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파도가 아름답다 / 김광선

2019. 6. 28. 00:05시,좋은글/詩

 


밀려오는 파도가 아름답다 / 김광선 

내 생(生)의 높이가 무너지고 어둠이 내릴 때
그 무너짐이 한없이 아름다웠다
사랑이 죽고,
정의가 죽고, 문학이 죽은,
그 비인 자리에 진정한 바다가 있었으므로
바다가 되기 위해 무너지는 파도가 아름다웠다.
절망하지 않고 우는 법을 모르는 나를 위해
한계를 맛보지 않고는 굴복치 않는 나를 위해
무너지는 파도는 내게 스승이었다.
무너지지 않고는 다시 일어 날 수 없으므로,
바람에 무너졌다 일어서는 파도는 내게 스승이었다.
무너지면 일어서고 일어나면 무너지는 파도여!
너는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가?
파도를 잉태한 티 없이 푸른 바다의 자궁은
그 고요한 생명의 텃밭에서
기도처럼 강한 호흡으로 파도를 키워 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신(神)의 명령 따르기 위해
바다는 순결한 호흡으로 파도를 만들어 고래를 먹였다
바다는 일렁이는 푸른 젖가슴으로 생명을 키워 냈다. 

아, 생명을 키우기 위해 역사처럼 밀려오는 파도여! 

* 구약성경 창세기 1장 28절 
  
   

출전 : 인터넷 <시사랑>, 2004. 3.25 제주에서 김광선 시인

 

김광선

1961년 전남 고흥 출생,
2003년 창비신인 시인상으로 등단,
대전 법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요리사 시인
시집으로
 '겨울 삽화'(갈무리, 2000),
 '붉은 도마'(실천시선 20 / 실천문학사, 2012) 있고,
 현재 '젊은시'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