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4. 22:33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관동별곡의 망양정을 만나러 가는 길
해파랑길
25코스
기성버스터미널-기성망양해변-망양휴게소-망양정-수산교
23.3km / 10.7(월) 09:05~15:15 (6:10)
비 개였다 오후에 또 비, 23℃
올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태풍도 많이 지나가는 것 같다. 비와 태풍으로 인해
지리산 가려던 계획을 2번이나 접고, 영남알프스에 들리려던
계획도 취소하고, 해파랑길 출정도 2번이나 미뤘다.
지난주 비와 태풍으로 날로 보낸 탓에 비가 예보되었지만
마냥 미룰 수 없는 해파랑길에 나선다. 이번 25코스는 울진군
기성면에서 근남면을 잇는 길로 기성망양해변과 망양휴게소,
동해안을 벗 삼아 시를 읊던 묵객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망양정 옛터와 망양정을 지나 수산교에 이르는 구간이다.
마음이 가볍지만 않은 것은 며칠 전 18호 태풍 미탁이
큰 피해를 남기고 간 울진지역이기 때문이다.
가을비가 음산하게 내린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지난번 남부지방을 관통하여
울진 삼척지방으로 빠져나간 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도랑은
긴급 복구 중인 모양이다.
사동항 가는 길, 산이 무너져 내리고,
하천 제방이 무너져 도로가 유실되었다.
사동항에 많은 토사가 유입되고,
마을에도 흘러내린 토사를 모은 집채만한
흙무더기가 군데군데 보인다.
해변을 에둘러 마을 안쪽으로 난 길로
산을 넘어가니 기성망양 해변이다.
기성망양해변..
넗은 모래 해변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기성망양해수욕장 캠프장
해빛뜰마을을 지난다.
기성망양해변 망양리 망양정 옛터,
정자는 현판도 없고 시문 하나 없이 말끔하다.
옆에 망양정 옛터를 알리는 안내판과 조선 명종때
경상도도사를 지낸 수서 박선장의 망양정이라는
시비(詩碑) 하나만 외롭게 있다.
군인들이 수해 대민지원에 나선 모양이다.
대게의 원조 울진
동국여지승람과 임원경재지, 대동지지 등에
자해(紫蟹)로 기록된 대게는 울진의 주요 토산물로
명시되어 있다고..
점심을 먹으러 망양정 휴게소에 들렸는데
화장실이 폐쇄되었다. 식당에는 물도 안 준다.
태풍으로 수도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서울서 오셨다는 해파랑꾼을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망양해수욕장을 지나 올 때 만나 길동무를 할까 했는데
4박5일 일정으로 왔는데 3일째여서 힘들다고 했다.
무리하지 마시고 무사히 일정을 마치시길..
국립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 동해생명자원센터
정문 앞에는 국유재산 무상 사용허가 간판이 서 있다.
태풍은 곳곳에 각양각색의 흔적을 남기고 간 것 같다.
무슨 꽃? 태풍이 활퀴고 지나간 마을엔
구름까지 내려앉아 음산한데 하얀 꽃이 무리 지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진북방파제
눈길 가는 곳은 죄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골짜기란 골짜기는 다 터진 것 같다.
진복리 앞 촛대봉인줄..
망양 게스트하우스!
여기서 숙박할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반갑다.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으면,
대중교통 연결이 좀 편리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많으면 게스트하우스를 연계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수해로 인한 쓰레인듯..
물개바위와 촛대바위
"장소가 좋지?"
"어르신 이번 태풍에 피해 없으셨어요?"
"왜 없어, 저기 길 한 번 봐! 큰일 날 뻔했지"
"어르신 댁에도 피해를 보셨어요?"
"우리 집이야 괜찮다만.. 그날 파도가 덜 쳐서 그렇지
파도가 심하게 쳤으면 동네가 다 잠길뼌했지 뭐"
조용해 보이는 마을도 심사가 복잡하다.
갈등도 생기고, 해안도로도 무너져 내리고..
뒤돌아 본 산포3리 모습
대만 사신다는 이수만 사장님과..
우리나라 육지 전 둘레를 돌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모든 길을 걸어서 완주하는 것은 아니고, 주요 포스트를
정하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걷는다는 대단한 분이시다.
대만의 해안 둘레길을 걸어서 완주했는데 정말 좋았다면서
대만에 꼭 한 번 오라고 하신다. 전화번호까지
알려 주면서..
네 이름이 뭐니?
태풍피해 모습과 복구 중인 모습들뿐..
인간의 교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극히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을 파괴하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인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망양정 공원
울진대종과 전망탑
큰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망양정(望洋亭)
원래 망양정은
기성면 망양리 현종산 기슭에 있던 것을
조선 철종 11년(1860)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웠다.
그 후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58년에 중건하였으나,
다시 심하게 낡아 2005년에 완전 해체하고 새로 지었다.
특히 조선 숙종은 관동팔경 중 망양정 경치가 최고라 하여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란 편액을 하사하였다 한다. 망양정의
절경을 읊은 유명한 시와 글로는 숙종(숙종)과 정조(정조)의
어제시(御製詩), 정철의 관동별곡 등이 전해오며, 그림으로는
정선의 백납병 관동명승첩에 있는 망양정도가 유명하다.
망양정은 현재 보수중이었지만,
다행히 정자에 올라 편액들을 다 볼 수 있었다.
망양정 월출도 보고 이곳에서 일출사진도 찍고 싶었으나
월출은 비가 와서 못 찍고, 일출은 보수중이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할 것 같다.
원재 정추(圓齋 鄭樞)
望洋亭上立夕時 망양정에 올라 저녁 무렵 서 있으니
春晩如秋意轉迷 늦은 봄이 가을 같아서 마음 더욱 아득해지네
知是海中風霧惡 아무래도 바다 가운데 바람 안개 나쁜 모양이지
杉松不長向東枝 삼나무 소나무 동쪽 향한 가지는 자라니 못하네.
망양정 약사
고려시대 기성면 망양리 해안가에 처음 세워졌으나
허물어져 성종2년(1471년) 옛망양정 터인 현종산 기슭으로
옮겼고, 또 허물어져 철종 11년(1860년) 현 위치로 옮긴 후
몇 차례 보수하다 2005년 완전 해체하고 새로 지었다는
내용.. 긴 세월만큼이나 많은 풍상을 겪은 것 같다.
이산해의 시
枕海危亭望眼通 바다를 낀 높은 정자 눈 앞이 탁 틔여
登臨猶足盪心胸 올라보면 족히 가슴 속이 씻기네
長風吹上黃昏月 긴 바람이 황혼 달을 불어 올리면
金闕玲瓏玉鏡中 황금 궁궐이 옥거울 속에 영롱하다.
이산해는 인조 반정 후 간악하고 모략이 뛰어난
음험한 인물로 매김되어 처형 당하였으나, 당대에는 글 잘 짓고
글씨 또한 명필로 이름을 날렸다. 아마도 시로만 평한다면
이 시가 망양정을 읊은 시로는 제일 뛰어나지 않을까
정조대왕 어제시, 태송 박영교가 썻다.
元氣蒼茫放海溟 태초의 기운 아득히 바다에 풀어지니
誰人辨此望洋亭 뉘라서 이곳 망양정을 알 수 있으리
恰如縱目宣尼宅 흡사 문선왕 공자의 집 훑어보듯
宗廟宮墻歷歷經 종묘 궁궐담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를 단산 김재일이 썼다.
현판에는 세로로 4자씩 씌여 있으나, 이 시는 7언절구로
7자씩 끊어 읽어야 한다.
詩題 登望洋亭看月 망양정에 올라 달을 보다.
十里沙平望大洋 십리 평평한 모래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海天遼闊月蒼蒼 바다와 하늘 아득한데 달빛 푸르네
蓬山正與塵寰隔 봉래산 정히 인간 세상과 격하였으니
人在浮藜一葉傍 사람은 물 위에 뜬 마름 한 잎에 사는게지
숙종 대왕 어제시
태송 박영교가 썼다, 숙종의 호기가 대단하다.
列壑重重透迤開 여러 골짜기 겹겹이 구불구불 이어 퍼졌고
驚濤巨浪接天來 놀란 파도 큰 물결 하늘에 닿아 있네
如將此海變成酒 만약 이 바다를 술로 변하게 할 수 있다면
奚但只傾三百盃 어찌 한갓 삼백잔만 기울이랴!
망양정기(望洋亭記) / 채수(蔡壽)
“이 정자는 여덟 기둥으로 둘렀는데 기와는
옛것을 쓰고, 재목도 새로운 것을 쓰지 않았다. 웅장하고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풍경 물색의 기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자의 조금 북쪽을 둘러 8칸을 지으니 이름을 영휘원(迎暉院)이라 한다.
벼랑을 따라 내려가면 또 한 돌이 우뚝 솟아 그 위에 7, 8명은
앉을 만하며 그 아래는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이름을
임의대(臨?臺)라 한다. 북쪽을 바라보면 백 보쯤 밖에 위험한
사다리가 구름을 의지하여 그 위로 사람이 가는 것이 공중에
있는 것 같으니 이름을 조도잔(鳥道棧)이라 하는데,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유람 관광하는 즐거움이 이 이상 없다.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하며 구름 걷고 비 갤 때에, 눈을 들어
한 번 바라보면 동쪽이 동쪽이 아니요, 남쪽이 남쪽이 아닌데
신기루(蜃氣樓)는 보이다 말 다 하고, 섬들은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가다가 큰 물결이 거세게 부딪치고, 고래가 물을 내뿜으면
은은하고도 시끄러운 소리에 하늘이 부딪치고 땅이 터지는 것
같으며, 흰 수레가 바람 속을 달리고 은산(銀山)이 언덕에 부서지는
것 같다. 가까이 가서 보면 고운 모래가 희게 펼쳐지고 해당화는
붉게 번득이는데, 고기들은 떼 지어 물결 사이에서
희롱하고 향백(香柏)은 덩굴 뻗어 돌 틈에 났다.
옷깃을 헤치고 한 번 오르면 유유히 드넓은 기운과
짝하여 놀아도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며, 널리 조물주와
함께하여 그 끝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여기서 비로소 이
정자가 기이하고, 하늘과 땅이 크고 또 넓은 줄을 알게 된다.
아, 우리나라에서 봉래(蓬萊)·영주(瀛洲)를 산수의 고장이라
하지만 그중에도 관동(關東) 지방이 제일이 되며, 관동지방의
누대(樓臺)가 수없이 많지만, 이 정자가 제일 으뜸이 된다.
이는 하늘도 감추지 못하고 땅도 숨기지 못하니,
모습을 드러내어 바쳐서 사람에게 기쁨을 줌이 많다.
어찌 이 고을의 다행이 아니겠는가.
이를 적어서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관동별곡(關東別曲) / 송강(松江) 정철(鄭澈)
하늘의 맨 끝을 끝내 볼 수 없어서 망양정이라는 정자에 오르니
어떤고 하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수평선 끝의 큰 파도를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뿌려 내리는 듯 오월 맑은 하늘에 백설과 같은 물보라는 무슨 일인가?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바람과 물결이 잔잔하거늘,
해 뜨는 곳이 가까운 부상에서 밝은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니
상서로운 빛줄기가 보이는 듯하다가 숨어버리는구나.
그래서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배끗한 충계를 다시
쓸며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샛별이 돋아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꽃 같은 달덩이를 어느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다른 사람 모두에게 보이고 싶구나.
신선이 마신다는 유하주를 가득 부어 손에 들고 달에게 묻는 말이
“달아, 옛날의 영웅인 이태백은 어디에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누구누구이더냐?”
아무나 만나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을 묻고자 하니,
삼신산이 있다는 동해로는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관동별곡(關東別曲)은 정철이 45세가 되는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로 제수되어 원주에 부임하고 이때 노정에 따라 내 · 외금강과
관동팔경을 두루 구경하고 난 후 산수 경치, 각종 고사와 풍속을 읊은 작품이다.
서사에서는 관찰사 부임 및 관내 순력에 대하여,
본사에서는 내 · 외금강과 관동팔경 유람한 내용을
결사에서는 망양정에서 새벽까지 기다려 떠오르는 달의 모습을
모든 백성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참다운 목민관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말 구사가 빼어나고 비유가 참신하며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홍만종의 [순오지]에는, 관동별곡을 평하여 ‘그 뜻이 깊고, 표현이
섬세 신묘하며 언어 기교에 능한 악보의 절조’라고 했고,
[동국악보]에는 공명의 ‘출사표(出師表)’에 비하였다.
정철의 관동별곡(1580년)은 이곳이 아닌
현종산 기슭 망양리에 있던 망양정(옛터)에 들릴 때 지은 것.
물론, 아래 겸재 정선의 망양정과 단원 김홍도의
망양정도 마찬가지.. 현 위치의 망양정은 1860년에
이 자리로 옮겼으니 말이다.
겸재 정선의 망양정(1738, 관동명승대첩 중,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단원 김홍도의 망양정(1788, 금강사군첩 중,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날씬한 팔작기와 누각.
넓은 동해를 바라보며 산 정상에 날아갈 듯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누각 자체가 주는 전통적인 건물의 멋은 적은 것 같다.
동해 방향으로 김시습의 시가 걸려있다.
망양정 조망,
왕피천과 남대천, 공세항과 현내항도 보인다.
바로 앞에 보이는 하천이 왕피천(王避川,
조선 시대에 숙종 임금이 이곳에 찾아와 더위를 피했다고 해서
왕피천이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숙종은 이곳에
온 적이 없고 시와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써서 보냈다고도 하고,
신라 시대 어느 왕이 이곳에 난을 피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왕피천. 청정계곡 왕피천도 이제
찾는 사람이 많아 오염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
망양정에서 내려 수산교 가는 길..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서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성질 급한 낙엽을 밟으며 가는 길
수산교, 해파랑길 25-26코스 안내판
해파랑길 25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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