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018. 12. 7. 15:55시,좋은글/詩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 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해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 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게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사, 1991)






황지우 (黃芝雨, 1952. 1.25 ~  )
해남군 북일면 신월리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2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미학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
1973년 박정희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강제로 감옥에 수감.
1979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과정 중, 1980년 봄에 5.18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되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 고문 끝에 풀려난 뒤 1981년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 입학
1985년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 들어가 박사과정 수료하였다.
1994년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7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2009년까지 한예종의 총장을 역임,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의 교수로 재직 중.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 으로 입선 후, '나는 너다'는 시문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내용으로
한때 논란에 올랐으나 이것은 승려로 있던 형과 철학자이자 노동 운동가였던 동생 황광우에게 주는
헌시(獻詩)로 알려졌다. 한국 해체시를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시인으로 도표나 특수 문자,
그림들을 도입해 혁신적인 시작법으로 유명해졌다. 후기로 갈수록 연극에 관심이 많아져
연극적인 요소들이 강해지는 편. 가족 이력 때문에 불교적인 색채도 있는 편.
전반적으로 군부 독재 시절 한국의 암울함을 풍자하거나 저항하는 내용들이 많으나,
서정시도 자기식으로 구사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했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예술사의 철학', '큐비즘',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뼈아픈 후회',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무등', '묵념, 5분 27초',
'너를 기다리는 동안',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등이 있다.
친구 이성복과 더불어 1990년대 젊은 시인들에게 많이 영향을 줬다.

- 시집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민음사, 1985)
《나는 너다》 (풀빛, 1987/ 개정판: 문학과지성사, 2015)
《게 눈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1)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조각 시집/ 학고재, 1995)
《어느 날 나는 흐린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 시론집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한마당, 1993)
- 희곡집 -
《오월의 신부》 (문학과지성사, 2000)
- 수상 -
제3회 김수영문학상(1983)
제36회 현대문학상(1991)
제8회 소월시문학상(1993)
제1회 백석문학상(1999)
제7회 대산문학상(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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