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5. 23:21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우직한 길, 그림자 벗 삼아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해파랑길
26코스
수산교-울진엑스포공원-연호공원-봉평해변-죽변항입구
13.1km / 08:15~11:35 (3:20)
2019. 10. 8(화) 맑음, 26℃
이번 26코스는 엑스포공원과 숲길,
연호공원 등 울진 시내의 공원을 지난 후 해안을 따라
죽진항, 양정항, 골장항, 봉평항을 거쳐 죽변항에 이르는 코스다.
흔히 울진 구간을 기교나 화려함 없는 선 굵은 동해안 트레일의
우직함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여 고독과 외로움을 벗 삼아
걸으며 내면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구간이라고도 한다.
지난 24, 25구간에 관동팔경 풍치 좋은 월송정과 망양정을 연이어
들렸으니 이번에는 걷는 데 의미를 두어야 겠다. 앞으로도 지난
태풍 피해가 심한 구간을 지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복구를
빨리하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잘 대비했으면 좋겠다.
망양정에 올라 달을 보고,
일출도 담으려 했는데, 비가 와서 달은 못 보고,
망양정이 수리 중이어서 어젯밤 일출 볼 장소를 찾다가
공세항으로 차를 몰았는데..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웃 현내항으로 가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아침에 울진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주차하고 군내버스로
엑스포공원 입구로 와서 오늘 길을 나선다.
곳곳에서 만나는 동해선 공사현장이다.
이 철도가 현재 신포항역에서 영덕까지 개통되어
운행 중인데 앞으로 포항역-삼척역(동해중부선)이 개통되고,
북한의 금강산청년선과 강원선, 평라선, 두만강선을 거쳐
러시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신나게 달려갈
원대한 꿈을 가진 철로다.
소나무의 고장 울진답게 소나무로
잘 조성된 엑스포공원 옆으로 난 숲길을 걷는다.
2005년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의 주 행사장이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을 끼고,
동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강과 바다가 만든 20여만 평
대지 위에 한국의 자연을 축소하여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장송들이 늠름하다.
여기도 케이블 카(삭도) 공사 중.
왕피천 건너 망양정이 보인다.
산 아래 빌딩이 더 높아지지 말아야 할텐데..
괜한 걱정일까?
엑스포공원을 지나 은어다리 가는 해안 길..
햇살을 받은 억새들이 하얗게 춤을 춘다. 억새의 계절이 왔다.
오른쪽은 왕피천과 남대천이 만든 모래사장인 염전해수욕장.
캠핑카 몇 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이 일대는 바람이 좋아
윈드서핑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오늘 신나게 달릴 라이더들이 준비 중이다.
은어다리 앞에 국토종주동해안저전거길 인증센터가 있어
여기가 주요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은어다리에서 보는 풍경.
2015년 3월에 개통되었다는 폭 3m 길이 243m의 인도교.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은어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매끈하게 생긴 은어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
마치 물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듯한 생동감이 넘친다.
울진의 명물이라 할 수 있겠다.
전에는 해파랑길이 은어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진행하여 산으로 들었나 본데
이제는 좌측으로 진행하여 남대천 둑길로 이어간다.
가을 햇살을 받아 벌판의 황금빛 벼와 함께
길옆 수수도 잘 여물고 있다.
남대천 제방으로 가던 길은 산기슭을 살짝
거치는데 늘어진 소나무 가지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과연 소나무의 고장답다.
갈릴리큰소망교회 앞에서 길이 사라졌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표지기도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
이쪽으로 가보고 저쪽으로도 가 본다. 한참 동안 헤메다 길을 찾았다.
리치빌 아파트 쪽으로 진행하면 된다. 어떤 곳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표지기와 표식이 있지만, 정작 길 찾기 힘든 이런 곳에
표지기를 달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도 수해복구 대민지원을 나온 군인들인 듯..
해파랑길은 리치빌을 거쳐 센텀리치 파크 앞으로 지난다.
산책 공간이자 쉼터로 사랑받는 연호는
연꽃이 필 때의 모습은 장관을 연출할 것 같다.
지난 태풍으로 연호정이 말 그대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인도 위로 1m 이상 물이 찼다니 정말 위험했을 것 같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방이 성 같이 울을 두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 물이 빠지는 곳도 복개를 했으니
한꺼번에 많은 물이 유입되니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이제 폭우도 잦을 텐데 문제가 예상되는 곳은
미리미리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지우고 있다. 연호정에 올랐더니 청소하시는 분들이 드시던
옥수수를 하나 주신다. 겸연쩍게 받긴 했지만, 수해를 당하고
이렇게 복구하느라 애쓰시는 길 가기도 미안한데..
연호에서 7번 국도 동해대로 아래로 난 길로
대나리항 가는 길.. 고개를 하나 넘자 시원한 바다가 나왔다.
연호정에서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바다에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마치 밤하늘 은하수가 빛나는 것 같기도 하다.
대나리를 지나는데
텃밭에선 호박꽃이 수줍은 듯 인사한다.
호박꽃 우습게 보지 마라.
넌 언제 호박꽃같이 피고,
열매 맺어 본 적 있냐?
여긴 백사장이 깨끗하다. 모래도 곱고
햇살마저 곱다. 줄에 매달아 놓은 고기도 해풍을
맞으며 맛나게 익고 있겠지.
해변에 밀려 온 쓰레기들 중에
가끔 쓸만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번 구간은 울진읍내를 벗어나자 특별한
경관이나 명승지도 없이 우직한 해안길을 걷는다.
고독과 외로움, 그림자 벗 삼아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평온해 보이는 골장항을 지난다.
죽변항 코앞이다.
울진재활용센터, 해 뜨는 원룸, 굿모닝
웨딩홀 등 나름 개성 있는 건물들을 지난다.
울진재활용센터 마당에는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대량 소비가 미덕은
아닐 텐데.. 기업들은 늘 새 제품을 만들어 부추긴다.
유혹은 실로 전방위적이다. 신제품을 사 주지 않으면
기업이 망할까? 기업 살리려고 지구를 죽인다.
봉평해수욕장
백사장 길이는 250m로 소나무와 해당화 모래밭,
깨끗한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이 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죽변항 표석과 대게 조형물
스탬프를 안 찍으면 이렇게 가는 것
아무 문제 없는데.. 맞은편에 있으리라 생각한
울진시외버스터미널을 찾지 못해 여기까지 왔다.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27구간 스탬프가 있다니까.
수령 500년이라는 후정리 향나무가 나타났다.
시외버스터미널이 근래에 옮겨갔나?
선입견이 사람 잡는다.
죽변 시외버스터미널이 번듯한 모습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코앞 건물은 관심도 갖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이쯤에 버스터미널이 있어야 하는데 시외버스
정류장만 있다. 조금 더 가 볼까.. 하면서 한참을 더 갔다가
아는 길도 물어 가라는 여행자에게 금과옥조 같은 말이 생각나
버스터미널을 물으니 300~400m 되돌아가면 조그만 건물이
있다고 한다. 되돌아올 때는 아예 길을 건너서 살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은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다니..
해파랑 26-27코스 안내판과 함께
우리가 본다고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고 하지만, 봤다고
다 믿을 것도 못 된다.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해파랑길을 걷자.
해파랑길 26-27 안내판
울진군 농어촌버스 시간표와
죽변 버스정류장 시간표.
해파랑길 26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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