌 지 겨우 5일 만에
而頓覺胸次神觀(이돈각흉차신관) : 가슴 속과 용모가 확 트이고
寥廓蕭森(요곽소삼) : 조용해짐을 갑자기 깨닫게 되어,
雖妻孥吏胥視我(수처노리서시아) : 비록 처자(妻子)나 이서(吏胥)들이 나를 볼 적에도
亦不似舊日矣(역부사구일의) : 역시 전일과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嗚呼(오호) : 아,
以頭流崇高雄勝(이두류숭고웅승) : 두류산처럼 높고 웅장하고 뛰어난 산이
在中原之地(재중원지지) : 중원(中原)의 땅에 있었더라면
必先嵩岱(필선숭대) : 반드시 숭산(嵩山), 태산(泰山)보다 앞서
天子登封金泥玉牒之檢(천자등봉김니옥첩지검) : 천자(天子)가 올라가 금니(金泥)를 입힌 옥첩옥검을 봉(封)하여
升中于上帝(승중우상제) : 상제(上帝)에게 숭중하였을 것이고,
不然(부연) : 그렇지 않으면
則當比之武夷衡岳(칙당비지무이형악) : 의당 무이산(武夷山), 형악(衡嶽)에 비유되어서,
博雅如韓昌黎(박아여한창려) : 저 박아(博雅)하기로는 한창려(韓昌黎),
朱晦菴蔡西山(주회암채서산) : 주회암(朱晦庵), 채서산(蔡西山) 같은 이나,
修煉如孫興公(수련여손흥공) : 수련(修煉)을 한 이로는 손흥공,
呂洞賓(려동빈) : 여동빈,
白玉蟾(백옥섬) : 백옥섬 같은 이들이
聯裾接踵(련거접종) : 서로 연달아
彷徉棲息於其巾矣(방양서식어기건의) : 이 산 속에서 배회하며 서식하였을 것이다.
今獨爲庸夫逃隸竄籍學佛者之淵藪(금독위용부도예찬적학불자지연수) : 그런데 지금은 유독 군적(軍籍)을 도피하여 부처[佛]를 배운다는 용렬한 사내나 도망간 천인들의 소굴이 되어 있다.
吾輩今日(오배금일) : 오늘날 우리 무리가
蹤得登覽一遭(종득등람일조) : 비록 한 차례나마 등람(登覽)하여
僅償平素之願(근상평소지원) : 겨우 평소의 소원에 보답하기는 했으나,
而繩墨悤悤(이승묵총총) : 세속의 직무에 급급하여
不敢訪靑鶴歷五臺(부감방청학력오대) : 감히 청학동을 찾고 오대(五臺)를 유람하여
遍探幽奇焉(편탐유기언) : 그윽하고 기괴함을 두루 탐토하지 못했으니,
夫豈玆山之不遇耶(부기자산지부우야) : 이것이 어찌 이 산의 불우함이겠는가.
長詠子美方丈三轉之句(장영자미방장삼전지구) : 자미의 방장삼한의 시구를 길이 읊조리니,
自不覺神魂之飛越也(자부각신혼지비월야) : 나도 모르게 정신이 날아오른다.
歲壬辰仲秋越五日書(세임신중추월오일서) : 임진년 중추(仲秋) 5일 후에 쓰노라.
[출처] 유두류록(遊頭流錄)-김종직(金宗直)|작성자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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