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 안도현

2013. 9. 2. 22:48시,좋은글/詩

 

 

 

 

 

 

 

 

모퉁이 /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하굣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꺽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 내가 너를 배반해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냐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남자가 아냐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 거지

 

 

 

 

 

안도현(安度眩, 1961. 12. 15 경북 예천)


시인. 원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어 등단.
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과 2002년 노작문학상을 수상.
2007년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 교수로 재직중.
연어들이 번식을 위해서 바다에서 강으로 가는 과정을 배경으로
사회를 비평한 《연어》의 작가이기도 하다.


학력>
대구 대건고등학교 졸업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경력>
1981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8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5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
1994 전북 장수 산서고등학교 부임
2004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부임

 

수상 경력>
1981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8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6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1998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2 제1회 노작문학상
2005 제12회 이수문학상
2007 제2회 윤동주문학상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대표 작품>
2010.05. 연어 이야기 (연어 그 두 번째 이야기) / 문학동네
2009.03.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한겨레출판사
2009.02.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 마음의숲
2008.06.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 창비
2008.04. 연어 / 문학동네
2008.01. 간절하게 참 철없이 / 창비
2007.12. 비목어 / 예담
2006.06.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이가서
2006.05. 연탄 한 장 / 비앤엠
2005.08.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문학동네
2004.09.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창비
2002.12. 안도현의 아침엽서 / 늘푸른소나무
2002.08. 짜장면 / 열림원
2002.06. 관계 / 문학동네
2002.03. 그대에게 가고 싶다 / 푸른숲
2001.06.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현대문학북스
2000.08. 이름이 란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 동아일보사
2000.05.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이가출판사
2000.03. 외롭고 높고 쓸쓸한 / 문학동네
1999.12. 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 하문사
1999.11.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 나무생각
1999.01. 바닷가 우체국 / 문학동네
1998.12.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 샘터사
1997.07. 그리운 여우 / 창작과비평사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 / 레미 드 구르몽  (0) 2013.11.10
세월 / 도종환  (0) 2013.09.29
잡초송 / 구상  (0) 2013.08.25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0) 2013.08.15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에게 / 체 게바라  (0)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