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2. 15:25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34차 (33구간 : 미시령 ~ 마등령 / 남진)
○ 산행일자 : 2008. 7. 7 (토) 05:20 ~ 15:45 (10시간 25분)
○ 산행날씨 : 흐리고 무더움, 능선 세찬바람
○ 참석인원 : 21명 (백두대간 회원 18명, 게스트 3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8㎞ (+7.8km) 누적거리 : 653.9km
○ 산행코스 : 미시령-1080봉-황철봉-저항령-1249봉-1178봉-마등령(-오세암-백담사)
○ 소 재 지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 속초시 설악동 / 인제군 북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7/04 22:00 신복로타리
07/05 05:17 (아침 / 바나나) 미시령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20 미시령(767m) 출발 / 산행시작
07:24 1318.9봉 (삼각점 / 설악22)
08:16~20 황철봉(1381m)
09:10 저항령
10:15~25 1249봉 (삼각점 / 설악 414)
12:20~25 1326봉 (삼각점 / 설악 304)
12:41 마등령 / 오세암 갈림길
13:35~40 오세암
15:45 백담사 주차장
16:10~25 용대리
③ 복귀
17:30 용대리 출발
22:00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한 달중 기다려지는 일 하나가 대간가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대간가는 날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몸 상태가 많이 좋지않아 빠지고 싶었지만 다음 달이면 대장정의
종착점인 진부령에 도착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서는 길이다.
캄보디아 여행시 난 배탈로 몇 일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버스의 에어콘은 조절이 안되는지 켜면 춥고, 끄면 덥더니만
잠든동안 에어콘을 계속 켰는지 그 사이 목감기까지 걸렸다.
* * * * * * * *
골인지점이 턱 밑인 이번 구간은 정말 탈도 많은 구간이다.
한계령에서 미시령까지를 무박으로 가느냐 1박 2일로 가느냐를 토론하다
급기야 격론으로 발전했다. 낮이 긴 달에 한 구간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지난 해
8월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인근의 죽령-저수령 구간을 남진했다.
죽령에서 벌재까지는 가야하는데 사고로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저수령까지밖에 진행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하늘재에서 죽령까지 두 구간 계획한 것이 한 구간이 늘어났고,
또 한계령-미시령 구간도 두 구간으로 나뉘는 바람에 또 한 구간이 늘어났다.
그기에다 이 구간은 지난 2월 폭설로 되돌아 서는 바람에 대간기간을
3개월이나 늘어지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준 구간이다.
그 구간을 오늘은 또 몸이 말이아닌 상태로 나선다.
(미시령)
미시령(彌矢嶺)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과 인제군 북면을 잇는 해발 767m의 고개.
진부령, 한계령과 함께 인근의 영동(속초, 고성)과 영서(인제)를 넘는
주요 도로로 기능하였으나, 2006년 5월에 미시령관통도로가 개통된 후
미시령 및 인근의 고개를 넘는 차량의 수가 급감하였다고 한다.
미시령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미시파령(彌時坡嶺)"으로 표기되어 있을 정도로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개로 '미시령 북쪽은 금강'이라 했듯이 설악산과
금강산을 나누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해마다 겨울철 폭설로 제일 먼저
교통이 두절될 정도로 길이 험하고 산세가 가팔라 사용하지 않다가
성종(成宗, 1457~1494) 때부터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미시령은 사용과 폐쇄를 거듭하다가,
1950년경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길이 뚫린 뒤,
한국전쟁 이후로 국군 공병단 관리하에서 군작전도로로 이용하다가,
1989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차관으로 왕복 2차선으로 확포장한 후
민간에게 개방하면서 인제∼속초의 거리를 크게 단축시켰고
1970년 3월 설악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관광도로로서 중요시되어 왔다.
(사선을 넘어)
지난 2월 이 곳을 간신히 올라 철조망을 통과하였지만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되돌아 섰던 모습과는 사뭇다르다.
철조망을 넘으면서 거추장스런 스틱은 미리 철조망 너머로
옮겨놓고 통과하려고 스틱을 철조망 너머로 던졌는데 바람에
스틱이 날려 하마터면 인홍씨를 맞출뻔한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조심해야지..., 철조망을 통과하고 스틱을 챙겨 오르다 사용하려고
똑 같은 모델에 높이도 같아 내 것인줄 알고 가져 왔는데 스트랩을 차니
아뿔싸! 손에 꽉 끼는게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내 것이 아니다. 어쩌지?
먼저 간 사람중에 잘못 가져갔는지 내가 잘못 가져왔는지 판단이
서지않은 상태에서 다시 내려 가기도 그렇고 하여 나중에 만나면
서로 바꾸면 되겠다하고 그냥 그대로 갈 길을 가는데...
얼마나 올랐을까 후미에서 김대장이 자기 스틱 아닌 사람 두고
가라고 고함을 친다. 이제 스틱을 교환하면 되겠구나 하고 기다리는데
왠걸 빈 손이다. 그럼 먼저 간 사람중에 누가 대신 가져갔단 말인가?
선두와 연락하며 집나간 스틱을 찾아 보지만 대신 갖고 간 사람이 없다.
몸이 말이 아닌데 어째 이런 일이... 생각같아서는 그냥 가고 싶었지만
레키 스틱이 비싸기도 하고 오늘 길이 보통 너덜이 아니어서 할 수없이
다시 내려갔더니 스틱이 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스틱을 다시 찾으니 반갑기는 하지만 왔던 길을
다시 올라 가려니 까마득한 길에 기가 질린다.
(너덜의 시작, 아직은 그런대로 오를만 하다만...)
대간을 앞두고 몸도 추스리지 못한데다 덮친격으로 캄보디아 여행
후유증으로 몸살이 나서 참석못할 상태지만 백두대간 최종 골인지점을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무리를 해서 나섰는데 미시령-마등령 구간의 너덜은
산객들의 기를 죽이는 구간 아닌가? 그 동안의 대간길이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큰 어려움없이 잘 왔는데 대간완주를 앞두고 이 구간이
마지막 홍역을 치뤄야 할 구간이 되어 버렸으니...
(울산바위의 위용. 그 너머 동해, 속초 앞바다)
너덜지대의 왼쪽으로는 설악산 명물 울산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아주 먼 옛날 조물주가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만들 적에 경상도 울산의
큰바위 하나가 금강산을 향해 가던 중 발걸음이 너무 늦어 그만 외설악
중턱에 자리 잡았다'는 재미있는 전설을 품고 있는 울산바위.
'울산바위'는 나무 한 그루 자라기 힘든 암봉이다.
속초와 울산바위에 얽힌 이야기.
"옛날 경상도의 울산원님이 신흥사 주지를 찾아가
울산바위 소유권을 내세우며 해마다 세를 받아 갔는데,
어느 해, 이제부터는 세를 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하였다.
이에 울산원님이 바위를 재로 꼰 새끼로 묶어주면 가져가겠다고 하자,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에 지천으로 자라는 '속새' 풀로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맨 후 불에 태워 재로 꼰 새끼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울산원님은 더 이상 세를 내라는 말을 못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 '묶을 속(束)'자와 '풀 초(草)'자를 써서
속초(束草)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얼마를 올랐을까 저만치 후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스틱 찾으러 다시 내려갔다 오는 바람에 후미와 거리가 많이
벌어졌는데 부지런히 걸은 덕분에 1318.9봉 오르기 직전 너덜에서 후미를
따라 붙었다. 너덜을 오른다고 힘을 빼고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늘 갈 길을 다 갈 수 있으려나...
(갑자기 구름이 일어나더니 빠르게 몰려온다)
(1318.9봉의 삼각점)
(이내 산 봉우리를 점령해 버린 구름)
(금마타리)
(특급 조망대, 사방이 일망무제 그칠 것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구름이 일기 시작하더니 서북능선을 덮고 대청봉도 잠식해 버렸다.
내설악과 외설악이 다 보이는 정말 조망이 좋은 곳인데...
그나마 왼쪽 방향은 트여 있으니 다행이다.
(11)
(황철봉 직전 전망대에서 저항령 계곡방향, 계곡 끝 부분이 설악동이다.)
(황철봉을 향하여...)
(꽃개회나무)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바람이 심해 야생화를 접사하기는 어렵겠다.
꽃개회나무가 보이길래 그냥 선채로 셔트를 눌러본다.
(황철봉도 구름에 잠겨 버렸다.)
(황철봉, 정상석이 고정되어 있지않고, 위치 표시가 헷갈린다)
(황철봉에서 저항령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너덜을 조심해야 한다)
황철봉에서 내려서는 대간은 험난한 너덜지대다.
셀 수 없이 많은 검은 빛의 바위 덩어리들은 가늠할 수 없는
태고의 신비와 정적을 품고 있지만, 옛날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무너져 내리며 형성된 것일 거라는 상상만 할 따름이다.
이 곳은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은 방향을 잘못 잡아 엉뚱한
길로 빠지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곳 아닌가? 짙은 안개로 한 길
앞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저항령을 향해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참조팝나무?)
(양지꽃)
(박새)
(저항령에 핀 꽃들, 은꿩의다리?)
저항령(1,100m)은 온통 너덜인 등로에서 만나는 아늑하고
평평한 초원 지대인데 여러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반기고 있다.
좌측으로는 설악산의 주입구인 신흥사와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저항령 계곡이며, 우측으로는 백담사로 향하는 길로서
10분 정도 내려서면 시원한 물이 솟는 샘터가 있다.
(저항령에서 1249.5봉 오르는 길에 또 나타난 너덜)
(저항령 계곡 방향)
(암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몸이 날려갈 것만 같아 기다시피 내려선다.)
(대청봉 방향)
(29)
(1249봉, 삼각점 / 설악 414)
(힘들게 능선에 올라서니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 저 너덜을 넘어야 마등령)
오늘 아침으로 먹은 바나나와 두유가 소화가 안되어
점심은 아예 굶기로 하고 배낭속 점심은 같이 나누어 먹으라고 주었다.
배낭이 좀 가벼워졌다. 옆에있던 동진씨는 걱정이 되는지 배낭에서
젤리퐁 2개를 꺼내주며 소화가 잘 될거라며 이것이라도 먹으라 한다.
후미 일행이 점심을 먹는 동안 짐을 챙겨 먼저 길을 나선다.
평지는 그런대로 갈 수 있는데 내리막은 다리가 풀려 힘들고
오르막은 조금만 비탈이 져도 속도가 갑자기 떨어져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후미가 나타나더니 추월해 지나간다. 후미가 되어버렸다.
백두대간 3년여 동안 후미로 내려선 적이 딱 1번 있다.
그러고 보니 꼭 2년 전이다.
빠진 구간을 메꾸느라 혼자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진행했다가
다음날 향적봉에서 백암봉으로 돌아나와 동엽령에서 올라 향적봉에
들렸다 온다는 종주대와 잠시후 만나기로 하고 헤어져 먼저 빼재방향으로
혼자 걷다가 그만 생각없이 송계계곡으로 빠지는 바람에 2시간 넘게
알바를 하는 바람에 제일 후미로 내려선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 때도 7월이었고 점심을 굶은 날이다.
숲 속 길이 얼마나 험하고 오르내림이 심한지...
1326봉이 거의 다 되었는가 했는데 능선에 올라보니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다.
(하늘을 덮고 있는 숲, 그 틈새로 저항령 계곡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어차피 내가 가야할 길, 속도를 낼려고 해도 낼 수 없다.
조금 늦더라도 내 페이스로 가야겠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오총무가 먼저 가지 않고 조금 앞서서 거리를 유지하며 같이 가 준다.
고마운 사람, 동행자가 있으니 안심이 되고 힘이 난다.
(1326봉 오르는 너덜, 뙤약볕 아래 가파른 오름길이 힘겹다)
오총무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 힘을 다해 1326봉 너덜을 오른다.
희망이 힘이다. 이 너덜만 오르면 비선대나 백담사까지는 내림길이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빠지는 것도 고려해 보겠지만 백담사로 가야겠지?
마지막 힘을 내어 뙤약볕 아래 긴 너덜을 오른다.
(숲 속에 묻힌 길은 그렇게 험준해 보이지 않는데...)
(드디어 고생 끝. 1326봉 정상에 올랐다. 삼각점 / 설악 304)
(공룡능선의 위용, 그 뒤로 구름에 가린 대청봉)
(공룡능선 천화대의 위용)
(1326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며...)
(자유! 통제구역을 벗어났다)
무사히 통제구역을 벗어났다. 마등령 비선대 갈림길에는
몇 무리의 산객들이 식사중이거나 휴식중이었다. 걸음이 너무 늦으면
여기서 비선대방향으로 내려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견딜만 하여
백담사 방향으로 가기로 하고 발길을 옮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땀을 비오듯 쏟으며 아직도
오름길을 오르는 산객들을 보면 힘이 절로 생긴다.
(41)
(세존봉 방향의 비경)
(설악산 등산로는 온통 돌길로 만들어 놓았다.)
(휴게소 같은 마등령, 오세암 갈림길)
(마등령에서 오세암 가는 길로 들어서자 멧돼지가 온 산을 파헤쳐 놓았다)
(고마운 사람들...)
오세암에서 수렴동대피소에 들리기로 했는데
선두가 들머리를 찾지 못해 영시암 가는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오늘 힘든 길을 많은 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군분투했는데
특히 많이 챙겨준 동진씨와 오총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앞발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바람 한점없지만 싱그러운 신록이 좋다)
(오세암 봉정암 갈림길에 있는 공원지킴터)
(수렴동 계곡, 가뭄이어서 그런지 수량이 많이 줄었다)
오세암에서 영시암 가는 길의 오르내림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백담사 주차장까지는 참 지루한 길이다. 그 길을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곰골입구에서 일행이 땀을 씻고 가자는
데도 후미로 뒤쳐질까봐 신경도 쓰이고 지금 나름대로 잘 가고
있는 걸음을 멈추고 싶지않아 혼자 그냥 먼저 내려왔다.
(백담사 버스정류장, 백담사-용대리 간을 오가는 버스)
백담사가 보이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리에 힘이 빠진다.
백두대간 구간중 제일 고생한 구간으로 두고 두고 기억될 것 같다.
대간종주가 그저 그렇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땀 흘리며 애쓰고 고생한 만큼 보람도 더한 것 아니겠는가?
마치 긴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주차장 가까이 가자 버스가 횅하니 가 버린다.
20분이나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가니
(휴식시간 포함한) 오늘 산행시간 10시간 25분,
미시령을 출발한지 11시간 만에 용대리에 도착했으니
정상적인 속도보다 1시간 반 정도는 늦은 것 같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오늘 주어진 구간을 무사히 완주하여
마지막 구간만 남겨 놓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음 달, 마지막 남은 한 구간도 무사히 완주하여
백두대간 종주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모든 대원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 싶다.
울산백두대간종주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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