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2009. 7. 1. 19:24Good News/나눔과섬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기 전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한국 청년을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
내 세계 여행기를 읽었다는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그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
몇 년 전 케냐에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아프리카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 근처에 우리 단체의 구호캠프가 있었다.
대규모 가뭄 긴급구호로서 식량 및 물 배분과 동시에 이동 안과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
그곳은 한센병(나병) 비슷한 풍토병과 함께 악성 안질이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곳이었다.

 

그 이동 병원에 40대 중반의 케냐인 안과의사가 있었다.
알고 보니 대통령도 만나려면 며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의사인데
이런 깡촌에 와서 전염성 풍토병 환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치료하고 있는 거였다
.
궁금한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주 유명한 의사면서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나요?
이 친구, 어금니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죠.
순간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일고 머릿속이 짜릿했다
.
서슴없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의사가 몹시 부러웠고
,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
그 제대병도 잠시 생각하더니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하는 것 아닌가?

나도 언젠가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긴급구호를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
나는 이 일을 하는 데는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




 

예컨대,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있는 자에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할 것인지
,
그것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것인지를 말이다
.
나는 두 번째 삶에 온통 마음이 끌리는 사람만이
긴급구호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 사람은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





‘누가 시켰어?
이 한마디면 일하면서 겪는 괴로움이 곧바로 사그라들곤 한다
.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겉멋에 겨워 흉내만 내고
,
남 탓을 하거나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기 십상이다.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다르잖아요?
제대병이 더욱 진지하게 물었다. 물론 다르다
.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
평생 새장 속의 새로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가
,
아니면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창공으로 날아오를 것인가
.




 

새장 속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나름대로 충분한 장점과 이점이 있으니까
.
그러나 세상 많은 사람들이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
새장 밖의 삶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
,
새장 밖의 충만한 행복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
새장 안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
그러니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며칠 전 비행기 안에서 한 청년에게 던졌던 질문,
내가 나에게도 수없이 하는 질문을 여러분께도 드린다
.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
쓰고 또 쓰고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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