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4구간 (돗재에서 개기재까지)

2009. 7. 12. 18:51山情無限/호남정맥(完)



호남정맥 14구간 (돗재에서 개기재까지)



○ 산행일자 : 2009. 6.13(토) 08:55 ~ 15:40 (6시간 45분)
○ 산행날씨 : 흐렸다 갬, 무더운 날씨
○ 참석인원 : 울산원조산악회 호남정맥종주대와 함께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4.8㎞         누적거리 : 222.9km (289.2km)
○ 산행코스 : 돗재-태악산-노인봉-성재봉-말머리재-촛대봉-두봉산-488.6봉-개기재
○ 소 재 지 : 전남 화순군 동면, 한천면, 이양면 / 보성군 복내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5:15            신복로타리

08:45            돗재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54            돗재 출발

09:37            태악산(524m)

10:28            노인봉(529.9m)

10:57            성재봉(514m)

11:25            말머리재

12:39~13:45      촛대봉(522.4m)

14:25~30         두봉산(630.5m)

13:35            488.6봉

15:40            개기재

③ 복귀

16:45            산행뒷풀이 / 출발

20:30            울산 도착



2. 산행기록



3주만에 나서는 호남길이다.
이번 구간에는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최남단 보성군에 들어선다.
장흥을 거쳐 보성을 지나면, 다음은 순천이고 순천 지나면 광양 아닌가.
뱀이 또아리 틀듯한 호남길도 이제 반환점을 훨씬 지나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는데 오늘 기대반 우려반으로 집을 나서는 것은 요즘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가지 일로 바쁜데다가 스트레스도
심하여 잠을 설치기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는
않지만 구간거리도 짧으니 쉽게 갔다 오리라 생각하고 집을 나선다.







(아침 먹으러 들린 섬진강휴게소에서, 남해고속도로와 돌탑 조형물)





(종주대원이 적어 머릿수 채우느라 함께 섰다)

생각보다 들머리 돗재에 일찍 도착했다.
돗재는 어떻게 돼지와 관계가 있는지는 몰라도
한자로 豚峙(돈치)로 표기한다고 한다.





(김종관님과 돗재 표지석 앞에서...)





(오늘 들머리에 들어서면서... 몸이 많이 무겁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얼마 안되어 탄력받으면... )

쉽게 갈 것으로 생각했다. 거리가 15km정도 밖에 안되는데다
고산도 없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아 5시간이면 될 것 같았다.
몸이 무겁지만 곧 풀리리라 생각하고 속도를 좀 내어본다.





(태악산 / 太岳山, 524m)

이름은 거창한데 정상에는 삼각점이나
정상석 하나없는 별 특징없는 봉우리다.







(엉겅퀴와 으아리)





(비가 오면 수로로 모인 물이 곧바로 땅속으로 스며들면... )





(조망없는 숲길을 가다 한참만에야 조망이 트이는 곳을 지난다)





(전망바위에서, 바로 아래가 한천면 동가리)





(제일 뒤에 보이는 능선이 가야할 능선인 것 같다)

전망바위에서 조금 진행하니 암봉이 가로 막는다. 다시
내려서서 우측으로 돌아 오르니 능선상에 철조망이 이어진다.





(노인봉(老人峰 △529.9))

백두대간의 오대산 노인봉과 같은 이름이나
정상석도 없고 번호 식별이 안되는 묵은 삼각점이 있을 뿐
정상은 잡목숲으로 둘러쌓인데다 좁기까지 하다.





(개다래나무)





(왠 표지석?)





(성제봉 / 514m)

잘록한 안부를 지나 세 번째 오른 봉우리에
키작은 시멘트 사각말뚝에 '전방XX'라는 알 수 없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도데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제봉에서 조금 지나면 지형도상 서쪽으로 용암산
줄기로 갈라지는 희미한 길이 있긴 하지만 정맥길은
뚜렷하게 좌측으로 꺾이며 말머리재로 향한다.
길은 고도를 한참이나 까먹고 360까지 내려왔다가
419, 425봉을 지난 다음 말머리재로 내려서는데
힘이 부친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나리도 제철을 만난듯...)





(저 앞산은 왠 민둥산, 고랭지 채소밭이라도 만드는지?)





(잡목과 산죽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을 지나)

내려선 안부 이후부터 산죽이 나오는가 싶더니 아예 터널을 이룬다.
말머리재 (330m), 호남정맥지도에는 임도표시가 되어 있지만,
좁은 길로 그나마 좌측 말머리골 쪽은 길이 보이나 우측으로는 길도 없다.
말머리재를 올라서는데 앞서가던 한걸음님이 돌아 내려 온다.
그래 말머리재에 있는 스틱이 우리 일행일 것 같아 가지고
갈까 했는데 몸도 가누기 힘들어 그냥 보고 갔더니만..

오늘은 조금 뒤쳐져 가다보니 이미 두 번이나 두고 가거나
가다가 흘린 장비를 전달해 주긴 했는데...





(촛대봉(△522.4), 일행은 점심을 먹었지만 난 잠이 더 고팠다)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촛대봉을 정말 힘들게 올랐다.
다리는 풀리고 잠이 쏟아진다. 가만히 있는 나무기둥을 들어 받았다
촛대봉을 오르니 조금 앞서 도착한 중간조가 점심식사를 하려고
전을 벌리지만 밥 먹을 생각이 없다. 아침 먹은 것도 소화가 안되어
속이 거북한데다 잠이 쏟아져 먹는 것보다는 잠이 더 급했다.
일행들에게 '저쪽에서 후미가 올 때까지 잠 좀 잘테니 식사하시고
그냥 가시라'며 잠이 들었는데 인기척에 놀라 일어나 보니 후미가
오고 있었다. 1시간 넘게 단잠을 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길도 다리가 풀려버리니...)

잠을 자고나니 배가 출출한데 점심먹을 마음은 없고
비상식이라도 먹으려 뒤져보니 오늘따라 아무 것도 없다.
배낭엔 늘 하루치 이상의 비상식량은 준비해 다녔는데
오늘따라 아무 것도 없다. 먹지않은 점심도 버릴 수
없어 그것까지 짊어지고 가려니 어깨가 더 무겁다.

앞을 보니 건너편에 우뚝 선 두봉산이 까마득하다.
힘이 빠진다. 걱정이 태산같은데 옆에서 저기를 어떻게
오르냐기에. 나도 약해져서는 안되겠다싶어 체면을 건다.
"보기는 저래도 고도차도 얼마 안되고 저기만 오르면
날머리까지 계속 내림길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고
하긴 했는데 정작 보조를 못맞추고 쳐지는 것은 나였다.

후미도 컨디션이 안좋았다는데 나 보다 훨씬 잘 걷는다.
조금 가다 휴식하는 사이 태백산 후미대장이 배낭을 풀어
빵을 내 놓으며 먹으라 한다. 잘 넘어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먹고 나니 조금 살만하다. 다시 두봉산을 향해 급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다리에 힘이 주어지지않아 도저히 보조를 맞출 수
없어 내 페이스로 가겠다며 제일 후미로 물러섰다.





(두봉산(斗峰山 630.5m)에서, 이쯤부터는 완전 맛이 갔다)

한참 뒤쳐져 오르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정상에 오르니 후미중 또 반은 먼저가고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다. 사진 한 장찍고는 후미대장도
먼저 가라하고 땀이 너무 나 상의를 갈아 입었다.





(두봉산 삼각점)

오늘 구간 가장 높은 봉,
삼각점 글씨가 다 뭉그러져 식별불가.





(산길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이미 그로키가 된 몸은...)

10여분 거리에 보도블럭 몇 장이 묵은 헬기장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공터를 지나니 이어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북동쪽으로 향하는 능선은 장재봉(549.5m)으로 이어지고
호남정맥은 남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장재봉 능선이 화순군과
보성군의 경계가 된다. 이제 보성땅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다 왔는가 했는데 아직도 봉우리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혼자 뒤쳐져 완전 내 페이스로 걷는데 오르막은 1단,
내리막은 2단, 평지는 3단 완전 저속 주행이다. 어떻게 하던
살아서(?) 무사히 오늘구간을 완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아무생각없이 걷는데 내림길에 널찍한 '통정대부죽산안공'
묘터가 나오고 다시 오름길이 기다린다. 참 끝이없다





(버찌를 정신없이 따 먹었다. 그냥 입으로 막 따 먹었다)

터덜터덜 임도로 걷다가 숲으로 들었는데 버찌나무에
버찌가 까맣게 달려있다. 후미대장과 함께 버찌를 따 먹는데
새콤한게 맛있다. 처음에는 손으로 따서 먹다가 나중에는
성이 안차서 그냥 입으로 따 먹었다. 손으로 따먹는 것보다
2배는 더 빠른 것 같다. 누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
버찌를 실컷 따먹고 물 한모금 마시니 특별 과일쥬스





(마지막 봉우리 468.6봉의 삼각점)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올라서니 문드러진
삼각점이 있는 468.6봉이다. 이제 희망이 보인다.





(마지막 개기재로 내려서는 길이 가파르다)

다리가 풀릴 때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조심스럽다.
그런데 경사가 너무 급한 것 아닌가?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사실은 컨디션만 좋으면
별 문제없는 길에서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오늘 산행을 고생했다고 위로라도 하는듯...)









(오늘 첨으로 제대로 카메라를 잡아본다)

가파른 길을 완전히 내려서니 넓은 꽃밭이 나왔다.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사진도 찍고 사진에 찍히기도 하며
오늘들어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오늘 힘든 산행했다고 축하라도 하는듯... 반겨맞는 개망초)





(드디어 날머리 개기재(275m)다. 무사히 오늘 몫의 길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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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순박한 시골 어린이들의 동심)

사진을 찍어달래서 카메라를 갖다대니 얼굴을 돌리고
바로 쳐다보는 녀석이 없다. 도시아이들과 대비되는 모습.
훗날 추억이 되려냐? 이 사진 어떻게 보내주지....





(38)

오늘 힘든 산행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준비없고 안일하게 타성에 젖어 산에 드는 것 같아 많이 반성했다.
건강을 위해 산에 들지만 오늘같은 경우는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준다.
요즘들어 목적이 앞서 의무적으로 산에 드는 것 같다. 컨디션을 올려서
산에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더더구나 일행과 함께하는 정기
산행은 빠지기도 쉽지않아 언제부턴가 억지로라도 나서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 산에 들기전의 설레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오늘은 오히려
산에 들어 스트레스를 풀기는 커녕 스트레스 받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한 구간을 더 이어놓았으니 감사한 일 아닌가?
다음에는 좀 더 몸을 만들어 산에 들어야 겠다. 오늘 힘들었지만
동료들의도움이 고맙고 특히 태백산에게 감사한 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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