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3. 01:59ㆍ여행/여행기
높은 언덕위에 영주의 성이 자리잡고 있고,
그 아래로 빨간 지붕 집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마을 전체를 S자 모양으로 휘감고 흐르는 블타바 강.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중세시대의 마을 체스키크롬로프의
풍경이다.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렸으며, 번영과 더불어
프라하 성에 버금가는 체스키프롬로프 성을 건설하게 되었다.
보헤미아 성 중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세계 300대 건축물에 들어 있으며 체코를 대표하는 건축물중 하나다.
성은 13세기 중엽 대지주였던 비트코프가 고딕양식으로 지었으나,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던 14~17세기 초에 이곳을 지배한 로젬베르크 가문이
르네상스 스타일로 증개축하면서 둥근 지붕을 인 타워와 회랑을 완성했다.
1602년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유지가 되었다가 하사된 후 유난히 예술에
조예가 깊던 크롬로프 공에 의해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세워졌다.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슈바르젠베르크가 로코코양식을 새롭게 덧붙여 현재의 모습을
오늘날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성 내부는 4개의 정원과 큰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이 사이에 무도회장 바로크 극장 예배당 등 40여 개에 달하는
건물이 들어서 있다. 라트란 거리에서 성의 정문인 붉은 문을
들어서면 성에서 가장 오래된 흐라데크 타워가 있다.
처음 12세기 고딕양식으로 지어졌으나 시계와 안쪽의 종,
발코니 등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고 하며
현재 타워는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프라하에서 체스키크롬로프 가는 길의 풍경, 3시간 거리다.
체스키프롬로프 가는 길에 지나는 체스케부도요비체는..
남부 보헤미아 지방의 교통요충지로 13세기 프르제미슬 오타카르
2세가 건설한 도시다. 소금광산이 발달한 오스트리아 국경에 인접해
있어일찍이 소금무역이 발달했고, 지방특산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업도 성행해 16세기에는 최고의 번영기를 누렸다.
그 후 30년 전쟁과 1641년의 대화재로 도시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으나 200년이 지난 19세기 중반에는 새롭게 소금무역과 양조업이
부흥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오늘날 체스케부데요비체는
맥주 애호가라면 꼭 가봐야 할 맥주의 도시다. 이곳 지명을 딴
부데요비츠키 부데바르 맥주는 체스케부데요비체와
함께 걸어온 7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맥주 상표의 대명사 버드와이저(Budweiser)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버드와이저는 원래 독일식 발음으로 체스케부데요비체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가르킨다. 같은 맥락으로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 중
하나인 필스너 역시 독일식 발음으로 필스너 지방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말한다. 그 제조 역사가 13세기부터 시작하는 체스케부데요비체의
맥주 맛은 인접국가인 독일에서도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 미국의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안후이저 부시사의 창업주가
독일계 이민자로 1852년부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 1878년에 버저와이저 상표를
등록했다. 이때부터 버드와이저가 체코가 아닌 미국 맥주로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안후이저 부시사의 맥주는 맥주 이름뿐만 아니라 맛의 비법도
체스케부데요비체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후 1895년 체스케부데요비체에
부드바르사가 창립하면서 미국과 체코의 두 회사간 상표분쟁이 시작되었다.
이 같은 상표 분쟁으로 인해 영어로 발음하면 버드와이저가 되는 부드바르사의
맥주는 재판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는 체크바르, 그 밖에는 부데요비치키 부드바르로
상표를 바꿔 판매한다. 미국의 버드와이저 역시 일부 국가에서는 버드와이저나
버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8년간의 긴 재판 끝에
부드바르사가 승소함으로써 '버드와이저 부드바르'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100년도 넘게 이어지는 긴 싸움! 그래도 원조의 자존심
문제인 만큼 부드바르사의 건투를 빌어본다.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했나 보다.
숲 사이로 이쁜 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체스키크롬로프를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잠시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숲 속에 빨간 지붕의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났다.
모두들 그림같은 빨간 지붕의 구시가지에만 정신 팔렸는데..
자료를 정리하면서 보니 뒷쪽이 자메츠카 정원 아닌가!
망또다리 난간에 서 있는 석상 뒤로 보이는 이쁜 지붕들..
유럽 곳곳에 붉은 기와나 붉은 벽돌집 많은 것은
유럽에 폭넓게 이러한 황토흙이 토양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체스키프롬로프 성 안길로.. 그래도 외관만 보고 지나간다.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하다는데 르네상스의 바로크 방,
예배당, 가면무도회장, 금으로 장식된 4륜마차 홀, 슈바르젠베르크가의
초상화 갤러리와 실내 인테리어,미술관을 둘러 볼 수 있다고..
흐라테크타워 전망탑이 있는 건물 광장
흐라테크타워 전망탑에도 올라가 보고 싶지만..
자메크(zamek)쪽으로 내려서니 저 아래 곰이 어슬렁 어슬렁
탑 외벽은 벽돌같이 그린 것이라고..
세계문화유산 체스키프롬로프 성 안내간판을 지나
내려 선 라트란 거리
성과 중앙광장을 잇는 '라트란(도둑이란 뜻)' 거리는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두 도둑 중 한 명이 회개한데서
유래한다한다. 중세풍이 물씬 풍기는 이 거리는
영화 '일루셔니스트'에도 등장한 곳이다.
여행의 묘미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나 하나 세심하게 눈 여겨 보는 것이거늘..
이런 곳에서까지 걸음을 재촉해서야..
이발사의 다리를 통해 블타바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이발사의 다리에서 본 성의 모습
이발사의 다리(라브제니키 교)는라트란 거리와
강 건너 구 시가를 연결하는 다리로 예전에 라트란 1번지에 이발소가
있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 다리 위에는 19세기에 세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과 다리의 수호성인 '성 얀 네포무츠키' 조각상이 있다.
두돌프 2세의 서자와 이발사 딸과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체스키크롬로프에서는 좁은 골목길.
골목의 끝에서 끝까지 10분도 안 걸리는 작은 마을 안에
소규모 박물관,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기도 빠짐없이 거리의 악사가 낭만을 더하고..
중앙광장에 있는 탑은 1715년 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 페스트가
끝난 것을 기념하여 프라하 조각가인마티아시 바츠라프 야켈이 세운
성삼위일체 탑으로 탑의 꼭대기에도 '성 얀 네포무츠키' 조각상이 있다.
이 탑의 공식 이름은 '바로크 플라끄 원주(Baroque Plague Column)'.
'플라끄'가 흑사병을 의미하므로 바로크양식의 이 탑을 세운
상징적 의미가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이다.
중앙광장
13세기에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이 광장은 체스키크롬로프의 또 다른 상징물로, 이 광장을
중심으로 하여 방사형으로 마을 곳곳을 연결하는 길이 나 있다.
중앙광장의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으로 연결된 2개의 건물이 시청사로
16세기 중엽에 완성되었다. 시청사건물의 정면 외관은 네 개의
엘블렘으로 조각되었는데, 그것은 체스키 크롬노프 시와 체코 왕국
그리고 중요한 두 가문 에젠버그와 스와젠버그를 상징한다고..
애초에 주거건물은 나무로 조성되었으나 14세기와 15세기에
들어 석조건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 광장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중세 건축물들은 기념품점 레스토랑 소형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각종 체스키크롬로프의
주요 이벤트 등이 이곳에서 열린다.
성 비트 성당과 골목풍경
체스키크롬로프 성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성과 흐라테크타워 전망탑과 수도원 첨탑을 비롯한
블타바 강 건너 모습이 잘 보인다.
골목 어디를 봐도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온듯...
에곤 실레 아트센터
에곤 실레(1890.6.12~1918.10.31)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소개하는
글에 자주 등장하는 화가로 오스카 코코슈카와 함께 빈에서 활동한 세기말
화가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드로잉 솜씨를 보였고 클림트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되어 클림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세기말의 혼란과 불안정한 가족사,
내면적인 고독과 욕망 등을 선과 색채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표현주의
작품들을 남겼다.주로 성장기의 소년과 소녀를 모델로 한 그림이 많으며,
외설로 구속까지 될 만큼 적나라한 누드화를 그렸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인 1918년 실레의 아내가 당시
유럽을 휩쓸던 스페인 독감에 걸려 사망했고,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잃고
슬퍼하던 에곤 실레도 스페인 독감으로 3일 뒤에 29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체스키크롬로프는 에곤 실레 어머니의 고향으로 그가 은둔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자주 찾았던 곳이었다고 한다.
1993년에 오픈한 에곤실레 아트센터는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자료들과 20세기 현대화가들의 작품도 다수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고 아름다운 정원이 나오고 양 옆으로
오른쪽은 박물관과 기념품점 왼쪽에는 카페가 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점들과 레스토랑, 호텔까지..
오래된 건물도 깨끗하고 세련되어 있다
흐라테크타워는 어디서나 보이는 랜드마크
체스키크롬로프를 떠나기 전 사진 한 장씩 남기고..
망또다리. 아래쪽은 이전엔 해자였다고 한다.
다리는 서쪽의 성을 연결하는 부분이라고..
화장실.. 자동 매표 및 출입통제
흐라테크타워 전망탑에도 올라가 보고 싶고,
금으로 장식된 4륜 마차도 보고싶고, 슈바르젠베르크가의
초상화 갤러리와 인테리어 미술관도 가 보고 싶지만..
부족한 것은 시간.. 아름다운 보헤미아 숲 속의 숨겨진 보물
체스키크롬로프를 1시간 남짓.. 바람결에 스치듯
외관만 훑어 보며 지나간다.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서방견문록/동유럽 바로가기
'여행 >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나라 동화의 나라, 구채구와 황룡 (0) | 2013.08.18 |
---|---|
로텐부르크, 로만틱 가도의 하일라이트 (0) | 2013.07.26 |
카를교 / 보헤미안 600년 소통로 (0) | 2013.07.19 |
프라하 성, 프라하 여행의 하일라이트 (0) | 2013.07.17 |
프라하 구시가 광장, 천년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0)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