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 산천은 의구하다 했건만..

2013. 4. 26. 00:01여행/여행기

 

 


섭지코지, 산천은 의구하다 했건만..
(어즈버 그 때가 꿈이런가 하노라)



○ 2013. 3. 31 / 흐렸다 갬, 바람 조금
○ 성산 - 광치기 해변 - 섭지코지 - 신양교차로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에 올라가서 보면
호리병목처럼 잘록한 입구부터 그 모양새가 정말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고 수수한 자연스런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이번에 성산포에 하룻밤을 머물면서
성산포 바다를 시인의 눈으로 보며 성산일출도 담아 보고,
광치기 해변을 걸어 섭지코지를 한 바퀴 돌아 보고 싶었다.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로 받은 복된 지역이다.
곳곳이 명승이며 경승지인데 성산읍 일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성산일출봉을 비롯하여 서럽도록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
그리고 도룡용같은 섭지코지, 물빛고운 신양해수욕장 등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 여행은 빠르게 다니며 많은 것을
흘려보기 보다는 천천히 걷지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기위해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여행의 묘미와
진수를 느껴보려 한다.





(신양섭지코지해변까지 3km)





(해변으로 내려서자 황홀한 은빛 물결이..)





(터진목 4.3유적지)

제주도는 곳곳에 슬픈 역사 4.3사건의 상처를
안고 있다. 이곳 광치기해변은 '터진목'이라고도 불렸다.
4.3사건 때 이 '터진목'에서 고성, 오조, 시흥 청년들이
무참이 학살당했는데 그 넋을 기리는 행사를 매년
광치기 해변에서 가진다고 한다.





(성산일출봉과 은빛 물결)

아침에는 구름이 두텁게 내려앉아 있더니
이제 눈이 부시도록 밝은 태양은 은가루를 뿌리는듯
물결위에 부서져 내린다.









(일렁이는 은빛 바다를 보며 무조건 걷고 싶은 해변)





(광치기 해변을 걷고 있는데.. 일출봉이 자꾸 따라온다)

광치기 해변은 성산일출봉이 제주 본섬과 떨어져 있었는데,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모래가 쌓여 본섬과 연결되었다고..

검정 모래 해안에 출렁이는 파도가 정겨운 해변
풍광중 으뜸으로 꼽히는 광치기 해변. 성산 일출봉에서
신양까지 모래사장과 모래언덕과 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려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 하늘에 구름이 걸리고
일출봉으로 솟아오르는 일출이라도 만나면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







(서러워서 더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은 관치기 해변이라는 이름의 유래뿐만 아니라
4.3사건의 가슴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어 더 서러운 해변





(녹조의 색이 조금은 바랬지만..)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

성산에 떠오른 해 / 해은 김희정

큰바위가 하늘 받쳐 절로 성을 이루었고
바다를 내려다 보니 찬란히 갓 맑구나
태양은 넘실파도를 쌍륜인듯 구르고
불덩이 머금은 용트림은 신기도 하다
인가에 연기 피어나고 아직은 어두워
외로운 집 몇 채 쓸쓸하고 고요해라
금빛 닭울음 그치니 기러기 깨어나고
세길쯤 해 떠오르면 벌써 대명천지이어라

海隱 金義正(1844~1925)











(광치기 해변은..)

성산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올레 1코스의 종점이며
2코스의 시작점, 성산일출봉 전체를 볼 수 있는 광치기 해변.
초록색 해조류가 아름다워 사진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
광치기 해변의 원래 이름은 관치기였다고 하는데..
사연인즉,
어부들이 배를 타고 일출봉 앞바다에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조난을 당하면 이 곳 광치기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고 한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관을 가지고 와서 시신을 수습했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라니 애닲고 서러운 해변





(물이 들어올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녹조가 많이 말랐다)

 

 


(바닷가, 파도소리가 들리는 하얀 조가비)







(광치기의 또 다른 이름의 유래)

썰물 때면 드넓은 평야와 같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고,
그 모습이 광야같다고 하여 광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광치기는 제주어로 빌레(너륵바위)가 넓다는 뜻이라고
해조류, 패류, 어류가 풍부하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이 아름다운 해변 모래언덕을 파헤쳐 석축을 쌓고
콘크리트 칠갑을 하다니.. 이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구실은 보존이라 하지만 석축이나 옹벽을 쌓으면 해안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것 정말 미친짓 아닌가 싶다.
석축을 쌓아 해변의 모래가 다 유실되면 그 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지자체든 해당 공무원이든 당신들은 자연을 훼파할 권리가 없다.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크다.









(파도에 떠밀려 온 화산석과 각종 조가비)







(35)











(자연의 아름다움 위에..)

바위를 뒤덮은 녹조처럼 세상사 애처로움과 슬픔이 내려앉아
더욱 마음을 울리는 풍경, 광치기 해변





(차라리 이 해변의 슬픈 사연을 몰랐더라면..)







(파도는 화가, 모래위에 산도 그려놓고..)




 

 


(새는 하늘을 날지만 땅에 발자국을 남긴다)





(섭지코지가 가까이 다가왔다)









(신양섭지코지 해수욕장, 해변)





(좋다! 휴식이란 이런 것)

한 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신발 안에 들어간 모래도 털겸 벤치에 앉아 잠깐 휴식..
세상 걱정, 부러울 것 없는 순간이다.













(윈드서핑하는 서퍼들은 신난듯..)

바람, 그렇다.
누구는 전진을 막는 장애물로 여기겠지만
보라 서퍼들은 순풍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풍을 이용하여 전진도 하니 세상사 마음 먹기 달렸고,
활용하기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섭지코지 해변, 여기 백사장도 사라질날이 멀지 않은듯..)









(섭지코지의 끝에 있는 주차장)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꽉 들어차 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일본, 중국관광객에 우리나라
사람들로 시장통같이 완전 북새통이다.





(섭지코지는..)

제주도 동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섭지코지는 제주 방언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으 '코지'가 합쳐져
섭지코지가 되었다고.. 제주방언은 완전 딴나라 말 수준.





(멀리 선돌바위가..)

섭지코지의 해안은 기암괴석들로
장관인데 우뚝하게 서 있는 바위가 선돌바위.





(올인하우스)

드라마 '올인'의 촬영 장소 올인하우스
드라마 세트장을 보존하여 올인기념관 테마공원으로 만들어
섭지코지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올인하우스에는 카페, 포토샵,
기프트샵 등이 있다. 입장료가 있어 pass







(선돌바위)

선돌바위는 옛날 섭지코지에 내려왔던 선녀를 보고 반한
용왕의 아들이 선녀를 따라서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다가
용왕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우리들은 새싹들이다)

모방송국에서 어린이 특집프로를 촬영중인듯..
노란 유채꽃과 잘 어울리는 어린이들





(마차도 등장하고..)





(꽃밭에서.. 샛노란 유채)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일출봉)

해안길을 따라 걷는 길도 풍경과 조망이 좋다.
검푸른 바다 건너 일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물빛이 참 곱다)

섭지코지입구에서 신양해수욕장 해변길을 따라
신양로타리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본 모습.





(오늘 걸은 아름다운 길)

해안길을 따라 걷는 길도 풍경과 조망이 좋다.
검푸른 바다 건너 일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좋은 기억이 남아 다시 찾았지만
그 때의 섭지코지가 아니었다. 주변 자연경관은
아랑곳않고 무분별하게 콘크리트 빌딩숲으로 변해 가면서
돈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지 않았더라면 이전의 좋았던 감정은 간직할 수
있었을텐데 기억속의 좋은 추억마저 사라져 버렸으니..
이제 다시 찾을 일은 없을듯하다. 오히려 섭지코지에
오기위해 걸은 광치기 해변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듯한데..
그마저도 모래언덕을 파헤쳐 석축을 쌓아 놓아
다음에 다시 오면 모래사장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
사라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제주도.. 유네스코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고
나발불기 앞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이용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제주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훼파해서는 안된다.
곶자왈을 훼파하여 대단위 위락단지를 조성한다든지
섭지코지같이 아름다운 곳을 콘크리드 빌딩숲으로
만드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라고 했듯 우리는 가도 이 땅은
자자손손 살아가야 할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