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1차 (28구간 : 대관령 ~ 진고개)
2009. 7. 12. 15:17ㆍ山情無限/백두대간(完)
○ 산행일자 : 2008. 4. 12 (토) 06:00 ~ 13:50 (7시간 50분)
○ 산행날씨 : 짙은 안개, 새벽 안개비가 오전부터 비로 바뀜
○ 참석인원 : 18명 (백두대간 회원 14명, 게스트 4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4.3㎞ 누적거리 : 602.9km
○ 산행코스 : 대관령-새봉-선자령-곤신봉-매봉-동해전망대-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 소 재 지 :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사천면, 연곡면 / 평창군 대관령면(도암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4/11 22:40 신복로타리 출발
4/12 05:30 대관령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6:00 대관령 출발
06:34 새봉(1060m)
07:05 선자령(1157.1m)
08:03 곤신봉(1136m)
08:25 삼거리 / 태극기 휘날리며
08:34 일출전망대
09:14 매봉(1173.4m)
10:15~40 1172봉 직전 / 점심
11:19 소황병산(1328m)
12:35~40 노인봉(1338.1m)
13:50 진고개
③ 복귀
15:00 진고개 출발
20:00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야밤 접선장소 신복로타리에 나가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야 할 그리운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다.
많을 때는 7~8명까지 되었는데 오늘 신복로타리에서 탑승한 사람은
명호씨와 나 두사람 뿐. 대간 시작하고 제일 적은 인원이 탑승한 것이다.
그래도 버스를 오르니 지난 달과 마찬가지로 게스트 4명을 포함하여 모두 18명.
그렇게 단촐한 인원으로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거쳐 진고개까지 이어가기 위해
또 밤을 낮같이 밝히며 장도에 오른다. 이번 구간은 국립공원 산방기간에
해당되는데다 폐쇄구간도 포함되어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구간이다.
이제 남은 몇 구간도 폐쇄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신경쓰이기는 마찬가지
백두대간 종주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공단의 처사는 불순감마저 든다.
* * * * * * *
대간과 9정맥 선답자중 특히 울산사람이 더 존경스럽다는 생각.
지리적으로 울산이 어느 지역보다 접근이 어려운 곳이니 말이다.
대간길 강원도 구간은 울산에서 6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 길이니
오고 가는 시간만 12시간이 소요되는데 오늘은 버스가 너무 빨리 달려
식당을 예약한 횡계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예약한 시간을 맞추느라
차에서 30분이나 기다렸다가 내리는데 새벽안개가 짙다.
(산행들머리, 안개가 조금 걷혀 출발을 하긴 하는데...)
700석이나 된다는 유명한 횡계 황태회관에서 아침을 먹고
456번 도로로 오르는데 점점 짙어지던 안개는 대관령 조금 못미친
지점부터는 길을 제대로 분간할 수 정도로 안개가 짙어져 엉금엉금
기어오르던 버스도 길을 잃고 헤메다 겨우 대관령에 올랐다.
짙은 안개는 대관령에서도 우리의 발길을 잡았다.
다시 버스 안에 갇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린 시간 30분.
06:00, 백두대간의 큰 고갯마루 대관령(832m)을 가로지르는
옛 영동고속도로를 가로질러 '大關嶺國師城隍堂'라 새겨놓은
커다란 입석 뒤로 돌아 선자령 가는 길로 들어선다
(선자령 가는 길,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
(대관령에서 25분 정도 임도를 따라 가던 대간길은 샛길로 들었다)
(전망대가 있는 새봉 / 1060m)
백두대간 새봉이라 적힌 안내판과 철탑이 맞아주지만
정작 멋지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는 안개로 바로 앞도 분간 안된다.
안개가 걷히면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안개비가 점점 굵어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길이 대간길인가 의아할 정도로 평탄한 숲길이 이어진다)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석, 뒷면에 산경도가 새겨져 있다)
운동장같이 넓은 정상에는 안개속에 우뚝하니 장승처럼
서 있는 백두대간선자령 표지석이 반긴다. 뒷면에는 친절하게도
산경도에 대간과 정맥을 새겨놓았다. 삼각점(도암23)과
아담한 선자령 표지석도 정겹다.
선자령 정상에서 방향감각을 잃어 지도정치를 한다음
북북서로 방향을 잡고 나즈목이를 향하여 선자령을 내려섰다.
(선자령(仙子嶺, 1157m) 삼각점)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선자령은
제왕산, 백덕산, 태백산과 더불어 겨울산행 코스로 인기있는 곳으로
백두대간 주능선의 한 자락으로 한 대관령에서 1시간 거리.
유래는 한자 뜻대로 능선에서 뻗어내린 계곡의 경관이 수려해
하늘의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즐기며 놀았다는 곳.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파란 하늘과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한국의 히말라야'라 불리며 눈과 바람이 극치를 이루는
겨울 선자령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시계제로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풍력발전기)
풍력발전기 수십기가 떼 지어 서 있는 선자령에
하얀 눈이 산정을 덮으면 이국적인 풍경이 멋있는데,
오늘은 그 선자령 가운데를 지나는데도 풍력발전기를 볼 수 없으니...
아쉽다 느낄 즈음, 어느 순간 머리 위에서 쉬~익 쉬~익 하는
소리가 나서 하늘을 쳐다보면 보이는 것은 무채색의 하늘뿐.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까지 닿은듯한 큰 기둥이 나타나고
날개는 머리를 스칠듯 가까운 위치에서 돌고 있다.
(아직 한겨울인듯... 봄꽃이 앞다투듯 만발하는 남쪽지방과는 딴 세상이다)
(눈 녹은 곳에는 가끔씩 노루귀를 비롯한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안개 속으로...)
마치 인생길 같이 안개 속으로 간다.
바로 앞 밖에 보이지 않지만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
이 길이 매봉, 노인봉을 거쳐 진고개로 안내해 줄 것이라는 믿음.
물론 간간히 지도에 콤파스를 놓고 방향을 가늠해 보면서...
(이제 막 고개를 내미는 얼레지)
(몽환적 분위기)
조망이 좋은 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자연은 항상 기대한 것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
오늘은 맘 가다듬고 생각을 깊게 하라는 것일까?
아님 꿈꾸듯 즐기라는 것일까?
(대공산성 갈림길)
1979년 5월 강원도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된 대공산성은
강릉시에서 서쪽으로 약 20km쯤 되는 성산면 보광리 북쪽에 있는
길이 약 4km의 산성으로 보현산성 또는 대궁산성이라고도 불린다.
축성연대는 미상이나 축성에 관하여 두 가지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이 군사훈련을 위해 쌓았다고도 하고,
또 발해의 왕족인 대씨(大氏) 성을 가진 사람이 쌓았기 때문에
대궁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고 한다.
(곤신봉 / 1131m)
본격적인 삼양 대관령목장이 펼쳐진다는 곤신봉.
그러나, 오늘은 이미 조망에 대한 기대는 접었기에
지도와 상식을 동원하여 대관령목장을 상상하며 걷는다.
초지와 숲, 영동과 영서의 경계를 따라 걷는다.
(입장료 안내판, 오늘 우리 일행이 번 돈이 얼마나될까?)
다음에는 정식으로 입장료 내고 대관령목장 구경을 와 봐야겠다.
(길은 숨박꼭질하듯 숲으로 들었다 임도로 나왔다를 반복한다)
(대관령 목장 삼거리에 있는 )
'웰컴투 동막골'과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대간길은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동해 일출전망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이어간다.
(특이한 모습의 전망대 쉼터)
(동해 일출전망대에 서 보니... 보이는 것은 짙은 구름바다)
(무시무시한 경고판도 심심찮게 서 있고...)
오늘 구간에는 크고 작은 간판도 가지가지...
왜 있는지 모를 '대관령지역 군사시설물철거 현황판'을 비롯하여
백두대간까지 잠식한 대관령목장을 통과하면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간판,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했다는 간판,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다는 출입금지 간판,
또 군데군데 '목초는 우유와 고기입니다'라는 푯말까지...
(설벽, 대관령에 눈이 많이 온다지만 4월중순인데도...)
대관령에 눈이 많이 온다더니 과연 대관령인가 보다.
4월 중순인 아직까지 쌓인 눈이 2m가 넘으니 말이다.
강원 영동지방은 서쪽으로는 산줄기가 가로 놓여 있고
동쪽으로는 바다가 인접해 있어 여름철에는 차가운 동해바다의
영향으로 서늘하고, 때로는 백두대간을 타고 넘으며 나타나는
홴(f"ohn) 현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한다. 영동지방의 눈은 교통두절,
농작물 피해 등 피해를 끼치지만, 스키, 관광 등
겨울철 레저 산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양지바른 곳에는 봄맞이 나온 병아리들같이 노란 제비꽃이 피어나고)
(매봉 / 1173.4m)
목장길이 끝나고 이어지는 백두대간 특유의 굴곡길이 이어진다.
오대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매봉에서 오른쪽 출입금지 표지판을 넘어서자
나타난 눈밭은 발목이 푹푹 빠질정도다.
(한겨울로 착각할 정도로 아직도 두터운 눈길)
(어디에선가 본 듯한... 살다보면 그런 풍경이 가끔있다)
안개속 길은 소나무가 멋진 목장길 쉼터를 지나
야트막한 봉우리를 넘으니 어디서 꼭 본듯한 소나무 한 그루가
깊은 사색에 잠긴듯 멋있게 서 있는 어디서 본듯한 풍경도 만난다.
아마 백두대간 구간중 오르내림이 제일 적은 평탄한 구간이긴 하지만
대간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가끔 비를 맞고 머리를 내민 노란 제비꽃과 동의나물이 곱다.
(점심을 먹고 막 출발하려는데 뒤따라온 중간그룹 종균씨 일행)
(소황병산을 오르는 길도 제법 힘들여 오른 구간이다)
점심을 먹고 바로 만난 오르막,
눈이 길을 숨겨 버린데다 공단에서 시그널마저 떼어버려
길 찾기도 쉽지않다. 그래도 길잡이 택명씨는 길을 잘 찾아간다.
지난 구간같이 눈의 표면이 딱딱하여 어떤 곳은 눈 위를 걸을 수 있지만
그냥 지날듯 하다가도 힘을 조금이라도 주면 종아리까지 푹푹 빠진다.
힘도 많이 들고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 이마에도 땀이 맺힌다.
(소황병산 지킴터)
모처럼 힘써 오르니 소황병산 초지다.
지킴터에 감시원이 지키고 있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접근하니
다행히 아무도 없다. 때로 이렇게 가슴졸이며 여기까지 왔다.
공단에서는 대간꾼이 백두대간을 훼손한다 하지만 정작 산림을 크게
훼파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온 산에 임도를 내는 산림청이 그중 하나고
대간줄기를 파헤치는 돈에 눈먼이들이 바로 그들 아닌가?
(노인봉 직전 바위봉,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다.)
(노인봉 대피소, 노인봉 산장지기 성량수씨는 2년전 이곳을 떠났다)
백두대간 지킴이 괴짜노인 성량수씨가 머물던 곳.
지난 1986년 노인봉 산장에 들어 20년을 노인봉에서 살아오며
뼈를 묻을 곳이라 여겼던 곳, 그는 2006년 3월 이곳에서 쫓겨났다.
기인은 현 대피소 바로 옆에 있는 산장에서 지냈다.
한편, 노인봉 대피소 우측 계곡을 소금강이라 부르는데
강릉에서 약 20km 거리에 있는 청학동 소금강 계곡은 만물상 등
수려한 바위와 계속되는 폭포, 소(沼) 등이 절경을 이룬다
소금강은 일찍이 율곡 선생이 머물며 남긴 청학산기(淸鶴山記)에서
금강산을 빼 닮았다 하여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렀다고 한다.
(노인봉 정상 이정목)
(노인봉에서... 선두)
(노인봉에 선 시나브로. 단체사진은 거의 없다)
(老人峰 정상(1338m). 오늘은 바로 앞 봉우리도 안 보인다)
노인봉은 오대산 국립공원권에 속하는 산으로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와 평창군 도암면에 걸쳐 있다.
황병산(1407m)과 오대산(1563m)의 중간 지점에 있으며
산자락에 청학동 소금강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노인봉의 유래는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우뚝한 화강암 봉우리가
멀리서 바라보면 사계절 백발노인 같아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과 겨울 분위기를 오가는 사이 진고개가 2.9km 앞으로 다가왔다)
(진고개가 가까워지자 끝없이 펼쳐지는 계단길)
내려서는 길이야 편하지만 반대로 올라 오려면 이마에 땀 좀 맺힐 것 같다.
(날머리가 가까워지자 시야가 조금 트이기 시작한다)
(주문진으로 통하는 6번 도로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사정이 생겨 하산길을 조금 변경하였다)
오늘의 날머리 진고개가 눈에 들어와 조금만 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앞서가던 영호씨와 병렬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진고개 상황을 확인하고 가잔다.
먼저 진고개로 내려선 택명씨에게 전화를 하니 아니나 다를까 공단직원이
지키고 있단다. 후미를 위해 표시를 해 두고 샛길로 들어서서 사선을 넘듯
무사히 금줄을 넘었다. 오늘은 인당 707,000원을 번 셈이다.
(어디 흔들리지 않고, 비에 젖지않고 피는 꽃이 있다더냐!)
(산정은 한겨울이지만 계곡은 이미 봄 기운이 묻어난다.)
(꿩의 바람꽃)
(경이감마저 들게하는... 대지를 뚫고 솟아 오르는 힘찬 생의 의지)
(새벽에 이른 아침을 먹고, 또 저녁까지 먹고 온 횡계리 황태회관)
(맛도 좋고, 밥 인심도 좋고, 서비스도 정말 좋았다)
오늘 또 한 구간을 더 이어 놓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번 구간을 지나면서 누적거리는 600km를 넘어섰다.
기상대 일기예보가 빗나가 예상에도 없는 우중산행을 하면서도
대간길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나가 되어 의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 봄의 한가운데서 심설산행을 한 것도 좋았고, 좋은 조망처에서
만난 구름속 몽환적인 분위기, 역설적인 그 모습도 정말 멋졌다.
이제 5구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모든 회원들이 참여하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처음 그 마음, 그 의지, 그 열정으로
모두가 무사 완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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