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굴산 유감(有感) 2

2012. 10. 3. 23:19山情無限/山

 
 
 

 
자굴산 유감(有感) 2
(지리산 일몰을 보러 가볍게 올랐다가..)




○ 2012. 9. 29 16:20~19:30 / 흐림,
○ 쇠목재에서 자굴산
○ 경남 의령군 가례면 갑을리



 



금요일 밤 늦게 시골집에 도착하여
조카와 동생, 남자들은 오전내 유리창 청소를 하고,
점심 먹고는.. 추석날 일찍 서울 처가에 가려는데 산소에도 안들리고 
그냥가면 섭섭해 하실 것 같아 조카를 데리고 산소에 들려는데..
산소 주변에 주렁주렁 매달린 어름들.. 어름도 따고 밤도 줍
다보니
4시가 다 되어.. 얼른 집으로 돌아와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보려고 카메라를 챙겨 자굴산으로 향했다.

 

 



(오늘도 가볍게.. 쇠목재에서..)

1013번 지방도가 쇠목재를 넘는다.
언제 제대로 된 코스로 자굴산 산행을 한 번 해야하는데
오늘도 간이 산행, 그동안 자굴산도 잘 있었는지 궁금하고
지리산을 넘어가는 태양, 일몰을 보러 가볍게 오른다.
쇠목재에서 왕복 1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
일몰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다.





(임도에서 좌측 능선으로 든다)













(등로에는 구절초, 코스모스를 비롯한 가을꽃들이..)









(능선을 타던 등로는 이내 임도를 만난다)

억새와 미역취가 반기는 등로에서 임도로 내려서자
길섶에 하얀 구절초가 무리지어 반긴다.





(정자에서 바라본 자굴산 정상)





(정자에서, 합천 쌍백면 방향.. 벌판이 황금물결이다.)







(자굴산 둘레길 안내도와 이정표)

제주 올레길, 지리산, 북한산 둘레길 등
찾는 사람도 많고 아름답고 유용한 둘레길들도
많긴하지만.. 근래 지자체들 유행병처럼 너도나도
둘레길 만드는 것을 보면서 하는 생각
마치 거름지고 장에 가듯하다.
자굴산 둘레길도 예외는 아닌듯..
과연 몇 사람이 이 둘레길을 이용할까?
비싼 돈 들여 산만 훼손하는 것 아닐까?
나만의 기우일까!

지금까지야 그랬다손 치더라도
남은 공사는 안했으면 좋겠다만 계획된 일이니
나머지 공사도 끝까지 하겠지.
공무원들이니까..





(산으로 둘러쌓여 옴폭한 요새 갑을리도 숨통이 트였다.)

부자재와 쇠목재, 막다른 길 1037번 도로 뿐이었는데
이제 쇠목재로는 1013번 도로가 넘어간다. 양성마을 뒤로 난
비포장 임도로 찰비계곡과 벽계유원지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쇠목재로 올라 한우산까지 난 포장도로를
통해 가는 것이 더 편리하다.





(조망바위..)







(자굴산 정상 직전)







(자굴산 정상석과 자굴산 이름 설명)

자굴산은 자굴산이다!
늦었지만 자굴산 지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으니 다행이다.
몇 해 전 모 산악지에서 자굴산을 도굴산이라 실어 분기탱천(憤氣撐天),

몇 날 몇 일 e규장각과 울산대학교 도서관 등에서 고지도와 자료들을 찾아
"자굴산 유감(有感)" http://blog.daum.net/click21net/832"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일로 이렇게
"자굴산 유감 2"를 쓰게 되다니 정말 유감이다.









(금지샘까지는 가지 못하고..)





(42)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심지않는 사람들이..)

풀리지 않는 의문..
과연 이곳에 호텔 별당같은 누각이 필요할까?
누구를 위한 건축물일까 산을 찾는 산객들..?
아니면 치적거리 찾는 지자체장?
아니면 시공업자?..

저렇게 마루 바닥을 깨끗하게 깔아봤자
관리자가 있어 매일 바닥을 쓸고 닦지않는 한 얼마되지 않아
마루바닥에 낙엽이 쌓이고 먼지가 쌓여 더러워 질테고,
그러면 누군가 신발 신은 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발신고 올라가는 것이 당연시 될 것이고, 목재 마루바닥이
무색하게 더러워지면 깔판깔고 앉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오래동안 산을 잘 지키던 나무들를 베어 내어 가면서 비싼 돈 들여
호텔 별채같은 집(?)을 지었지만 효용성은 별로일 것 같다.
오히려 정상 부근에 간이화장실 하나 설치하는 것이 주변환경과
산에도 좋고 산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물론, 빈약한 지자체 재정에도 도움될 것이고..
나무 심지는 않아도 베기는 참 잘 베어낸다.





(그냥 두어도 될 등로에 왠 목책계단..)

아예 찻길을 내고 자굴산 정상까지
승용차가 올라가게 하는 생각은 왜 못할까 싶다.
사고의 위험이 있거나 산이 무너져 내리는 곳이 아니면
산은 있는 그대로..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공적인 구조물은 설치하지 않는게 좋다.





(황매산이 손에 잡힐듯..)





(전망대같은 자굴산)

우뚝한 자굴산! 그림자가 멀리 드리웠다.





(보름달같은 열나흐레 둥근달)





(秋色 완연한 정상)







(남강과 낙동강도 당겨보고..)





(54)









(아쉬운 일몰, 지리산 위로 지는 태양)





(중봉쪽에 세운 건물도 모자라 반대편에도..)
 
여기는 또 얼마나 큰 집을 지으려는지지..?
 




(황금벌판)





(명경대가 어딘지..?)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향해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며 줄기차게 내달리던 
백두대간이 남덕유산에서 갈래친 진양기맥에 전망대같이
우뚝솟아 지척으로 보이는 지리산을 비롯하여, 합천 황매산,
날씨 맑은 날 멀리 덕유산, 가야산까지 조망되고, 고령의 비슬산,
창녕의 화왕산, 울산의 영남알프스 산군, 창원의 정병산, 무학산,
함안의 여항산 등 경남북의 유명산들이 조망되는 특급 조망대이면서
조선 중기 최고의 선비 남명 조식선생이 젊은 시절 명경대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뜻을 세웠다는 유서깊은 산.
홍의장군 곽재우도 수련했다는 그 자굴산아닌가!

자굴산 등로를 정비할 필요는 있겠지만
산을 훼파하면서까지 인공구조물로 칠갑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남명 선생이 매일 올라 뜻을 세웠다는 명경대가
어딘지 규명되지 못한 터. 학술용역이라도 주어 명경대를 찾고
선조의 얼을 되살리는 것이 자굴산을 제대로
개발(?)하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정자로 칠갑하는 자굴산)

맞은편 한우산 정자도 보인다.

얼마 전부터 자굴산-한우산 자락은 물론
정상부 여기 저기 정자와 인공구조물이 많이 들어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어둠 속에서도 하얀 모습을..)





(해는 지고..)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굴산!
지리산 못가는 아쉬움도 달랠겸 지리산으로 지는
일몰을 보려 가볍게 올랐다가 산이 훼손되고
쓸데없는 구조물로 칠갑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죽은 강을 살린다며 물경 22조원이나 퍼부어
잘 흐르는 강을 보(댐)로 막아 강을 정말로 죽이고 있는
MB나, 산을 잘 지키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까지 베어 내고
산 꼭대기에 정자나 호텔 별당같은 누각들을 세우는 지자체장..
잠시 잠깐 위임받은 자리, 그 기간동안 자연을 훼파하는 일에는 정말
심사숙고하길.. 정책이야 잘못되면 다음에 위임받은 사람이 수정하면
되겠지만 강이나 산,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쉽게 복원되지 않는 것.
자연은 공공재이자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는 것,
맘대로 훼손할 그런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인계해 주어야 할 유산이다.

'자굴산 유감'이라는 글을
다시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