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와 지구의 / 하종오

2018. 10. 9. 23:33시,좋은글/詩



세계지도와 지구의 / 하종오



어렸을 때 커다란 종이에 인쇄된 세계지도를 보고는
왼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프리카와
오른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메리카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대륙이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둥그런 지구의에 인쇄된 세계지도를 보고는
모든 대륙이 중심이 될 수 있고
그 가장자리에 각 나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옆 동네도 놀러 오가지 못하던
어렸던 그때, 잡생각 많이 했다
왜 아메리카인들이 가까운 아시아인들을 놔두고
머나먼 아프리카인디언들을 노예로 끌고 갔는지
왜 유럽인들과 아메리카인들이
아시아인들을 지배하러 왔는지
왜 육이오전쟁 때는 육대주에서 군인들이
남한 땅과 북한 땅으로 들어왔는지


내가 지구의 중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도
내가 지구의 가장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여기게 된 나이 든 요즘,
벽지에 붙은 세계지도를 훑어보면
책상 위 지구의에 붙은 세계지도를 돌려보면
남한에서 갈 수 없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출처 : 시집 『남북상징어사전실천문학사, 2011년



하종오(河鍾五, 1954년~ ) 시인

1954년 8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5년 ‘현대문학’에〈사미인곡(思美人曲)〉등이 추천되어 등단.

1980년 ‘반시(反詩)’ 동인으로 참가했다. 1981년 첫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를 펴낸

20여 권의 시집, 동화집 등을 냈다. 1983년 시집 『넋이야 넋이로다』로 제2회 신동엽창작상,

2006년 제1회 불교문예작품상을 받았다.

2004년 『반대쪽 천국』을 펴내면서 이주민 문제를 화두로 삼고,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 변화를 반영해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포괄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

『입국자들』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이주민들을 바라본 시를 선보였다.


- 시집 -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1981년 (창비)
『사월에서 오월로』 1984년 (창비)
『넋이야 넋이로다』 1986년 (창비)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1986년 (실천문학사)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1989년 (푸른숲)
『젖은새한마리』 1990년 (푸른숲) -하종오대표시선집
『정』, 『깨끗한 그리움』, 『님시편(詩篇)』 1994년
『쥐똥나무 울타리』 1995년 (문학동네)
『사물의 운명』 1997년
『님』 1999년 (문학동네)
『무언가 찾아올 적엔』 2003년 (창비)
『반대쪽천국』 2004년 (문학동네)
『지옥처럼 낯선』 2006년 (랜덤하우스코리아)
『국경없는공장』 2007년 (삶이보이는창)
『아시아계한국인들』 2007년 (삶이보이는창)
『베드타운』 2008년 (창비)
『입국자들』 2009년 (산지니)
『제국』 2011년 (문학동네)
『남북상징어사전』 2011년 (실천문학사)

외 다수의 동화와 시극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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