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3구간 (어림마을에서 돗재까지)

2009. 7. 12. 18:50山情無限/호남정맥(完)



호남정맥 13구간 (어림마을에서 돗재까지)



○ 산행일자 : 2009. 5.23(토) 08:50 ~ 16:20 (7시간 30분)
○ 산행날씨 : 비, 흐렸다 갬, 무더운 날씨
○ 참석인원 : 울산원조산악회 호남정맥종주대와 함께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8.6㎞         누적거리 : 208.1km (274.4km)
○ 산행코스 : 어림마을-별산-묘치삼거리-385.8봉-천왕산-서밧재-천운산-돗재
○ 소 재 지 :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북면, 동면, 남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5:15            신복로타리

08:45            어림마을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54            어림마을 출발

09:37            별산(687m)

10:38            묘치삼거리

11:37            주릿재

12:05            천왕산(424.2m)

12:25~50         점심

13:35~55         사밧재

15:40~45         천운산(601.6m)

16:20            돗재

③ 복귀

17:30            산행뒷풀이 / 출발

21:10            울산 도착



2. 산행기록



지난 무등산 구간에서는
백마능선에 멋들어지게 핀 철쭉밭을 누비며 걸었다.
봄이면 철쭉으로 물드는 명산들로 산객들이 몰리는데
호남정맥 백마능선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철쭉꽃밭 길을 걸었던
감흥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문난 명산들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듯..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나라 산이 과연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올 11월이면 끝나는 호남정맥도 29구간중 17번째 구간 출정이다.
시작이 반이고, 쉼없이 가면 끝이 나는게 정맥산행인 것 같다.

요즘은 생활의 리듬이 깨져서 그런지 앉으면 눕고 누으면 그대로
곯아 떨어진다. 어제도 당직서고 와서 잠시 누웠다가 일어난다는 것이
그대로 잠이 들어 깜짝놀라 일어나니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이 가까운 4시반,
그제사 배낭을 챙기려니 마음만 앞서고 이리저리 허둥대기만 한다.
간신히 시간맞춰 배낭을 꾸리긴 했는데 허전한게 뭔가 빠진 것 같기는
한데 집히지를 않는다. 지난번 영알대종주 때 큰 배낭으로 바꾼데다
우중산행을 한탓에 두 배낭의 내용물들을 다 비운바람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어야 할 것들 까지 챙긴다고 챙겼지만 빠진게 있는 것 같다.
배낭은 늦어도 산행 이틀전부터 챙기기 시작하여 전날 밤까지는
완전히 챙겨놓고 잠을 자야한다. 새벽에 떠날 때는 더 그렇다.
비박배낭은 일주일 전부터 하나 하나 챙기며 준비하는게 좋다.
산에 드는데 준비는 아무리 많이 하여도 넘침이 없다.









(아침 먹으러 들린 사천휴게소에서... 수련, 낮달맞이꽃)

이크, 뭔가 빠진 것 같더라니까.
이제사 하나씩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제일 먼저 정체를 드러낸 것이 카메라 배터리였다. 지난번 사용하고
교환하지 않은 배터리가 그대로 꽂혀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 몇 장 찍고나니 배터리 눈금이 한 칸밖에 안남는게 아닌가!
낭패다. 정말 낭패났다. 이쁜 꽃들이 반기며 웃고 있지만
너들을 담을 수 없어 미안하구나. 아직 본경기도 아닌데...

2주 연속 카메라 문제로 신경을 쓴다.
지난 영알대종주 때는 오전 회사산행을 하고 영알대종주에 참여했는데
하루종일 우중산행을 하는 바람에 카메라가 습기를 먹어 영알대종주 때는
사진도 몇 장밖에 못 찍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오늘은 배터리가 모자라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언제부턴가 카메라는 내 산행의 동반자가 되어
카메라에 문제가 생기면 산행도 힘이 들고 재미도 반감된다.

우중산행준비도 안했는데 빗방울까지 듣는다.





(어림마을 버스정류소,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지명들이 참 특이하다)

화순군 홈페이지 동면 청궁리를 소개하는 자료에
어림마을(漁林,칼두,刀頭) : 청궁리(靑弓里)의 지명은
청궁(靑弓) 마을의 이름을 취하여 청궁리라 하였다.
청궁리는 청궁마을, 어림마을 등 2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어림마을은 원래 갈머리(刀頭, 칼두) 마을이라 하였는데
갈두마을의 뜻은 산능선을 경계로 물이 나뉘는(갈리는) 곳이라
갈물이라 부르던 것을 갈물<갈몰<갈머리<갈두로 와전된 것이다.
갈두는 발음을 강하게 하여 칼두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동쪽에 있는 대밭을 경계로 하여 동복칼두와 화순칼두로
나뉘어 불렀으나 동복칼두는 폐촌 되었고 화순 칼두마을은 1951년
발음이 좋지 못하다 하여 어림마을로 개칭하였다. 어림(漁林) 마을의 뜻은
풍수지리상 물고기가 사는 숲처럼 생겼다하여 어림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어림마을은 동쪽으로는 별산, 마당바위, 서쪽으로는 솔대봉,
입벌어진 바위, 남쪽으로는 건지산, 북쪽으로는 칼두재가 있다.

이서면 안심리 : 안심마을은 동쪽으로는 약간의 평야가 있으며
그 너머로 별산 줄기가 뻗어와 있으며 서쪽으로는 무등산의 한 줄기로 뻗은
안양산(安養山, 853m) 이 있고 남쪽으로는 둔병재와 갈두리에서 발원한 내가
북쪽으로 흘러 마을 앞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간다.

별산들은 마을 동남쪽에 있는 들로 별산 아래쪽에 위치하여 이렇게 부른다.





(인원도 적은데 카메라맨 몇 사람까지 빠지는 바람에...)





(어림마을 산행들머리, 오늘 몫의 길을 가기 위해 입산한다.)

고갯마루 '이서면' 경계판이 있는 대보석물 앞에서 시작한다.
비는 오지않을 것 같다. 구름이 많아 날씨가 무덥지 않을 것 같았는데
들머리부터 급한 오름길이어서 이내 이마에 땀이 맺힌다.





(카메라 배터리가 1칸 밖에 남지않아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찍을 것은 찍어야)





(40여 분만에 오른 오늘의 최고봉 별산 / 687m)

별산에 오르자 세월 장미님인듯 세월시그널이 반긴다.

별산은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 이름이 별산인 것을
오산으로 부르다가 2004년부터 다시 별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지명은 '이서면과 동면 경계에 있는 산벼랑에 있어 별산이라고 한다'는데
오산으로 불린 것은 아마, 금계별(鱉)을 자라오(鰲)로 잘못 읽은듯...





(오늘따라 백당나무도 왜 저렇게 굳어 보이고)





(때죽나무도 힘을 잃고 축 늘어져 보이는지...)

그래, 너들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구나.

오산을 지나면서 바닥나려는 카메라 배터리 땜에
사진도 골라 찍어야 하고 이전에 두 번 찍던 것도 한번에
끝내려다 보니 자연히 걸음도 늦어져 선두를 멀리 보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깊은 산속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들었다.
'노무현 자살', 긴가민가 이 친구 평소에 농담을 잘하니...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안된다.
그런데 확인이라도 시키듯 문자 한 통이 더 날아 들었다.
'노무현 자살!' 순간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치솟았다.
비통하고 참담했다. 정신이 혼미해져 잠시 멈춰섰다가
생각없이 산죽숲을 헤집으며 마구 걸었다.





(산죽숲 속에 자리잡고 있는 593.5봉 / △독산 464)

그래도 삼각점은 찍어야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정신없이 걸었다)







(묘치삼거리, 22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다)

벌써 1/3이나 왔다 묘치재다, 그런데 황망한 이 맘을 어쩔건가?





(벌써 산딸기가 익어 맛들어 간다, 보기보다 달았다)





(갈 길은 풀숲에 가로막히고..., 다음부터는 낫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듯...)





(주릿재, 정맥꾼이나 부르는 이름 아닐까?)





(무슨 꽃?)





(반갑게 맞이하는 산새들의 합창, 마치 숲속에 산새들이 노래하는듯하다)

'산새들의합창'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 시그널은 새버전?. 사람도 그렇지만 이름이 중요하다.
3년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힘들게 면산을 오르면서 이 시그널을
만났는데 숲속에서 산새들이 합창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정겨웠다.
그때부터 이 시그널의 팬이 되어 산길에서 보물찾기하듯
눈여겨 보는데 가는 곳 마다 이 시그널이 반겨 맞는다.
'산새들의합창' 시그널의 주인들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하지만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 지난번 낙동정맥 금정산 계명봉에서는
'산새들이합창'이 세운 '계명봉' 정상석을 만나기는 했었다.

물론 대간이나 정맥길에서 낯익고 정든 시그널들이 많지만
그 중 장미님이 앞서가며 달아놓은 호남정맥의 '세월'과
'산새들의합창' 이 더없이 반갑다.






(천왕산, 이름은 거창하건만..., 정상표지기와 △ 독산 312)





(정상에 올랐으니 내려서야지... )

특히 산은 높이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높이 올랐다 내려서는 일이다.
등산이 인생사와 흡사한 것은 어디 이것뿐이겠냐마는...





(길은 조망도 별로고 특색도 없는데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다)





(참으아리, 나는 네 이름도 몰랐는데 넌 나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구나)





(숲길은 온갖 장애물 투성이에 뱀 또아리틀듯하더만 다시 임도로 나왔다,)





(다시 송신탑옆 풀숲길로 이어가는 호남정맥)





(28)





(서밧재 직전 벌목고개, 산나물이 지천이다)





(서밧재 내려서기 직전 선두와, 팔도강산님 감사)







(남면 벽송리 섶밭재->서밧재,, ?번 도로를 횡단할까 하다가 굴다리를 에둘러 건넌다)

벽송마을은 동쪽으로는 천룡산, 서쪽으로는 천운산 자락,
도둑굴과 납석광산이 있으며, 북쪽으로는 섶밭재가 있고
포란마을로 통하는 골짜기가 있다.

섶밭재->서밧재, 마을 북쪽에 있는 재로 동면과 남면의 경계.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릴 때 누에 섶 같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





(이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고들빼기, 네가 진정한 승리자다)





(찔레꽃, 항기는 바람에 날리는데... )







(흰씀바귀는 마치 만장같이... 봉기하듯 주먹을 하늘로 뻗는다)







(사밧재 바로위 너른 묘터에서 잠시 휴식하며... )





(사밧재에서 못먹는 막걸리를 세 잔이나 마셨더니 다리가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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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산 등산안내도, 길도 정비되고 이정표도 제법 세워져 있다)





(호남정맥은 직진하여 숲길로 드는데...)





(한참 숲속을 이리저리 돌던 호남정맥은 조금전 그 임도로 다시 나온다)





(43)





(천운산 2봉, 천운산 1봉까지는 아직도 1.7km나 남았다)





(능선삼거리 이정표)





(이제는... 묵언수행중)





(사뿐사뿐 걷던 남산님도 오늘은 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뒤돌아 보니 지난구간 지나온 무등산은 연무에 가려...)







(일명 구름산이라고도 하는 정말 힘들게 오른 천운산의 삼각점과 정상석)





(이제 날머리 한천휴양림까지 1.7km)





(어디 산이 내려서기만 해서야... )





(산은 하여간 내려갈 때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야 제맛은 제맛이다)





(땅비싸리꽃도 제철을 만난듯...)





(구봉산 방향,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백선도 고운얼굴에 핏발이 선듯...)







(호젓한 숲길을 이어가다 만나는 팔각정, 정맥은 갈림길에서는 좌측이다.)







(드디어 오늘 날머리 돗재, 822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오늘따라... 민들레도 지구도 왜 그리 흔들리느냐)





(뽀리뱅이)





(돗재)

822번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는 돗재는 한천휴양림 후문쪽이다.
돗재에는 돗재라고 적힌 표석과 옆에 있는 돗재개통 기념비가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각하께서는 하사금을 내려주시고
도지사님과 군수님께서는 수차에 걸쳐 직접 현지를 찾아
격려 지도하는 등..." 윗집의 표현과 별반 다를바 없는
격세지감을 느끼기기 충분한 30년 전(77.9.30)의 기념사다
역사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지만 분명 진보하고 있다.

오늘 산행중 노 전대통령 서거 소식으로 망연자실했지만 이제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그 분이 이루시고자 했던 부분은 유지가 되어
산자의 몫으로 남았다. 죽을 힘으로 살아 이루시면 될텐데 그렇게도
견디기가 힘드셨나 보군요. 그래도 그 방법만은 이해가 안됩니다.

오는 길 내내 보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보지않을 수도 없는
사람사는 세상을 주창했던 노 전 대통령 서거 특집방송을 들으며 왔다.
대간과 정맥산행중 오늘이 제일 무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들에 사건들이 모여 역사가 되듯
산행도 인생사, 역사와 함께 이어간다. 무거운 마음으로도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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