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5구간 (개기재에서 곰재까지)

2009. 7. 21. 18:27山情無限/호남정맥(完)



호남정맥 15구간 (개기재에서 곰재까지)



○ 산행일자 : 2009. 6.27(토) 04:15 ~ 15:45 (11시간 30분)
○ 산행날씨 : 흐렸다 갬, 무더운 날씨
○ 참석인원 : 울산원조산악회 호남정맥종주대와 함께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4.9㎞         누적거리 : 247.8km (304.1km)
○ 산행코스 : 개기재-계당산-예재-봉화산-고비산-큰덕골재-군치산-때재-복흥리-(곰치)
○ 소 재 지 : 전남 화순군 이양면, 청풍면 / 보성군 복내면 / 장흥군 장평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23:15            신복로타리

03:30            개기재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4:15            개기재 출발

05:20            계당산 (580.2m)

07:15            예재 (290m)

08:00            봉화산 (465.3m)

10:18            고비산 (422m)

11:20~12:20      큰덕골재(m)

13:17            군치산 (412m)

14:37            다시 군치산

14:55            때재 부근 탈출

15:45            복흥리

③ 복귀

17:00            곰재로 이동 (택시)

17:55            산행뒷풀이 / 출발

21:40            울산 도착



2. 산행기록


호남구간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줄기 산행에 나선지 3년 8개월째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요즘의 어려움은 격이 다르다.
지난 구간을 힘들게 이으면서 이번구간은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출정하려
했는데 보름동안 몸을 더 혹사시킨 것 같다. 그기에다 이번 구간은 무박
산행이니..., 하여, 고민이 깊다. 이번 구간을 쉬고 몸을 추스려야 하나
그래도 가야 하나? 여태 고민해 본 적없는 고민이다. 비상상황이다.
밤 11시, 꾸역꾸역 짐을 챙겨 파김치같이 늘어진 몸으로 집을 나선다.
내일 아침 컨디션을 보고 결정할 참이다. 산행에 대한 기대감이나
즐거움은 어디가고 내키지 않는 무거운 맘으로 산행길에 나서다니..
이건 이율배반적이다. 수단이 목적을 앞서는 것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중독이 도를 넘은 것일까!





(개기재(275m)에서, 그래도 출발. 가는 데까지 가 보자)

개기재에서 계당산까지는 300m을 올라야 된다.
고도차가 있지만 새벽인데다 시작 부분이니 부담이 적다.





(산경표 같은 족보가 기록되어 있는 의령남씨 묘소)

들머리에서 올라서니 어둠속에 널찍한 의령남씨
문중묘가 나온다. '宜寧南氏七世設壇碑' 옆 스텐판에다
족보를 새겨놨는데 흡사 산경표 같아 보인다





(봉우리 하나를 오를즈음 먼동이 터 온다)





(계당산 아래 헬기장, 고사리가 지천이다)





(정상을 향하여... 고지가 저기)







(계당산(桂棠山) 정상석과 정상 / 580.2m)

땀이 비오듯 하지만 정상이 가까워지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이정목에 아크릴 이름표가
걸려있다. 먼동이 텃지만 구름속에서 조망은 제로다.





(산꾼님과 명품인생님, 선두에서 얼마나 내달리는지...)





(계당산 정상에서의 망중한)







(후미가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선두는 또 길을 떠난다)





(호남정맥 등로는 풀숲에 묻혀있지만 우리는 전진한다)

계당산을 내려서면서 부터 평지같은 내림길을
달리지만 풀숲이 너무 우거져 때로는 꾸부정한 자세로
터널을 통과하듯 지난다. 그래도 내리막이어서 낫다.





(무등산 방향같긴 한데...)





(연리지는 아니지만 가지가 붙었다.)





(풀숲에 묻혔던 길도 순한길로 바뀌기라도 하면 속도를 낸다)





(오랫만에 만난 세월시그널, 백장미님을 만난듯...)





(빗방울이 듣는데... 걸음이 무거워져 선두와 조금씩 멀어진다)







(예재 / 290m)

이 길을 누가 찾아줄까 새로 뚫린 터널에 모든걸 넘겨주고
우리같은 정맥꾼이나 간간이 찾는 세월에 묻혀가는 고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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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내려앉아 가두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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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465.3m) / △445)

비탈을 내려서니 편편한 산죽길에 묵은 삼각점이 있다.
지형도상 465.3봉이다. 이어지는 능선길 3분 거리에
'봉화산'이라 적힌 낡은 아크릴 명찰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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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도 이제 제철을 만난듯...)





(이러니 호남길을 여름을 피해 가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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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열매, 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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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길은 큰 묘터 중간부분에서 좌측숲으로 든다)





(고비산 / 422m)

한고비 넘었다. 힘들여 오르니 잡풀이 수북한 봉우리.
삼각점도 보이지 않고 앉을 만한 자리도 없는 특징없는
봉우리. 그래도 한 고비를 넘었다.





(고비산에서 내려서니 길이넓어 방화선인가 했더니...)

열심히 걷는다고 걷지만 평소같지 않은 컨디션은
속도를 떨어뜨려 여태까지 벌어놓았던 것 다 까먹고
후미를 만난다. 다리에 힘이 주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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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야 들지만... 찔레꽃 하나도 그저 피는 것 아니기에...)







(이렇게 시작된 임도는 끝없이 이어간다)

397.4봉을 지나 개기재를 출발한지 6시간 반,
뒤에는 무릎이 아픈 천사님과 후미대장 태백산만 있을뿐
완전 후미로 쳐졌다. 힘도 소진되어 한걸음 한걸음이 힘겹다.
속살을 다 드러낸 방화선이 가시밭 풀숲같이 길을 막지않아
좋긴 하다만 방화선을 타고 가는 길이 더 지치게 한다.





(후미조, 점심 먹고는 후미 모두 퍼져 버렸다)

조금 전에 쉬다가 왔는데 큰덕골재에 오니 후미가 점심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에 죽 몇 숫갈먹고 여기까지 오느라
허기도 졌는데 막상 밥을 먹으려니 넘어가지 않는다.
냉채국만 조금 마시고 밥은 버렸다. 비상상황이다.
지금까지 힘들게 왔지만 점심을 먹으면 다시 남을 길을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점심을 먹지 못하다 보니 여기서 날머리
곰치까지는 도상거리가 8.5km나 되는데다 마지막에 버티고
있는 숫개봉과 봉미산 넘을 자신이 없어졌다.

오늘가지 못하면 다음에 가면 될터...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잘 쓰는 말인데 멋적지만
그래, 다음에 한번 더 오자. 여기서 탈출하기로 하고
총무님에게 큰덕골재에서 송정리방향으로 탈출한다고
연락하고는 일행과 작별하고 도중하차하기로 했다.





(큰덕골재에서 탈출하다가 다시 돌아와 일행을 뒤쫓아 가는데...)

어라! 임도를 따라 송정리 방향으로 내려서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내림길이어서 그런가하고 반대방향으로 올라가봐도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지금 탈출하면 다음에 다시와서
이어가야 할터.. 오늘 갈 수 있으면 가는데까지 가보자며 가던
길을 되돌아 다시 마루금에 붙는다. 총무님한테는 탈출취소를
알리고 후미대장에게 연락하고 다시 뒤따라 붙었다.





(평소같으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이 순간이다)





(조그만 봉우리에서 태백산 후미대장을 만나고...)





(군치산(郡峙山 / △412m)!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산)

이 산을 오늘 두 번이나 오를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군치산을 내려서면서..)





(1시간 10분만에 다시 되돌아 온 군치산!)

여기에 왠 군치산이 또 있지?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시간 전에 보았던
그 군치산이었다. 그렇다면? 힘들여 갔던 길을 되돌아 왔단 말인가?
낭패다. 아무리 정신이 없다지만 잠시 눈 붙혔다 일어나서는 멀쩡한
대명천지에 가던 길을 되돌아 오다니... 이렇게 정신을 빼앗겼단
말인가? 설산에서 화이트 아웃 만난 것도 아니고...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현실은 현실. 그럼 어쩌지...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한다고 해도 후미와도
1시간 이상 차이가 나고, 힘도 딸리는데다 거리까지 많이 늘려 버렸고...
물도 많이 모자랄 것 같은데... 지금 날머리까지 간다는 것은
일행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기도 하거니와 체력적으로도 무리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탈출하자. 마침 지도상에 땟재부근에
임도가 선명하다. 그래, 신석리로 내려가자.





(악전고투 정글같은 숲을 뚫고 내려와 무덤가에 누워서 본 호남정맥 마루금)

지도에 선명한 땟재부근엔 임도가 없다.
군치산 아래에서 오며 가며 샅샅히 살펴도 임도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빨치산 산행으로 숲을 뚫고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진행방향 오른쪽 신석리 방향이 가까워 그곳으로 내려서려 비탈을
내려서니 산세도 가파른데다 딸기나무, 청미래덩굴 등 이름도 모르는
가시와 넝쿨과 줄기들이 뒤엉겨 있어 도저히 뚫고 내려설 수가 없다.
할 수없이 왼쪽 복흥리 방향으로 내려섰더니 처음엔 헤치고 갈만했는데
갈수록 가시덩굴과 칡넝쿨이 얼마나 엉켜있는지... 진행이 어렵다.
저 아래 동네가 빤히 보이는데도 도저히 전진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 공략할 위치를 확인하고는
다시 긴옷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장애물 통과를 한다.
악전고투 1시간 여만에 생지옥을 탈출했다.





(복흥리 마을, 마을에 내려서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한 되는 마신 것 같다.





(다음으로는 마을 정자에 누워 꿀맛같은 잠을 잔 것)

복흥리로 무사히 탈출하여 총무님께 전화를 했더니
가는 길에 들려서 태워 가겠다고 하는데 아직 후미가
도착하려면 2시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남는시간을
뭐하지? 일단 마을 어귀에 보이는 아담한 정자로 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되겠다하고 하고 마루바닥에 누웠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인기척이 나서 일어났더니 할머니 한 분이 잠을 그렇게
맛있게 자느냐고 하신다. 그렇다. 잠깐 누워있은 것 같은데
1시간 넘게 잔 것이다. 일어나니 기분도 상쾌하고 지금까지
무겁던 몸도 가뿐해진 것 같다. 이렇게 단잠을 자본 것이
얼마만인가?. 하루에 고작 2 ~ 3시간 자면서 버틴지가 벌써
1달도 넘었는데 오늘 비록 도중에 탈출을 하였지만 복흥리
정자에서 정말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단잠을 잤다.
이것 또한 호남정맥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기분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복흥리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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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곰치로 돌아와 다음구간 들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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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과 휴게소가 있는 곰치)





(만찬은 끝나고... 설겆이 하느라 수고하시는 손길)





(멋쟁이 산꾼님! 감사합니다.)

후미중 후미는 탈출하고... 후미는 물도 떨어진 상태에서
숫개봉을 넘어 마지막에 우뚝한 봉미산을 힘겹게 오르는데
산꾼님이 후미를 위하여 물을 가지고 봉미산까지 마중을
왔다는 것 아닌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호남정맥 종주기가 고생담 늘어놓는 것같아 멋적지만
호남정맥의 자연이 비바람을 맞으며 그 자리를 지키듯
나 역시 호남길을 가던 모습인 것을..., 급선무는 하루빨리
난조에 빠진 컨디션을 회복하여 이전같이 설레고 기대에 찬
맘으로 호남길에 들 수 있게 하는 것. 남은 정맥을 다 이으려면
아직 1000km가 더 남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숙제도 미루면 하기 싫어지는 법 오늘 동강낸 구간이나
빨리 이어놓아야 할 것 같다. 몸이 이렇게 되고 보니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동안 건강한 몸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사히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구간은 마지막 무박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