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7코스 (죽변항~부구삼거리) 밍크고래, 잡힌 것일까 잡은 것일까

2019. 10. 19. 23:11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밍크고래, 잡은 것일까 잡힌 것일까?

해파랑길

27코스

죽변항입구-죽변등대-옥계서원유허비각-부구삼거리

11.4km / 13:00~16:20 (왔다 갔다 3:20)


2019. 10. 8(화) 맑음, 26





이번 27코스는 죽변항 입구에서

출발하여 옥계서원 유허비각을 거쳐 부구삼거리에

이르는 11.4km의 짧은 거리로 오전에 수산교에서

죽변항 입구까지 걸었고, 오후에 한 코스 더 걷게 되었다

이 코스는 죽변항에서 죽변등대를 거쳐 죽변항을 한 바퀴

돌고 빠져나가면 비산비야 지대를 지나 한울원자력발전소를

에돌아 가는 울진북로를 따라 볼거리도 없이 지루하게 걸어야

 할 코스지만, 종착지 통일전망대에 이르기 위해서는 건너뛸

없이 거쳐야 할 무미건조한 구간이다. 다음 코스 중에서 만나는 

갈령재가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로 경북과 이별하지만,

이번 27코스가 경주에서부터 이어 온 경북 구간

289.5km의 끝을 맺는 코스다.








시외버스정류장을 찾아

죽변항 부대 앞까지 갔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

가지 않으려고 부두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 있는 항구 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니

지난 구간 죽변버스정류장을 지나치고 걷는 바람에

만났던 후정리 향나무가 길 건너에 나타났다.

울진의 명물인 이 향나무는 수령이 500년을 넘긴 데다

키가 13.5m나 되어 민속적·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제15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향나무 있는 곳에서 150m쯤 진행하여

우측으로 틀면 부대가 나오고 죽변항길이 열린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죽변항은 후포항과 더불어 울진군의

주요 어업기지이다. 마치 출격을 기다리며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전투기들 같다.





점심을 먹다 혀를 깨물었다.

피가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아 사거리까지 다시 갔다.

오늘은 죽변항을 왔다 갔다 한다. 제기랄 점심시간이라고

50분을 더 기다려야 된단다. 할 수 없이 약국을 찾았다.

약사에게 피 범벅이 된 혀를 보여주었더니

"혀를 그렇게 세게 깨물었어요?"

 그런 모습을 식사 중이던 분에게 보이다니..

"이걸 한 번 발라 보세요" 하고 주는 

녹십자 "페리덱스"를 발랐더니 곧 지혈이 되었다.

약의 효능이 좋아 약 이름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병원에서 응급조치 받지 못한 야속한 마음이 진정된다.

혀 깨물고 죽었다는 사람 빈말이 아닌 것 같다.








혀에 바른 약이 입천장에 닿지 않게

입을 봉곳하게 하고 어판장을 지나는데 피투성이가 된

밍크고래 한 마리가 밧줄에 묶인 채로 드러누워 있다.

말을 참아야 하는데 호기심과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이 고래 어떻게 잡은 거예요?"

"잡은게 아니라 통발에 걸렸어요."

 통발은 고기 잡는 그물 아닌가? 그게 그것 같은데..

지난번에 사람 키보다 큰 통발을 손보던 어부의 말이 생각났다.


"이 그물로 어떤 고기를 잡습니까?" 하니,

"다 잡아요? 그물 안에 들어간 고기는 다 잡아요."

그때는 동문서답 같았으나 오늘보니 그 말이 답이었다.






어판장에서 경매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는 종이쪽지나 손가락으로 신호를 하는 게 아니고

네모난 판자 두 장을 책같이 만든 꼭 캐스츠네트 같은 것에

써내는데 그걸 열고 닿는 경매사의 빠른 손놀림이 신기에

가깝다. 내용을 살며시 보는 모습과 닫을 때 나는 "딱" 하는

소리와 경매사의 특이한 목소리 등이 흥미롭다.






그물 손질이 제일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작은 배는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외국인들이 그물 손질하는 모습도 보인다.







항구를 빠져나와 등대 가는 길..

나무 부스러기가 많이 떠밀려왔다. 이 와중에서도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분이 계신다.








데크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난 계단으로 등대에

올랐다. 죽변항로표지관리소(죽변등대)는 죽변면의

용추곶 끝단에 위치한 등대로 대한민국에서 울릉도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고 있으며, 동해안 항로의 중간지점에 있는

등대이다. 죽변지역은 과거부터 군사상 요충지로 신라 시대에는

왜구의 침탈을 막기 위한 성이 있었으며, 조선 시대부터는

봉수대를 설치하였던 곳이다. 러일전쟁 당시에는 이곳에

일본군의 해상 감시용 망루가 설치되기도 했다.







등대 뒤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조릿대 숲을 지난다.

죽변 들어 오는 입구에 대나무가 보이더니 여기는 완전

조릿대 숲. 죽변(竹邊)이란 지명의 연유를 알듯 하다.


조릿대 숲길을 빠져 나와 오르락내리락 아스팔트 길을

15분 정도 걸으니 조금 전 들렸던 병원이 있는 사거리.

오늘은 죽변항을 정말 돌고 돌아가는 것 같다.







맞은 편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좌측으로

시원하게 뚫린 도로 너머로 죽변항 입구와 봉평해수욕장..

저 끝이 대풍헌이 있는 구산항쯤 되어 보인다.








"봄 햇살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살에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은

가을 햇살이 좋다는 의미지만 햇살이 따가워 그늘이 그립다.

숲길이 그늘을 만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늘이 거의 없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길이 지루한데 여기는 길을 안내하는

리본이 없어 헷갈린다. 한참을 가도 리본이 나타나지 않아

다시 리본이 있던 곳까지 되돌아갔다가 다시 오니 리본인가

싶었는데 어느 선답자가 리본이 없으니 리본 비슷한

색깔의 손수건을 대신 달아 놓은 것 같다.





정말 대책 없는 친구다.

길옆 도로경계 원추형 표지대를 치고 달렸는데

그만 차 밑에 끼어 버렸다. 달리니 소리가 요란한데도

저절로 빠져나가기를 바라는지 더 속력을 내어 달린다.

조용한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럽다. 그렇게 200~300m를

달려도 빠지지 않자 차를 세우고 차 밑에 기어들어 가 

낑낑대며 용을 쓰는데 쉽게 빠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런 게 난폭운전 아니면 뭐가 난폭운전이겠는가!






여기에는 리본과 표식이 여러 개 붙어있다.

거의 25분 만에 처음 보는 해파랑 리본과 표식이다.

물론 그 시간 동안 길을 확인하느라 왔다 갔다 한 시간도

있지만, 말도 안 된다. 리본이 없는 곳은 아예 없고,

있는 곳은 이렇게 몇 개나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리본이나 표식이 광고판이 아닌 이상 꼭 필요한 곳에

달아야 한다. 이걸 어디서 다는지..?

해당 구간 지자체에서 다는 것 아닌가?

이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성의 문제다. 마지못해 하는 공무원스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정2리 마을회관을 지나

시원한 정자에서 잠깐 쉬어간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곱게 물드는 감 나뭇잎, 선홍빛 구기자가 서로

가을의 전령이라는 것을 경쟁하는 것 같다.






한울원전 주변을 에돌아가는

울진북로를 따라 인도 공사를 최근에 했는지?

보도블록 사이에 채우는 모래를 그냥 부어 놓았는지

틈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람에 날린다.

날린 모래가 도로에도 제법 쌓여있다.


이번 코스는 죽변항을 빼고는 그렇게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죽변항에서 반짝

바다를 보고는 내륙으로 들어왔는데 내륙의 길도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이어서 해파랑길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햇볕이

따가운데 버스 기다릴 동안 피할 그늘이 없다.

여기도 동해선 공사가 한창이다.

언제 개통될까?







한울원전 돔이 보인다.

가는 길에 실용음악작곡 사무실이 나왔다.

웬 채은옥인가 했는데 최은우다.








요즘은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하며

일손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쓰러진 벼는 어쩔 수 없다.

벼 베기도 힘들지만 쓰러진 벼 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고목2리동 회관이 보인다.






생수가 다 떨어졌는데 물 구할 데가 없다.

앞에 황금송 식당이 보여 식당에서 물을 구하려고

길을 건너 다가가는데 어디서 본듯한 낯설지 않은 두 분이

막 식사를 끝내고 정리하면서 "조금만 일찍 오시지 않고" 한다.

부구방향으로 간다기에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한다.

서울에서 왔다는 두 분은 18일 계획으로 24코스 후포에서

출발하여 고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봄에

이기대에서 후포까지 걸었고, 이번에 나머지 구간을

한꺼번에 걷는다고 한다. 대단한 분들이다.






옥계서원 유허비


1740년(영조 16) 창건되어

송시열(宋時烈)·전선(田銑)·김상정(金相定)을 배향하다가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옥계서원 터에 1872년 건립.

4년 후 비석을 북면 고목리 기곡으로 옮겼다가 1942년 다시

고목리 금성동으로 옮기고 그 옆에 강당을 건립하였다.

그 후 강당이 낡아 허물어지자 2005년 현재의 자리로

비석만 옮겨 세우고 비각을 지어 보호하고 있다.


비각은 정면 2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기와집으로

정중앙에 비석이 놓여 있다. 비석은 대석과 비신,

옥개석을 갖추고 있으며, 앞면 상부에 옥계서원유허비

(玉溪書院遺墟碑)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매년 음력 3월 16일 향사를 올린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수해에 아직

쓸만한 가구들도 죄다 버리는 모양이다.





이런 길은 정말 걷기 힘들다.

자동차들은 왜 그리 속도를 높여 달리는지?

청색 선은 동해안자전거종주길인데 이 청색 선까지

넘나드는 차들은 어떤 차들인지.. 한울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해안을 따르지 못한다면 아예 산으로 길을

내는 것은 어떨지? 이런 도로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고라니의 로드 킬.

산을 자르고 벌판을 갈라 만든 도로에는 자동차가

규정 속도를 비웃듯 쌩쌩 달리지만 인간의 생활이 더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빠른 속도에 비례하여

더 쫓길 뿐이다. 야생동물들이 길 잃고 도로로 뛰어들면

비명횡사하기 일쑤다. 최소한 동물 이동통로라도

만들어 주며 공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 홍보관 정문


다리를 건너면 부구삼거리인데 울진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차는 언제 올지 모른다.

두 분께 "먼저 갑니다. 무사 완주하세요" 하며

엉겁결에 인사하고 버스를 탔다. 그럴 줄 알았으면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두는 건데..

그랬으면 이 차를 놓쳤으려나..

40여 분만에 울진 터미널에 도착하여

승용차를 회수하여 집으로 향한다.

2시간 30분 거리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 버스시간표





해파랑길 27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