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1코스 (해맞이공원~축산항)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 단연 최고로 손꼽을..

2019. 10. 22. 22:59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 단연 최고로 손꼽을..

해파랑길

21코스

영덕해맞이공원-오보해변-경정리대게비석-죽도산전망대-축산항

12.8km / 09:50~15:00 (5:10)


2019. 10. 9(수) 맑음, 25





이번 21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B 코스
(푸른대게의 길)에 해당하는 길로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고요한 길, 끊임없는 해안을 따라

곳곳의 숨은 경관과 석리마을, 대게원조마을 등 어촌마을을

지나고, 마지막 죽도산 정상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는

즐거움까지 더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비경의 바닷길.

이 코스는 와이프가 가 보고 싶다고 하여 함께 오려고 하여

한 코스만 끊어 걷기로 하였는데 그동안 태풍과 비로

몇 번을 연기한 끝에 이제야 오게 되었다.








21코스의 시작점은 영덕해맞이공원부터지만

해맞이공원 조금 못 미친 등대가 아름다운 창포말등대에서

출발한다. 도로를 따라 해맞이공원을 경유할까 하다가

해맞이 공원은 지난 20코스 마치고 들렸기에 오늘은

여기서부터 걷기로 하고 바다로 내려선다.






은빛바다, 바위를 때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윗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오로지 걷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걷는 자만의 길..





대탄항을 지난다







대탄을 지나면서 해파랑길은 도로로 올라왔다.

숲사이로 보이는 해변이 정겹다 싶었는데 여기도 지난

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리고, 오보 항에도

배보다 큰 쓰레기 더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노물항을 가기 위해 잠시 도로를 따르던

해파랑길은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오늘은 걷기 좋은 날이지만

낚시꾼들에게도 낚시하기 더할 수 없이 좋은 날.

노물항을 지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하늘빛을 품은 하늘보다 더 파란 바다.

바위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하얀 파도

해파랑길 조형물 "해녀"와 한 컷





역할을 다한 해안 초소..

역설적이게도 초병이 필요 없으면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고

초병이 있으면 평화가 위험하고, 초병이 총이라도 쏴 대고 있다면

평화가 깨진 것이다. 싸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적의를 버리고 서로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총칼을 녹여 보습으로.. 대결을 넘어 평화로..







까칠하지만 아기자기한 바위 사이로 이어 가는 길,

해국도 피어 반기고, 파도가 바위를 간지럽히며 철썩인다.

기암괴석과 전망 좋은 바위를 만나면 가던 길 멈추고 그냥

주저앉아 놀고 싶은데.. 멀리 종착점 우뚝한 죽도산

하얀 등대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아름다운 길에 마냥 찬사만 보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각자 조금씩만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그것이 안 될까?

이 길에 들어 이렇게 하고 가야 기분이 좋을까?






이렇게라도 살아남아야지..

생명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경이로운 것

그런데 넌 어쩌다 왜 그렇게 되었니?

인간들이 그랬다고..?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보았다.

물고기를 낚는 것보다 뜰채로 건져 올리는 것이 훨씬

힘들어 보였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뜰채에 집어넣지를 못한다. 

저러다 놓치지는 않나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결국에는 낚싯대를

든  조사가 한 손으로 뜰채를 잡고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고기.. 놓쳤더라면 놓친 고기가 엄청 컸다고

두고두고 이야기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대숲 사이로 난 오름 계단이 까마득하다.

이번 코스가 12.8km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소요 시간이 6시간으로 잡혀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르내림 전부를 합하면 웬만한 산 하나

산행한 것과 버금갈 것 같다.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해파랑길 조형물 "군인"과






무슨 동물의 발자국?

이 길이 원래는 그들의 길이었겠지..






석동(석리)항






오래전 지리산 주능선에 서 있던

고사목을 떠올리게 하는 고사목, 이슬을 먹고

자랄 것 같은 촛대바위에 붙어있는 소나무

경정항 가는 길의 모습이다.





경정3리(오매)항






밧줄을 타고 내려 징검다리로 진행하니

웬 뿌리뽑힌 폐건물이.. 사람이나 건물이나

기초가 튼튼해야 바로 설 수 있지 않겠는가?






밟고 지나기 아까울 정도로 모래가 곱다

손을 담기기도 아까울 정도, 유리같이 투명한 바다

자연은 원래 이렇게 청정하지 않았을까?

인간이 헤적질하기 전까지는..





경정1리항






경정리 백악기 퇴적암

차유마을과 경정마을 사이의 해안가에는 약 1억 년 된

백악기의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이암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암이 파도에 의해 깎여 해저에 생긴 평탄하게 된 파식대지를

이루고 있으며, 붉은 이암이 동해 앞에 펼쳐진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오징어 말리는 장면을 찍으려니

고맙게도 "사람도 넣어 찍어 주세요" 한다.

"그래도 오늘 주인공은 오징어입니다."





여기에 BTS까지 등장한다.

출발한 창포말등대에서 BTS의 화양연화 M/V를

촬영한 경정항까지 8km라는 안내를 보긴 했지만..

전에 해외여행을 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하면

반가워하며 친근하게 대해주던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BTS가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노래가 취향은 아니지만 정말 자랑스러운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다.






경정2리 입구 바닷가에 서 있는 대게의 원조임을 알리는 비석.

경정리 마을 이름의 유래는 긴 모래불이 있으므로 뱃불 또는 경정이라

하였다. 경정 2리인 수구너미 마을은 11세기 중기(1060년경)에 영해 부사가

마을을 순시하던 중 말을 타고 재를 넘으면서 이 마을의 형국을 보고

우마차 길마 같이 생겼다고 하여 우차의 차(車)와 넘을 유(踰)자를 따서

차유(車踰)라 명명하였다 하는데, 마을의 형성은 어느 때

누구에 의해서 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고려 시대부터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를 닮았다 하여 ‘대게’라 불렀다 한다.







여기는 더 많은 오징어가 걸려있다.

갈매기가 말리는 오징어를 습격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A, B, C, D 네 코스로 되어있는 영덕 블루로드는 

해파랑길 19~22코스에 해당한다. 빼어난 절경과 함께 푸른

동해의 내음을 느끼며 걷는 명품 트레킹코스로 영덕만의

특색 있는 아름다움이 여행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블루로드는 해파랑길 50개 코스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고 관리가 잘되고 있는 구간이다.


블루의 어원은 BLUE나 단순한 '푸른'의 의미뿐

아니라 바다(B), 태양(L), 여행지(U), 문화(E)를 섭렵하는

맑고 푸른 바다(BEACH), 일상생활의 탈출구(EXIT), 희망의

에너지(ENERGY), 새로운 빛(LIGHT), 언젠가 가보고 싶은

관광 목적지(UTOPIA), 흥미진진한 장소(EXCITING), 전설과

이야기가 풍부한 곳(LEGEND), 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는 곳

(UNIQUE) 등의 의미를 버무린 뜻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

딱히 14시에 축산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니 시간이 빠뜻하다.

그 차를 타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다음 차가 15시 40분에 있으니

텀이 1시간 40분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금 시각 13시 25분.

14시 차를 타려고 속도를 내어 보지만 빠듯할 것 같아 다음 차를 타기로 했다.

그러니 이렇게 여유로운 것을.. 너럭바위에 올라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파도엘 쓸려 구르는 자갈 소리, 솔바람 소리, 하늘의 구름까지 눈에 들어온다.

왜 그렇게 빨리 가려 했지? 느리게 걸으면 많은 것이 보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여태 너무 빨리 달려 온 건 아닐까!





죽도산이 성큼 다가섰다





여기에 이렇게 멋진 암장이..,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들

대구에서 왔다는데 안내는 이곳에 사시는 분이라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

퇴적암





산길에서 내려와 해변을 거쳐 블루로드 다리로 향한다.
큰 건물 공사로 인해 가는 길이 험난하다.






블루로드 다리





바다에 내려 앉은 햇살이 눈부시다.








죽도산 등대, 죽도산에서 내려다본 축산항

영덕의 대표적인 어항, 대게 위판이 열리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 동해안에서도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한

축산은 백두대간에서 분기된 낙동정맥이 부산 몰운대를 향하다가

명동산에서 갈래친 화림지맥에서 빠져나온 산줄기가 해안까지

맥을 이어 오다 우뚝 솟은 산. 사방이 조망되는 특급 전망대다.

특이한 것은 죽도산은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육지로부터

동떨어진 섬이었는데 이후 모래 둔덕이 점점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는 것.





축산항




축산항-영덕 구간 농어촌 버스 시간표





축산항 버스정류장에 만난 해파랑꾼들..

대구에서 온 3가정이라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2박 3일

일정으로 해파랑길을 걷는다고 한다. 안나푸르나를 가기 위해

해파랑길을 걸었는데 안나푸르나를 갔다 와서도 계속 걷게

되었다고 한다. 멋있는 팀인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은 걷기를 ‘청복(淸福)’이라 하며

걷기를 즐겼다. 그의 후손답게 우리 국민들은

걷기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





창포말 등대로 돌아와 승용차를 회수하여 집으로


지난번 20코스를 마치고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대탄까지 제법 먼 길을 걸어갔었다. 오늘은 버스를 타면서

창포말 등대에 버스가 서느냐고 물었더니 선다고 한다.

원래는 대탄에 내려서 이곳까지 다시 걸어오려 했는데.. 

마음이란 늘 편한 쪽으로 쏠리기 마련인 것 같다.

그동안 아껴두어 이빨 빠진 것 같았던 21코스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해파랑길 21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