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2014. 3. 17. 01:12시,좋은글/詩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숫가락 두
개만 놓을 수 있는
식탁만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자락만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 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물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랬다지요 / 김용택  (0) 2014.06.01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신경림  (0) 2014.04.16
봄비 / 김용택  (0) 2014.02.07
하늘빛 그리움 / 이외수  (0) 2014.01.25
신년시 / 조병화  (0)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