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0차 (27구간 :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2009. 7. 12. 15:15山情無限/백두대간(完)



 


백두대간 30차 (27구간 : 삽당령 ~ 대관령)



○ 산행일자 : 2008. 3. 15 (토) 05:20 ~ 16:08 (10시간 43분)
○ 산행날씨 : 맑음, 온난
○ 참석인원 : 18명 (백두대간 회원 16명, 게스트 2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6㎞       누적거리 : 578.6km
○ 산행코스 : 삽당령-들미재-석두봉-1006봉-화란봉-닭목령-고루포기산-횡계치-능경봉-대관령
○ 소 재 지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성산면 / 평창군 도암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3/14 22:00            신복로타리 출발

3/15 05:10            삽당령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20            삽당령 출발

06:15            방화선 시작

07:24            석두봉(995m)

09:30            화란봉(1061.9m)

10:00~45         닭목령 / 점심

11:27            995.6봉

12:32            왕산 제2쉼터

13:25            고루포기산(1238.3m)

13:45            대관령 전망대

14:25            횡계치

15:31            능경봉(1123.2m)

16:08            대관령

③ 복귀

17:40            대관령 출발

23:45            종합운동장 도착



2. 산행기록



이제 골인 지점이 가까워지는 것과는 상반되게
이동시간이 길어져 출발을 밤 10시에 하는 바람에 많이 바쁘다.
서둘러 밤 9시 50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복로타리로 나가니
명호씨 청균씨 현모씨가 먼저 나와있다. 많을 때는 신복로타리에서
8 ~ 9명이 탄 적도 있는데 오늘 또 인원이 줄어든 것 같다.
고지가 저긴데... 오늘은 몇 명이 되려나?

*   *   *   *   *   *   *

처음에는 백두대간 가는 주간은 출장도 멀리 가지않고
운동도 하며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
빠지지 않고 갈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이번구간은 장거리에다 고도차가 심해 걱정이 앞선다.
날씨는 좋다는데 등로가 질척이지는 않을련지...

울산을 지나는 동안 탑승하기로 한 대원 2명이 빠져
게스트 2명을 포함하여도 18명이다. 단촐한 인원으로
삽당령에서 화란봉을 넘고 고루포기, 능경봉을 넘어
대관령까지 이어 가야할 것 같다.





(이번 구간 고도표, 거리와 고도차가 기를 죽인다)


고도표를 보면 빨래판 같이 오르내림이 심하고
지도를 보면 대간능선은 갈지자로 이리저리 틀다가
대관령에 이르는데 거리도 만만찮다.





(삽당령/680m)


차에서 내리니 길옆으로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고 기운이 차다.
주중에 남쪽지방은 비가 왔는데 여긴 눈이 내린 것 같다.
아이젠을 챙겨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종일 걸을 눈길의 서막은 이렇게 열렸다)


이 일을 어쩌랴!
이 아름다운 설경 앞에서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 버렸다.
배터리를 갈고 셔트를 몇 번 누르지도 않았는데 또 눈금이 하나만 남았다.
산행길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찍는 재미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인데...
앞으로 몇 장면을 더 찍을 수 있을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숲도 온통 눈밭. 끝없는 눈길을 이어간다)






(가지끝에 핀 수정같은 얼음꽃들이 이른 아침 산에 든 산객들을 반기고...)






(석두봉에서 바라보는 가야할 능선, 눈 닿은 곳 모두가 눈밭이다)






(960봉(?)같은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봐야겠다)






(제법 큰 짐승이 바쁘게 지나갔나 보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산새도 잠든듯, 고요한 숲에 눈도 조용히 내려 앉았다)






(힘은 들어도 운치있는 길, 산에 든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 행복)






(산행의 맛과 멋이 더하는 눈길 산행, 이번 겨울에도 원없이 눈길을 걷는다)






(화란봉 오르는 길에 달아 놓은 세월의 흔적, 선답자들이 간 길을 따라간다)


카메라 배터리를 아낀다고 화란봉을 찍지 못했다.
화란봉은 이름 그대로 꽃 모양을 하고 있는 산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화란봉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상이라고 한다.
화란봉 좌측 벌마을에는 용수골이라는 이름의 지명이 있는데 이곳은
이무기가 하늘로 오르다 힘이 부쳐 떨어진 곳이라 전해온다.
지금도 그 때 자국이 용수골 너럭바위에 남아있다나...
화란봉에서 보면 닭목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닭목령(재), )


밋밋한듯한 화란봉 정상에서 닭목재로 내려가는 길은
아름드리 노송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지만 가파른데다
바위가 얼고 눈이 많아 위험한데 30분만에 닭목재로 내려섰다.
닭목재로 강릉과 임계를 연결하는 410번 도로가 지나간다.

왕산면 대기리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금계포란형의 '닭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여
'닭목'이라 하고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를 '닭목재'라 부른다고 한다.
인근에 '닭목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왕산리 방향으로는 '닭목골'이 있고
좌측 대기리 쪽으로는 '닭목이'라는 지명이 있다.





(점심을 먹자마자 오른 955.6봉, 잠시 휴식중인 명호씨와 현모씨)






(955.6봉을 내려서면서, 멀리 지나온 우뚝한 화란봉도 보이고...)


여기가 유명한 맹덕목장이고 부근에도 큰 목장들이 많은데
앞으로 물밀듯 몰려올 수입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눈으로 덮혀 어디가 목장인지 구분도 하기 힘들다






(길 양 옆으로는 쭉쭉뻗은 황장목이 키 자랑을 하는듯... )






(고루포기산을 오르기 전 제2쉼터에서 숨을 고르며 재충전도 하고...)






(왕산 제2쉼터 알미늄 긴 의자에 누워 푸른 하늘을 보니...)


왕산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듯하다.
왕산 제1쉼터에서 제2쉼터까지 2km,
쉼터마다 알미늄 철제 긴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힘에 부쳐 선두를 먼저 고루포기산으로 올려 보내고
하늘을 떠가는 구름도 보며 잠시 망중한을 즐긴다.





(지레밭(?), 평균 세 걸음에 한 발은 종아리 위까지 푹푹 빠진다.)


그동안 내린 눈의 표면이 얼었는데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려
가볍게 걸으면 표면의 눈만 다지고 가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주어지면
딱딱한 아래의 눈까지 꺼져 버려 종아리 위까지 푹푹 빠진다.
몸이 가벼운 사람은 몰라도 몸무게가 좀 나가는 사람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몸무게에 배낭무게까지 합치면 90kg. 아마, 서너 발짝에 한 발은 빠진 것 같다.
어떤 곳에서는 한 자리에서 내 딛는 걸음마다 계속 빠져 맥이 풀리기도 하고...
꼭, 어릴 때 얼음판 위에서 놀다 한 발이 빠져 나오려고 다음 발을 옮기면
내딛는 족족 계속 빠져 고생했던 것 같은 상황이다.





(고루포기산을 오르다가..., 멀리 능경봉과 대관령이 눈에 들어온다)






(고루포기산 / 1238m, 이번 구간의 최고봉)


고루포기산은 마을 뒤에 있는 높은 산으로 고로쇠나무가 많아
불려지는 이름이라는데 주위의 농경지 일대를 고루포기라 통칭한다고 한다.
북서쪽의 빗면은 한 때 대관령 스키장이 있었고 횡계리 일대는 분지다.

서쪽으로는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이 도암호에서 물을 머금었다
내 보내는데, 옛날부터 뗏목을 엮어 남한강 천이백리 물줄기 따라
한양으로 흘려보냈던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으로,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로 불리는
'정선 아라리'(아리랑)의 전설이 깃든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북동쪽 빗면으로 흐르는 물은 강릉 남대천으로 흘러든다.





(대관령 전망대에서, 멀리 선자령의 이국적인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루포기산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와 '대관령 전망대'에 서면
평창군 횡계가 바로 아래에 내려다 보이며, 선자령에서 황병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경관이 한 눈에 조망된다.





(횡계치, 아래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대관령 전망대에서 내려서는 길도 보통 가파르지 않다.
조심조심 한참을 내려서니 저 아래서 올라오는 산객이 몇 보인다.
오늘 닭목령에서 만난 산불감시원 말고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다.

급비탈을 내려 처녀 젖가슴같은 봉우리 몇을 넘으니 횡계치.
횡계치 아래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데
이 곳이 대간길을 횡단하는 마지막 고속도로인 것 같다.
대관령을 넘는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다시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니
이전 대관령을 넘던 고속도로는 국도가 되었다고 한다.





(가면 갈 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은 능경봉, 얼마전 낙동정맥 면산 오르는 기분)






(능경봉에서,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능경봉 / 1123.2m, 이번 구간 고루포기산 다음으로 높지만 오르기는 제일 힘들었던 같다)


고루포기산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렸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및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에 걸쳐 있는 산.
대관령 남쪽 산맥 중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제왕산의 모산이다.

산 정상에 서면 대관령 너머 광활한 구릉과 강릉의 맑은 동해바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와 마주할 수 있다. 





(능경봉의 삼각점, 구정 301)






(능경봉에서 대관령을 내려서는 길도 가파른데다 온통 눈밭이어서 조심스럽다.)


정상 아래 너른 헬기장을 지나 굴참나무 숲 급비탈 눈밭을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푹푹 빠진 발자욱을 피하다 또 빠지며 30여 분을 내려오니 제왕산 등산로 이정표.
컨테이너 초소가 나오고 지척에 인풍비 약수터에는 물길이 제법 쏟아지고 있다.
아이젠을 벗어 보니 오늘 눈 길이 얼마나 험했는지를 말해주려는듯
한쪽은 체인이 끊어졌고 또 한쪽은 연결부위 고무가 찢어져 있는 아닌가.





( / 전망비)


'단망비'가 무슨 뜻일까? 집에 오자마자 옥편을 찾아 보았더니
""을 '방종할 단'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호수이름 전'으로 읽어야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이란 의미를 가진 '전망비()'가 되어
이전에 강릉사람들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것과 의미가 통하고
이 겨울에도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는 샘터와 연결이 되었다.

옆의 "인풍비()"는
'바람이 몹씨 분다'는 의미로 대관령의 큰 바람과 의미가 닿는 것 같았다.





(능경봉을 내려서자 만나는 이정표)






(드디어 대관령 / 832m, 풍력발전기가 반긴다)


제왕산 이정표를 지나 나즈막한 둔덕을 넘어가니
이전에 대관령을 넘던 '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나오고 왼쪽으로 난
계단 아래로 풍력발전기 3기가 위용을 자랑하는 대관령 휴게소가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니 대관령 휴게소는 썰렁하다.

해발고도 832m. 고개의 총연장이 13km, 고개의 굽이가 99개소.
서울과 영동을 잇는 관문이며, 구 영동고속도로가 통과한다.
이 일대는 황병산, 선자령, 발왕산 등에 둘러싸인 분지를 이룬다.
기후는 한랭하고 비가 많은 지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는 지역.
특히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연평균 기온은 6.1℃, 연강수량은 1,450mm이다.
고랭지 채소 및 씨감자의 주산지이며 목축업이 발달해 있다.

한편, 대관령에는 고갯길을 낸 죄로
두 번씩이나 죽임을 당한 고형산이란 사람의 일화가 전해져 온다.
본래 대관령 고갯길은 오솔길이었는데 조선 중종 때 고형산이란 사람이 사재로
수개월에 걸쳐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아 한양과 강릉 간의 교통이
편리해졌는데,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군대가 주문진으로 상륙,
그가 넓힌 대관령 길을 통해 쉽게 한양을 침범하였고
이에 노한 인조가 고형산의 묘를 파헤쳤다는 것.





(대관령 옛길로 내려서다 뒤돌아 본 모습, 우뚝한 능경봉도 들어오고...)


대관령은 "울고 넘는 고개"라고 한다.
관원들이 멀리 푸른바다가 보이자 세상끝에 당도했다고 눈물을 흘렸고
떠나갈 때는 그동안 정들었던 생각을 하며 울면서 갔다하여 생긴 이름.
반정에서는 강릉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율곡이 이선생이 어머니 신사임당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가기 위하여 험한 산길을 오르던 모습과 지금 가면 친정에 또 언제 오려는지,
오죽헌을 향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을 신사임당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흔 아홉 고개 따라 대관령을 넘다보면 사임당의 마음을 닮은
시 한 수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踰大關嶺望親庭 (대관령을 넘으며) / 申師任堂 作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임영)
백발의 어머님은 강릉 땅에 계시는데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이 몸 홀로 서울 향해 떠나는 심정

回首北村時一望 (회수북촌시일망)
때때로 고개 돌려 북촌을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백운비하모산청)
흐르는 구름 아래 푸른 산만 저무네.






(오는 길 들린 휴게소에서...)


버스임대 회사를 바꾼 후 매번 기사가 바뀐다.
다음 구간에는 또 어떤 기사가 우리를 태우고 갈지 신경 쓰인다.
물론 밤새워 운전을 해 주는 것이야 감사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계약을 하고 일정 바용까지 지불하였으니 계약에 의해 지킬 것은 지키고
서비스 업종답게 서비스로 고객을 불편하지 않게 하여야 하지 않을까?
지난밤 신복로타리에서 출발할 때도 다른 곳에 차를 세워둔 바람에
많이 기다려야 했고, 올 때는 시간이 늦었다고 자고 있는 사람들을
중간에서 내리라고 한다. 이전 삼식이 기사 생각이 간절하다.

자잘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오늘 삽당령 ~ 대관령 구간 멀고 험한 눈길에 고생도 많았지만
무사히 또 한 구간을 더 이어놓았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비록 처음 출발할 적에 비해 대원이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이제 얼마남지 않은 구간 대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함께 대간길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다음 구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며

울산백두대간종주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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