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 23:30ㆍ시,좋은글/詩
가을이 오는 날
/ 김현승
9월에 처음 만나는 네게서는
나프탈렌 냄새가 풍긴다.
비록 묵은 네 양복이긴 하지만
청을 아는 너의 넥타인 이 달의 하늘처럼
고웁다.
그리하여 9월은 가을의 첫 입술을
서늘한 이마에 받는 달.
그리고 생각하는 혼(魂)이 처음으로
네 육체 안에 들었을 때와 같이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너의 눈은 지금 맑게 빛난다.
이 달엔
먼 수평선이
높은 하늘로 서서히 바꾸이고,
뜨거운 햇빛과
꽃들의 피와 살은
단단한 열매 속에 고요히 스며들 것이다.
9월에 사 드는 책은 다 읽지 않는다.
앞으로 밤이 더욱 길어질 터이기에
앞으론 아득한 별들에서
가장 가까운 등불로
우리의 눈은 차츰 옮아 올 것이다.
들려 오는 먼 곳의 종소리들도
이제는 더 질문하지 않는다.
이제는 고개 숙여 대답할 때다.
네 무거운 영혼을 생명의 알맹이로 때려
얼얼한 슬픔을 더 깊이 울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9월이 지나 우리의 마음을
갈가마귀처럼 공중에 떠 도는 10월이 오면,
이윽고 여름의 거친 고슴도치는
산과 들에 누워
제 털을 호올로 뽑고 있을 것이다.
September Song
Pat Bo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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